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mbsIdx=1292706

커뮤니티 순회 눈팅하다가 발견하고 뒤통수가 아찔해서 몇자 적습니다. 뉴스타파 보도이고 해당 링크에는 방송내용을 캡쳐해서 정리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공공연하게 언론 환경이 5공시절보다 못한 수준까지 전락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게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새누리당이나 그 지지자들은 MBC 노조 파업 문제를 어떤 정치적 분쟁으로 물타기하는 경향이 있는데(그들은 그럴 수 밖에 없겠죠), 이건 그런 차원이 아닌것 같습니다. 뭐 군사반란으로 정권 찬탈한 장군이 구국의 영웅으로 찬사받는 요지경세상이라 헌법이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자조까지 나오는 수상한 시절이긴 합니다만, 언론의 자유나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입니다.

'특정 사무실' '특정 직원들'을 타겟으로 집중적으로 설치된 CCTV는, 뭐 방범용이라는 변명을 6살짜리 어린애같은 순진무구함으로 믿어준다 치죠. 하지만 직원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무차별적인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속된 말로 쉴드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프로그램 설치에 대해 동의를 받지도 않았고(동의해줄리도 없죠;) 집에서 쓰는 컴퓨터까지 감시 대상이었으며 직원의 남편의 직업상 엄수해야 하는 비밀까지도 아무 권한없는 MBC가 수집했습니다.

워낙 피로가 누적되었고 모든 가치가 전도되어버린 시대라 무슨 황당하고 미치광이같은 일이 터져도 '그놈들은 뭐 항상 그렇지'라는 불감증이 만연해 있긴 합니다만... 이건 진짜 선을 넘어선것 같습니다. 이 건에서 도대체 어떤 명분이 있을 수 있으며 변명이 가능할까요?

하기야 대통령이 만든 심복기관이 초법적 권한을 휘두르며 민간인을 사찰해도 흐지부지 꼬리자르기로 넘어가는 나라이긴 합니다만, 그 높으신 분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국격' 있잖습니까? 이게 바로 국가 수준입니다. 공영 방송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저런 일을 벌이는 사장과 그 세력들은 국가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온존하고 있어요.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닙니다.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민주당이니 새누리당이니 하는 정파나 진영을 떠난 문제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상식' '정의'를 이야기하면 촌스럽고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경제' '생활' '실용'을 부르짖는 세태가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상식과 정의를 갈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단계로 퇴행해버렸어요. 아니 군부독재 밀어내고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민주화되었다고 자축한게 몇년 전 일인데 벌써 이 수준까지 리턴인가요?

화가 나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데 나같은 일개 소시민은 딱히 뭘 할 수 있는게 없네요. 글을 쓰면 좀 마음이 풀리는게 아니라 울화가 쌓이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