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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23 07:25:19
Name FineArea
Subject [일반] 10년 동안 잊고 지낸 사람이 문득 떠오른적 있으신가요?
사흘 전 꿈에 나타났습니다.
그 친구를 오랜시간 동안 담아두고 있었다는게 신기했고, 그 친구를 오랜시간 동안 잊었다는게 슬펐습니다.
가슴 아픈 사랑이였냐구요? 아닙니다.
첫 사랑, 짝사랑의 기억도 아닙니다.
그냥 단지 스쳐지나갈만 한 조그만한 호감들이 우연하게 겹친 얘기입니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 제 짝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몇 안되는 초등학교시절 기억 중에 가장 아름답게 포장되어 각인된 아이입니다.
실상은 평소에 싫어하던 떡볶이를 그 친구와는 맛있게 먹었고, 당시에는 커보이던 골목길을 손을 잡고 걸어간 것 뿐이지만요.
하지만 그 손을 잡고 걸어가던 뒷모습들은 아련하고 바랜 기억 속에서 크게 간직되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 기억만을 묻어둔 채로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학했습니다.

두번째로 그녀를 만난건 고등학교 시절 입니다.
당시 영화부였던 저는 다른 학교 연극,영화부와 접촉이 있었는데요.
그 곳에서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났던 거죠.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어린 치기와 발랄함이 부딧치는 자리에서요.
음... 그냥 신났던 것 같습니다.
그녀가 발산하는 기운이 좋았어요.
저와 그녀가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같은 공간안에서, 같이 얘기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 같아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건 왕가위감독 얘기를 했고, 그녀가 타락천사를 좋아했으며, 저는 아직 그 비디오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하늘이 구름으로 가리듯 조용히 세월은 흘러갑니다.

이상하죠. 20살 21살 22살... 한동안 그녀가 가끔씩, 우연히, 생각지 않게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에 그녀를 만난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반짝이는 먼지와 같던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계속 같습니다를 반복해서 쓰는 것 같지만 정말 그래요.
그녀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이지만 정적이고, 명확하지만 뿌연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24, 25살 쯤 우연히 그녀를 버스에서 봤어요.
그녀가 반갑게 인사합니다. 저는 그제서야 그녀를 알아채죠. (저는 안면인식장애랍니다.)
서로 즐겁게 안부를 주고 받고, 제가 내립니다.
담에 또 보자는 인사와 함께요.
그런데... 전화번호를 안받았네요.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그뒤로 몇개월은 쓰리더라구요.

이제 몇년이 꽤 지난 현재입니다.
같이 영화를 찍었던 친구들 중에 저만 아직도 영화를 하겠다는 나이먹은 애이고,
같이 동네를 살았던 친구들 중에 저만 아직도 떡볶이 추억이 묻어있는 초등학교 근처에 삽니다.
그리고 당장 내일이 촬영인데, 새벽에 그녀 꿈을 꿉니다.
음 다시 잠을 잘 수가 없네요.







그래서 뒤적거려봅니다.
뒤적였습니다.
웃기게도 생각보다 쉽게 그녀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더군요.
뭐하는 지도 들었습니다. 와우 출판업쪽에서 일을 하네요.
그녀는 그대로 일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레였습니다.
번호도 알았어요.
미친척 전화해 봅니다. 안받네요.

이틀정도 지났네요.
촬영은 끝났고 편집해야 하는데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그저께 미친짓을 설명했어요.
전화해보랍니다.
네 그래서 했습니다.

심호흡, 후하.
컬러링이 제 마음을 울립니다. 그녀다운 발랄하며 신비한 곡이네요.
무슨 곡인지 알고 싶은데, 음악적 조예가 부족합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나도 안변했네요라고 적고 싶지만 사실 정신이나 경황이 없습니다.
더듬더듬 얘기합니다. 제 이름을 버벅이며 건넵니다.
그녀가 제 이름을 듣자마자 기억하네요. 반가워합니다.
가슴 속에 뭔가 터져나가는 느낌입니다.

