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12/04 17:16:02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리뷰](스포있음)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왜 그들은 하울에 열광하는가?


원래는 이번 방송에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다루려고 했는데, 녹음실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하여 (열심히 떠들었는데 하나도 녹음이 안 되었다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처음 계획했을 때에는 고려치 않았는데 바로 오늘(12월 4일)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을 재개봉한다고 해서 물때를 잘 맞춘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개봉도 하니 통속적인 리뷰 보다는 하울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재개봉 기념 하울 집중탐구 시작하겠습니다.



여성 판타지의 극단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명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하울과 소피의 공중산책이다. 위기의 순간 하늘로 솟구치는 쾌감과 하늘을 유유자적하게 거니는 여유로움, 그리고 무엇보다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음악까지... 하울의 매력은 이 공중산책 한 신에 모두 녹아있다.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은 하늘을 나는 쾌감일까, 높은 곳에서 오는 두려움일까, 아니면 온전히 하울의 매력 때문일까? 이를 분간할 수는 없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그저 꿈결같은 황홀함에 빠지게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마법같은 장면임에 틀림없다. 하울은 이처럼 등장과 동시에 소피와 관객에게 자신의 매력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혹자는 이 장면이 여성에게 더 어필하는 이유가 하울이 공중에서 자신을 지탱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늘을 걷는 와중에 자신의 손을 잡고 지켜주는 그 모습이 좋다는 것이다. 결국 하울은 여성이 남성에게 바라는 욕망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또한 굉장히 마초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성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 혹은 도움을 바라기만 하는 존재로 그려낸다고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녀 배달부 키키>등 기존 작품을 통해 여성의 독립성을 꾸준히 견지해온 미야자키 하야오를 생각한다면 살짝 갸우뚱 하기도 하다. 하지만 하울의 공중산책은 많은 여성에게 마초가 아닌 낭만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마초와 낭만의 경계를 구분짓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것이 바탕에 깔려있다면, 이러한 보호는 여성에게 낭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도움의 필요 여부와 그 방법에 대한 의사존중 없이 무대뽀로 지켜주고자 한다면 그것은 답 없는 마초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을 바라는 여성의 태도도 중요할 것이다. 그저 도와주기만을 바란다면 징징대는 된장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 기저에도 독립성이 있어야만 이상적인 관계가 가능할 것이다. 이 장면 전, 후에 그려지는 소피의 독립적인 모습은 그런 면에서 매우 필수적이었다. 그녀가 독립적인 여성이기 때문에 공중산책이 낭만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청소를 참 열심히 하는데, 청소가 독립성과 자생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작품에서 여러모로 유용한 장치로 쓰인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는 수필 『자기만의 방』에서 마차에서 내리는 여성을 에스코트하는 남성의 모습을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페미니스트이고 여성의 독립성을 강하게 어필했다는 점에서 얼핏 모순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남과 여를 각각의 젠더로 구분하기보다 함께 조화를 이루며 영적으로 협동하는 존재로 바라보았다. 그녀에 따르면 마차에서 내리는 여성을 에스코트 하는 남성이나 소피의 손을 잡아주는 하울의 모습은, 신사다운 남성의 젠더를 강조하는 마초가 아니라, 서로가 함께 인간으로서 호응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중산책 신은 마초적이거나 여성향이라고 보기 보다는 인간적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듯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중산책은 여성향의 극단이라 칭할 정도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강하게 어필하는 장면이다. 혹 하울과 소피의 성별이 바뀐다면 남성향 장면이 될 수도 있을지 생각해 봤지만, 오히려 <라퓨타>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녀를 받아주는 소년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뭐 굳이 젠더를 따지며 비평할 필요가 있나 싶다. 이 장면은 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뛰게 한 여성향의 극단이다. 왜냐하면 공중산책은 아름다웠고, 하울은 멋있었으니깐.

[하울에게 반한 것은 아니지만, 저도 이 장면에는 반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하울을 왜 좋아하는 거지?

