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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08 22:38:24
Name ㅇㅇ/
Subject [일반] ㅇㅇ/의 독백(19) - 허물을 벗어낸 희망의 발걸음
과거의 허물을 지고 가는 사람은 현실을 무겁게 살아간다

무거워 축 쳐진 어께, 답답해 꽉 막힌 가슴에

그 무엇 하나로도 벗기 힘든 크나큰 고통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과거가 짓누르는 현실

그보다 무거운 짐이 세상에 있을까

튼튼한 다리보다 더 강한 인간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그 짐을

벗어버리는 것만큼 힘든 일이 세상에 있을까

영영 지워질것 같지 않은 흔적들을 크게 남겨두고서

새로운 색을 종이 위에 칠하는 것은 가능할 것인가



인간이 하릴없이 깊은 나락의 인생의 골을 발견하게 되면

게다가 그 골을 영영 기어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면

만성 우울증에 걸려 항상 삶을 무기력하게 살아가곤 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웃다가도 속으로 항상 쓰라리고

겉으로는 신나다가도 속으로는 항상 답답하고

좀처럼 숨기지 못하는 사람은 삶의 태도에 뭍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괜찮아 괜찮아를 연발하며

올라갈 윗길은 보지 않고 떨어지는 아랫길만 바라보며

도저히 잡을 수 없을것 같은 희망의 끈은 잡지를 않는다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을까?

그 끈을 찾을 수 있을까?

인생의 무거운 허물은 한꺼풀씩 벗어내야 다 벗어낼 수 있다면

오랜 시간동안 무겁게 나를 짓눌러온 석화된 껍질들은 어떻게 벗어낼 수 있을까?

인간의 노력이 과거를 이겨낼 수 있을까

그 고통을 감내할 만큼 내 인생의 그릇은 관대한가

이런 궁금증들을 늘여갈 수록 바닥만을 보게되는건 당연하기도 하다

아니 어찌보면 더이상 고개를 들어버릴 수 없다

그 슬픔 그 아픔

과거의 허물들이 만들어낸 그 고통은

영영 자신에게 희망을 찾을 기회조차 주지를 않는다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희망의 발걸음은 어디부터 시작되는가



인생을 곰곰히 지나가보면

인생을 곰곰히 돌이켜보면

우리는 아주 간단한 진리 하나를 얻게 된다



지나고 나면 아무일도 아니었다는 것을



사람이 겪게되는 무서운 좌절은

그 좌절의 현실이 진정될때 쯤이 되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되어버리곤 한다

죽을만큼 슬픈 일들, 죽을만큼 아픈 일들

결국 그 과정이 어찌되었든 지나고나면

지금의 나는 아무런 흠집없이 이대로의 나 그대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새로운 나 변화한 나가 될지 언정 파멸한 나 붕괴된 나는 되지 않는다

인간이 감당해 낼 수 있는 인내와 고통, 그 모든것들은 지나고 나면

자연스래 내성이 생기고 기억이 남게 되며 산물을 얻게 된다

과거의 결과가 지금의 나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본질의 나는 여전히 이 인생속을 살고 있다

아픔을 아는 나는 슬픔을 아는 나는

이 아픔과 슬픔이 지나고 나면

다시 그냥 그렇게 살아오고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나로

다시 남아 존재한다



과거가 나를 죽을듯이 누르고 있어도

그 허물은 누가 벗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지게 될 허물이다

과거는 과거일뿐, 진리로 남진 않는다

트라우마는 사람을 잠시 헛돌게 할뿐 본질을 바꿔버리진 못한다

그 헛돌게 된 내 모습이 다시 멀쩡하게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그 슬픔이 내 인생을 결코 짓누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도 있다

그냥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나는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성숙한 내가 되게 될 것이다

단지 그뿐



인간을 파멸로 몰아갈 슬픔은 존재하지 않는다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는 인간이 스스로를 파멸시킬 뿐이다

존재하는 내가 당당히 인생의 중심에 서있다면

온갖 일들로 변화하는 것은 내 주변의 것들 뿐이다

나를 이리저리 흔들고 때리고 상처내는 수많은 주변의 것들에

잠시 슬프고 잠시 힘들고 잠시 고통받아 신음소리를 낼 지 언정

이 모든것들이 지나고 나면 나는 그 일들을 겪고난 인생의 경력자가 되어 있다



그 미래를 안다면 희망을 버릴 이유가 없다

희망은 기다리고만 있으면 다가오는 것일 뿐이다

한순간 한순간을 충실히 살아가고만 있으면

결국 스스로 원하는 희망은 조용히 돌아오곤 하는 법이다

모든 희망을 죽기전까지 다 얻을 수 있지는 않겠지만

그 희망을 이루진 못할지언정 절망으로 도리어 나에게 돌아오는 법은 절대 없다



인간은 희망을 이루지 못해 절망할뿐

인간을 파멸시키도록 절망이 찾아오는 법은 없다

단지 환경이 변하할뿐 단지 사건이 일어날뿐

슬픔과 아픔과 고통이 나를 흔들고 있을뿐

끝까지 내가 내 인생에 위치를 서 있게만 된다면

나는 결국 다시 그 자리에로 다시 돌아와 있게 된다

그러면 다시 또다른 희망을 찾아낼 수 있다



인생의 허물은 평생 지고가야 할 짐이 아닌

나를 잠시 괴롭히고 있는 것일 뿐이다

힘들고 괴로운 이 순간들을 조용히 혹은 정신없이 지내고 나면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리 짧지도 않은 당신의 인생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는 그 날은 분명 돌아온다

그때에 과거를 뒤돌아 보며 그때는 그랬었지

이제는 좀 더 성숙한 내가 되어야지 그렇게 넘겨버리고 나면

조용히 새로운 희망을 찾아 한걸음 더 움직일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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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슬퍼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슬퍼하면서 파멸하면은 안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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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타일
08/02/09 17:55
수정 아이콘
글 잘 읽고있습니다^^
항상 조회수가 적어서 아쉬움이 컸는데
이렇게나마 댓글로 응원합니다

p.s. 닉네임과 함께 응원하려 댓글을 길게 적었었는데
자음어 사용 불가와 함께 다 날라가버렸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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