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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3/23 14:03:50
Name 헐렁이
Subject [일반] 진정한 귀족(리플에 이견이 있어 글을 몇개 더 가져왔습니다)
경악! 음악가 정명훈이 쏟아낸 말들
"계집애들이말야, 한밤중에 찾아와서"  
"해고해도 하루면 5백명 모여…미국에 구걸하던 사람들이 촛불을?"



파리에 있는 진보신당 당원들은 하루아침에 유례없는 방식으로 전원 해고된 한국의 국립오페라단 합창단 소식을 접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그들의 복직을 위한 연대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이곳에서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 - 공연예술노조 위원장, 파리 오페라 합창단 단원들,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단원들 등 - 은 우리의 설명을 들은 지 3분 만에 정황을 파악하고, 이 놀라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와 지지의 뜻을 즉각 표했다.

    
  ▲ 지난 2월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공공-운수-건설 노조 결의대회에 나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공공노조)  


프랑스 예술가들의 조언

공연예술노조에선 하루 만에 지지 성명서를 발표해 주었고, 바스티유 오페라의 합창단원은 거의 대부분 주저 없이 서명해 주었으며, 한국 오페라 합창단 단원의 복직을 지지하는 거리콘서트에 대한 논의도 자체적으로 진행중이다.

그리고 그 모든 프랑스 예술가들은 한결같이 정명훈을 만나서 지원을 호소할 것을 조언했다. 그들이 보기에도 정명훈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예술 권력자의 한사람이었기에.

그가 2004년 국립오페라 합창단과 까르멘 공연을 한 후, 자기가 만난 최고의 합창단이라고 극찬했던 바로 그 합창단의 해체 소식에 예술가의 양심을 발휘해주기를 우린 바랬다. 정명훈은 또한, 1994년 그를 부당 해고한 오페라 바스티유극장 측과 힘겨운 소송을 했던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당시 오페라 바스티유 극장의 노조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으며 뼈아픈 경험을 이겨낸 그였기에, 비슷한 사안에 대하여 그가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힘을 보탤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비록 이명박과 막역한 사이이긴 하나, 예술가의 순진함에 기인하는 불행한 사건일 것이라고 애써 짐작하며.

3월 20일,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러 샤틀레 극장에 갔다.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그 콘서트는 완벽하게 우리를 고무시켰다. 나와, 함께 간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당원은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정신이 맑지 않을 수 없고, 정의와 진리를 담지 않을 수 없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했다.

정명훈의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

공연이 끝나고, 극장 뒤편으로 가서 그를 기다렸다. 오래지 않아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린 한국 사람들이고 선생님께 간곡히 부탁을 드리고자 하는 일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운을 떼자, 그는 대뜸 비서를 불러서 그 사람한테 말하라고 했다.

그의 비서에게 우리가 가져간 서명운동 용지를 보여주며, 한국에서 일어난 사태를 설명했다. 그녀는 정명훈이 아마도 이 사실들은 모를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오페라 합창단원들이 그의 형을 통해 정명훈의 지원을 호소했던 것을 우린 알고 있었지만, 그 비서의 말을 믿고 싶었다.

그가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떠나기 때문에, 이 내용을 전달해 주고 그에게 서명하도록 할테니 아침에 호텔에 와서 찾아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불어로 된 문서를 보고, 한국어였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고 언질을 주었다.

한국의 합창단원들은 문화부, 오페라단과 담판을 벌이는 중요한 날인 다음 주 화요일까지 이 모든 서명을 받기를 원하고, 그는 내일 아침 떠나고... 우린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근처 사이버까페에 가서 한국어 본을 출력하여 밤에 호텔에 전달하기로 했다.

서명보다 더 중요한 건 그의 생각이고, 지지의 발언이다. 중요한 사람들과 중요한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서 갔다는 정명훈씨가 지금쯤 와 있으리라 생각하고, 뫼리스 호텔에 도착했더니 그는 1층 레스토랑에서 몇몇 사람들과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호텔서 쫓겨날 뻔하다

기왕 온 김에 단 3분이라도 그에게 우리의 육성으로 절박한 현실을 전하고 그의 예술가적 양심에 호소하고 싶었기에, 우린 그에게 전달할 문서를 들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호텔의 한 직원이 우리에게 누구와 약속이 있냐고 묻고, 그렇지 않다면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돈 많은 현대의 귀족들의 충실한 심복 같은 그들은 물리적으로 우리를 쫓아낼 판이었다. 실랑이 끝에 겨우 정명훈에게 남길 메시지와 한글로 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 문서를 남기면 호텔측에서 그 문서를 전달하기로 하고, 글을 거의 다 쓸 무렵, 마침 그들의 긴 만찬이 끝이 났다. 정명훈은 우릴 발견하자마자 다가왔다.

조금 전 비서에게 전한 문건을 손에 쥐고 흔들어 대며, “도대체 이게 뭐예요. 이게 뭐하자는 일이예요?” 나는 그의 말을 한국에서 일어난 사태의 경악스러움에 대한 표현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건 완벽한 오해였다.

그는 도대체 왜 그깟 합창단 하나 없어진 일이 뭐가 대수라고 지금 여기까지 자길 찾아와서 우리가 이러고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기자도 아니고, 에이전시도 아니고... 도대체 우리를 어떤 사람들로 분류할지를 모르는 듯했다. 단 한 번도 누군가가 사회적 연대 따위를 요청해 온 일은 없는 사람처럼.

약간의 설명 끝에 대충 감 잡은 그는,
“이 합창단이 없어졌다고, 그 합창단을 살려야 되겠다고 지금 여기 와 있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기에. 그 사람들을 꼭 구해야 돼요? ”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 하기에"

“선생님이랑 함께 공연했고, 2004년에 프랑스에도 없는 최고의 합창단이라고 극찬한 바 있는 합창단입니다. 그냥 합창단 하나가 아니라, 국립오페라단에 있는 한국에선 유일한 상설 오페라 합창단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그 상황을 전하고 선생님의 도움을 청하고자 온 것입니다.

이 합창단을 없애고, 더 좋은 사람들을 뽑겠다는 것도 아니고, 아예 상설합창단을 없애고, 앞으로 모든 공연을 건별로 대학생 단체 같은 곳과 계약해서 공연하기로 한답니다.”

오페라 합창단이 간직하고 있는 그의 찬사는 지나가는 립서비스였는지 그는 자신의 그 합창단에 대한 칭찬을 기억초자 하지 못했다.

    
  ▲ 지난 3월 문광부 앞에서 복직촉구 집회 중인 국립오페라단원들(사진=공공노조)

“뭐요? 언제 같이 공연했다구요? ”하고 되물었다.
“한국은 합창단 해체해도 다음 날이면 노래 잘하는 사람 500명 금방 모입니다. 한국에서는 합창단 때문에는 아무 문제없어요. 그런데 대체 왜 해체했다는 겁니까, 이유가 뭐래요? ”

“그야 물론 경영효율, 예산 절감이 이유죠. 표면적인 이유는 상설 합창단을 둘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거고.”

“거봐요. 예산이 없다는 거 아닙니까. 그 예산 당신들이 어디서 만들 거예요?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 건데. 당신들이 나서서 지금 뭐하는 거예요?”

"당신들이 나서서 지금 뭐하는 거예요?"

“아니요. 오히려 오페라단 예산은 올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돈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예산 집행의 우선 순위를 잘못 두고 있는 게 문제죠.”

“이봐요. 내가 서울시향에 있는데 거기서 일 년에 5~6명씩 해고당해요. 여기만 해고당하는 사람들 있는 거 아니예요. 지금 온 나라가 다 그러구 있는데, 합창단 하나 없어졌다고... 이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그리고, 도대체 나더러 뭘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 서명하라구?”

우린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단원들이 서명한 서명지를 보여주며, 거의 모든 합창단원들이 서명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들이나 정부에서 오로지 프랑스에서 진행되는 서명운동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프랑스에서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6페이지에 빼곡히 담긴 바스티유 오페라단원들의 서명을 보면서도 그의 태도에는 티끌만한 변화도 없었다.

“그거 백날 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내가 한국 가서 이거 알아 볼 거예요. 오페라 단장한테 물어보죠. 어떻게 된 건지.”

그의 말이 맞다. 그가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서명을 (할리도 없겠지만) 한다한들 아무 의미도 없다. 이제 그의 본심을 알았으니, 우린 더 기대할 것이 없다. 그리고 그가 사건의 정황을 묻게 될, 해고 당사자 오페라 단장한테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는 너무나 뻔했다. 그는 그들의 세계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터이다.

"촛불시위, 그게 말이나 됩니까"

늦은 밤이니 빨리 투숙할 것을 종용하는 동행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했다. 우리가 초반에 자기 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한 번 남의 일을 위해 한밤중에 그에게 달려온 우리를 외계인을 보듯하며, 왜 남의 일에 나서서 이러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했다.

