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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16 15:05:48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뒤늦은 Royal Rumble 2015 감상 - OME
제 주변에서, 이번 로얄럼블의 끔찍한 사태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를 뒤늦게 보고 나니 그 말이 나올 만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 뒤에는 '과연 그게 전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내용이나 결과가 - 그것이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 이미 안 봐도 비디오일 정도로 빤히 보인다 한들, 그것으로 좋은 평가를 얻느냐 아니냐는 말 그대로 그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내놓느냐에 달린 것이니까요.

가만히 보면, 참신한 콘텐츠와 혁신이 마치 클리셰처럼 요구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세계에서 실제로는 익숙한 콘텐츠와 뻔한 플롯으로도 먹고 살 사람들은 먹고 삽니다. 정말로 참신함과 혁신만이 흥행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면 뻔하디 뻔한 사랑타령 후크송은 가요순위에서 진즉에 사라졌어야 하고 뻔한 플롯의 막장 드라마 역시 진즉에 채널에서 퇴출되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요. 물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로얄럼블은 그 '뻔한' 수준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 낮은 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초반에 반가운 얼굴들이 나올 때만 해도 나쁘지 않았지만 중후반 이후의 전개는 정말 참혹했습니다. 개연성은 어디다 갔다 버렸는지 찾아볼 수가 없고, 결말은 빤히 보이고, 뜬금없는 땜질로 가득하더군요.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큰 현상은 주로 종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가령 케인과 빅쇼의 종반 링 정리 이후의 허무한 탈락이나 탈락이 아닌 상태에서 장기간 링을 비운 다음 깜짝 등장한 루세프의 용두사미 등을 비롯해 한두 군데가 아니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 이번 로얄럼블에 제가 미운털이 박혀서 그런지는 몰라도 - 누가 탈락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매우 디테일한 부분에서까지 참 연출 못한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다못해 선수들이 탈락되는 연출마저도 형편이 없어요. 약 5~10년 전의 로얄럼블에서도 선수들이 탈락될 때 저렇게 죽은 생선처럼 나가떨어졌나 싶습니다. 여하튼 그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며 선수들이 탈락될 때마다 남은 선수들 중 '누가 레슬매니아로 갈까?'라는 기대감이 증폭되기는 커녕. 짜게 식어 버렸지요.

관중 반응 중 단적인 예로. 루세프 챈트나 파이널 포(?)에 빅 쇼, 케인, 딘 앰브로스, 로만 레인즈가 남았을 때부터 시작된 야유의 의미는 매우 간단합니다. 이젠 관중들이 바보가 아니라서 누가 탈락이 아닌 상태에서 링 밖으로 나가 쉬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죠. 더군다나 그곳이 필라델피아라면 더더욱. 그러니 버버레이 더들리가 나오고 부기맨이 나오고 DDP가 나오며 초반에 이전 경기의 좋은 흐름을 그대로 이끌어간 분위기까지 (물론 그 흐름도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죄다 말아먹는 것이죠. 뭐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더 락이 들어와 정의의 사도 역할을 한다 한들 일회성 환호밖에 나올 게 없고 끝내는 레슬매니아 X8 이후로 더 락이 10여년 만에 다시 - 악역이 아닌 상태에서 - 야유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지요.


개연성이 뭐가 중요하냐 싶을지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는 필연 위에 우연이 덧씌워져 재미를 주는 겁니다. 특히 로얄럼블 같은 비교적 긴 흐름을 만들어 가야 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경우 개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치명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결과물이 나온 데에 있어서는, 빈스의 책임을 아니 말할 수가 없습니다. 왜 빈스에게 뭐라고 하느냐. 간단합니다. 빈스가 각본을 썼든지 말든지, 그가 각본을 실시간으로 고쳤다는 카더라가 있든지 말든지, WWE의 최고 책임자는 빈스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나온 결과물이 개연성이 없으니까 그 집단의 최고 책임자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일 뿐입니다.

