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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08 13:43:04
Name 폭창이
Subject [일반] 학교에서의 줄세우기에 관하여
작년, 그러니까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교육청의 요구로, '체벌폐지'에 관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이 있었다. 거기에서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반대했던 것으로 기억해 충격을 받았었다. 동기들이 말하는 논리는 '어른들'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서 많이 실망을 했었다. 비단 이런 경우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조차 기존의 '교권'을 건드리려고 하면 절반의 리플은 거기에 대해서 반대하는 리플들이다. ('입시'로 대표되는 지독한 경쟁주의와, '체벌'로 대표되는 지독한 권위주의를 동시에 옹호하는 특이한 멘탈리티도 동시에 볼 수 있다)

어제 네이트에 '성적 줄세우기'가 메인에 있어서 링크를 타 보았다. 그 중에서 한 글에 들어가 보았고, 그 리플들이 예상대로였다.



http://ask.nate.com/qna/view.html?n=11180495&sq=학생%20성적%20줄세우기

-현실이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요
-공부할 맘없는 놈들 뒤에 앉히는게 뭐가 잘못이라고ㅡㅡ...
-체벌도 없어진 마당에 이런식으로 라도 해야지
-호구같은 소리를 지껄이는게 참으로 한심하다. 뭐 공부해서 피본사람들이냐? 공부 안해서 피본 ()들이지 생각하는 꼬라지들 하고는 물론 성적만으로 인간 자체를 매도할 수 는 없는 것이지만
-네이트 좌빨 새끼들 열심히 공부하려는 애들 선동하지마라. 뜬금없이 메인에 이딴거나 올리고 말이야,, 약육강식은 자연의 섭리이다.


때로는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적어도 고등학교를 다니거나 혹은 졸업했을 것 같은데, 고등학교 쯤 나오면 적어도 목 위부분에 있는 부위를 장식용 이상으로 쓸 줄은 알 것 이라는 통념을 통쾌하게 반박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기 온몸으로 우리 고등교육의 실패를 증명하고 있으니 나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귀중한 '증거품'이라 할만하다.


일단 성적을 잘 받는 학생들이 어느정도 학교의 목적에 맞게 잘 다닌 학생이라는 건 동의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학생들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기준이 오직 '성적'뿐인건 좀 그렇지 않나? 성적 최상위에 드는 게 위의 저 치들이 떠벌이는 대로 그만큼 학업을 잘 이수하고 존경받을 만한 것인가? 아니다. 성적을 잘 받았다는 성적 잘 받을 짓을 한 것일 뿐이다. 그게 전부다. 성적을 잘 올리는 데 있어서 필요한 인지/감정/체계/행동 적인 면을 대충 나눠보았다.

먼저 인지적인 측면에서 시험에 대해 생각하는 짱구가 필요하다. 시험의 구조를 파악하고 접근하면 내가 뭘 해야 할지, 뭘 해야 효율적으로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지 각이 딱 나오거든.

다음으로는 감정적인 집착이 필요하다. 어차피 일반적인 인문계쯤 되면 다들 공부에서 손을 놓으니까, 어느정도 예수복만 제대로 스마트하게 하면 중상위권 이상의 성적은 쉽게 얻을 수 있다. 단, 최상위권으로 가려면 시간, 성적에 대한 큰 집착이 필요하다. 노는 순간에도 공부를 생각하고, 일어나면 야자실이나 독서실 갈 생각하는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게 체계. 다시 말하면 인간관계다. 체감적인 건지는 몰라도 일단 집요하게 추궁하는 부모가 있으면 성적이 높을 확률이 높다.(단, 성적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할수록 공부를 잘한다기 보다는, 적어도 최소조건이라고 해야 할까)

그 다음에 행동에 있어서, '집중'. 그러니까 다른 무엇보다 성적을 위한 공부에 집중하는 능력이라고 할까? 덕분에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일들에 대해 무관심해지기도 쉽지만.. 뭐, 우리나라 학부모 중 얼마나 그런 걸 신경쓸까.

그러니까, 머리 좀 잘 굴리고, 공부에 대해 쫌 집착하고, 공부를 안하면 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공부를 위해 다른 걸 좀 포기하면 최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 그렇다고 최상위권에 오르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아니지만, 고작 저걸 잘했다고 학교 생활에 있어서 모든 특권을 누리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이런 자연스런 의문에 대해서 제자리에서 쳇바퀴 돌리는 소리나 말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골때리는 거다. 좀 정상적인 사회라면 '좋음'과 '좋음'사이에서 어느쪽을 생각해야 할지 이야기를 해야 할텐데, 우리나라에서는 덜떨어진 사람들과 '정상'과 '비정상'사이에서 논쟁을 해야 하니 환장할 지경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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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asax_:JW
11/05/08 13:55
수정 아이콘
앞으로는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정상'이 맞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비정상'을 할 수 밖에 없어." 였다면, 이제 '비정상' 자체를 '정상'으로 볼테니까요.

체벌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체벌을 폐지하는 건 당연하지만,
'지금, 여기'에 대해 고려한다면 체벌 자체에 대한 원론적인 주장은 교육 현장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니까요.
뜨거운눈물
11/05/08 14:01
수정 아이콘
누군가 죽어야 바뀌겠죠
레지엔
11/05/08 14:17
수정 아이콘
근데 앞에 앉는게 특권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는 구석을 선호해서....
카서스
11/05/08 14:29
수정 아이콘
사회구조자체가 변하지않는데 바뀔수가 있겠습니까.