우리는 운동을(militant)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국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 예술가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함께 일하는 세상을 위해서 연대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제서야, 그는 우리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는 듯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당신들이 그 100만 명이나 촛불 들고 거리에서 서서 미국 쇠고기 안 먹는다고 시위하는 그런 사람들이란 말이죠? 40년 전에는 미국에서 뭐 안 갖다주나 하면서 손벌리고 있더니, 이제 와서는 미국산 쇠고기 안 먹겠다고 촛불 들고 서 있는 그 사람들.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말이나 되는... 알았어요. 알았어.”

촛불을 든 시민들을 천민으로 묘사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망언이 언뜻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의 말투와 어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서 익히 접해오던 그것과 닮아있었다.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 돕고 싶으면 저기 아프리카나 가서 도와줘요. 여기서 그러지 말고.”
이 대목에선 우린 둘 다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저 사람이,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위대한 예술가 정명훈인지, 바로 조금 전 우리의 영혼을 황홀하게 감싸주던 음악을 선사하던 그 지휘자가 맞는지.

정명훈과 주성영

잠시 멍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은 예술가들을 거리의 불쌍한 걸인 취급하는 저 인간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내 눈빛에는 어쩔 수 없이 그에 대한 무한한 경멸이 담길 수 밖에 없었다. 그 눈빛을 읽었는지, 정명훈은 제대로 역정이 났다.

“도대체 제 정신을 좀 차리세요. 공부 좀 하란 말이야. 세상이 그런게 야니야. 이 계집애들이말야. 한 밤 중에 찾아와서.”

비속어까지 서슴지 않는 그를 향해, 나는 그에게 제대로 적합한 말인 “정신차리라”는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당신이나 정신 차리세요!”

그는 거의 우리를 때릴 듯이 씩씩거리며 “불쌍한 사람들 돕고 싶으면 아프리카에나 가라구.” 다시 한 번 아프리카를 들먹이며 코앞까지 다가와서 소리 질렀고, “기도하라구, 기도” 하는 말을 끝으로 올라갔다.

그의 마지막 말.
“기도하라”.
그에게도 이명박이 서울을 봉헌했던, 그래서 그를 도왔던 하느님이 있었나보다.

"기도하라구, 기도"

나와 성악하는 학생은 분노와 충격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걸었다. 그녀는 울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그 예술가가 저토록 상상할 수 없는 사상의 오물을 잔뜩 머리에 품고 있다는 그 사실을 우린 소화하기 힘들었다. 예술 전체에 대해, 인생 전체에 대해 거대한 사기를 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 지난 3월 문광부 앞에서 복직촉구 집회 중인 국립오페라단원들(사진=공공노조)

문득 호텔로 오기 전, 샤틀레 극장 주변 까페에서 만난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말이 생각났다. 우린 거기서 만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한국에서의 사태를 설명했고, 그들은 모두 경악하였으며, 적극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해줄 것을 약속했다.

우리가 혹시 정명훈에게 당신들이 동참을 호소할 순 없느냐는 제안에는 단호히 불가를 표명했다. 정명훈은 정치적 사안에는 늘 거리를 두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곁들이는 말이, “당신들 지금처럼 파업하면 한국에선 감옥에 가.”라고 정명훈이 라디오 프랑스 단원들에게 말했다는 거다.

그동안 어떻게 저 고매한 예술가가 이명박과 손발이 맞아 수년간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한 방에 해결되었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서 도대체 어떤 책들을 읽었을까? 그는 연대나 인권, 노동자의 권리 따위의 개념을 송두리째 결핍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합창단원이나 오케스트라단원은 그저 자신의 위대한 예술을 위한 사소한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 다 갖다 버려도 다음날 얼마든지 손쉽게 충전할 수 있는 건전지라도 되는 듯.

그 사고의 경박함은 이명박, 유인촌, 이소영과 그가 한 치의 차이도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사상의 '오물종합세트'

물론 우리가 늦은 시간까지 그를 기다린 결례를 범하긴 했다. 그러나 조용히 옆의 로비에서 기다렸고, 그가 우리를 마주친 시간이 1시였던건, 그들의 긴 만찬이 끝난 시간이 1시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짧은 시간에 자료를 읽어야 할 그가 한국어로 된 자료를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는 초반에 “한국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약속도 안 잡고 무례하게 무조건 사람을 기다리고 끼어든다”면서 우리를 한참 나무랐다. 언짢았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가 잠시 3분 정도 우리의 설명을 듣고, 알겠다 읽어보겠다고 하며 서명지를 들고 객실로 올라갔어도, 우린 그의 수면을 단지 3분 정도 지체시킬 뿐이다.

긴 얘기를 한 건 그였고, 우린 그가 쏟아내는, 사상의 오물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포극을 어이없이 바라보았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우린 너무 빨리 넘어갔고, 그것의 연출가가 같은 사람이란 사실에서 정신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 엄청난 혼란을 느꼈다.

1994년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했을 때, 그는 노조의 지원을 받아 함께 싸웠고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현재 지휘하는 서울시립합창단에는 노조가 없다. 그가 취임하면서 “음악하는 사람들이 무슨 노조냐”면서 노조에 대해 못을 박았기에 단원들은 감히 노조를 만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무노조 경영 삼성과 비슷하다.

그가 현재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에도 그가 지휘했던 바스티유 오페라에도 강력한 노조가 있다. 한국에서 가진 제왕적 권력이 거기에선 당연히 없는 탓이다. 2007년, 오페라 바스티유는 열흘이 넘는 강도 높은 파업을 하기도 했다. 무려 4만9천명에 달하는 고객들에 대한 환불사태가 있었다.

노조 안되는 한국 예술가, 노조 되는 프랑스 예술가?

이곳의 예술가들이 지금의 안정적인 대우를 받으며 -합창단 연봉은 한화로 약 8천5백만원 내외, 오케스트라 단원은 1억원 내외이며 은퇴까지 맘 편히 일할 수 있는 정규직이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을 안정적으로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예술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창작기반을 위협하는 경영자의 어떤 요구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연대와 투쟁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정당히 대우하는 이 사회의 예술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수반되었던 까닭이다.

가장 강력한 지원을 기대했던 정명훈을 통해 전원해고 사태를 가능하게 했던 문화 통치자들의 사고의 핵심을 오히려 들을 수 있었다. 문득, 그가 정직하고 양심있는 예술가였더라면, 지금까지 한국에서 일어난 그 수많은 문화예술계에서의 사건에서 그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않고 지내올 순 없었을 것임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

정명훈은 아름다운 소리를 이끌어내지만 그 소리의 구체적인 주체는 연주자들과 합창단들이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예술가로 대우하지 않고, 소모품 정도로 간주하는 그는 더 이상 존경을 바칠 수 있는 예술가가 아니다.

그는 권력자의 그늘 아래 안거하면서, 그가 나눠주는 달콤한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세상의 어두운 구석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우리 시대가 만든 신화의 슬픈 이면이었다. 우리가 쇼크를 받는 수고를 감수했을지언정, 그럴싸하게 포장된 무관심을 드러내기보다, 촛불 발언부터 '계집애' 발언에 이르기까지 낱낱이 자신의 가면을 벗어준 정명훈이 차라리 고맙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막강한 권력자의 마술지팡이 같은 것은 없다. 그 어떤 친절한 권력도 우리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물해 주진 않는다. 예술노동자들 스스로가 보다 넓은 연대의 틀에서 그것을 쟁취하려고 나서지 않는 한. 연대의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서명에 동참했던 모든 프랑스 예술가들이 정명훈의 발언을 접하였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몹시 궁금하다.

정녕 예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없나

정명훈이 일하는 라디오프랑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그가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보인다. 유네세프 친선대사로 있으면서 그는 여기저기서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음악회를 가지기도 했다.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콘서트를 여는 자비를 베풀수 있을지언정, 수십 명의 예술가들이 일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빼앗기고 거리에 나앉아도 채워 넣을 예술가들이 얼마든지 있으니 아무상관 없다는, 구세계의 모순에 온전히 빠져있는 자기중심의 거룩한 예술가. 어마어마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정녕 예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단 말인가.

2009년 03월 23일 (월) 00:15:11 목수정  webmaster@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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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에서 펐습니다.

앗.. 펌글에 5줄 규정이 이런 식의 적용인 줄...
미리 공지를 읽었건만 제가 독해력이 딸리네요. 바로 첨언하겠습니다.

글 내용과 상관 없을 내용으로 시작해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이 사회에서 평민입니다. 능력도 없고 빽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란 귀족들이 갖는 특권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네요.

경찰의 수사진행속도는 편차가 심하죠?
YTN에서 파업도 하기 전에 몇몇을 전격적으로 체포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 장자연씨에 대한 수사는 ...

