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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31 01:35:19
Name 애패는 엄마
Subject [일반] 신세계에 대한 비판, 무간도 1+2 합본 (미리니름 주의)
늦게 신세계를 보았습니다. 호평을 많이 들어 기대하기도 하였고 좀비물이나 호러, SF물도 좋아하지만
대부, 무간도 등 어지간한 느와르물도 DVD를 소장하고 미친듯이 돌려볼 정도로 느와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지라 기대하고 보았습니다.

확실히 영화 틀, 데코럼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잘 짜여져 있고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탁월했습니다.
특히나 밋밋할 수 있는 역을 잘 살려낸 박성웅씨의 연기에 극찬을 그리고 이정재씨의 연기도 무난했구요.

하지만 장르가 비록 클리셰나 설정들이 무수히 존재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기에는 기시감이 너무나도 느껴지더군요
특히나 무간도의 향이 너무도 진했습니다. pgr에서도 신세계에  대한 평이 올라왔고 Eternity님 글 타래에 무간도와 다르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다르다는 근거들을 읽어보니 무간도 2를 보지 못했거나 혹은 봤더라도 여러번 본 건 아닌거 같습니다. 무간도와 다르다고 말씀하시는 근거로 드는 잠입 경찰이 2명이거나 보스로 올라서는 데 일어나는 일들은 무간도 2에 그대로 나왔거든요. 볼수록 무간도보다는 대부의 향이 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의 말도 동감합니다. 무간도2는 무간도에 비해 대부의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따라서 무간도 2가 무간도에 비해 조금 아쉽게 평 받는 이유 중 하나죠. 그런데 무간도2는 대부 시리즈의 몇가지 설정을 가지고 변주를 했다면 신세계는 변주라기보다는 무간도2의 전체 설정을 그대로 들고 온 느낌입니다. 따라서 대부를 봤다면 변주라고 느낄 수 있지만 무간도 시리즈 팬이라면 기시감이 더욱 느껴질 거라고 봅니다.

조직원이면서 경찰인 이자성이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면서 따르는 상황에서 성향은 양조위보다는 유덕화에 가깝게 그려집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생활을 이젠 내려놓고 벗어나고 싶어하죠. 그리고 안정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도 있구요. 그러면서 양조위가 정신과 의사와 나누는 정신적 교감을 이자성은 바둑 선생과 나눕니다. 그리고 그들의 형이나 의형으로 나오는 예영효와 정청은 자기 식구에 따뜻하면서 외부에는 차가운 그리고 조직에 대한 의리도 존재하면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타납니다. 그러는 와중에 조직의 위기가 발생하고 벗어나고 싶은 양 영화의 주인공들은 어쩔 수 없이 더욱 깊숙이 개입하게 되죠. 그리고 예영효와 정청은 형제인 양조위와 이자성에게 미래를 보는지 자신의 대타를 맡기기도 합니다. 조직이 흔들리면서 세력 다툼을 벌입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개입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를 짜고 싶어하죠. 경찰이 원하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로 흔들면서 바지 사장을 앉힙니다. 무간도는 증지위를 신세계는 장이사를 앉히고 싶어하죠. 그러는 과정에 경찰에 놀아나는 조직원들과 의리를 지키고 싶지만 잘 안되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 비밀의 누출을 알아챈 무간도의 예영효와 신세계의 장청은 그 문제점을 파악하려고 하고 알아챕니다. 그리고 이자성과 양조위가 범인인 걸 알지만 한쪽은 형제이고 한쪽은 의형제이기에 그들을 직접 처단하지 못하고 대신 심복이자 믿음직해 보였던 부하도 또한 각기 경찰들이었기에 그들을 처단하죠. 그리고 예영효와 정청은 경찰의 작전에 의해 조직 분열로 오히려 죽고 맙니다. 이러한 죽는 순간까지 그들은 이자성과 양조위의 비밀을 지키려고 합니다. 경찰은 나름 완벽한 시나리오를 짰지만 조직에 의해 완벽하게 실패하게 되고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1인 독재하의 완벽한 조직 건설 계기를 오히려 제공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동시다발적으로 제거되어가는 건 무간도 2와 신세계를 언급하기엔 대부와 저수지의 개들도 있습니다 )원래 좌지우지하기 위해 경찰의 시나리오상 실질적 1인자로 만들려고 했지만 역으로 경찰과 적대적인 조직의 진정한 1인자가 되는 증지위와 이자성의 조직이 탄생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간도의 육국장과 신세계의 강팀장, 국장등 경찰의 책임자는 죽고 이는 영화 전체의 각성 계기가 되죠. 제가 기억에 의존해 써도 이정도인데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본다면 더욱 많이 찾아낼거라고 장담합니다.