공중산책의 황홀함을 지나간다면 이후에 나오는 하울의 모습은 솔직히 실망스럽다. 특히 지독한 외모지상주의를 보여주는 데.
“아름답지 않은 것은 존재할 가치가 없어.”
라며 바라보는 소피와 나의 마음을 후벼 판다. 소피는 ‘난 예뻤던 적이 없다’며 울었고, 나는 ‘하루만 못생겨 봤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는 매일 못생겼으니깐’하고 울었다. 그나마 순무 허수아비가 처량하게 비 맞으며 울고 있는 소피에게 우산을 씌워주지만... 결국 소피는 하울에게 가지 않는가? 아... 잘생기면 다인가 보다.

솔직히 극 전반에 걸쳐 하울과 소피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에 대해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울이 소피를 보호하는 장면이 종종 있지만 그 행동이 소피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다른 목적에 딸려오는 기분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는 다소 직설적이고 촌스러운 대사를 뱉으며 사랑을 고백한다. 뭐랄까, 이런 모습을 보며 ‘하울도 나를 좋아하는 건가?’라고 생각한다면 노랑불을 초록불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러한 하울에 비해 확실하게 그린라이트를 날려주시는 분이 바로 순무 허수아비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소피와 친구들을 구해준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것은 황야의 할머니의 차가운 한마디뿐이다.
“소피의 마음을 잘 알았겠지? (알았으면 어서 꺼져)”
나는 정말 강력하게 외치고 싶다. 왜 하울이요? 왜 순무 아니고 하울이요? 어쩌면 이 부분에 대해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패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순무 허수아비만 안타까울 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점은, 나는 처음 공중산책의 황홀함이 뒤로 갈수록 퇴색되어 가는데, 오히려 뒤로 갈수록 하울이 더 멋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하울의 나약하고 때론 징징대는 모습 때문에 더 좋다는 사람도 있다. 보호본능을 자극한다고... 그것도 하울이니깐 보호본능을 자극하겠지, 쓰랄형님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누가 지켜주겠는가. 아... 역시 잘생기면 다인가 보다.

솔직히 개인적인 남성의 시각으로는 왜 하울을 좋아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중산책은 아름다웠지만 그 하나로 하울의 다른 모든 모습들이 용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납득이 되는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더 이상 고민하고자 하는 의욕도 꺾인다. 하지만 정말 알고 싶다. 왜 그들은 하울에 열광하는 것일까?

[한 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었는데... 순무 불쌍해]




마치며...

올해를 마지막으로 지브리는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후 판권 관리나 캐릭터 상품 개발은 할 터이니 스튜디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브리는 끝난 셈이다.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키워준 지브리가 이제 더 이상 없다는 점은 참 아쉽다. 개봉 당시 <하울...>을 보며 희미해진 메시지와 비약하는 전개에 분개했었는데 다시 보니 이만한 작품도 없다는 기분이다.(하지만 전작들이 워낙 쟁쟁한 작품들이라...) 사실 공중산책 장면 하나만으로도 다시 볼 만한 가치가 있기도 했다. 지브리를 추억하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다시 찾는 것도 요즘 같이 밖으로 돌아다니기 추울 때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 팟캐스트 방송 [련한 네마]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다뤘습니다. 영화이야기와 영화에서 딸려온 다양한 연애이야기를 다뤘습니다.