어쩌구 저쩌구. 이런저런 얘기들을 풀어놓습니다.
그래도 동네친구잖아요. 할 얘기는 많습니다.
추억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다 냉큼 약속을 잡습니다.
그녀도 이 구석진 동네가 그립답니다.
놀러온다네요. 이럴수가.
동네투어가 잡혔습니다. 가이드는 환호하구요.
이렇게 벅찬 생일선물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어떻게 될까요?
모르죠, 그 조그만한 우연들을 만들어낸 운명만이 알겠죠.
하지만 후기는 들으실 수 있으십니다. 조언도 하실 수 있으시구요.
그녀가 피지알러가 아니길 바라며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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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3 08:15
수정 아이콘
와...잘되셧으면 좋겠어요~! 후기 기대합니다 ㅠ.ㅠ
11/05/23 09:03
수정 아이콘
훈훈한 후기 기대합니다.
11/05/23 09:04
수정 아이콘
행복가득한 생일선물이 될 것 같네요. 영화같네요.
벙어리
11/05/23 09:07
수정 아이콘
10여년전 초등학교 쩌리시절(지금도 쩌리지만...) 제 옆에 예쁘장한 여자애가 갑자기 떠올라서 찾아 봤습죠.
가수가 됐더군요. 유명하진 않지만
Rush본좌
11/05/23 09:21
수정 아이콘
런닝맨에 나온 분당 서현역을 보고 갑자기 짠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안녕하세요
11/05/23 09:31
수정 아이콘
우와 훈훈하네요+_+ 어찌보면 핸드폰,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등으로 인해서 과거의 인연들과 연락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애틋함을 사라지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ㅠ_ㅠ
11/05/23 10:01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때 같은 반이었던, 2년이나 같은 반이면서 대화를 열번이나 했을까 싶었던 여자애가 이상하게 가끔씩 생각나고는 했는데,
고1때 같은반이 되면서 사귀게 된 것이 기억나네요. 고등학교때 다시보기 전에 4년정도 정말 친하지도 않았는데 계속 생각나고는 했었어요.

고등학교때 친구들 중에서도 그런 친구들이 있기는 한데... 그 친구랑은 가끔 미니홈피 들어가서 인사하는데, 재작년에 인사했더니 작년에 답인사가 오고, 제가 올해 인사하고... 뭐 그런 사이죠. 흐흐.
아레스
11/05/23 10:15
수정 아이콘
10년만에 만나는 이성이라면 실망을 할 가능성도 큽니다..
외모적으로는 너무 기대를 마시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는게 두가지 상황에 다 좋을듯합니다..
그리메
11/05/23 11:03
수정 아이콘
드디어 모든 프로리그 일정이 끝나고 단하나의 진검승부만 남았군요.
맨유 대 바르셀로나...모든 축구인이라면 게다가 리그 자존심까지... 전에 없이 치열할 것이란 건 자명하군요.
박지성 메시...제일 좋아하는 두 선수가 적으로 붙은 챔스 결승전이 어느때보다 흥분됩니다.

에브라 박지성의 메시 봉쇄, 맨유 중원이 바르샤 이네 사비를 얼마나 점유율을 줄어주느냐, 알베스의 뒷공간을 하파엘이랑 발렌시아가 얼마나 역습해주느냐, 비야가 얼마나 1:1찬스를 잡고 반데사르가 막아주느냐...
철의 맨유 중앙 수비에 대항하는 푸욜 중심의 바르샤의 수비는 어떨까

무엇보다도 도박적인 전술을 많이 쓰지 않는 퍼거슨 대 과르디올라의 지략싸움에 최종 승자는 누구냐 하는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네요.
쉐아르
11/05/23 11:40
수정 아이콘
윗 댓글 때문에 빵 터졌지만...훈훈한 후기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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