이 영화가 다르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성향과 선택일겁니다.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잘 안되었던 무간도에 비해 신세계의 인물은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동화가 잘됩니다. 사실 이상적이었던 양조위와 달리 유덕화와 양조위의 모습이 동시에 존재했던 양조위라고 할까요. 무간도 2의 주인공이 가족에게 정을 느끼고 선택하면서 상황이 좀 더 극단적인 모습이 신세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선택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영화로 볼지는 의문입니다. 마치 스타워즈와 똑같은 설정을 가졌는데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스베이더인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아버지임을 깨닫고 모략과 혈육의 정에 감복되어 다른 선택을 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스타워즈랑 다른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러한 주인공의 성격 차이 장면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는 것이 접선 장면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간도는 양조위가 벗어나고 싶어하고 정을 느끼지만 이상을 꿈꾸는 인물답게 하늘이 푸르고 공간이 트인 옥상에서 만난다면 이자상은 영향을 잘 받고 흔들리며 점차적으로 이러한 선택을 암시하듯이 가장 어둠침침하고 물고기가 잡히지도 않을 구정물에 낚이지 않는 낚시를 하는 장소에서 만나죠.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광해와 의뢰인이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가 가져다 쓴 설정은 광해, 의뢰인이 데이브, 보스턴 리갈+링컨차를 타는 변호인이 비해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이런 것들은 흔한 설정에 불과하거나 벗어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하지만 신세계를 본 느낌은 무간도 1+2편의 이야기를 섞어서 본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선 영화들이 이정도로 가져다 쓸 거면 판권 문제를 해결하는게 올바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전 야후가 고등학생 앱을 거액에 가져단 쓴 기사를 보고 우리나라 네xx등의 회사라면 그냥 비슷하게 만들텐데라는 댓글을 봐서 더욱 그렇게 생각할 걸지도 모릅니다. 감독의 인터뷰도 보니 사실 중국의 느낌을 많이 가져다온 느낌이라 한국형 느와르라기보다는 한국의 홍콩형 느와르인 거 같습니다. 물론 연변 거지들이나 몇가지 설정들은 현재 소문들을 차용해 재밌긴 했지만 역시 황해가 떠오르긴 합니다. 하지만 이정도는 변주로 인정해줄만 합니다.

만듦새가 좋은 영화고 특히나 배우들의 연기는 절정에 다른 영화지만 새로운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기에는 무간도의 설정을 과도하게 끌어 썼다고 보고 한국형 느와르에 대한 감탄은 없었다는 것이 제 평입니다. 여담으로 사실 가장 놀라운 한국형 느와르는 범죄와의 전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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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3/03/31 01:52
수정 아이콘
오늘 제 친구도 늦게나마 신세계를 봤다고 하던데 흐흐
그래도 분명히 어디선가 보긴 봤던 에피소드들로만 영화를 만든 광해보다는 낫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전에 신세계를 리뷰했는데 짧게 정리하자면
제목은 신세계인데 신세계는 없었죠.
분명히 재미는 있는데...... 근데 그 이상의 무엇이 전혀 없죠.