※ 팟캐스트 방송 [련한 네마]에서는 청취자의 연애 상담이나, 영화에 대한 궁금한 점 등을 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혹시 방송을 들으시고 관심 있으신 분은 sillylovecinema@gmail.com으로 메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팟빵 주소 http://www.podbbang.com/ch/7783
앱스토어 주소 https://itunes.apple.com/kr/podcast/milyeonhan-yeon-ae-sinema/id890712343?mt=2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王天君
14/12/04 17:17
수정 아이콘
이것도 재개봉했군요. 요즘 재개봉한 게 너무 많아서 보기도 어렵네요.
Around30
14/12/04 17:24
수정 아이콘
하울이 인기있는 이유는 깊게 볼것 없이 그냥 잘생겼음.. 그리고 스타일좋고 능력자에 왠지 돈도 많아보임. (성격의 완성은 뭐다..?)
성우역을 맡은 기무라타쿠야의 목소리도 일본내의 인기에 한몫했죠. 지금은 좀 한물간 스타느낌이지만 저당시만해도 올타임넘버원 남자 배우였으니.
마스터충달
14/12/04 17:29
수정 아이콘
제가 올해 히어로를 봤는데... 까무잡잡한 남자가 잘생기면 딱 이거구나 싶더라구요 크크
지나가다...
14/12/04 17:26
수정 아이콘
기왕이면 붉은 돼지나 센과 치히로를 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OST를 제외하면 별로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러 가야겠습니다. 처음에 김포 CGV에서만 하는 줄 알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글 보고 다시 찾아보니 수원에서도 하네요.
14/12/04 17:28
수정 아이콘
하울도 좋지만 역시나 최고는 센
두번째는 치히로
세번재는 행방불명
PoeticWolf
14/12/04 17:28
수정 아이콘
아니..지브리가 더 이상 작품을 안 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이게 무슨 소리요...
마스터충달
14/12/04 17:31
수정 아이콘
마스터충달
14/12/04 17:30
수정 아이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최고로 꼽는 분들이 많네요.
아무래도 감독 개인의 완결판인 <원령공주>가 작품성은 제일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하긴 그러면서 저도 최고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꼽습니다 크크
지나가다...
14/12/04 17:34
수정 아이콘
아, 모노노케 히메를 빼먹었네요. 저도 센과 치히로보다는 모노노케 히메를 더 좋아합니다. 사실 붉은 돼지만 해 주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에 가깝습니다만.. 흐흐흐
14/12/04 22:25
수정 아이콘
저도 바람계곡, 원령공주 쪽을 좋아합니다. 대중적으로는 센과 치히로쪽에 표가 많이 가더군요.
에스테반
14/12/04 17:32
수정 아이콘
하울도 메멘토도 극장에서 보지못해서 요즘이 적기인데 하필 시험기간이네요ㅠ 끝날 때까지 걸어줬으면 좋겠습니다ㅠ
카롱카롱
14/12/04 17:36
수정 아이콘
하울은 솔직히 음악빼고는 다...
Go2Universe
14/12/04 17:37
수정 아이콘
회전목마 음악과 함께 공중산책을 할때는 최고의 영화가 나온줄 알았지만
최악의 후반부는 이제 하야오의 시대가 끝났구나라는걸 여실히 보여준 영화죠.
마스터충달
14/12/04 17:40
수정 아이콘
역시 남초사이트라 <하울...>에 대한 평이 별로네요 크크

그런데 여자 분들은 <하울...>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제 여친도 애니 중에서 하울이 제일 좋다고...
이게 다 하울이 캐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PoeticWolf
14/12/04 17:42
수정 아이콘
공중을 나는 장면이 인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면, 저는 마녀배달부 키키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거 같아요. 잘 생긴 남자가 아니라 여자애가 날아서 그런가...

아직도 제 지브리 넘버원은 마녀배달부 키키. 다음이 (또 날아다니는) 붉은 돼지... 아니 근데 하울 이전 작들은 제 미천한 식견으로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어요... 아니 지브리가 문을 닫는다니.. ㅜㅜ
마스터충달
14/12/04 17:46
수정 아이콘
제가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랑 반응이 비슷하십니다 크크
저도 멘붕했었습니다 ㅠ,ㅠ

키키는 아무래도 여자 보다는 애라는 느낌이 더 강한 것 같아요.
더불어 관객을 대변하는 주체적 인물이다 보니
동경의 대상하고는 좀 거리가 있다고 할까요.

전 그런면에서 <라퓨타>의 시타가 떠오르더라구요. 하늘에서 여자가 떨어졌습....
똑같은 애인데 시타는 뭔가 여신? 스럽다고나 할까요.
원달라
14/12/04 17:43
수정 아이콘
누님캐가 저러면 남자도 뿅갑니다?

