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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1/17 16:53:00
Name 키큰꼬마
Subject [일반] OOO보다 나으니 다행이야.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절망감을 맛봅니다.

이러한 절망감의 대부분은 현재 자기의 처지에 대한 비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절망감에 빠지기 시작하면 그 뒤를 이어 '우울'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친구들의 미니홈피나 블로그, 일상의 대화에서 이런 절망감과 우울을 만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우울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이 악의 구렁텅이에서 자신을 빼내려고 애쓰고, 주위 사람의 조언이나 각종 서적 혹은 인터넷에서 발견한 글귀에 의지해 서서히 자신을 되찾아갑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울에서 정상의 궤도로 넘어가는 '지극히 응원해주어야 마땅한' 태도에서 저는 가끔씩 도를 지나친 잔인함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이러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난 잘 하는 것도 없고, 하는 것마다 실패야. 운동도 못하고 머리는 왜 이렇게 나쁜지. 손재주도 없어. 난 엉망진창이야."



이 사람은 날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극도로 심한 우울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동료가 추천해준 카운셀러를 만나 자신의 고민을 모두 털어놓습니다. 카운셀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명쾌하게 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줍니다.



"이봐요, 생각해보세요. 당신에게 부족한 게 뭐가 있죠? 당신은 건강한 신체를 지녔어요. 잘 볼 수 있고, 생각도 할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고, 움직일 수도 있어요. 당신의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살고 있으며 친구들도 있죠. 자.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당신에게 부족한 유일한 한가지를 꼽으라면 그것은 '긍정의 힘' 일 거에요."



한번의 상담에 명쾌하게 고민을 해결하고 그 사람은 룰루랄라 웃으며 자신의 집으로 향합니다. (물론 이런 이상적인 고민 해결 과정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일단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으로 합시다.)

여러분 모두 이 카운셀러의 상담에 만족하세요? 비관으로 점철된 한 젊은이의 인생에서 긍정이라는 한줄기 빛을 가득 담아 준 놀라운 실력의 카운셀러가 분명한 데 말이죠.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세요.

만약 어떤 사람이 잘 볼 수도 없고, 생각할 힘도 없으며, 말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고,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면 그럼 그때가 되어서야 그 사람은 비로소 스스로를 '비관'할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지는 셈일까요??





우리는 항상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합니다.

이 평가가 가차없어지는 것은 언제나 나보다 더 나은 상대와 비교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하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위안은 언제나 나보다 더 낮은 사람에게서 찾게 됩니다. 그런 우월감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얼마나 상대를 잔인하게 밀어부치는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말이에요.



자신에 대한 애정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애정과 자신감이 나보다 못한 남을 보며 얻어내는 '위안'에서 따라오는 것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자신의 인생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에게 "당신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을 생각해보세요!그게 무슨 배부른 투정입니까" 라고 꾸짖는 사람에게, 중요한 순간에 따끔한 충고를 잘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칭찬을 할 수 있을까요?





"난 누구누구보다 나으니 다행이야." 라는 위안은 결국

"난 누구누구보다 못한게 많아 불행해."와 다를바 없는 결론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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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J
08/01/17 17:07
수정 아이콘
언젠가 이곳에 비슷한 얘기를 했던적이 있습니다만, 으하하하-

우린 늘 불행해 해야 한다니까요. 불행이야 말로 욕망의 표현이며 변화의 동력인게지요.
노력하던 포기하던 그건 2차적인 문제고 우선 인식을 해야하는데 불행하다-는것이야말로 인식의 확실한 증거아니겠습니까.

우린 욕망해야 나아질수 있고 욕망한다는 가장 큰 증거가 불행이니
불행하다는 사실에 너무 절망하지 말고 불운과 불행을 변화의 동력으로, 또 인생의 이벤트로(?)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해야겠습니다.(응?)



(뭔가 글쓰신 분이 화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군요. 쿨럭-)
키큰꼬마
08/01/17 17:16
수정 아이콘
My name is J님// 화를 내다니요. 제 글에 답글을 달아주셨는데 오히려 감사를 듬뿍듬뿍 담아드려야지요~!!

사실 저도 불행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물론 개인적인 견해로는 별로 불행하고 싶지는 않지만요 -_-
다만 이 글의 요점은 불행할 때 불행하더라도 불행의 극복을 우월감을 통해서 하지는 말자... 라는 거에요.
예전부터 제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할 때 저 스스로도 '그래. 그래도 난 누구보다는 낫잖아?' 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늘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그 해답에 어느 순간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겸사 겸사 생각을 정리할 겸 글로..

