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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24 22:12:18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대의멸친(怼劓滅親) ⑧ 토사구팽


육손.

육손이 가진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육손은 오의 명문 대호족인 육씨가문의 리더였고, 손책의 사위이자 손권의 조카사위였고, 오의 군권을 쥔 대도독에 재상이기도 한 승상을 겸임하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제 2 도읍이라고 하는 무창을 지키고 있었고 형주에 관한 모든 일을 관장하고 있었습니다.

전종이 손패파에 아들들을 참여시켰을 때 편지를 보내 경고한 것도, 육손이 전종의 상관인 점도 있지만, 항렬이나 친족관계 상 육손이 전종보다 훨씬 웃어른인 점도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전종에게 경고한 것은 친척 어른이 친척들 간 분쟁의 여지를 만들지 말라고 전종을 타이른 것일 수 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육손의 위상에서 정말 대단한 것은 촉오전쟁 시기에 위협에 빠져있던 오를 구해냈다는 점이었습니다. 연의에서에서는 유비가 75만이라는 대군을 몰고와서 오가 넘어갈 것 처럼 보였지만 실제 정사에서는 5만 정도의 군사를 이끌고 왔지만 남방의 오계만이들과 유비파 인사들의 지지때문에 오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보즐과 반준이 형남의 오계만이들과 반란군을 진압하는데 성공하지만 이는 육손이 유비를 격파한 이후 반오 세력이 약화된 뒤에 성공한 것이지, 형남의 상황은 이들이 그냥 겨우겨우 막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촉오전쟁의 일등공신은 육손이라 할만 했죠.

손패파 입장에서는 육손을 제거해야만 했습니다. 장휴와 고담을 전공 위조라는 모략으로 제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만 장휴의 아버지 장소와 고담의 할아버지 고옹은 손권과 국정에서 대립하기도 했었고, 장소의 경우 적벽대전에서 항복파의 거두로 있으면서 손권과의 사이가 소원해지기도 했고 워낙에 고집이 강했던 장소의 경우는 손권과의 대립이 극심해 서로 보기 싫어서 장소의 집 대문을 서로 흙으로 봉해버리기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육손은 달랐습니다.

육손이 명문 육가의 가주였지만 육손의 할아버지인 육강의 대에 손책에 의해 가문이 엎어졌었고, 그것을 되살린 것은 오로지 육손의 힘이었습니다. 거기에 전임 대도독인 여몽의 지원, 그리고 손책의 사위라는(손책은 직접적으로 그를 사위삼진 않았습니다만, 손책의 사위라는 점은 무시하지 못하죠.)황실 가계와 연결된 위치, 어느 누구도 도전하지 못하는 전공 등은 육손을 숙청하기엔 부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육손이라는 몸통을 잘라내기 전에 장휴와 고담을 제거한 이상 이 기회를 틈타야 했습니다.

그 시작은 육손이 곧 패망할거라 여겼던 양축이었습니다.

양축은 먼저 20여 가지 이유를 들어서 육손을 공격합니다. 이것을 믿은 손권은 승상으로서 건업에 와있던 육손을 다시 무창으로 쫓아내 버립니다. 손권 역시도 대호족이자 승상, 대도독이기도 했고 나라를 구했던 육손을 함부로 숙청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육손이 무창으로 가자 태자태부 오찬은 손권에게 적서 구분을 확실히 하여 손패를 하구로 내보내 국경을 지키게 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손권은 이 의견을 무시하죠.

오찬은 무창으로 쫓겨난 육손에게 서신을 보내 상황을 알립니다. 이를 통해 육손은 계속 손권에게 상소를 올려 손화를 지키려 하죠. 손패와 양축은 동시에 오찬을 공격합니다. 이에 손권은 오찬을 가둔 뒤에 죽여버립니다.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자 손패파는 환호성을 올립니다. 손화는 자신을 지켜주던 주변 인사들이 모두 숙청되어 유배되거나 건업에서 쫓겨나거나 심지어는 죽기까지 하자 굉장히 불안해 하죠. 기세가 오른 손패는 양축, 오안, 손기, 전기와 함께 손화를 죽이려는 계획까지 세웁니다.