생각해보니 아니키가 저러면 성별 따위 뭐가 중요하냐 싶기도..
14/12/04 17:45
수정 아이콘
하울은 BGM
만 최고로 칩니다
녹용젤리
14/12/04 17:46
수정 아이콘
진짜 1년에 두편정도 나오는 지브리 블루레이를 6년에 걸쳐서 다 수집한건 신의 한수였어요. 물론 저도 게드전기는 안삿습니다.
반딧불의 묘(솔직히 이건 이해가 갑니다)와 키키(어째서죠?)가 한글자막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지만 빠심으로 그것마저 구입했지요.
푸른봄
14/12/04 17:47
수정 아이콘
전 지브리 영화 중에 토토로 제일 좋아해요. 센과 치히로랑. 흐흐 근데 하울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음악이랑 그림이랑 그런 느낌 같은 게 좋았던 기억이 나요. 센과 치히로나 토토로였으면 어떻게든 재개봉관을 찾아서 봤을 거 같은데 하울이라 약간 고민이 되긴 하지만 볼 수 있으면 보고 싶네요. 근데 좀 찾아보니 시간대가 직장인이 평일에 보기에는 너무 어려운 시간대... 흑흑.
마침 용산에서 지브리 조형전을 하기에 갔다 왔는데 역시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가 짱짱이었던 듯. 하울 세트도 느낌 좋더군요. 거기 돌아다니는 동안 정말 행복했네요. 크크크
리비레스
14/12/04 17:52
수정 아이콘
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10년전 개봉할 떄 영화관에서 봤는데, 그 당시 여학생들이 꺄악꺄악 소리지르면서 좋아하던게 기억나네요. 전 남잔데도 좋았습니다 흐흐 하울짱짱오빠~ ^^*
14/12/04 17:57
수정 아이콘
하을보다는 센과 치히로가 더 좋아요. 최고는 라퓨타!!!
리비레스
14/12/04 17:59
수정 아이콘
OST는 피아노 악보로 지금도 소장하고 있고 틈만 나면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나요. 참 좋아했었죠. 영화 내용 자체는 특별할게 없었지만 배경 색감이나 파스텔 톤 같은 게 그 당시 나온 애니메이션 치고는 굉장히 예쁘다고 느꼈었네요.
지금뭐하고있니
14/12/04 18:07
수정 아이콘
쓰랄형님에서 양치하다 셔츠버릴뻔했습니다 크크
하울은 인생의회전목마로 총분하지 않나싶네요. 제목부터가...

ps. 지브리가 문을 닫았다는 게 정말 마음아프네요.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사였는데....
마스터충달
14/12/04 19:02
수정 아이콘
쓰랄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죠. 제이나도 버렸...
구밀복검
14/12/04 18:16
수정 아이콘
거품작이죠. BGM 빨....전작인 센과 치히로나 그 전작인 원령공주와 비교해보면 퇴보만이 느껴질 뿐이죠.
14/12/04 18:50
수정 아이콘
BGM이 최고라는 게 포인트라고 봅니다. 여성들은 정말 청각에 약하구나 하는 걸 종종 느껴요.
그리고 여성들은 마초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마초를 싫어하는 건 그 마초가 눈치가 없어서죠.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자꾸 지 맘대로 날 휘두르니까 싫은겁니다.
눈치와 센스가 있는 남자가 강하게 리드하면 마초가 아니라 박력있다고 하죠.
그래서 눈치 있는 마초야말로 이상이 되죠. 여자어로 번역하면 '매너있고 남자답다' 정도이려나요.
마스터충달
14/12/04 18:56
수정 아이콘
그런 눈치있고 배려있는 마초는 말씀하신대로 마초라기 보다는 매너라고 해야겠죠 흐흐

다만 개념의 문제로 들어간다면 "여성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부장적 시선, 즉 마초이즘은 지양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나가서 흔히 비난 받는 꼴페미처럼 남성을 여성의 착취자로 적대시 해도 안될 거구요.

그런면에서 젠더의 구분을 넘어 인간으로서 조화를 이루는 경지를 바라본 버지니아 울프가 참 선구자 다워 보입니다.
리비레스
14/12/04 19:02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여자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건 여자들 스스로가 기분 나빠해야 할 생각이라고 봅니다. 제가 여자여도 그랬을 것 같고요.
14/12/04 18:54
수정 아이콘
하울은 ost만 최고였죠.
처음 개봉했을 때 기무라 타쿠야가 국어책 읽기로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고 들었...
저에겐 마녀의 택급편(키키)가 최곱니다. 센과 치히로도 좋았지만요.
마스터충달
14/12/04 19:01
수정 아이콘
제 친구는 목소리가 잘생겼다고 극찬하던데;; 까이기도 했군요.