단적으로 문제가 되는 소속사 소유 건물에서 몇몇이 이삿짐을 꾸려서 정리하는 것을 봤다는 증언을 딴 기사가 나오네요.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유시민씨가 "후불제 민주주의"란 책을 썼다는 기사도 봤는데,
민주주의까지 갈 것도 없이 결코 법 앞에 평민과 귀족은 평등하지 않은 신분제 사회와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다른가 합니다.

제가 감이 늦어서 저 틀을 이제사 깨달은 것인지.


몇 천억 탈세를 해도
아들 술자리 탓에 조직폭력을 행사해도
대법원장이 대놓고 위증을 해도
자살에 유서에 이름 석 자를 적어놔도
특정한 몇몇 만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들, 예를 들면
IMF 터뜨리기, 새만금 갈아 엎기, 멀쩡한 은행 외국 자본에 헐 값에 넘기기


무릎팍도사에 나와 십몇년 감옥에서 생활하다 나왔다는 분들의 죄목에 비하면 한없이 단순하기 그지 없는 것들인데
한갖 예능프로에 우스갯 거리로 소개되는 일들이 정말 웃고 넘어갈 수 있을만큼 단순한 '과거'로 되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백혈병/돌연사/심장혈관계 질환 발생률  
그러한 반도체공장/타이어공장 에 대한 역학조사는 수차례 반복해도 문제가 없음
무노조 경영이 선진 경영이다, 한편 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매스게임과 애사심 향상.
희안하게도 바뀌지 않는 소수만이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이북이나 이남이나 똑같고.

그래도 그저 대기업 제품이 싸고 좋으니 사서 쓸 것이고,
국산을 애용하는게 외제를 쓰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고,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 OOO이라면 뿌듯해 할 것이고.

요즘 한창 WBC에 꽂혀서 머리 아픈 일 잊어서 좋구나 했는데요.
참 잔인합니다. 그리고 저들이 얼마나 세상을 우습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면 내 자신이 우습내요.


귀족/평민이라는 틀과 그 '귀족'이라 할 사람들이 '평민'을 바라보는 느낌이 어떤 것일지 확 와닿아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느낌을 갈팡질팡 어지럽게 써놔서 좀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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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을 읽고 좀 당황스러워서 또 덧붙입니다.

글쎄요. 세련, 품격, 형식적인 절차를 지켜서 약속을 만들어나가는 매너 다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세련되지 못하다, 또는 한밤중에 무례하게 찾아왔다는 이유가 오페라단의 일부가 프랑스에서 저런 대접을 받을 충분한 이유가 정말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 두개의 잘못이 하나의 옳음을 만들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건 정말 사소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리고 프랑스까지 날아간 사람들은 정명훈씨와 일상적인 얘기를, 평범한 얘기를 하러 간 사람들이 아닙니다. 싸움터 한 가운데 만신창이가 된 상태라면 표현이 적절할는지. 그리고 레디앙에 실린 글 자체도 세련됨을 덕목으로 하는 에세이로 봐야 하는 걸까요.

정명훈씨 본인의 사생활이 얼마나 침해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잘나기야 한 사람이겠습니다만...
이번에 해고된 오페라 '단'의 인원은 대체 몇 명이 되는 거죠? 지금까지 이 해고결정을 뒤집기위해 노력해온 시간을 사람 수만큼 더하면 얼마가 될는지?

프랑스로 가기전에 복직운동을 해서 여러 사람들의 뜻을 모으고, 프랑스 오페라단에 연대를 요청하고 그걸 서명으로 받고, 프랑스에 있다는 정명훈을 직접 만나기까지. 정부와 벌일 담판은 몇 일 남지 않았고, 정명훈은 내일 당장 프랑스를 떠나는 상황.

그저 예의를 차리기 위해 정명훈을 쫓아 그가 가는 곳으로 비행기를 타고 또 비서부터 만나서 일정을 잡고 해야 할까요? 지금이 그렇게 느긋한 상황은 절대로 아닙니다. 이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죠. 게다가 정말 다짜고짜 쳐들어갔다고 해야할 상황인지? 그가 저녁약속이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렸던 것 아닙니까. 처음에 정명훈을 만나자마자 비서에게 얘기할 것을 요구했는데, 정말 비서에게 사안의 내용을 전해들었다면 '종이에 사인'만 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란 것 역시 삼척동자도 알 일입니다.

전 그가 얼마나 많은 단체로부터 '지지성명'을 협조받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에게 얼마나 귀찮은 일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는 지휘자이고 그에게 도움을 부탁한 것은 국립오페라단원들 아닙니까.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이란 표현이 이럴 때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요?
그가 청중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줄 때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입으로 세계 최고라 극찬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내쳐질 판인데 글쎄요.
누구보다 '오페라 단원'들의 필요성에 대하여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법한 말 그대로 '마에스트로'가 한 발언은 글에서 보시는 것이죠.

이것은 임요환 선수가 프로게임단 하나 해체해도 다음날이면 연습생 수백명 금방 모이니 상관없다 하는 것과 과연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요?

마침 진중권씨의 글도 올라왔네요.
정명훈 지휘자에 대한 글은 아닙니다만, 국립오페라합창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이 얼마나 우스운지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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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문광부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을 해체시킬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며칠 전의 보도를 보니, 유인촌 장관의 의지는 확고한 듯하다. 지난 7년 동안 국립오페라합창단은 한국 오페라 문화의 발전에 적잖이 기여해 왔다. 그것이 또한 음악계나 문화계의 일반적 인식이라고 알고 있다. 왜 그런 단체를 해산시켜야 할까? 의문은 여기서 비롯된다. 비용 문제는 아닌 듯하다. 단원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70만원의 봉급에 약간의 연주수당만 받으며 전국을 순회하며 연주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문광부에서 내세우는 논리는 오늘자 동아일보에 난 장관의 인터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에는 합창단 규정이 없다. 지난 단장이 인건비 책정 없이 단원을 뽑아 사업비에서 인건비를 써왔다. 이건 정상적이 아니다.” 이것은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도 부정하지 않을 게다. 문제는 이 비정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 상식적인 해결책은 이제라도 규정을 마련하여 그들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합창단 측에서는 몇 년 동안 문광부를 향해 그런 요구를 줄기차게 해왔던 것으로 안다.


그저 “합창단 규정이 없다.”는 얘기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사항은 ‘과연 오페라 합창단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만약에 오페라합창단이 필요하다면, 없는 규정을 이제라도 마련해서 그들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줘야 할 일이다. (반대로 오페라합창단이 정말 필요가 없다면, 그들의 말대로 당장 해산을 시켜야 할 일이다.) 규정은 어디까지나 오페라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오페라단이 규정을 위해 존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정말로 물어야 물음은 이것이다. ‘과연 오페라합창단은 필요한가?’


국립오페라합창단은 필요한가?


문광부의 입장은 당연히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 중의 하나는 오페라에 대한 장관의 오해다. 보도에 따르면, 유인촌 장관이 “외국에는 오페라단에 정규직 합창단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자 국내에 공연차 머물고 있던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의 성악가와 스탭들은 “이탈리아에만 13개의 오페라 합창단이 존재한다.”며, 유인촌 장관의 말을 현장에서 반박했다. 또 유인촌 장관의 말을 전해들은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의 합창단원들은 “그럼 우리는 누구냐?”며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오페라 합창단’이 필요 없다는 생각은 실은 MB 정권의 신념인 구조조정의 발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미 국립오페라합창단 외에 국립합창단이 있으므로, 그 인력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 하지만 이 논리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국립합창단은 콘서트를 위한 합창단으로 자기의 연주일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자기 일정을 소화하면서 1년에 50회가 넘는 오페라단의 일정까지 모두 소화해낼 수 없다. 이미 음악계에서 지적했듯이, 그런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전임 정은숙 단장이 따로 ‘국립오페라합창단’을 만들어야 했던 것도 실은 그 때문이었다.