언제나 PGR에 글을 올릴때는 덜덜덜~ 하지만, 그래도 성의껏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한번씩 발자국 남겨본답니다 ^^
Brave질럿
08/01/17 18:49
수정 아이콘
글쎄요 " 난 누구누구보다 나으니 다행이야 " 이것으로 위안삼아서라도 살아가야지요 이런 소소한 자기보상 심리마저도 버리고 살아가라

면 무슨 자신감을가지고 살아야할까요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까요 키큰꼬마님께서 말씀하시는 요점은 잘 알겠습니다 ^^;

결론만 말씀드리면 제 생각엔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소소한 우월감으로 살아가는편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fastball
08/01/17 20:13
수정 아이콘
제가 상실의 시대 읽으면서..가장 와 닿았던 글은...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마라...그건 비열한 인간들이 하는 짓이다.."
08/01/17 20:37
수정 아이콘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마이너스가 치우친 사람에겐 저 정도 조언은 문제가 없을 것 같군요. 어차피 저런 조언도 별로 도움이 안되니까 우울증인거지만.
장군보살
08/01/17 22:42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합니다. 저역시 저런말 좋아하지않습니다. 제 스스로 과거에도 저런식으로 자기 위안에 빠져서 우울을 극본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원래 불평불만이 굉장히 많은 놈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보다 우월한 입장에 서있는 사람과 스스로 비교해서

"난 저사람보다 이게 꿀려..능력이 없어..돈도 없어"

이런식으로 항상 되뇌이는게 버릇이 되다보니. 주위의 친구들이 왜이리 비관적이냐고 말을 하더군요.

그래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항상 나보다 잘난놈과 비교해서 스스로 열등감을 배출하다보면. 그 열등감이 오히려 플러스효과를

주기도합니다. 더욱 더 노력하게 되더라구요..; 전 이게 조금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난 누구누구보다 나으니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는게 정신적으로 좋을수도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차피 사람은 다른사람과 비교해서 우월감으로 살아간다는게 원동력이라고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납니다. 내가 누구랑 비교해서 " 이녀석보다는 그래도 내가 낫지 험험" 이런식으로 자기위안을 삼아도. 다른사람이 보면 그나물에 그밥일테고.. 다른사람이 그렇게 생각해줄리도 만무하고..

그래서 열등감이라는것이 그나마 제가 발전할수있는 계기가 되었던것같습니다. 전 사소하게 게임을 즐겼을때에도 열등감을 분출시켰습니다. 저놈은 나보다 렙이 높군, 저놈은 나보다 레벨도 낮고 장비도 안좋은데 컨트롤이 좋아서 나를 이기네..아우 제기럴..

항상 이렇게 스스로 재촉하다보니까.. 뭐 게임컨트롤도 약간 좋아지고. 주변에서도 서든 고수라는 소리를 듣게되었고 (지금은 전혀 안하지만)..

어느정도는 높은곳을 바라보고 자신을 채찍질하는것도 좋다고 보여집니다.
Masterpiece
08/01/18 01:09
수정 아이콘
자기 합리화라고 해야 될까요? 우월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남들, 특히 주변사람보다는 조금더 뛰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건 사람이라서 그런가 어쩔수 없나 봅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만약 당신이 연봉 2000만원의 월급자고 주변사람이 연봉 1000만원의 월급자인 상황이
좋은가 아니면 당신이 연봉 5000만원인데 주변인들이 연봉 1억인 상황이 좋은가?"라고 물어봤을때 대다수가 연봉 2000만원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남들보다 우월하고 싶은 욕망이 인간한테 존재한다는 뜻이죠.
우리는 왜 명품을 사용하는가? 이 역시 같은 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값비싼 명품이 잘팔리는 이유가 단지 재질이 좋고 디자인이 뛰어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아무나 소유할 수 없으므로 명품족들은 그것을 소유하여 자신들을 과시하여 우월감을 가지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현재도 이 자기 우월감은 존재하고 미래에도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08/01/18 15:06
수정 아이콘
그래서 다같이 못사는 나라의 국민들이 행복지수가 높지요.
동남아 등지에 다녀보면, 진짜 우리나라 잘 사는 나라고,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호강하고 삽니다.
저 역시 제가 벌어오는 한달 250 남짓의 돈으로 우리 세식구가 다 먹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이정도면 서민이라 할 수 있을듯?)
동남아인들의 삶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사를 누리고 살지요.
하지만... 우리 가족은 언제나 불만투성이죠. 주변에는 우리 가족보다 훨씬 잘 사는 사람들 천지거든요.
이럴 때에는 "그래도 동남아인들보다는 낫잖아?" 라는 위안은 아무 소용이 없지요.

가끔, 위로해준답시고, "소년소녀 가장들이나, 고아들이나, 과부나, 장애인들에 비하면 네 삶은 행복한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들이랑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인데 비교하냐?"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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