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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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15 21:29:47
Name Granularity
Subject [일반] 한달간 PGR을 접속하지 않았다는 것.. (피드백)

안녕하십니까. 돌아왔습니다.
사회로의 복귀를 신고합니다.

뭔말인가 싶으실텐데.. 아래 글에 대한 피드백이랍니다.
그때 信主님이 한달뒤에 피드백하실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글을 남깁니다.

https://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dom&page=1&sn1=&divpage=7&sn=off&ss=on&sc=on&keyword=%ED%95%9C%EB%8B%AC%EA%B0%84&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9748


네. 저는 4주 훈련을 받고 오늘 교육수료를 명받은 25연대 4중대 60번 훈련병입니다.. 흐흐..
정확히는 만 28일만에 PGR에 접속하여 어리둥절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편지 등을 통해 세상 소식을 접했지만
그래도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각종 커뮤니티와 페북, 트윗을 하면 접하던
광범위한 정보에 비하면 너무나도 부족했고..
그 정보들을 지금 접하자 멘붕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수료식을 앞두고 핸드폰을 받아서 아이폰 사과마크를 보고
터치를 하는데, 무슨 신세계를 만난줄 알았습니다. 눈앞에서 조그마한 글씨들이 부드럽게 움직이는데.. 정말 신기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HDTV를 보니.. 또 멘붕합니다. 화질이 너무 좋습니다.
28일간 전기와 휘발유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쓰레기 발생량을 최소화 시켰습니다.
문명과 멀어짐과 동시에 같이 퇴화했나봅니다.
첨에는 타이핑하는 것도 너무 어색했습니다.


그냥 몇가지 느낀점을 써보려고 합니다.

#1.
우선, 4주만의 약식 훈련을 받으면서 현역들에게 함부로 군대갔다왔다는 얘기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희는 비교적 훈련을 제대로 받은편이었습니다만..
각개를 숙영없이 2일만에 끝내는 것만으로도 30km야간행군 대신 20km 주간행군을 한것만으로도
저희는 딱히 현역들에게 얼굴을 들수가 없을것 같았습니다.

딱 처음 입소해서 정신없이 환복하고 전투복 맞추고 보급받으며 정신없다가 딱 누웠을때
무슨 어둠속에 갇힌 느낌이었는데.. 그때 든 생각이.. 현역들은 이 시간이 정말 힘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빡센 군대를 버텨오신 모든 분들이 참 대단해보이는 시간이었던것 같습니다.


#2.
가장 힘들었던건 통제되고 단절되는 느낌이었던것 같습니다.
컴퓨터 전공인데다가 지금도 컴퓨터를 다루고 있어서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과 깨있는 시간이 얼추 비슷할 정도입니다.
그러다가 모든 전자기기와 끊어지고 나니 내가 세상일을 몰라도 세상이 굴러간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인터넷 편지를 통해 들어오는 소식들이 그나마 숨통이되어주었던것 같군요.
한달동안 일어나리라 생각했던 큰 일 두개는 아이폰5 발매와 단일화였습니다.
아이폰을 바로 못사거나 단일화 투표에 참여하지 못할까봐 걱정했습니다만
나와보니 왠걸 -_- 아이폰은 내년폰이 되어있고 단일화는 오리무중이군요.

아이유양 사건은 군대 내에서도 다같이 멘붕했습니다.
어느날 밤에 생활관에 붙어있는 훈육실에서 분대장들이 격노하다가 뛰쳐나가더니
다음날 인터넷 편지로 시작해서 전 중대가 같이 멘붕했습니다.
사진을 볼수도 없고 텍스트로만 전달되는 내용은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며 사회와 단절된 "오빠"들을 멘붕에 빠뜨렸습니다.
나와보니 텍스트보다는 덜 자극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시간은 비교적 빨리 갔습니다. 특히 처음에 한3일정도는 내가 뭘 했는지 모를정도로 시간이 훅 갔습니다.
그냥 시간이 한덩어리처럼 느껴져서 분대원들 모두가 뭐가 뭔지 몰라 멘붕했습니다.
그리고 2,3주차까지는 빨리갔다가 딱 각개전투가 끝나고 4주차부터는 시간이 미친듯이 안가더군요.
아마 나갈생각을 하기 시작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나갈날을 바라보기 시작한 시점에 지옥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슨 시간이 진득거리는 진창같더군요. 그전까지 참 좋은 마음을 먹고 있었구나 했습니다.