신임 이소영 단장은 이렇게 말한다. "현재 합창단은 2002년 정은숙 당시 단장이 공연 때마다 합창단을 뽑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만든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는 오페라합창단의 존재를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본다. 하지만 이소영 단장처럼 공연할 때마다 그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경우, 공연의 질적 저하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일례로, 이 단장은 지난 <피가로의 결혼> 때 외부 합창단 섭외가 어렵자 동네의 대학 합창단을 데려다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역예술문화의 창달’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는데, 이 정도면 거의 개그 콘서트 수준의 변명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일정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페라합창단이 존재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오페라 합창단은 국립합창단과 성격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순수합창과 오페라 합창은 서로 발성이 다르다고 한다. 또 오페라의 경우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액팅’이라는 요소가 들어간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 극장에 오페라 전문 합창단이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이것만으로도 전문적인 오페라합창단의 존재 이유는 충분한 셈. 알만 한 사람이 왜 그러는지, 도대체 이소영 단장이라는 분을 이해를 못하겠다. 명색이 단장이라면, 문광부에서 합창단을 해체시키려 해도 자신이 앞장서 반대하는 게 정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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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Anscombe
09/03/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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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에와 정명훈이 닮은 구석이 좀 있죠.. 다른 점이라면, 강마에는 케이지로 반전을 만들었지만, 정명훈은 취임식 때 합창을 지휘했다는 것?
항즐이
09/03/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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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ypapa
09/03/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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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고려해본 사항이 없는 일에, 갑자기 찾아온 사람들과 절박함을 함께 공유할순 없겠죠.
일어날법한 일들이 써있긴 하지만, 한쪽으로 좀 치우친 글인것 같습니다.
개인사를 살펴보면 정명훈은 대단한 사람이긴 하지만, 아마도 착하기만한 사람은 아닐겁니다.
WizardMo진종
09/03/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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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에서 언급된부분중에 사실이 반만 되더라도 엄청난 실망인데요;;;
Ms. Anscombe
09/03/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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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단 편을 든다고 착한 것도 아니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서 가장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뿐이겠죠. 폭언과 같은 매너의 문제를 떠나서 단순히 태도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정명훈에게 실망할 것도 없고, 나쁘다고 몰아붙일 것도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소위 예술한다는 사람이 가질 것 같은 정치적인 초연함 같은 것은 없으며(그저 무관심할 수는 있겠지만), 정명훈 같은 경우는 특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항즐이
09/03/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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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도 한 명의 인격체고, 그가 어떤 정치적인 입장을 가졌건 그것이 그의 예술가로서의 역할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가 가진 정치적인 입장을 비판할 수는 있겠죠.
그의 정치적인 견해가 얕아 보이고 더군다나 드러내는 방식이 수준낮아 실망스럽습니다.
하지만 한 편의 일방적인 의견이라 조심스럽긴 하군요.
09/03/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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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사람들 중에서 극 보수적인 포지션을 가진 사람이 없을거라는 생각은 아니시겠죠?
뭐, 어렵게 고학해서 먹고사는것조차 걱정하면서 예술생활을 해왔던 가난한 음악가도 아니고... 나름 앨리트코스를 밟아온 사람인데,
저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음악 잘한다고 인품까지 훌륭할거라는 보장 또한 없는거구요. 예술은 예술이고, 인품은 인품이죠...

저도 나름대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이지만, 정명훈은 그저 뛰어난 지휘자라 좋아할 뿐이지,
그 사람의 인품이나 사상 등이 좋아서 그의 연주를 듣는 사람은 아닌지라, 왠지 이 글을 봐도 무덤덤하네요...

게다가, 어떤 사람이 한 얘기를 한쪽 입장에서 앞뒤 잘라서 늘어놓으면...
세상 어떤 사람도 위인으로 만들 수 있고, 세상 어떤 사람도 천하에 몹쓸X으로도 만들 수 있는거죠.
노통 시절의 조중동이 아주 잘 보여줬지 않습니까?
星夜舞人
09/03/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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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100% 신뢰는 못하겠습니다. 일단 정명훈씨의 마인드가 어디에 치우쳐 있는지를 알아야 됩니다. 한국식인가 아니면 유럽식인가, 거기에 말이죠. 무슨일이 있던지 간에 유럽사람들은 예약이 없이 서류를 내밀고 사정설명하는걸 정말 싫어합니다. (아닌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많을 사람들이 그렇게 합니다) 정말 정명훈씨가 바쁘고, 개인적인 시간을 즐기려고 했을때 공적인 일로 들이닥친다면 막말도 나올만 합니다. 이건 매너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식 마인드가 통하지도 않고 통할수도 없습니다. 유럽에선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수순을 밟아서 예약하는게 정상입니다. 물론 합창단원의 절박함은 이해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식으로 하다간 오히려 상대방에게 반감만 초래할수 있습니다.
Ms. Anscombe
09/03/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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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은 나름 엘리트 정도가 아니라 완전 엘리트죠.. 그가 자랐던 시대와 공간을 생각하면 말이죠.. 뭐 지휘자들이 모두 발터처럼 착한 것도 아니고, 대개는 정반대이니.. 다만 이분과 그분의 관계가 워낙 돈독한지라,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09/03/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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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를 떠나서, 촛불 관련 얘기만 봐도 상대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인 건 분명한거 같군요.
星夜舞人
09/03/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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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님// 그건 맞습니다만, 유명한 일화가 있죠. 프랑스의 장관이 한명 있었습니다. 업무중에 자신의 어머니가 갑자기 급사했는데, 그걸 알릴려고 어머니집에 고용된 고용인이 사무실에 그걸 알리려고 들어갈려고 문을 열었는데, 그 장관이 업무중이라고 고용인에게 폭언을 하고 나가라고 했답니다. 뭐 많은 유럽사람들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그 만큼 절차가 생략된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유럽사람이고, 여기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면, 상대입장이 어떻게 되던 말던 일단 자신이 하는일이 차질이 생기면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정명훈씨가 한국식 마인드가 있다면야 아니겠지만, 유럽식이라면야 뭐 할말은 없죠. 그게 그 사람한테는 맞는것이기에 둘의 입장을 들어봐야지 알겠죠. (촛불얘기도 정말 했는지 안했는지 당사자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무조건 믿는다는건 조금 위험한 일이죠~~)
09/03/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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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유명 지휘자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해낸다고 해서,
그들의 사상이나 정치적인 포지션, 인품, 대인관계... 등등이 전부 다 아름다울 것이라는 환상은 버리는게 좋습니다.
이 글에서도, 왠지 그런것을 이용해서 약간은 선동하는듯한 냄새가 나서 그런데,
사실... 유명 지휘자나 연주자들 중에 성격파탄자들(-_-;;) 많습니다;;;
베바에 나오는 강마에가 그냥 극중의 설정일수도 있습니다만, 아주 근거없는것도 아니랍니다. ^^;;

뭐.. 그렇다고 정명훈씨가 성격파탄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저, 음악과 인품을 동일시해서 선동하는 글 투가 맘에 안든다는거죠.
e-motion
09/03/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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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음악노동자라는 말을 상당히 지지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 글 목적 자체가 좀 의심스럽죠. 제가 보기엔 새벽까지 기다렸는데 면박당하고 열받아서 한번 당해봐라 하는 생각으로 쓴 거 같은데요? 만약 정명훈씨가 정의감에 불타 당장 서명해주는 걸 기대했다면 정말 순진한 생각입니다. 정명훈씨 정도로 올라간 거물급은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 유지/강화를 위해 하루에도 수없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새벽 한시에 갑자기 나타나서 서명을 강요(!)하는 건 자살행위죠. 심지어 정명훈씨 비서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official way까지 제시했는데 이걸 무시하고 다짜고짜 쳐들어갔습니다. 이걸 자기들은 정의를 위한 용감한 행동처럼 생각하는 모양인데. 좀 이런 거 할 때는 가슴보다 머리를 앞세웁시다. 제가 보기엔 그런 무례하고 과격한 접근 방식 땜에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거 백날 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내가 한국 가서 이거 알아 볼 거예요. 오페라 단장한테 물어보죠. 어떻게 된 건지.” -> 최소한 정명훈씨는 관심은 보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보기엔 이 정도 반응을 이끌어냈어도 대단히 성공한 겁니다. 최소한 모르고 있던 것에 대해 관심은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만약 저라면 이 발언을 근거로 한국음악계의 거물인 정명훈씨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도로 잘 포장해서 필요할 때 써먹겠습니다.
밑힌자
09/03/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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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문열이 싫어도 이문열의 문장을 좋아할 수는 있으니까요.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사회 안에서 사회의, 인간의 요소를 가지고 예술하는 이는, 그리고 그 위치가 어느 정도에 다다라 있는 이는 그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것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다만, 레디앙은 종종 감정적인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있어서, 이 경우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Ms. Anscombe
09/03/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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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아름답다는 것과 인품이 아름답다는 것을 동일시하는 건 '아름다움'이라는 말의 동일성으로 인해 생기는 혼동일 뿐이죠. 나치에 협력했던 지휘자들도 많습니다. 물론 그 반대도 있죠. 요컨대, 예술의 아름다움과 인품의 훌륭함은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정치력을 보였던 지휘자라면 단연 카라얀이겠죠..
The_CyberSrar
09/03/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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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라든지 그런 고리타분한 분위기 문제 때문에 그런 말을 쏟아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계집애라던지 그런 말들은 늦은 시간에 일정에도 없는 공적인 약속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촛불시위라던지 이번 해고건이라던지에 대한 그가 쏟아낸 코멘트로는
정명훈이라는 지휘자의 정치적 포지션이나 사상이 우측으로 편향되었다 뿐이지
사람이 착하다, 악하다를 선별할 수 있는 편린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해고 당한 사람은 불쌍하다, 고로 도와줘야 한다. 도와주면 착한 놈, 안 도와주면 나쁜 놈
이런 유치한 삼단 논법이 성립할 수 없는 것은 첨에 전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구별할 수 없는 명제이기 때문에...
또한 자선 콘서트등이 그가 지닌 성품을 더욱 헷갈리게 하는 것도 있구요...

