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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03 19:26:14
Name 오리꽥
Subject [일반]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안녕하세요. 회원님들. 무...무겁다고 표현되는 자게에 처음으로 쓰는 글인듯합니다.

저는 이곳 피지알을 디씨에서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디씨는 복갤에서 주로 서식했었고요. 복싱갤러리입니다.
그러다가 주식에 관심을 가질 땐 주갤, 자전거에 관심을 가질 땐 자갤, 무협에 관심을 가질 땐 무갤.
마음의 평화를 갖고 싶을땐 식물갤러리를 갔었지요.
어느날도 디씨에서 이것저것 빠른 리젠글을 훑어보다가 누군가가 식물갤러리처럼 청정지역이 또 있냐는 질문에
소개한 곳이 피지알이었고 그 뒤로 전 디씨를 끊고 피지알로 서식지를 옮겼습니다.
글쓰기 유예기간과 반말사용금지, 이모티콘 사용금지(근데 이건 잘못알고 있었나보네요....)와
읽기 좋은 글들이 많아 거의 매일 눈팅을 하며 가끔 질문을 하고있었습니다.
게임은 스타1만 해보고 롤은 안해봐서 질문게시판과 유머게시판과 자유게시판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상 간단한 소개를 하고 오늘 제가 쓰고 싶은 글의 주제는 '세상에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란 제 평소의 생각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을 때는 이등병때였습니다. 밀레니엄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고 99년 12월에 전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군대를 갔었지요. 그리고 나온 백일휴가때 사회로 나와 처음 느낀 생각은 주변의 남자들이 굉장히 대단해보였습니다.
아... 내 주위에서 스쳐지나가는 이 모르는 남자들은(저보다 나이가 많은) 모두 군대를 제대한 자들 아닌가!
그때의 제 군인이라는 신분에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분들에 대한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혹시 몰라 덧붙입니다. 그때의 제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내무생활이 어려웠던 이등병의 저에게는 주위의 남자들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고 이 생각은 제가 군생활을 할 때 힘들때마다
가졌던 생각 중 하나였습니다. 나도 전역하면 누군가에겐 대단한 사람이 되겠구나. 후후후.

그리고 두번째로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던 때는
제 첫 자가용을 사려고 했을때였습니다. 제대를 하고 운좋게 교수님 추천으로 졸업반 때 입사를 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취업활동을 하며 느꼈었겠지요. 취업과정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느껴 취업활동에 힘들어하는 분들께는
왠지 모를 죄송스러움마저 느끼기도 합니다. 물론 취업을 위해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대학생활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던 중, 여러모로 자가용의 필요성이 생겨 차를 구하려고 한동안 알아보다가 어느날 회사 앞의 큰 사거리를
건너다가 '이 도로위에 있는 수많은 차들과 간간이 보이는 엄청난 외제차들을 가진 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군'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그때의 저에겐 전역자들보다 차를 가진 사람들이 더 대단해보이더군요. 그렇게 저는 모닝을 사서 어머니와
동생을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너무나도 불편한 아버지의 성묘를 다녀오며 참으로 뿌듯해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치열하게 삶을 살다가 요즘 강하게 든 세번째의 같은 감정은 바로 이것입니다.
신혼집을 구하기 시작한지 약 5개월정도 되는데 사무실창문으로(사무실이 13층입니다) 보이는 이 수많은 집들...
이 수많은 집들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전세나 월세로도 살고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대단해보였습니다.
그들의 속사정은 알 길이 없으나 집을 구하면서 몇번이나 좌절하고 힘들어하던 저에게는 그냥 집안에서 생활하는
모습만으로도 참으로 대단해 보입니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이런 감정은 많이 느끼겠지요. 던전 입구를 향해가는 마음으로 힘들게 준비하며 결혼식장에 들어가거나
육아활동을 하고 아둥바둥 인생을 살면서말이지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며 모두가 아름답게 지구평화를
이룩하며 살기는 어렵겠지만, 내가 힘들어 하거나 어려운 현실 앞에 힘들어할 때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겨내고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면 조금의 위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썼습니다.

조금은 감성적으로 쓴 글이지만, 감성적으로 변하는 저녁시간이 되니 어쩔 수 없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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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3 19:31
수정 아이콘
흔히 말하는 평범하게 산다는게 이렇게 어려울줄은...
커피보다홍차
14/03/03 19:38
수정 아이콘
평범하게, 어렵네요. 힘냅시다!
9th_avenue
14/03/03 19:38
수정 아이콘
우와~제가 느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네요.
오른발의긱스
14/03/03 19:44
수정 아이콘
결혼하고 아들이 막 돌이 지났습니다.

