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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02 00:12:25
Name 요정 칼괴기
Subject [일반] 1885년 영국의 수단 침략- 개인이 어떻게 국가를 전쟁 상태로 끌어들이는가?
이 사건 자체가 한국에서는 참 마이너한 역사 부분인데 몇가지 알아보니 많을 걸 생각하게 해서 적어 봅니다.

통칭 마흐디 전쟁이라고 부르는 1881~1899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이루어진 수단인의 반이집트, 반영국 운동은
몇가지 이유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일단 이사건은 우리가 도식화하는 영국의 제국주의 정책에 의해 침략받은 수단인들이 일으킨 반제국운동이라는 정의는
틀리지도 않지만 반드시 맞지도 않는 이상한 원인에 의해 일어 났습니다.

기실 수단을 침략한 건 영국이 아닌 영국의 영향에 들어가기 전 이집트 정부였습니다.

나폴레옹이 물러난 후 오스만 중앙 정부와 힘 겨루기를 하며 이집트를 제국에 분리 시켜려는 총독 무하마드 알리는
1819년 고대로 부터 내려온 영유권을 근거 삼아 수단을 침략하게 됩니다.

이게 나중 이집트가 영국 식민화 되면서 점차 영국관료들과 군인들이 수단에 들어가긴 했지만 수단의 식민지 유지는
이집트 정부의 의지에 의한 것이지 반대로 당시 글래드스턴 영국본국 내각과 이집트 주제 영국관료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영국에게 수단은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 입니다.

하지만 영국이 사태 발생의 원인이 아닌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국은 이 전쟁 발생에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그건 바로 아주 선한 일인 [노예 무역 금지]이었습니다. 영국 정부가 해상을 통한 노예 무역을 금지시키자
영국의 영향권에 있었던 이집트 정부 역시 이를 금지시키게 됩니다.

문제는 수단에 사는 원주민 토호들이었는데 그들의 주 수입원은 바로 [노예무역]이었던 것입니다. 수입원이 끊기고
이집트 정부에서 이들에게 기존과 같은 세금을 물리자 이들의 분노는 하늘 끝까지 치솟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좋은 정책]이 국지적으로 [나쁜 정책]이 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이런 불만을 규합할 [아이돌] 같은 인물이 수단에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그는 무함마드 아흐매드- 기실 별거 없는 무슬림으로써 나름의 영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거 빼고는 별거 없었습니다.

그는 당시 유행했던 원리주의자였는데, 사실 그리 정상 같아 보이지 않는게 스스로를 [구세주](마흐디)로 믿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불만은 이런 어찌보면 사이비 교주 같은 인물을 중심으로 규합하기 시작했고
이집트 정부는 이런 그를 제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설픈 암살 계획은 대실패로 끝나고 이집트 군이 패주하면서
그는 수단의 전쟁 영웅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게 마흐디 전쟁의 시작이었습니다.


윌리엄 힉스, 힉스 파샤- 엘 오베이도 전투 후 참수당함

1883년 11월 이집트군은 본격적으로 그를 제거 하기 위해 만명의 병력을 영국인 힉스 파샤에게 딸려 보냈습니다.

하지만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이집트 군은 무함마드 아흐매드(이후 마흐디로 기술)하는 반란군(이후 마흐디 군으로 기술)의 매복에
걸려 힉스 파샤를 비롯한 병력 대부분이 전멸당하는 참사를 겪게 됩니다.(엘오베이도 전투)

그 이듬해 동부 수단에 주둔하는 발렌틴 베이커 장군이 이끄는 크루프포와 게를링 건으로 무장한  3500의 이집트 군이
다시금 마히디 군 장군 오스만 디그냐에게
겨우 1000명의 창으로 무장한 원주민들에게 학살당하는 전투를 다시 겪게 됩니다.(1차 엘 타브 전투)

사실상 이 상황에서 이집트군대는 수단을 유지할 능력이 없었고 글래드스턴 내각과 이집트내 영국 행정집단은 수단에서
후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앞서 말했듯 의미 없는 땅이니까 말이죠.

이는 영국 육군성도 마찬가지었습니다. 육군 총사령관 캠브리지 공도 이 전쟁에서 영국군을 직접 개입 시킬 생각은 없었습니다.
물론 이 시기에 이미 영국군은 수단에 있긴 했습니다. 베이커 장군이 패퇴한 후 중요 거점인 동부 수단 항구를 보호할 목적으로
영국군 4500명이 2차 엘 타브 전투에서 만명의 마흐디 군에게 승리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군사적 개입은 딱 이수준으로 그칠
예정이었습니다.