그런 걸 떠나서 제가 생각하는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라 거부감이 느껴지네요.
밑힌자
09/03/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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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Anscombe님// 일단 정명훈씨의 건과는 별개로(아직 확실한 것이 없으니까요), 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약간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정란씨가 '아름다운 것은 저절로 진실하지 않다. 그러나 진실한 것은 저절로 아름답다'라고 말한 것처럼,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인생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도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형식과 기술의 아름다움이라면 저도 작업해봐서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지만서도... 종종 이것들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긴, 저도 '아름다움'과 '인간다움'은 필연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소 교차할 수도 있지만, 인간다움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인간중심주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뻘플이었습니다.
퍼플레인
09/03/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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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시는 분들 중 '성공했다'라고 일컬어지는 절대다수는 일반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매우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인이 맘먹고 저항예술의 길을 걷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능만으로 그 자리에 서기란 하늘의 별 따기니까요. 인품이나 예술적 감수성과는 별개의 문제로 반쯤은 생존본능에 의존한 사회적 선택을 하게 마련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국립오페라단'이라는 동종업의 문제라 조금 달리 보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정명훈씨가 (저 글만 놓고 본다면) 좀 격한 말을 쏟아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그가 설사 진짜로 저런 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전후사정도 모른 채 그것만으로 나쁜 사람이라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해고됐다고 해서 서명받는 것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안되는데 왜 쓸데없이 힘을 빼냐'라고 말한 것은 좋고 나쁨의 판단기준이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인간적인 실망은 차치하고요.
星夜舞人
09/03/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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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CyberSrar님// 해고당한 사람이 불쌍한건 맞습니다만, 정명훈씨는 절차없이 하는걸 싫어하는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또한 촛불시위나 해고건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정명훈씨가 했는지 안했는지 본인이 직접 이야기 하지 않은이상 일방적으로 매도하는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다고 한들 거기에 대해서 실제 영향력을 했사하거나, 무력으로 대응하지 않는한 그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이각하를 싫어하는 이유가 정책반대한다고, 무력으로 쓸어버린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있습니다.)
Ms. Anscombe
09/03/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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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힌자님// 어떤 경우에는 서로 다른 것에 적용되는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상호 교환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에서는 지적하신 부분이 타당합니다. 문제는 교환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는 데 있죠. 이는 체계가 복잡해짐에 따라 더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아이들이 웃는 것만 보아도 감동을 느끼는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가 자기도 모르게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빼앗는데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부시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이 피에 굶주린 사람들이 결코 아니니까요. 나치 협력의 의혹을 받는 푸르트벵글러나 카라얀 같은 사람들이 베토벤의 교향곡을 지휘하면서 정말로 엄청난 환희와 감동을 느꼈을 것이라고 봅니다만, 그와 동시에 유태인 학살에 찬성했다고해서 모순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보저그
09/03/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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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정황은 알 수 없지만 저 글을 읽으니 찾아갔다가 무시당하니까 분해서 인터넷에 글 올려서 엿먹이려는 악의가 느껴지더군요. "예술가적 양심"이니 "현대 돈많은 귀족" 같은 표현에부터 선동성이 느껴지고, 특히 촛불이라든지 MB와 관련시키려는 부분에서는 괜히 글의 신뢰성을 깎아먹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 글이 모두 다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에 쓰여있는데로 정명훈 씨가 대한민국의 최고의 예술권력임을 고려할 때, 그의 입장이 보수적일거라게 당연히 예상되는 것 아닌가요? 어떤 분야에서든지 권력이나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을 거의 못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Ms. Anscombe님이 써주신 아름다움이라는 말의 동일성으로 인해 생기는 혼동이라는 표현에 동감합니다. 잘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써먹어봐야겠네요.
Ms. Anscombe
09/03/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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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정치적 측면에 있어서는 정명훈이 서울 시향 상임지휘자가 된 데에는 그분의 힘이 절대적이었던지라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정명훈이 시향 지휘를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서울시가 정명훈을 영입하려고 했다는 게 맞겠죠.. 왠지 석란시향과 겹쳐보인다는..
국제공무원
09/03/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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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쪽의 감정에 치우쳐서 엿 먹어봐란 식의 목적이 보이는 글은 반갑지 않네요 -_-;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더랬죠..?

저번에 병원건의 태연양 발언도 그렇고 ... 이런 철없는 아가씨들의 단순 정의감에 불타서 다른사람 스케쥴은 생각도 안하는 방식도
그렇고... 이런 행동이 옳다는 식의 여론이 조장되면 세계적으로 국민의식 떨어진다고 욕듣는거 순식간일 겁니다.

야구나 스포츠만 잘하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어리다고 , 가난하다고 다른 누군가 비웃지 못하게 ....우리가 똑바로 ,이성적으로
많은일들을 해결해야 할줄 알아야 합니다.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한국 사회가 참 x같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내가 똑똑하지 못하면..)
09/03/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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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 기사글이 가장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그의 정치적 성향(사상적 오물이라고 표현했군요) 때문에,
그의 예술세계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팍팍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사상이 오물같으니 그의 음악도 오물이다." 라는 논리죠.
게다가, '귀족'이라는 단어까지 들먹이면서, 계급주의적인 선동까지 제대로 하고 있다는것도 맘에 안듭니다.
Ms. Anscombe님도 언급하셨습니다만, 역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카라얀의 경우도, 나치 지지자였다는 의혹을 받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의 예술세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은 음악이고, 정치는 정치죠.

그렇게 따지면, 반대편의 논리에서 볼 때, 아인슈타인은 좌파(빨갱이?) 였으니, 그의 과학적 업적도 부정돼야 하겠군요?

특히나, 마지막 문구가 지극히 맘에 안듭니다. '정녕 예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단 말인가.'
예술로 인간을 구원한다는 말은, 정치/사회적인 면이 아니고, 정서적인 면으로 쓰이는 것인데, 저렇게까지 왜곡하나요?
Amy Sojuhouse
09/03/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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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별개로 내 생애 최고의 오델로는 정명훈의 오델로였는데... 그 절도 있는 지휘도 맘에 들었고...
뭐 그 사람이 좀 사고 방식이 엘리트지상주의에 파쇼가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것도 카라얀이나 말러같은 예술지상주의자들이 흔히 벌리는 퍼포먼스니까하고 생각했지요.
그렇지만 이 나라에서는 멀리는 윤이상이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됐을때 존케이지이하 그 수많은
예술인들이 서명을 통해서 그를 구하고자 했다는 것을 모른답니까? 단순한 서명이라...참....
뭐라 해야 할지... 반정도의 진실이라도 음악과는 별개로 인간에는 실망이 드는것은 어쩔수 없네요.
Ms. Anscombe
09/03/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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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은 의혹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협력이 인정되었죠, 활동 정지까지 먹었었으니.. 뭐, 나치에 찬성해서라기보다 영달을 위해 협력했다는 게 맞겠지만 말이죠..
유역비이뽀~
09/03/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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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치우칠까봐 조심스러워하는 댓글들이 많이 보이는데... 저로선 비교적 명확한 입장이 정리가 되네요.

정명훈 자신이 유럽식 노조의 투쟁으로 혜택을 받은 적도 있는 자로서,
또 국내 음악계에 영향력이 있는 자로서,
한국의 음악계의 유일한 상설 국립오케스트라단의 해체에 대해 그 '부당성'과 더불어, 그 부당성이란 계약관련한 거니 관여하기 힘들다칠 지언정, '후진성'에 대해선 공감해줬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최소한 서명을 받고자한 분들에 대해 '안하무인' 식의 대우를 한 건 사실인 것 같고...
그로 인해 '귀족'이란 비아냥을 받아도 할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

본국의 단장과 연락해 전후사정을 이제 알게 되실텐데, 어떤 대응을 해주실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댓글들 중에 자주 나오는 그의 예술적 성취와 정치적 스탠스의 구별은 당연한 얘기겠지만요.
지구사랑
09/03/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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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독기가 읽는 것을 편하지 않게 하네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중동 기사를 읽을 때 느끼던 것과 왠지 유사한 느낌입니다.
부평의K
09/03/23 16:29
수정 아이콘
애초에 국립 오페라단이 운영되던 방식이 문제가 있었죠...

