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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18 18:42:45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사브라-샤틸라 대학살...
1949년 1차 중동전쟁이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나는 동안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전쟁의 참화를 피해서 이웃 아랍 국가들로 피신했습니다. 약 70만 명이 넘는 난민들이 발생했지요.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그 동안 단합된 모습을 잘 보이지 못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제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의 기치 하에 하나로 통합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난민들이 다시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스라엘 측에 의해 사실상 막히게 되고 힘든 타지에서의 난민 생활이 길어지게 되자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도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틈 타서 1964년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설립됩니다. 지금까지는 보기 어려웠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등장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건국된 것 자체가 "불법적인 것이고 무효인 것"으로 규정하였지요. 이후 PLO를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인 파타라는 조직의 수장 야세르 아라파트가 장악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야세르 아라파트


아라파트가 이끄는 파타 조직이 1968년 웨스트뱅크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게릴라전을 통해 막아냄으로써 아라파트는 일약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희망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다른 아랍국가들은 지금까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이스라엘에게 소위 말해서 "털려"왔는데 아라파트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지요. 그는 팔레스타인 게릴라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 됩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그는 1969년 PLO의 의장으로 선출이 됩니다.

하지만 주변의 아랍 국가들이 순수한 아랍 형제애의 관점에서 PLO를 좋게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PLO와 파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여기 저기서 조직에 가입하고 후원을 하고 무기를 공급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주변 아랍국의 수장들은 PLO에 대해서 불안한 눈길을 보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주변 아랍국에 피난을 와서 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무장 게릴라 세력이 힘을 키우는 것은 해당 아랍 국가의 정치 균형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잠재적인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우려하던 일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요르단의 후세인 국왕은 PLO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었는데 PLO 산하의 팔레스타인 인민 해방 전선(PFLP)이라는 조직이 요르단의 왕정을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고 이에 후세인 요르단 국왕이 "PLO가 요르단 내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려고 한다"며 PLO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팔레스타인 인들이 죽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고 이후 대부분의 PLO의 게릴라들은 레바논으로 본거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레바논의 정치 지형도도 민감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레바논 역시 복잡한 민족 구성과 종교 파벌로 애초부터 "안정"하고는 거리가 먼 곳이었습니다. 원래 레바논은 아랍 국가들 가운데서도 유독 기독교 세력이 강했던 곳이었습니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이 들어와서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게 되자 레바논 내의 기독교 세력의 불안감이 극도로 고조되었습니다. 특히 레바논의 기독교 세력은 PLO가 레바논 내에 자신들의 국가를 세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레바논 기독교 세력은 이스라엘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합니다. 여기에 응해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의 PLO세력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을 침공하였고 수도인 베이루트를 포위합니다. 일이 이렇게 급박하게 되자 레바논내의 대부분의 정치세력들은 PLO에게 레바논을 떠날 것을 요구하게 되지요. 요르단에서 레바논으로 도망쳐 온 PLO 세력들은 다시 레바논을 떠나서 튀니지와 시리아 그리고 그 밖의 지역으로 근거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은 내친김에 레바논에 친 이스라엘 정부를 세우려고 레바논 내 기독교 민병대(팔랑헤) 지도자인 바시르 제마엘을 대통령 자리에 앉히려고 합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바시르 제마엘이 팔레스타인측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테러로 사망하게 되면서 레바논 내 기독교 민병대가 레바논 안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잔인한 보복을 하게 됩니다.

1982년 9월 16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외곽을 포위한 가운데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 대원들이 사브라와 샤틸라 지역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으로 난입합니다. 이들은 이후 약 40시간 동안 난민촌 안에서 팔레스타인 인들과 레바논 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합니다. 소위 말하는 [사브라-샤틸라 대학살]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피해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부녀자들과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학살의 피해자 수는 주장하는 측에 따라서 약 800명에서 3,000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스라엘 군은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원들이 난민 캠프로 들어갈 수 있도록 차량으로 그들은 운송했고 학살이 벌어지는 동안 난민촌 상공으로 조명탄을 계속 쏘아 올려서 학살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도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비난이 쏟아졌고 이스라엘 안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당시 이스라엘의 국방장관이었던 아리엘 샤론은 결국 해임되었고 총리인 베긴도 1년 후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의 싸움으로 양쪽 다 많은 희생자들이 나온 것이 사실이지만 전혀 저항 수단이 없는 민간인들과 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했다는 점에서 [사브라-샤틸라 대학살]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측의 씻을 수 없는 흑역사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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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8 18:44
수정 아이콘
사진은 없어도 될거같네요;;
구밀복검
14/07/18 18:47
수정 아이콘
바시르와 왈츠를
Neandertal
14/07/18 19:05
수정 아이콘
이 사건을 알게 된 이후 꼭 봐야 할 영화로 정해놨습니다...
물만난고기
14/07/18 20:29
수정 아이콘
아리폴만의 이 사회비판적인 영화가 자신들은 학살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를 고수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해준다라는 또 다른 비판을 야기시킨다는데서 이번 가자지구 학살도 그렇고 과연 꼬이고 꼬인 저 지역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나 싶어요.
Neandertal
14/07/18 20:36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해결의 난망함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물만난고기
14/07/18 21:00
수정 아이콘
종교문제,영토문제 여러문제가 골고루 아주 복잡하게 그것도 오랫동안 섞여있보니 해결의 실마리가 요원합니다..
구밀복검
14/07/18 20:38
수정 아이콘
뭐 개인적으로는 비판은 쉽고 창작은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만한 거 만들어주니까 깔 기회가 생기는 거지, 아예 안 만들었으면 뭐...
물만난고기
14/07/18 20:58
수정 아이콘
아리폴만이 아예 제 3자라면 단순히 까기위한 비판활동이라고 그려려니할 수 있겠지만 일종의 가해자가 가해자입장을 대변해주는거 아니냐라는 비판이니까요. pgr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반딧불의 묘나 얼마 전 하야오옹의 바람의 언덕과도 유사한 뉘앙스죠.
하지만 비판은 쉽고 창작은 어렵다는 명제는 100%동의하는 바입니다.
언제나영화처럼
14/07/18 19:00
수정 아이콘
이스라엘은 서방세계의 정의와 인권에 대한 적절한 반례죠.
미국놈들 인권얘기 하는 것 참 우습기만 합니다.
14/07/19 01:23
수정 아이콘
해결책이 전혀 안 보이는 동네이군요. 애초에 까도 까도 나아질 순 없겠네요
영원한초보
14/07/19 21:48
수정 아이콘
중동지역의 아픔을 영화로 보려면 정치적으로는 바시르와 왈츠를이 필수지만 그곳 정서를 느껴보려면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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