지브리는 재밌는게 전문 성우를 안쓰는 편이라고 하더라구요. 기무라 타쿠야 캐스팅도 하울의 살짝 느끼하면서도 겁나 잘생긴 미청년 이미지와 실제 기무라 타쿠야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져서 캐스팅한 기분이구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목소리에 그 사람의 이미지가 묻어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14/12/04 19:11
수정 아이콘
지브리의 철학이 독특하죠.
전문 성우의 기교섞인 목소리보단 뭔가 어색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원하는 것 같아요.
똥눌때의간절함을
14/12/04 18:59
수정 아이콘
저는 원령공주...
파리베가스
14/12/04 19:30
수정 아이콘
좋은글에 뜬금없는 댓글일수도 있지만

저는 하울을 좋아하게된 계기가
예전에 인터넷 방송이던가 더빙방송이 있었는데
'백설양'이라는 아이디에 BJ가 하울을 너무 재밋게 살려셔.....

그때부터였죠
제가 친구들과 하울을 따라하게 된건...
마스터충달
14/12/04 19:36
수정 아이콘
전 여친이 좋다니깐 왠지 질투나던데, 파리베가스님은 반대로 가셨군요 크크크
14/12/05 00:16
수정 아이콘
아 이거 크크크크
저 이거 군대에서 IPTV로 봤는데 생활관 다 뒤집혔었습니다 크크크
구밀복검
14/12/04 20:10
수정 아이콘
그...에스코트를 하는 남성이 이상적이라는 이야기는 <자기만의 방>의 내용과는 좀 상이한 것 같습니다. 아마 후반부에 나오는 택시타는 커플에 대해 논하면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데, 그쪽에서의 포인트는 [에스코트하는 남성의 이상성]에 맞춰져 있지 않으며, 남녀의 조화도 이야기의 핵심은 아닙니다. 일단 묘사 자체가 남성이 여성을 에스코트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그냥 일상적인 동행 형태죠. 그러한 일상적인 양성의 동행 장면을 보면서 화자인 버지니아 울프는 육체적 양성의 조화라는 것이 저렇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듯, 마음 역시도 양성의 조화가 필요하며, 남성적인 글쓰기와 여성적인 글쓰기를 함께 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역설합니다. 물론 지엽적인 내용입니다만 굳이 제가 자세하게 지적하는 것은, [글쓰기에 있어서의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를 논한 버지니아 울프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본문을 보자면 - 물론 의도하시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에 따라서 -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버지니아 울프가 막상 여성이 남성에게 받는 시혜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나이브하고 우회적인 논리로 정당화하는 된장녀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스터충달
14/12/04 21:09
수정 아이콘
자세한 지적 감사합니다.
죄송하게도 제가 『자기만의 방』을 정독하질 않고, 방송에서 언급되었던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 위해 발췌하여 접하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의 의도는 공중산책에서 드러나는, 보호받는 것에 대한 여성의 욕망을 마초이즘으로 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보호하는 시혜적 상황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호혜적 상황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죠. 실제로 극 중에서도 공중산책은 소피가 하울을 도와주다가 생긴 일이기도 하구요. 결론적으로 공중산책을 젠더 갈등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공중산책이 여성향의 극단이고 여성에게 더 어필하는 것은 분명하나 이는 하울이라는 존재가 남성이기 때문일 뿐, 공중산책이라는 행위가 남성적인 것은 아니니까요.

만약 본문을 시혜성 행동을 정당화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분명한 오해이고, 제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글로 옮기지 못한 것입니다;;;
혹시나 이런 오해를 불러올까봐 나름 검수도 받았는데 ㅠ.ㅠ 제가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
사악군
14/12/04 23:06
수정 아이콘
[오히려 뒤로 갈수록 하울이 더 멋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하울의 나약하고 때론 징징대는 모습 때문에 더 좋다는 사람도 있다. 보호본능을 자극한다고.]