원래 오페라는 그때그때 오페라에 맞춰서 캐스팅해서 사람들을 쓰는게 정석입니다. 그래서 국립 오페라단에서도 항상 공연이 있을때
마다 모집해서 써야하는데... 국립극장에서는 1년내내 공연이 있다보니. 항상 모집하는것도 번거로워서 그냥 한번 모아다 놓고서는
그 멤버들을 거의 그대로 갔다더군요...

그런데 저 멤버들에게 누군가가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 라는 뉘앙스로 말을 했던거 같고, 그 말을 믿었던 멤버들은 이번에 해고
사태...가 일어나니 부당해고다... 라는듯. 국립극장에서 '우리는 앞으로 오페라 할때마다 모으겠다' 라고 나오는거 같은데 그렇게 되면
좀 문제가 미묘해지기는 하는거 같습니다.

그런거저런거 다 떠나서... 저 글 작성자들 자체가 굉장히 웃기네요. 기본적으로 자신들은 전사나 투사로 설정하고 가서 무례를 저지른
거 같은데... -_-; 기본적인 정보자체가 다 틀렸습니다. 저 글 원문 블로그에도 리플들 달려있지만. 바스티유 극장 노조가 정명훈씨 도와
준건 전혀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명훈씨쯤 되면 어찌되었던 세계적인 공인인데... 무조건 찾아가서 읽어보고 싸인하라? 삶은호박에 이도 안들어갈 소리지요. 아마 카라얀쯤 되는 사람이었으면 불꽃따귀 날아갈만한 일일겁니다. --;
서정호
09/03/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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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 글이 사실인지 의문이 들지만 사실이라고 하면...정명훈씨 좀 실망스럽군요.
자신이 어떤 식으로 프랑스 바스티유극장에서 해고당하고 거기에 어떻게 저항했는지 자기 자신이 잘 알터인데...
저런 반응은 좀 그렇군요.
그리고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 까놓고 말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비하부터 한다는 거 자체가 정말 맘에 안듭니다.
옛날에 미국한테 지원받은 게 뭐 어떻다는 거죠?? 미국도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챙겨가고 있는데 그건 모르나요??
정치공부 역사공부나 제대로 하고 촛불시위에 대해 논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戰國時代
09/03/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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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환상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싶네요.
클래식음악이니 회화니 하는 예술 장르들은 [노동자, 농민들을 착취해서 고혈을 빨아먹던] 귀족들을 위한 쾌락의 도구로서 탄생된 것들입니다.
역사상의 예술가들은 대부분 스폰서 귀족들에게 굽신거리고, 그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서야 예술가로서의 생활을 해 나갈수 있었을 정도로 옛부터 권력자(혹은 부유층)과 예술과의 관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였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정명훈의 저러한 태도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네요. 되려 생각보다 신사적으로 보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소위 좀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굉장히 정치적이고, 보수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회거든요.
RunDavid
09/03/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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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자기 생각대로 되리라고 생각하고 프랑스로 떠난건가요?

너무 막내가내였군요...
09/03/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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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사랑님 의견과 같습니다.
happyend
09/03/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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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이글을 봤네요.

일단, 모든 글이나 말은 언제나 누군가의 시각이 들어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는데요,여기서도 그런 점이 있다는것을 알 필요가 있을것 같아서 한마디 적고 싶네요.
정명훈씨의 정치적 견해가 그의 음악성과 관련이 있으려면 적어도 그 견해가 불법적일때나 문제가 되겠죠.그런데 위에 표현된 것만으로는 전혀 음악적 성과가 무시될만한 경우는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정명훈씨는 외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많은데다 아시다시피 다소 근본주의에 가깝게 보일정도의 신앙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현재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모를수도 있습니다.(가령,미국 소고기 문제에 대한 전개과정이라거나)
그렇지만,애초에 이문제의 핵심은 오페라단 해체에 대한 정명훈씨의 태도나 입장이 전혀 문제될게 없어보인다는 것입니다.물론 섭섭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야,영향력있는 사람의 입김이 대단히 중요하고,그래서 파리까지 서명을 받으러 갔겠지만,정명훈씨가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을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들에 의해 감화되어 할리는 없습니다.
오히려,한국 돌아가서 자초지종을 알아보겠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오페라단을 해체한 정부의 '반문화적'인 정책은 (자세한 과정은 모르지만) 충분히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말입니다. 정명훈씨가 오페라단이 정치적인 이유로 해체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그것이 어찌 비난받을 일일지 모르겠네요.반론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물론, 정명훈씨가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지휘자였다면....많은 점이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09/03/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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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정명훈씨의 대응이 좀 천박했습니다. 당신들이 나서서 뭐하는 거냐는 둥 기도하라는 둥 촛불이 어쨌다는 둥 아프리카나 가라는 둥. 그다지 이성적인 대응으론 보이지 않았고요, 그러니 오해를 낳죠. 상대가 천박하게 나왔다고 이쪽도 천박하게 나올 필요는 없었습니다. 잘 타이르거나 정말 무례함에 대해 불쾌감이 일었다면 그런 걸 조리있게 크게 꾸짓었어야죠.(글쓴 분이 그런 걸 쏙 빼놓고 적은게 아니라면 말이죠)
09/03/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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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정명훈씨 입장에서 재구성 해봤습니다.

1. 비서한테서 서명운동에 대한 문건을 전달받음.
2. 비즈니스 미팅(글에는 '만찬'이라고 나와있습니다만)을 마치고 나오는데,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붙잡음.
3. 장광설을 늘어놓음.
4. 그에 관해서는 오페라 단장에게 직접 물어보겠다고 함. (양 쪽의 의견을 다 알아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거라 봄.)
5. 돌아가려고 하는데, 다시 붙잡아놓고선, 서명운동에 대해서 다시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서명 명단을 보여줌.
6. 이 사람들이 절차도 모르고, 예의도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몇 가지 충고를 하고 돌아감.

이렇게 구성을 해 놓고 보니, 정명훈씨 입장에서는 최대한 부드럽게 그들을 대하려고 했던것이 됩니다.
물론, 본문글을 쓴 사람 입장에서는, 정명훈씨가 더러운 권력에 빌붙어서 단물이나 빨아먹는 오물과도 같은 사상을 지닌 사람이 되지만요.
글쓴이의 입장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이나, 정부나... 악마같은 존재겠지만, 정명훈씨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괜히 한쪽 얘기만 듣고, 섣불리 움직일 이유가 없는데다가, 긴 미팅 끝에 피곤한(새벽 1시랬으니...) 상태니,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오는게,
어쩌면 당연한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번에 서세원씨가 장자연씨 매니저를 찾아갔던 일도 그렇고, 한 쪽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가지고 쓴 글만 보고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면, 심각한 오해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P.S: 게다가, 이 글에는 기자가 정명훈씨한테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인용이 거의 없죠. "당신이나 정신차리세요."라고 했다는거 외에는 말입니다. 눈빛을 읽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애매모호한 말로 뭉뚱그려놨지만, 실제로 그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정확하게 오고갔는지에 대한 것은 쏙 빼놓고, 정명훈씨가 내뱉은(정확한지도 잘 모를...) 말만 기록해놓고 있군요.
sometimes
09/03/23 19:21
수정 아이콘
팬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글쓴이가 얼마나 왜곡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접근 방식이나 문제의 본질에 대한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해도
최소한 저위의 멘트를 정명훈씨가 내뱉었다면 인격과 연륜이 의심될만큼 저급한 발언이긴 합니다.
Ange Garden
09/03/2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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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의견만 가지고 타인을 비방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최민수씨 사건만 봐도 그렇고 언제든지 우리 자신에게도 일어날수 있는 문제일수도 있는데 말이죠. 이런 글은 결과를 두고 본 뒤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것 같습니다.
09/03/2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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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님 댓글에 한표.
09/03/2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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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품격으로 보아 진실 100% 일 확률은 거의 없고, 대충 절반 정도가 사실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제가봐도 정명훈씨가 잘못한 것은 거의 없군요. AhnGoon 님의 재구성 정도가 당시 정명훈씨가 느꼈을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가진자들이 못가진자들의 배고픔을 이해해주지 않을 때 못가진자들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듯이, 가진자들에게 '가졌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언제든지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도움 자판기' 정도로 대우하면 저쪽도 화가 치밀어 오르죠. 글쓰신 분이야 처음 만난 사이일지 몰라도 정명훈씨는 저런 식의 방문객이 항시 있을텐데, 저같아도 짜증날 것 같습니다.
밑힌자
09/03/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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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글의 수준이야 다음 구절만 보면 짐작할 수 있죠.

"그러다가 호텔의 한 직원이 우리에게 누구와 약속이 있냐고 묻고, 그렇지 않다면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돈 많은 현대의 귀족들의 충실한 심복 같은 그들은 물리적으로 우리를 쫓아낼 판이었다."