#3.
전문연구요원들은 뭔가 다른 이유로 명령을 듣습니다.
나이가 한~참 어린 조교들도 나이가 얼추 비슷할수도 있는 소대장들도 그게 그들의 임무라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가 한달간 이 수모를 참는 것으로 더 나은게 주어진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명령을 듣습니다.
때문에 옆에 공익 중대에 비해서는, 심지어 의경중대에 비해서도 제식이나 태도가 좋습니다.
(사격이라든지.. 체력측정이라든지.. 꽤나 괜찮게 나왔습니다. 특히 사격은 소대장들이 충격을 금치못하더군요)

반대로 중대장 이하 우리의 상관들을 그걸 알고 약간은 믿어주는게 있고 그래서 좀 풀어주는 것도 있습니다.
또 일을 더 시키는 것도 있더군요.. 뭔가를 고치라던가.. 청소를 더 빡세게 시킨다거나.. 정비를 시킨다거나..
하여간 그런것도 많았습니다.


#4.
가기 전에 구르는낙엽도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그게 뭔뜻인지 잘 몰랐습니다.
영외 교장으로 이동하다가 50m 앞에 가던 옆중대 전우가
500kg짜리 벼 집단 말아서 뭉쳐놓은 덩어리에 맞아서 뼈가 부러졌습니다.
차에 단단히 묶어야하는데 높이 쌓았는데도 그냥 운반하다가 행군하는 저희들 사이에서 떨어진겁니다.
어어어어~ 하다가 벌어진 일이었고 피할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제야 그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감기와 고열로 수액을 두번이나 맞았습니다만..(논산감기 독합니다 ㅜ)
그래도 건강히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한달간 PGR에 오지 않았더니 유게를 어떻게 봐야하나.. 어디서부터 봐야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무도도 봐야하고 슈스케도 봐야하고.. 내일 학회 발표(!!!!)도 해야하는데.... 일이 많군요..

제가 단절된 한달보다 앞으로 한달간 더 많은 이슈들과 제가 해야할 많은 일들이 있으니
열심히 살아봐야겠습니다.

다들 건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PGR에 경례하면서 군인 코스프레를 마칠까합니다. 충성!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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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15 21:34
수정 아이콘
저도 4주훈련 다녀와서 #1과 같은 생각을 많이 했더랬지요
눈시BBbr
12/11/15 21:36
수정 아이콘
충↗성~(?) 4주 동안이나마 고생 많으셨어요 '-')
파라돌
12/11/15 21:47
수정 아이콘
저는 입소대대 조교로 해서 여러 훈련병을 만났는데
의경,전문연구,산업,부사관,여군부사관... 등등
잠시 거쳐가는 훈련병임에도 상당히 분위기가 다른걸 느꼈네요.
특히 전문연구는 3번인가 받은거 같은데 그 어떤 훈련병보다 차분했던 기억이 있네요.
훈련소와 몇몇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파악하는데 처음 이미지가 대부분 훈련 끝까지 갑니다.
아마도 조교들도 전문연구 받을때 땡잡았다고 했을껍니다 크크..
12/11/15 21:56
수정 아이콘
4주 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안철수
12/11/15 21:59
수정 아이콘
논산감기 정말 심하죠...저도 엄청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논산훈련소 최고의 병은 눈병입니다. 절대 안 낫더라구요...
정형돈
12/11/15 23:01
수정 아이콘
그러다가 모든 전자기기와 끊어지고 나니 내가 세상일을 몰라도 세상이 굴러간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저도 군대에서 이 것이 제일 신기했습니다. 아 나 없어도 세상은 돌아가네..겸손해져야겠다 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건 병장이 되고.. [m]
유리별
12/11/16 01:20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셨습니다.^^ 무엇보다 pgr을 28일이나 끊으셨었다니 큰 일을 해내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2막2장
12/11/18 00:05
수정 아이콘
잘 다녀오셨군요.. 사회에서 감기한번 잘 안걸리던 제가 논산에서 오한과 두통, 복통을 동반한 독감에 걸렸던 기억이 나네요.
줄서 있다가 주사 한대 맞고 잠시 쉬니 다시 회복,,
저는 목욕탕에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다는 사실이 엄청 고역이었습니다. 씻는 시간보다 가고 오는 시간이 더 길다니욧~
저는 구막사에서 생활했기때문에 다른 막사로 이동해야만 했죠~
우리때는 카이스트랑 각종 회사들 전문연구요원이 많았는데..(의외로 카이스트 학생들이 호리호리하면서 체력 좋더군요. 저는 행군때 나가 떨어짐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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