일단 학벌을 없애고, 수능을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 (.....)
나영공
11/05/08 14:39
수정 아이콘
줄을 세우든 말든 결국 공부할 애는 할텐데 굳이 저럴 필요 있나 싶네요. 개인적으로 학교수업은 내신따기 위함이 아니면 등한시 했던터라...(사립학교의 폐해로 인해 몇몇 선생님들의 자질이 의심스러웠던터라...) [m]
민첩이
11/05/08 14:58
수정 아이콘
윗 링크를 타고 가면
심화반 같은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데
이해가 안 가네요
영어 수학같이 수준별로 차이가 많이 나는 과목은
수준별 수업해야죠
11/05/08 15:09
수정 아이콘
음.. 글 자체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 뿐이네요

공부를 조금 잘하는 사람들이 학교에서 누리는 모든 특권이 뭔지도 모르겠고요. 그런 특권이 있다손치더라도 그 "특권"을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방법은 뭣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특권이라면 한집단내에 그것을 누리는 사람의 수는 소수로 한정되어 있는 것들일텐데요.. 특권 자체를 없애버리는방법빼고..

폭창이님의 생각을 사회의 다른 집단에게 적용해보면..
프로게이머의 세계에서 고작 게임만 잘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경제적이익과 명예를 가져가고 팀대항리그에 출현하니 문제고.
개인 사업의 세계에서도 장사를 잘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경제적이익과 명예를 가지니 이것도 문제고.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극소수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모든 관심을 얻고 천문학적인 경제적이익을 가져가고 리그에 출전하니 이것도 문제고요.
소수의 인기있는 연예인만 TV에 출연하니 이것도 문제고요..

제 생각이 평범하지 않는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모여 산다면, 그 사이에선 잘 하는 사람, 못 하는 사람이, 있을수 밖에 없고
잘하는 사람은 그에 합당한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가 지식을 전수하고 인성을 함향하는 곳이긴 하지만 인성적인 면을 어떻게 평가할 방법이 없기때문에 어쩔수 없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학교 시스템을 정립시키고 매년 연구하고 매년 고민하는 수많은 나라의 수천 수만의 교육학자들조차 !!
공평한, 누구나 납득할만한, 인성적인 평가방법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개발이 된다해도 문제겠네요..
인성적인 평가방법이 개발되고 평가되면 인성역시 줄세우기가 될텐데요..
에휴존슨이무슨죄
11/05/08 17:30
수정 아이콘
대학을 나오는게 안나오는것보다 월등히 낫다고 하는 사회에서, 대학졸업을 해도 먹고사는 걱정을 하는 상황이니...다짜고짜 교육제도를 바꾸는건 힘들죠. 대학의 유무에 상관없이 먹고살수있는 사회가 되야하고, 대학진학률이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교육제도도 바꾸는거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방침도 바뀔거라고 보고요.
블랙비글
11/05/08 20:51
수정 아이콘
참고로 고등학교는 중등교육이고 대학 이상이 고등교육이죠..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다닐때 성적줄세우기 한다고 해서 나름의 혜택을 학교에서 준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별 혜택 받은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중상위권 학생들을 약올려서 공부 더 열심히 하게 할려고
했었던 의도라면 몰라도 말이죠.

뭐 어짜피 대학 졸업할 때 쯤 되면 이런거 다 무의미한 일 아닌가 싶습니다. 크게 봤을 땐 차라리 저런 제도가
더 활성화 되었던 과거에 지방과 기타 소외지역의 상대적 진학성과가 더 좋지 않았나 싶네요. 특목고가 버젓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인문계고가 평등외쳐봤자 본인들만 손해보는 짓이죠뭐.
대한민국질럿
11/05/08 21:38
수정 아이콘
프랑스처럼 대학수학능력검정시험을 아예 없애는게 어떨까요? 대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로 학생들 다 쳐내고 나중에 졸업하는인원은 전체인원의 1/4정도만 남기고 또 같은전공에 두번이상 낙제한 사람은 그 전공을 다시 들을수없게하고..
서주현
11/05/08 23:29
수정 아이콘
노는 순간에 딱히 공부 생각해 본 적 없고, 교실과 집이라면 모를까 야자실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해 본 기억도 거의 없고, 부모님이 공부 안 한다고 쪼지도 않았지만 서울대학교 가는데 아무 지장 없었는데요. 글의 뉘앙스가 최상위권 학생들을 공부밖에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일들에 무관심한 사람들로 폄하하는 것 같아서 보기 언짢군요. 집착이라는 표현을 너무 쉽게 쓰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같은 논리로 하위권 학생들은 공부 안 하고 노는데 집착한 사람들이라는 표현도 허용됩니까?) 물론 공부 잘 하는 학생에게 따로 학교에서 특권을 주거나 하는 것은 저도 절대 반대합니다.
사악군
11/05/09 00:23
수정 아이콘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쪼는 학생 치고 최상위권 학생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공부해서는 상위권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최상위권은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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