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이런 이야기는 좀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목요일까지 저는 이 업적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점검이 끝나고, 목요일에 게임에 접속했을 때 '영예의 공격대원' 업적에 4개의 업적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마지막 순간을 모두 함께] - 낙스라마스 4인의 기사단(리븐데어, 코스아즈, 블라미우스, 젤리에크)을 15초 이내에 모두 잡기
[꾸물거릴 시간 없어!] - 말리고스(일반) 6분 이내에 처치하기
[후예 숙청] - 비행 원반에 탄 상태로 말리고스의 후예에게 결정타 날리기
[화산이 폭발하면 집에 갈거야!] - 용암 강타에 맞지 않고 살타리온 처치

이 중 '일몰의 정복자' 도전 때문에 그 동안 하지 않고 있던 마지막 업적을 제외하면, 나머지 3개의 업적은 제가 갈 정도의 막공에서는
정말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4인의 기사단을 15초 내에 잡는 것은 호흡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업적팟에서도 실패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말리고스 6분 처치는 더 어려웠습니다. 2힐 혹은 1.5힐로 도전해야 했기 때문에 힐 집중력과 약간의 운도 따라야 했죠.
6분 업적 도전에 실패해도, 말리고스 킬만 하지 않으면 인스턴스가 묶이는 것이 아니기에 도전을 많이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참고로 이 자리를 빌어 이야기합니다만 제가 정규공대에 다니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직업상 정규공대에 들 수가 없는 상황이고, 지금까지 도전한 모든 업적은 막공으로만 한 것입니다.)

후예 숙청 같은 경우 쉬운 편인 업적이지만 대개 딜러들의 몫이었고 저 같은 힐러가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이었지요.
후예 빨리 죽여야 하는데 그것을 힐러에게 배려해 주는 막공은 여간해서는 만날 수 없고, 힐러가 힐 안 주고 원반 타고 있으면
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속도 310% 짜리 원시비룡을 타고 싶었지만, 꿈에나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요일 [마지막 순간을 모두 함께] 업적을 달성하면서 다시금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요.
어제 [후예 숙청] 업적과 [화산이 폭발하면 집에 갈거야!] 업적을 해 버리고 난 다음, 같은 목적에 도전하는 분들을 천행으로 만나
오늘 새벽. [영예의 공격대원]에 필요한 마지막 업적인 [꾸물거릴 시간 없어!]를 드디어 완수했습니다.(작은 사진)


보상으로 받은 역병 걸린 원시비룡(큰 사진, 속도 310%)을 타 보니 새로운 속도의 세계란 것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록 즐기는 게임일 뿐이지만, 게임 역시 또 하나의 제 자신을 갈고 닦는다는 생각으로 하기 때문에
저는 이런 것에 기꺼이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기꺼이 도전하는 것이고요.


역병 걸린 원시비룡은 제 81번째 탈것이 되었고, 저는 이제 업적 6,350점이 되었습니다.
울두아르가 열리지 않았지만 제가 도전하고픈 것은 아직도 너무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즐겁습니다.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