정명훈씨가 근본주의자인 거야 별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이고... 뭐 이 글은 정명훈씨에 대해서 알려준다기보다는, 현재 오케스트라 단원 해고 건으로 인한 투쟁이 진행중이라는 것, 그리고 레디앙은 여전히 세련되지 못하다는 것 정도를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눈물비사랑
09/03/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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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뽑는거나 기사의 전개나 이 기사가 조선일보와 다른점이 뭐가 있나 싶네요.
09/03/24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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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추가되었군요. 오페라 합창단 분들 자체는 참 안됐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런 정황이 본문의 상황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정명훈씨가 눈앞의 사람들과 보낸 시간은 길어야 20분이죠. 그 와중에 눈앞의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정명훈씨의 지인들을 악의 축이라고 성토합니다. 그리고 일단 성명서에 싸인부터 하시고 길게는 자신들의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말합니다. 더구나 그분들은 정명훈씨의 스케줄따위에는 아무 관심도 없어보입니다. 그 상황에서 정명훈씨가 저분들에게 교감하기가 그렇게 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위에 e-motion 말씀처럼 '내가 한번 알아보겠다' 라고 말하는 정도가 고작이었겠죠.

길에서 불우이웃을 돕자고 붙잡는 수많은 사람들중에 상당수는 진짜 순수한 의도로 그러는 분들이겠죠. 하지만 우리가 그분들을 만날 때마다 그것을 일일히 확인하진 않습니다. 정명훈씨에게만 고매한 기준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립서비스로 한번 칭찬해줬다고 해서 한솥밥먹은 식구가 되는 것도 아니구요.
헐렁이
09/03/2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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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Bef/ 저도 다시 글을 읽었는데 대다수의 리플 들이 정명훈씨에게 "쳐들어 갔다" "불쑥 찾아갔다"란 표현을 쓰는데 이 부분을 다시 좀 읽어주시죠. 호텔에 서명에 관한 문서를 "한국어 본"으로 다시 출력하여 비서 또는 정명훈 본인에게 직접 전달하려 한 것이죠. 그러나 결국 그와 만나게 된 계기는 다시 반복하지만 아래와 같습니다. 대체 이보다 더 어떻게 무례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인지?? 단지 그와 만나기 위해 그가 저녁약속을 마치고 호텔에 올 시각까지 기다렸고 호텔에서 그를 발견했으나 누군가와 동석한 것을 보고계속 기다립니다. 새벽1시까지. 이게 무례하다고요? 결국 호텔에 정명훈씨에게 남길 메세지와 한국어 본 출력물을 넘겨줄 것을 약속받고 나가려 할 때, 정명훈씨 본인이 직접 왔다고 되어 있는데... 왜 굳이 그 늦은 밤까지 찾아가는 결례를 범했나 할까봐 다시 또 부연하자면 정명훈씨는 기사 내용이 일어난 날 자고나서 아침에 프랑스에서 출국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합창단원들은 문화부, 오페라단과 담판을 벌이는 중요한 날인 다음 주 화요일까지 이 모든 서명을 받기를 원하고, 그는 내일 아침 떠나고... 우린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근처 사이버까페에 가서 한국어 본을 출력하여 밤에 호텔에 전달하기로 했다.

서명보다 더 중요한 건 그의 생각이고, 지지의 발언이다. 중요한 사람들과 중요한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서 갔다는 정명훈씨가 지금쯤 와 있으리라 생각하고, 뫼리스 호텔에 도착했더니 그는 1층 레스토랑에서 몇몇 사람들과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호텔서 쫓겨날 뻔하다

기왕 온 김에 단 3분이라도 그에게 우리의 육성으로 절박한 현실을 전하고 그의 예술가적 양심에 호소하고 싶었기에, 우린 그에게 전달할 문서를 들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호텔의 한 직원이 우리에게 누구와 약속이 있냐고 묻고, 그렇지 않다면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돈 많은 현대의 귀족들의 충실한 심복 같은 그들은 물리적으로 우리를 쫓아낼 판이었다. 실랑이 끝에 겨우 정명훈에게 남길 메시지와 한글로 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 문서를 남기면 호텔측에서 그 문서를 전달하기로 하고, 글을 거의 다 쓸 무렵, 마침 그들의 긴 만찬이 끝이 났다. 정명훈은 우릴 발견하자마자 다가왔다.

조금 전 비서에게 전한 문건을 손에 쥐고 흔들어 대며, “도대체 이게 뭐예요. 이게 뭐하자는 일이예요?” 나는 그의 말을 한국에서 일어난 사태의 경악스러움에 대한 표현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건 완벽한 오해였다.
09/03/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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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이님// 다른거 없습니다. 사전 스케줄 약속이 없이 찾아갔기 때문이죠. 저처럼 별 것 아닌 사람도 사전 약속 없이 모르는 사람이 불쑥 찾아오면 싫습니다. 일반적인 대학 교수정도만 돼도 진로상담같은거 한답시고 사전 약속 없이 노크하면 바로 얼굴 시뻘개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죠.

하물며 저정도 거물이 되면 하루 24시간이 자기 시간이 아니죠. 밥먹고 있는데 옆에서 주구장창 기다린다?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무례합니다. 정명훈씨가 다음날 아침에 출국해서 마음이 급한건 자기들 사정이죠.
헐렁이
09/03/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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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Bef/ 글쎄요. 국립오페라합창단이 부당하게 해체되는 상황이 한 개인의 진로상담과 비견할 만한 일인지... 물론 한갓 자기 고민 때문에 친구집 문 두드리듯 한다면 누구나 그렇겠지만요. 절차를 지키는 것, 사전 스케줄을 먼저 잡는 것은 일반적인 규칙입니다만 살다보면 그런 상식을 다 지킬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이 왕왕 발생하고, 바로 이번 경우가 거기에 해당하지 않냐는 생각입니다.
09/03/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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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이님// 그사람들의 다급한 상황이야 이해해줄 수도 있죠. 다만, 그로인해 짜증이 났을 정명훈씨에게 그런 이해를 '강요' 할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이해해주면 고마운거고, 이해 안해주면 좀 서운이야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닐까요.
e-motion
09/03/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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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글을 읽어보니 진보신당 지지자로서 제가 다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사회운동 한두해 해본 것도 아닌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 뜨거운 머리를 가지고 있으니.

"그리고 프랑스까지 날아간 사람들은 정명훈씨와 일상적인 얘기를, 평범한 얘기를 하러 간 사람들이 아닙니다." -> 그러기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천천히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하는 겁니다. 그 정도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성향에 관계없이 자신의 발언, 돌출행동 하나가 언제 폭탄이 되어 자기의 커리어를 다 날려버릴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매우 방어적이죠. 설마 이런 생각도 없이 무작정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고 간 건 아니시겠죠? 만나주기만 하면 정명훈씨가 자신들이 원하는데로 무조건 움직여줄 것이다? 순진하셨습니다.

"지금이 그렇게 느긋한 상황은 절대로 아닙니다. 이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죠. 게다가 정말 다짜고짜 쳐들어갔다고 해야할 상황인지?" -> 이게 다짜고짜 쳐들어간 게 아니면 뭔가요?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해볼까요. 지금 목수정씨와 진보신당이 한 건, 새벽 1시에 야근 마치고 피곤한 몸 이끌고 집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를 가로막고 '예수 믿으시오' 이러는 거하고 크게 다르지 않아요. 상황의 특수성 같은 걸로 이런 무례함을 자꾸 정당화 하시는 거 같은데. 원래 자기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그런 무례함을 용인해 줄 사람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것이죠. 거기다 면박 당했다고 보복성 기사까지 쓰는 치졸함은 또 뭔가요.