물론 정부 뜻대로 되었다면 말이죠. 여기에 한 인물이 수단 총독으로 임명되어 이런 철수 명령을 수행할 임무를 맡기 위해 천거
되었습니다. 그는 찰스 고든이라는 인물이었는데 중국사에 관심 있다면 기억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독교 신비주의자이자 괴팍한 성격을 가진 그는 태평천국의 난 당시 상승군을 이끌고 이 난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었습니다.
그덕에 그는 영국 정계와 대중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죠.  또한 몇년 전 이집트 정부와 충돌끝에 사임했지만 수단 총독으로
임명되었던 인물이라 현지 사정에도 밝았습니다.

그가 수단 총독에 오른다는 소식이 영국에 퍼지자 모두가 찬동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천거는 한 인물의 야심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는 영국 육군성의 부관감 가넷 울즐리 경. 당시 영국 육군 내에 자리 잡고 있던 두개 파벌 중 하나인 아산티회의 수장이었는데
다른 파벌의 수장 프리데릭 로버츠 경과 권력 다툼 중이었습니다. 문제는 울즐리가 주도를 했던 1차 보어 전쟁의 결과는 영국에
치욕적으로 끝났고 이걸 해결한 건 바로 로버츠...
비록 팔레스타인에서 어느 정도 이런 실패를 만회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와 그의 파벌은 상대 파벌에 대한 우위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울즐리에게 치욕과 같았던 1차 보어 전쟁 종전 회담.

이런 상황에서 수단 사태는 좋은 반격처였습니다. 그는 이를 적극 이용하기로 합니다.
그는 영국 지도층과 대중이 영국인이 지휘하는 이집트군의 대패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찰스 고든을 수단에 보내 사태 해결에 희망을 줍니다. 그리고 평소 자신과 친했던
고든이 어떤 성향이 알고 있었던 그는 고든이 본국의 명령을 무시하고 반란진압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태는 녹록하지 않을테고 고든은 위기에 빠질 것이었습니다. 대중은 인기 있는 고든을 구하자고 할 테고
자신은 기다렸다가 자신의 파벌을 이용하여 수단 파병을 밀어 붙입니다.
고든과 자신의 부하들이 지휘하는 영국군은 쉽게 야만적인 수단 반란군을 진압할 것이고 이집트령 수단은 영국령 수단이
될 것입니다. 만약 이런 결과를 이끌어 낸다면 로버츠를 이기고 자신의 파벌이 영국군 육군내에서 주도적인 입장이 될 터였습니다.

한마디로 고든은 영국군 파병을 위한 인계철선과 같은 것으로 내각이 반대하는 정책을 달성시키기 위한 한 정치 장교의 훌륭한
도구였던 거죠. 물론 울즐리는 친구 고든을 죽게 만들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어찌보면 친구에게 새로운 영광을 주기 위해 끌어들
인 것에 가까웠죠.

그리고 1885년 고든은 수단으로 떠났고, 그 결과는 수많은 책에 회자된 것과 같습니다.


수단에 도착한 고든


고든의 최후

이 사례는 정책결정자도 아닌 일인이 어떻게 하여 전쟁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쟁의 대부분은 이런 욕망과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덧붙임: 관련 전쟁은 앞으로 몇차례 주제별로 글을 쓸 예정입니다. 단지 기약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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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체프
14/05/02 00:38
수정 아이콘
오! 많이 기대되는 글입니다. 마흐디 반란이라고 불리는 사건 맞죠? 조커 역할로 유명한 히스레저가 출연한 네 개의 깃털이라는 영화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市民 OUTIS
14/05/02 07:30
수정 아이콘
쓸 예정인데 기약이 없다니... 협박이군요.
그럼 기대한다는 구걸로 응대합니다.
lupin188
14/05/02 11:23
수정 아이콘
2부를 간절히 원합니다!!!
노름꾼
14/05/02 11:23
수정 아이콘
인상적인 프롤로그입니다
Siriuslee
14/05/02 11:25
수정 아이콘
궁금해서 찾아보는데 너무 힘들어요.

빨리 결론을 써주세요
문정동김씨
14/05/02 13:13
수정 아이콘
재밋습니다!
14/05/02 18:09
수정 아이콘
기약이 없다니..기약이 없다니..
wish buRn
14/05/02 18:59
수정 아이콘
어후.. 절단신공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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