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게시판에 있는 <렛미인, 나머지 한 사람에겐 너무 가혹한 프로그램 아닐까요?>
https://pgr21.com/pb/pb.php?id=qna&no=37935

글을 읽고, 평소 렛미인에 대한 생각을 조금 풀어보고 싶어져서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개인적으로 외모의 중요성을 꽤 크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여초사이트에서 유행하는 '안생겨요' 같은 것도 결국 잘놈잘이라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고.. 외모 안본다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주변에 있는 남자들한테 철벽이었던 여자들이 만나는 남자들의 외모를 봐도..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말을 해도 주변에서 느끼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다른 경우를 봐도.. 외모는 중요합니다. 일단, 더 잘생겨지고 더 이뻐져서 보는 손해가 아예 없다시피하죠. 굳이 갖다 붙이자면 남자는 뭐 여자 많이 만났을 것 같은 이미지, 여자는 얼굴값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생긴다 정도.
외모개선이야말로 손해 볼 것 하나 없는 무조건 이득만 보는 자기 계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크크..


각설하고 예전에 프로그램 초기에 채널을 돌리다가 '렛미인'이라는 프로그램명을 보고서 왠지 모르게 흥미가 생겨서 잠깐 봤는데.. 자기 외모 때문에 삶의 불편과 불행을 호소하는 분들이 나와서 자기가 렛미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막 보여주는 그런 장면이 나오더군요. 범인이 봤을 때 어느 정도 측은한 마음, 그리고 내가 외모 때문에 무시당했던 기억(저 같은 경우는 키가 작은 편이라 자격지심이 있었던 때도 있어서..)이 떠오르면서 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둘 다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좀 들었고요. 결국 나중에는 회의를 거쳐서 선정된 출연자에게 대대적인 성형수술과 함께 식이요법, 정신과 상담 등을 받는 과정들을 거쳐서 수십일 후 달라진 모습과 생활을 공개하더군요.

여기까지 과정에서 저는 충격을 3번 받았습니다. 2번도 아니고 3번씩이나요..
아무리 오디션 프로가 범람하는 시대라지만 '성형 오디션'을 기획한 그 자체에 대한 충격이 가장 먼저였고
거기에 지원한 지원자가 이렇게나 많다는 점, 그리고... 지원한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외모로 인한 불편한 삶을 살아온 분들의 존재.

그리고 그 날, 저에게 렛미인이란 프로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실용적인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주니까요. 단지 외모를 바꿨을 뿐이지만 주변에서 당사자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본인의 자신감이 바뀌고, 인생이 바뀌더군요. 단지 외모 하나 때문에 세상에서 소외되있던, 발을 내디딜 자신감조차 없었던 한 사람들이 프로그램 회차마다 한 명씩 두 명씩 세상 안으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그 뒤로 챙겨보진 않아도, 인터넷에 화제가 되는 렛미인 출연자들을 보거나 티비에 렛미인이 하고 있을 때면 렛미인이 좀 더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줬으면 하고 항상 응원합니다.


예전에는 "어↑떻게! 변했을까↑요?"로 기억되는 러브하우스란 프로그램이 있었죠. 사연을 보내면 하나 선정해서 집을 샤라라 하고 바꿔주는 프로요. 그때도 조금 어려운 집이 이쁘고 실용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대리만족과 따뜻한 마음을 느꼈는데, 마치 그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당시 어려서 잘 몰랐던 집의 가치보다 지금 현실적으로 느끼는 외모의 가치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렛미인이 더 와 닿기는 합니다만.. 내 집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던 시기라고 해도 일견 수긍이 가는 2000년대에 집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더니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하다고 비판도 하는 요즘 시대에 외모를 고쳐주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모습을 보니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흐흐



아무튼 제가 이러다 보니 어딜 가나 렛미인 얘기만 나오면 전 칭찬만 합니다. 한국 방송에서 가장 따뜻한,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회차마다 사람 하나씩 살리는 프로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거라고.. 심지어 나와서 떨어진 분들도 홍보를 위해서 공짜로 모셔가서 수술해주는 성형외과도 넘쳐나서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렛미인 짱짱.


그리고 여러분 관리하면 생깁니다. 렛미인처럼 페이스오프를 할 수 는 없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지금 내 모습보다 나아지면 나아질수록 없던 초록 불이 생기고 희미했던 초록 불이 선명해질 거에요.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