만약 저라면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정명훈씨에게 영향력을 행상할 수 있는 프랑스 음악계의 지지를 먼저 얻어내겠습니다. 원래 프랑스가 그쪽으로는 상당히 관용적이기 때문에 E-mail과 전화 통화만으로도 이건 충분할 겁니다. 다음 이걸 가지고 비서를 통해 접촉하여 '프랑스 음악계의 누구누구도 지지했으며, 당신 후배의 밥그릇이 달린 문제다'라고 호소하여 정명훈씨 자신의 문제로 만들겠습니다. 다음에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도 늦지 않습니다. 경험상 이런 거 처리하는데 아마 1-2주일 정도면 충분할걸요. 실패하면? 국내 음악계의 거물로 눈을 돌려야죠. 자기 제자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가만히 보기만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흔치 않습니다.
밑힌자
09/03/24 11:40
수정 아이콘
댓글 엄청 길게 달았었는데, e-motion님께서 이미 필요한 이야기를 해 주셨군요 - _-;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행동에 어떻게 반응했다'가 아닙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했으면, 그것에 맞는 입장을 취했어야지요. 늘 말하는 것이지만, 정의의 편이라고 모든 행동이 용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은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전략으로 들어갔다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제풀에 화가 나서 떼를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의의 수사학'을 동원하고 있고, 이는 전형적인 레디앙식 분풀이죠. 이런 글은, 화려한 수사학으로 자신의 본심을 포장하는 이문열식 수사학과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정명훈씨에 대한 비판은, 그가 서명에 대한 결정을 내렸을 때에나 조금이나마 가능한 일입니다. 좀 더 기다려 보았으면 합니다.
09/03/24 12:24
수정 아이콘
-만약 저라면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정명훈씨에게 영향력을 행상할 수 있는 프랑스 음악계의 지지를 먼저 얻어내겠습니다. 원래 프랑스가 그쪽으로는 상당히 관용적이기 때문에 E-mail과 전화 통화만으로도 이건 충분할 겁니다. 다음 이걸 가지고 비서를 통해 접촉하여 '프랑스 음악계의 누구누구도 지지했으며, 당신 후배의 밥그릇이 달린 문제다'라고 호소하여 정명훈씨 자신의 문제로 만들겠습니다. 다음에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도 늦지 않습니다. 경험상 이런 거 처리하는데 아마 1-2주일 정도면 충분할걸요. 실패하면? 국내 음악계의 거물로 눈을 돌려야죠. 자기 제자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가만히 보기만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흔치 않습니다. -

음.. 이건 이미 했는거 같은데요? 글만 읽어보면 말이죠. 다른 합창단원들하고 얘기도 했고, 서명도 받았고, 비서를 통해서 접촉도 했고...

기사를 낸 사람들의 행동이 급해서인지 세련되지 못하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정명훈씨의 반응 역시 세련되고 좋은 반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약속 없이 쳐들어간 사람이 잘못된 건 맞죠. 그러면, 미리 비서를 통해서 "이렇게 약속을 안 하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자료 남기고 가라. 서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면 내일 아침이라도 해주겠다." 이런 식의 말이라도 먼저 전해었야죠. 새벽 1시까지 기다리지 않도록.

급박한 사람에게 자신의 약속을 위해서 기다리게 하는 것도 그래서 악이 오를때로 오른 사람들에게 (설사 그 사람들이 실례를 했더라도) 거기에 대고 "너희 이거 뭐하는 짓이냐?" 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도 "진짜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할 행동은 아닌 것 같군요.

정명훈씨가 서명을 안 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있으니 말이죠. 그렇지만 이번의 행동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보이네요.
happyend
09/03/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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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제가 잘 못 생각한 점이 있었네요.(괜히 본문만 읽고,전후사정을 알아보지 않고 댓글을 달아서 죄송합니다.)

일단,정명훈씨는 서울시향 상임감독입니다.국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엄밀히 말하자면 동업자인거죠.예술계가 그런 동업자 정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따라서,제가 국내에서 활동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얘기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두번째는 정명훈씨를 애초에 만나러 간 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090324123018192h2&linkid=42&newssetid=495&from=rank
예전에 해고되었다가, 무효소송으로 복직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정명훈씨를 만나보라는 파리오페라단원의 조언을 받아들였다는 것이죠.

따라서, 무례하게 느꼈을 지언정, 불가능한 일을 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정명훈씨 정도의 음악적 지위를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업자정신을 요구한 것이니까요.
Ms. Anscombe
09/03/2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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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end님// 서울시향 상임 지휘자라는 말은 위에 제가 언급한 건데..--;; 가카의 시장 재임시의 업적 중의 하나죠.

프랑스에서의 상황과 비슷해 보이긴 하네요..
몽달곰팅
09/03/2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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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행동이었죠. 그의 지휘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우리나라가 이렇게 찬사를 보낼만큼 위대한 지휘자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저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모욕을 줄 만큼의 행동을 취하는건 올바른 선택이 아닙니다.

자신의 위치와 스탠스가 잇다면 그에 걸맞게 행동했어야 하죠. 상대방이 무례하게 대했더라도 그 사람의 처지(과연 정명훈이 저 오페라단의 전후사정을 몰랐을까요? 몇년동안이나 서울시향을 맡아서 지휘한 사람인데?)를 안다면 저런 식으로 대하면 안되는겁니다.
몽달곰팅
09/03/25 03:31
수정 아이콘
무조건 찾아가서 사인하라? 그러면 여기서는 적절치않다...나중에 다시 보자는 식으로 상황을 유연하게 회피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대놓고 욕설을 하면서 모욕하는건 과연 상대방에게만 잘못이 있을까요?

카라얀이었으면 따귀 날아갔다는데, 애초에 저런 일이 벌어지고 정명훈 위치에 카라얀이 있었다면 찾아가지도 않습니다. 어떠한 정치적 스탠스를 가지고 잇는지 뻔히 아는데;; 카라얀의 음악은 몇몇 녹음은 좋아하지만 그의 정치적 배경을 보면 그리 좋아하기 힘들죠.

예술과 정치는 별개다 그럴 수도 잇겠지만 제게는 "아름다운 예술이란 일관된 삶의 태도가 엿보여야 한다"는 것이기에 차라리 좋아하면 카잘스의 지휘를 구해 듣겠습니다. 예술이 제일 추해보일 때는 권력과 영합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명훈도 조금 판단을 유보하게 되네요
헐렁이
09/03/26 04:49
수정 아이콘
e-motion/글쎄요. 처음 접촉이 저 새벽 1시에 일어난 만남이 아니라 그 보다 훨씬 전이었고 그나마도 정명훈씨 본인이 비서부터 만나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결례라고 한다면 이 장면이나 어울릴 법한 데요.

비서가 일을 똑바로 했다면 새벽 1시가 되기 전까지 정명훈에게 아까 만났던 사람들이 무슨 용건으로 왔는지 전해들었을 것인데 과연 무례한 겁니까? 뭐 공연이 끝나고 바로 저녁약속 장소로 이동해서 비서로부터 언질을 못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글 내용을 볼 때 그가 "이게 뭐에요?" 라고 힐난하며 흔들어 댔던 출력용지는 '비서에게 넘겼던 것'으로 기술된 걸로 보아(설마 비서가 새벽 1시까지 근무하지는 않을테니) 한국어 출력본이 아닌 프랑스어 출력본으로 생각합니다. 그가 정말 마뜩치 않게 생각했다면 중요한 저녁약속이 파한 후에 비서에게 '싫다' 단 한마디만 했어도 쉽게 매듭이 났겠죠. 뭐라 떠드는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다가 새벽1시까지 기다리게 만드는 것은 정녕 '세련'된 것인가요? 아니면 '예의'에 맞는 것인가요? 도움을 청하는 사람만 예의를 찾아야하고 도움을 줄 위치에 있는 사람은 '예의'가 필요없다는 것인가요?

새벽1시까지 녹초가 되어서 돌아와 예수믿으시오 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표현을 쓰셨지만 저는 그 표현 동의 못합니다. 녹초가 되었으면 호탤에 오자마자 조용히 객실로 돌아가 주무셨겠지요. 그리고 예수믿으시오라고요? 지금 목수정씨 일행이 진보정당의 사람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기 위해 간 것 입니까? 우리 얘기에 동의하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단원들을 위해 지지발언을 해달라는 것 아닙니까. 그의 일정에 해가 될까 저녁부터 새벽 1시까지 그를 발견했으면서도 그가 누군가와 커피를 마시며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 마냥 기다렸던 것인데요. 이게 머리가 뜨거운 것인가요?

그리고 하필 그에게 간 것은 그가 옛날에 직접 지휘했던 '합창단 해체'에 관한 사안이었고 정말 전문적인 합창단이 필요없는냐 그에 대한 생각을 묻고자 함입니다. 아무런 맥락이 없이 유명하다는 아무나 찾아간 게 아니란 말이죠. 예를 들어 그들이 박찬호 선수를 찾아갔다면 저도 의아했을 겁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언제나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궁하기 마련이고 그것은 곧 여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여유가 없는 것이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여타 다른 고유한 그 무엇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뭔가가 부족해도 부족할 그 사람들에게 대체 얼마나 많은 경우를 전부 헤아려 행동하기를 요구하는 것인지요. '도움'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몸을 낮추길 요구하는 것인지요. 그리고 도움이 필요해서 갔다고 할 지 언정, 그 사람들이 전부 거지(어떤 나라의 거지는 당당함을 미덕을로 안다고 하지만)가 되어야 합니까? 아니면, 귀족 앞에 빌빌 거리는 평민이라도 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정말 왕이 따로 없네요. 아쉬운 손을 내밀 때 태도가 어떠한 것이 윤리적으로 적절할지 각자의 생각이 있겠습니다만, 목수정씨 일행이 정명훈씨에게 했던 행동은 도덕적으로 충분히 성실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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