이건 여성판타지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여성향문화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인 '킹왕짱 남주가 평범녀 여주를 사랑함'에 필요한 요소인데
여주에 감정이입하는 여성들이라 해도 정말 완전무결한 남자에게 의존만 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대등한 점을 찾고 싶어하죠. 즉 완전무결한 남자에게 있는 흠결, 그 흠결을 감싸줄 수 있는 여자라는 공식을 원합니다.

그리고 이게 포인트인데, 그 흠결은 여주가 특별한 능력이나 노력을 통해 메꿔줄 수 있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그럼 힘들잖아요. 별 노력이나 능력없이도 그냥 '마음먹기'로 메꿔줄 수 있는 그런 흠결이어야 하죠.

트와이라잇의 남주는 부자에 미남에 능력자에 멋진 집 멋진 부모 완벽한 이상형이지만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입니다. 여주는 사랑으로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커다란' 흠결을 감싸안아줌으로써
킹카 남주와 단숨에 대등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뭐 그것도 힘들었는지
트와이라잇의 뱀파이어는 낮에도 다녀 남의 피빨아도 죽이지도 않아 뭐 그런 힘든일조차 없죠-.-)

꽃보다 남자의 츠카사는 미남재벌2세지만 성격이 유아독존이고 더럽죠.
많은 남주들이 약간의 아픈 기억과 성격적 결함을 가지고 있죠.
이것들은 옆에서 '좀 참아주면' 받아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죠.
이런 완벽 남친이 아니라도 어차피 평범한 사람들은 짜증나는 진상 손님도 미친개 부장도 참아주면서 살거든요.

하울은 외모지상주의자이자 응석쟁이입니다. 이게 하울의 위크포인트이자
공중정원의 하울을 내옆에 세워도 내가 심적으로 꿀리지 않을 장치인거죠.

'나도 할 수 있는' 희생으로 평범한 여주가 킹왕짱 남주와 대등한 관계에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게
여성향 판타지의 핵심이거든요. 진짜 노력과 능력으로 남주와 대등한 관계에 서는 작품들도 있지만
그런 작품들은 의외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그다지 없거나, 반대로 남자한테도 인기가 있습니다.
마스터충달
14/12/04 23:19
수정 아이콘
단순히 보호본능 자극을 넘어서
그런 약점이 여성향 판타지의 중심적 장치로 작동하는군요;; 대등함의 발판이라니...
덕분에 배우고 갑니다 흐흐

근데 그건 관객의 이야기고, 도대체 소피는 왜?... 라고 해봤자 그거야 작가맘 크크 ㅠ,ㅠ 순무만 불쌍하군요...
이쥴레이
14/12/05 01:31
수정 아이콘
저는 하울을 원작을 먼저 접하다보니 애니는 뭐랄까 원작과는 다른맛입니다. 원작은 아라비아나이트 및 해리포터를 섞어놓은 맛입니다. 하울도 적당히 찌질하게 나오고요. 우리 순무 허수아비도 제대로 저주 걸린이야기가 나옵니다. 1부 2부식인데 하울 이야기가 아닌 2부가 진국이었죠. 애니는 원작을 짧게 각색하다보니 생략한게 많았고 후반부는 거의 날림이라 아쉬운게 많네요
이쥴레이
14/12/05 01:43
수정 아이콘
하울 역시 뛰어난 마법사지만 겁도 많고 귀찮은일은 질색하는, 흔히 비교하자면 겉멋만 실껏 부리는 아직 사춘기 같은 남자라는표현인데 애니는 좀 분위기가 다르죠. 원작에서

"이 근방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예요, 정말 사랑해요, 그런데 그여자는 내 깊은 애정을 비웃고 다른 녀석에게 신경을 써요, 내가 그토록 관심을 쏟았는데 어떻게 다른 놈을 좋아할수가 있어요?
딴 여자들은 내가 나타나자마자 다른 남자들을 차버리던데!"

그렇게 말하는 하울에게 한심함을 느낀 소피는 차라리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 먹이는게
더 수월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것에 답변하는 하울의 답변은 참 걸작이었죠

"아, 그건 안되죠! 놀이 규칙이 어긋난다고요.. 재미가 없잖아요."