세상에 모든 부모님들이 저에게 대단해 보이던군요
14/03/03 19:52
수정 아이콘
어렵사리 빛을 내서 중고차 마티즈 한대를 구매하니까 도로에 지나가는 차들을 보고 있자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Aneurysm
14/03/03 19:59
수정 아이콘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들이
믿을수 없을만큼 정말 대단하죠.
그렇게 가난하고 힘든환경에서
여러명의 자식들을 키워내셨으니.
사견으로는
우리도 우리나름대로의 고충과 힘든점이
있겠습니다만 부모님 세대에 비하자면
솔직히 그래도 편하게 커왔다고 생각합니다
오리꽥
14/03/03 20:09
수정 아이콘
댓글 달아주신분들 감사합니다.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반갑네요. 하하하...
부모님에게 느끼는 감정은 존경입니다. 어느날부턴가 자연스럽게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됐어요.
Siriuslee
14/03/03 20:17
수정 아이콘
중학생일때부터 제 목표가 평범하게 살자 였죠.

그런데 여전히 어렵습니다.
14/03/03 20:22
수정 아이콘
저는 지금도 제 목표가 평범하게 살려고하는겁니다. 어릴 때 넥타이를 하고 양복을 입으신 분들을 볼 때는 몰랐는데 차츰 커가면서 그게 얼마나 대단한일인지를 알게되더라구요.(물론 그런 복장을 입지않으셨더라도 일을 가지고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제게 지금 대단한 사람들은 어느곳이든 직장을 가진 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옥철을 경험하면서라도 직장을 가지고 출근을 해서 번 돈으로 나의 일상과 나와 함께할 누군가를 위해 쓸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여전히 노력하는중입니다.
14/03/03 20:25
수정 아이콘
죽도록 노력해야 겨우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가게 되면,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중학교 때 죽어라 공부해서 명문 고등학교에 가고, 고등학교 때 밤낮없이 죽어라 공부해서 그래도 좀 괜찮다는 대학에 오고, 대학에서도 (초반엔 좀 놀았지만) 후반에는 피눈물을 쏟으며 노력해서 그래도 좀 이름 들어본 회사에 입사했는데... 겨우 평범할 뿐입니다.
꽃보다할배
14/03/03 20:32
수정 아이콘
집구하고 결혼하고 애 크고 애가 평범하게 최소한 나를 닮아서 보통은 넘고 그 애 취업해서 결혼해서 손주도 돌봐봐야 평범한 인생인데 그땐 무덤에 가야죠 무덤도 병없이 심장마비로 죽어서 가야 평범하죠 결국 병 없이 자식들 품에서 죽는 사람이 제일 부럽게 느껴지면 인생 꽤 살아본거겠죠
14/03/03 20:34
수정 아이콘
수신까지는 어찌어찌 해도 제가는 진짜 어려운 이야기죠.

특히나 자식농사는 우주 제일의 인간이라도 어떻게 안되는지라... (워해머 40000K를 봐도.. 안습의 황제...)
꽃보다할배
14/03/03 20:39
수정 아이콘
그러니 대통령보다 어려운게 평범하게 살다가 가는거겠죠 대통령도 병과 자식은 어쩔수가...
오리꽥
14/03/03 20:29
수정 아이콘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결코 평범하지가 않다는 말로도 풀이된다는게 참 아이러니 하네요. 모두 힘내십쇼~!
14/03/03 20:37
수정 아이콘
전 훈련소에 있을때 자주 한 생각이
(나보다 먼저 입대한)내 친구들이 정말 대단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다 얼빠진놈들로 보였는데 이걸 다 견뎌냈구나 하고 말이죠.
물론 금마들도 다 한건데 하면서 힘을 얻기도 하고요. 흐흐
14/03/03 21:09
수정 아이콘
오리꽥님의 겸손함이 저에게 평소에 달지 않는 댓글을 달게 하네요.

저도 제 주변과 일상을 경이롭고 대단하게 여긴다면 저에게도 더욱 행복한일이 있지 않을까 반성해봅니다.
Amor fati
14/03/03 21:44
수정 아이콘
다들 한 번씩은 해봤던 생각일거 같네요. 그래서 공감도 많이 되고.. 추천드립니다.
오리꽥
14/03/03 23:46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의 공감 덕분에 퇴근하고 모처럼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켈로그김
14/03/04 10:45
수정 아이콘
공감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기계새
14/03/04 12:30
수정 아이콘
군대부터 완벽히 저의 심정과 같네요. 혼자라는 느낌이 좀 사라지는것 같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리꽥
14/03/04 14:20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과 인사에 저도 허리가 숙여지네요...
2막3장
14/03/05 09:20
수정 아이콘
듣고보니 과연... 그런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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