저도 최근의 한국 느와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범죄와의 전쟁이었습니다.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데
최익현이 빵에갇힌 형배 꺼내줄려고 혈연 이용해서 검사하나를 만나는데
소개할 때 멘트가
"니 아부지, 그러니깐 내 형님의 9촌의 할아버지의 손자 되시는 분이다"
이걸 진지하게 말하는데 들으면서 웃어야 되나 울어야 되나 싶더라구요;;;

신세계는 훗날의 평가가 박할거라고 예상됩니다.
그에 반해 범죄와의 전쟁은 훗날의 평가가 정말 기대되는 작품이구요.
애패는 엄마
13/03/31 01:57
수정 아이콘
저도 후에는 범죄와의 전쟁 평가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보는데
신세계는 3부작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갈릴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부작이나 만들면 1부작의 유사 문제점이 묻힐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새롭거나 무언가를 구축하거나 시도하거나 등의 그 무언가는 부족하긴 했는데. 또 (느와르 장르에서) 남자를 아는 건 확실하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마스터충달
13/03/31 02:07
수정 아이콘
글쎄요;; 느와르에 나오는 남자는 일반남자랑 많이 다르지 않나요?
차라리 무한도전을 보시면 보통남자들의 성향을 파악하실 수 있을겁니다;;;;;;;;;
애패는 엄마
13/03/31 02:09
수정 아이콘
느와르 장르에서 남자들이 보기 원하는 욕구 충족이라고 할까요.
그 부분은 확실히 잘 파고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 또한 무도빠인 보통 남자입니다.
마스터충달
13/03/31 02:14
수정 아이콘
아아 그런말씀이시구나;;

신세계 가오하나는 살아있죠 크크
Fabolous
13/03/31 13:09
수정 아이콘
가시감이 아니라 기시감 아닌가요????
애패는 엄마
13/04/01 01:53
수정 아이콘
기시감이죠 기시감으로 썼다가 가시감으로 고쳤다가 하네요 참 맞춤법이 헷갈려서야
Eternity
13/04/01 08:5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 또한 <무간도>2편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애패는 엄마님의 말씀처럼) 제 리뷰의 비교 지점 역시 <신세계>와 <무간도> 1편이었구요. 적어도 <무간도> 1편과 비교를 해본다면 빼도박도 못할 정도로 비슷한 기본 설정 안에서도, 양조위와 유덕화 캐릭터를 이자성이라는 캐릭터 속에 하나로 합친다던가, 초중반까지 정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던가 하는 식의 영리한 변주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익숙한듯 신선한 맛이 있었달까요.

하지만 물론 이 모든 비교는 <무간도> 1편과의 비교이죠. <무간도>2편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분명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죠. 이 글을 읽고나니 저도 <무간도> 2편이 보고 싶어지네요.
애패는 엄마
13/04/01 12:35
수정 아이콘
무간도 2가 프리퀄이니 무간도 2- 1을 시간순서대로 배치하기도 하면서 사건의 순서를 뒤바꾸고 극 중 인물의 성격이 바뀐 느낌이랄까요.
양조위역을 하는 양조위와 양조위 역할을 하는 유덕화같은 이상정 와 아닌듯하지만 잔정이 많고 외유내강이며 진지한 예영효, 아닌듯하지만 잔정이 많고 외강내유이면서 가벼운 정청, 차갑지만 (속내는 따뜻한) 이상적인 황국장, 차갑지만 (속내는 따뜻한) 현실적인 강팀장 이네요.

다른 점을 찾자면 역시나 충분히 존재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같은 패를 들고 다른 선택을 하는 영화였어요. 하지만 다른 선택을 했기에 다르다고 보기에는 패가 너무 같았다는게 좀 불만이었네요. 사실 이정도 뽑아낼 능력이면 충분히 패의 시작을 다르게 하는게 가능했을거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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