손권은 양축을 만나는 자리에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물린 뒤에 손패에 재능에 관해 담화를 나눕니다. 양축은 손패가 문무 양면에 자질이 우수하니 마땅히 태자로 삼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죠. 손권은 양축의 말을 듣고 손패를 태자로 세우기로 약속합니다.

그런데 측근 한명이 평상 밑에 엎드려 있다가 이 말을 모두 듣게 됩니다. 이 사람은 모든 말을 손화에게 알리죠. 주변 측근들이 모두 숙청되어있고, 힘이 될 육손은 무창으로 간 상황. 마침 육개의 동생인 육윤이 손화에게 인사를 하러 오자, 손화는 미복으로 갈아입고 육윤의 수레에 올라서 모든 상황을 말하고 해결책을 묻습니다. 육윤은 이를 친척인 육손에게 알리고 크게 놀란 육손은 표를 올려 간언하게 하죠.

양축과의 밀담이 새어나가자 화가난 손권은 양축이 이 사실을 누설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추궁합니다만, 양축은 이를 부인합니다. 양축은 육윤이 무창으로 갔으니 육윤이 몰래 이를 알아냈다고 주장했고, 손권은 육손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고 추궁하자 육손은 육윤이 알려주었다고 말합니다.

격노한 손권은 육윤을 잡아들여 고문을 가하죠. 만일 사실대로 말하면 손화가 피해를 볼 상황. 육윤은 기지를 발휘합니다.

육윤 : 양축이 저한테 말한건데요?

육윤의 말에 양축은 다시 감옥에 갇히고 고문을 당합니다. 뭐 항상 간신들은 자신이 고통을 당하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잔머리를 쓰게 되는 법.

양축 : 제가 말했어요!
손권 : 내가 처음에 양축 이 자슥이 이럴거라 생각했거든!

그리고 양축은 끌려나가 처형당합니다. 육윤은 풀려난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형양독군도위가 되죠. 양축의 형 양목은 육손의 조언을 따라 그와 절연하고 그를 말렸기 때문에 일족이 멸족당하지 않고 양목이 유배되는 것으로 일이 끝납니다.

손권은 슬슬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바로 육손에게 말이죠. 매번 육손이 상소를 올려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으니까요. 손권은 무창으로 쫓아낸 육손에게 계속 사자를 보내서 그를 질책합니다.

육손은 이러한 사자들을 만나면서 기가찼던지 홧병으로 세상을 뜹니다. 그의 나이 60세의 일입니다.

육손이 죽을때 아들인 육항은 20살의 나이었고 건무교위가 되어 육손의 병사 5천을 이끕니다.



육항은 아버지의 시신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면서 손권을 만나 은혜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손권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축이 고발한 육손의 죄 20여가지를 가지고 육항을 문책합니다. 이것에 그치지 않고 육가의 빈객들의 왕래를 금지시키고 환관을 보내 육항까지 힐문합니다.

이건 아예 장례를 치르는데 조문객마저 받지 말라는 말과 똑같습니다. 일견 화가 날 만 했지만 육항은 손권의 힐문에 조리있게 대답하죠.

245년 7월 정서장군 구강태수 외부독 마무라는 사람이 부절령 주정과 무난독 우흠, 아문장군 주지와 공모해 원중에서 사냥을 하던 손권을 죽이고 건업을 점령한 후 위에 항복하려는 모반사건이 발각되어 처형당합니다. 마무는 원래 회남의 종리군 태수였는데 왕릉에 의해 파면당하자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하면서 오로 항복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육손이 이렇게 죽자 손권은 주연을 대도독에 보즐을 승상으로 삼습니다.

자 손패는 이제 자신이 태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양축이 자신만 죽기는 아까웠던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서였는지 손화를 위해하려한 계획을 모두 말해버렸던 모양입니다. 양축의 시신은 강물에 던져버렸고 손패를 따르던 전기, 오안, 손기는 처형되었으며 손패는 250년 8월에 손권의 명으로 자살하게 됩니다.

손패의 자식들도 끝이 좋지 못했습니다. 손패에게는 손기와 손일이 있었는데 손기는 오후, 손일은 완릉후가 됩니다. 손기는 나중에 황제의 말을 훔쳐탔다가 발각되어 투옥되었는데 손패가 일찍 죽었다 하여 죽지는 않고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실상 유폐형에 처해졌고, 손화의 아들인 손호가 즉위하자 손기와 손일의 작위와 봉토는 삭감되고 회계군 오상현으로 유배됩니다.