물론 그들도 프로들이니 그들 나름대로 기획이고 뭐고 했겠지만 결과물이 이렇게 개연성 없이 나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급조 일색으로 만들었다고 인식되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인 것이죠. (마치 게임으로 따지면 컨셉 및 디자인 기획부터 제대로 회의도 안 한 정도의 수준이랄까. 그리고 만약에 카더라에서 말하는 것처럼 빈스가 실제로 각본을 뒤집어 엎었다면 로얄럼블 2015는 흔히 말하는 '로만럼블'이 아니라 '노망럼블'로 불러야 맞을 겁니다.) 어쨌거나 이번 로얄럼블은 한마디로 말해 너무 형편없는 로얄럼블이었습니다. 도저히 정상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기획력을 두 눈 뜨고 시간 버리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죠. 이게 정말로 제대로 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라면 지난 해 바티스타가 나왔던 로얄럼블 2014는 블록버스터급 영화고 수많은 We Hate Cena Guy들이 그렇게도 까대고 시네이션인 저도 그다지 탐탁치 않아하는 로얄럼블 2008은 역대급 로얄럼블 반열에 올라야 맞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 극렬 팬들이 경기 후에 아무 죄도 없는 선수들의 자동차에 상해를 입힌 것까지는 공감하지 못합니다만.


어쨌거나. 이렇게 로얄럼블을 망쳐놓은 대가로 회사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선수 하나에 엄청난 시련이 주어진 셈인데요. 그걸 제대로 극복한다면 제 2의 존 시나급 선수 하나 나올 수 있는 것이겠고, 아니면 뭐.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혹시. 만에 하나. 올해 이렇게 최악을 찍었으니 아무리 못해도 내년엔 이것보다 낫겠지 하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으시겠지요? 이미 작년과 올해를 겪으셨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시면 안 됩니다. 엔터테인먼트란 건 원래 술 먹고 운전대 잡았다가 자숙중인 '그 녀석'에서 보는 것처럼, 빡구가 끝인 줄 알았더니 '그 밑'이 있었고, 그것보다 더한 천길 나락으로 훅 갈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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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16 15:08
수정 아이콘
바닥보다 바닥이 있는 걸 매년 보여주는 WWE 크크크 ㅠㅠㅠ
15/02/16 16:40
수정 아이콘
그래도 아직 제 마음 속에 바닥은 치지 않았습니다

그 바닥은 미즈시나
피아니시모
15/02/16 15:13
수정 아이콘
다행인건 로얄럼블 이후 로만레인즈의 캐릭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거죠
그전까지 노망난 게 아니냐고 평가받던 빈스의 각본이 없어지고 (로만과 관련된 세그먼트를 빈스가 작성했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총알보다 빠른 POW라던가 잭과 콩나물이라던가..)
그 이전에 있었던 로만의 캐릭터성을 좀 더 강화시키자 야유가 확실히 줄긴 했어요. 한가지 확실한 건 믹폴리가 말한대로 빈스는 로만과 관련된 각본에서 손을 떼야했다는 거고 손을 뗀것처럼 보이자마자 반응이 확 좋아졌죠. 로만의 개인 인터뷰(WWE가 아닌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는 ........별개로 쳐야겠지만요(..)
되려 브라이언에 대한 야유가 조금씩 나오고 있고요 (이건 각본상의 문제 , 2년연속 똑같은 방법으로 브라이언이 레매 메인을 차지한다는 거에 대한 불만도 있는 거 같고 까가 빠를 만들고 빠가 까를 만드는 게 동시에 성립된거 같기도 하고요..)
오큘러스
15/02/16 15:37
수정 아이콘
죽은 생선....
그 생선이 다름아닌 딘이랑 돌프지글러...
표현 너무 와닿네요
엘데아저씨
15/02/16 16:18
수정 아이콘
재평가받기에 아깝지않은 활약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브레이와이어트도 내보내질때는 죽은 생선마냥.....
와이어트
15/02/16 15:43
수정 아이콘
파이널4가 너무 시시했어요. 시나 vs 브록 vs 세스 경기는 기대의 이상의 이상이었는데....
15/02/16 16:45
수정 아이콘
사실 존시나는 이제 경기력도 기대할 만한 수준이죠

물론 다른 선수들보다 제약도 없고 대립상대도 준수한 경우가 많긴 하지만 어쨌든 ppv에서 퀄 괜찮게 뽑아주고 위클리쇼에서도 괜찮고
15/02/16 18:55
수정 아이콘
유일하게 챔피언전이 메인매치가 아닌 PPV가 로얄럼블인데, 로얄럼블매치는 똥망이고 의외로 챔피언십이 초초대박을 쳤던 로얄럼블 2015네요. 진짜 눈 썩어버리는줄 알았는데 챔피언십 하나 건졌다는 만족감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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