속된 말로 그런 양아치 같은 하울을 변화시킨것이 소피에 대한 사랑인데.. 그 표현이 약한것이 아쉽죠. 원작처럼 찌질한 하울을 보여달라
마스터충달
14/12/05 02:09
수정 아이콘
<하울..>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캐붕(캐릭터 붕괴)'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그만큼 뭐랄까 캐릭터가 줏대가 없달까요;; 일관성이 떨어지니 설득력도 떨어지고 후반부 날림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원작 이야기를 보니 소설에서 나온 입체적인 모습들을 전부 다 보여주려다가 망한 듯한 기분도 드네요. <게드 전기>도 비슷하게 망했었는데, 좀 더 과감하게 단순화 시켰으면 나았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단지날드
14/12/05 04:0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게 본 작품이긴한데 이 작품의 팬이던 안티던 하나는 다들 인정하는게 있죠 메인테마는 진짜 op다 크크크
음란파괴왕
14/12/05 10:24
수정 아이콘
원령공주 이후의 작품들은 대체로 퀄리티가 떨어지지요. 대부분이 후반부 급마무리로 끝나는데다, 포인트 장면을 제외하면 딱히 볼거리도 없죠. 저는 은퇴한 영감님의 팬서비스 정도라고 생각하고 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0481 [일반] (추가) 폭력적인 맥심 표지를 거부한 모델 [167] FAU30813 15/08/22 30813 6
60443 [일반] [영어 동영상] 대선 토론회로 보는 미국 공화당 [79] OrBef12222 15/08/20 12222 47
59813 [일반] 나는 페미니스트인가?? [212] 우주모함8231 15/07/15 8231 0
59565 [일반] 퀴어 퍼레이드가 불편한 분들께 고함 [397] 王天君25079 15/07/04 25079 23
59506 [일반] 역대급 핵발암물질 [140] 피아니시모14001 15/07/01 14001 2
59446 [일반] 아청법 합헌 후 여성가족부의 움직임 [81] swordfish-72만세12025 15/06/29 12025 9
59340 [일반] 페미니스트라 주장하는 메르스 갤러리 유저들의 수준 [400] 삭제됨12521 15/06/25 12521 5
59301 [일반] 영국에서 일어난 페미니즘과 관련된 사건 [264] 토다기15967 15/06/23 15967 10
59221 [일반] 한윤형씨의 데이트 폭력 [311] Norm21953 15/06/20 21953 0
59055 [일반] 근래에 본 영화감상기(매드맥스,쥬라기월드) 스포有 [3] 9th_avenue5142 15/06/14 5142 0
58504 [일반] Manners maketh man [133] 유남썡?6849 15/05/28 6849 0
58231 [일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 액션을 끌어올리는 전희 [29] 마스터충달8719 15/05/16 8719 2
57611 [일반] 모니터 뒤에는 사람이 있다. [37] 마스터충달9158 15/04/17 9158 68
57606 [일반] 우리 안에 일베, 너네 안에 일베, 그리고 내 안에 일베. 하지만 어느 안에도 없는 세월호. [29] 삼공파일7111 15/04/16 7111 11
57543 댓글잠금 [일반] 시청자들의 연예인을 향한 갑(甲)질. [192] 탐이푸르다12177 15/04/14 12177 17
57520 댓글잠금 [일반] 장동민 논란을 통해 돌아본 나의 하찮은 페미니즘 [216] 王天君16898 15/04/13 16898 7
56707 [일반] Riot Grrl 그리고 Sleater-kinney [9] 분리수거3214 15/02/23 3214 2
56527 [일반] 삼십대의 연애상담. [10] 헥스밤9017 15/02/12 9017 9
56435 [일반] 김태훈 팝칼럼니스트의 기고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131] 라뷔15042 15/02/08 15042 1
55971 [일반] 제 4학년 전공강좌였던 [영화비평론]에 교재로 쓰였던 영화들 소개해봅니다. [33] 요한7304 15/01/15 7304 8
55263 [일반] [리뷰](스포있음)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왜 그들은 하울에 열광하는가? [45] 마스터충달7794 14/12/04 7794 1
53600 [일반]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은 없다. [78] yangjyess8522 14/09/03 8522 4
52821 [일반] [펌] 인간의 야만성과 숭고성 [21] eLeejah5647 14/07/20 5647 1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