손패가 죽고 손패파들이 처벌을 받으면서 손화는 다시 위치에 위협이 없어진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손화가 폐해지고 궁궐에 유폐됩니다.

도대체 왜?????????????????

뱀발. 대의멸친도 이제 앞으로 한두편으로 끝낼 생각입니다. 정말 글 쓰면서 지우다 쓰다 많이 했는데 이번편은 정말 성질나서 글 엎은게 한두번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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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오스
13/07/24 22:18
수정 아이콘
아이고 육손... 손권은 사람들을 다죽이는군요. 어후...
Liberalist
13/07/24 22:23
수정 아이콘
손권은 한무제, 건륭제 과의 마이너 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년에 노망이 나도 단단히 났죠.
한무제와는 후계 구도를 자기 손으로 망가뜨려 결국에는 망국으로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요.(여태자 사건 꽤 유명하죠? 흐흐;;)

저 때 육손이 죽지 않고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나름 특급 유망주인 제갈각이 그리 망가지지도 않았을거고(육손이 제어했다는 가정 하에),
손준, 손침 같은 막 나가는 인간들이 권력을 잡지도 않았겠죠. 육손 앞에서는 손준, 손침 같은 방계 황족 따위가 함부로 나대지 못했을테니;;
그런 의미에서 손권은 제리 소리를 들으며 까여도 모자르지 않다고 봅니다. 쩝, 너무 결과론인가요?
후추통
13/07/24 23:28
수정 아이콘
마이너 버전이라....전 마이너 버전이 아니라 다 똑같은 인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차후 이 일에 대한 건 계속 제가 언급할 겁니다.
Liberalist
13/07/24 23:29
수정 아이콘
아, 제가 마이너 버전이라고 한 것은 막장도가 아니라 한 업적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어쨌든 한무제나 건륭제는 가시적인 뭔가를 이루기라도 했으니까요. 손권은 합비에서 꼴아박았을 뿐이었지만;;
막장도는 한무제나 건륭제나 손권이나 거기서 거기죠. 흐흐;;
NexenHeroes
13/07/24 22:34
수정 아이콘
이문열 삼국지+코에이 삼국지 게임으로 얕게 삼국지를 배워서 손권은 좋은 수성군주라는 이미지로 알고 있었는데

왜 삼국지 관련 글만 보면 손권이 그렇게 욕을 먹는지 조금 이해가 되네요.. 허허;
후추통
13/07/24 23:29
수정 아이콘
내가 지켰으니 말아먹는 것도 내가 하겠다! by 손제리
13/07/24 23:16
수정 아이콘
육손이 그냥 순순히(...?) 죽어서 망정이지 저정도면 반란도 생각해볼만한 상황이었네요.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제거하려 든다고 볼수도 있는 상황이니. 사마의가 떠올라요
WindRhapsody
13/07/24 23:28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도대체 왜? 라는 말 밖에 안 나오네요.
13/07/24 23:47
수정 아이콘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는 아마도 다음 편에 나올 것 같고... (원소나 유표나 손권이나...)

뭐 결론적으론 손화 - 손호가 2-3대 황제가 되나 중간에 돌고 돌아 손호가 되나...
Liberalist
13/07/24 23:55
수정 아이콘
손화는 손준에게 살해당해서 이른 나이에 죽었으니, 손화가 정상적으로 황제가 되었다면 손호도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흐흐;;

손화 자체는 나름대로 괜찮은 황제가 되었을 자질이 충분히 있는 인물이었다고 봐서;;
13/07/25 00:00
수정 아이콘
그럴려면 건덕지는 남겨뒀어야 하는데 웃기게도 손패파의 대가리인 전씨 일가와 방계혈족은 다 살려뒀고 손화파는 싸그리 잡아버렸으니...;;

반대상황이었다면 꾸려갈 여지는 있었다고 봅니다.
긴토키
13/07/25 01:06
수정 아이콘
손제리 나쁜놈 ㅜㅜ 아 육손 ㅜㅜ
13/07/25 09:45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육항이 나왔군요 ㅜㅜ.. 후 나쁜 손제리..
산적왕루피
13/07/25 09:52
수정 아이콘
후추통님 글만 보며 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지 마셔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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