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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0/24 10:07:08
Name likepa
Subject [일반] 인본주의와 개고기
오늘 해병대 일병 사망사고의 책임자 중 한명인 사단장이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거의 모든 투표에서 오른쪽을 찍어대던 제가 더 이상 오른쪽 진영에는 희망이 없다고 느낀 순간이 바로 해병대 일병 사망사고이었고, 비단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는 큰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동물애호가들의 종종 주장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동물복지가 잘 되어있는 선진국은 당연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도 잘 되어있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 저는 대외적으로는 갈등이 싫어 그냥 끄덕끄덕 하지만 심적으로는 100% 동의하지 않는 문구입니다.
애견 관련 보호법을 처음으로 만든 곳은 나찌 독일이었고, 애견애호가로 유명세를 탄 모 가수는 미성년자 성범죄로 발목에 추적기를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냥 사람의 기호 중 하나로서 동물을 좋아하냐 아니냐가 있을 뿐이지 그곳에 선악도 우위도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솔직히 파고 들어 속내를 꺼내자면 오히려 동물 애호가들 일수록 이기적일 수 있다고까지 생각합니다.
물론 애견인, 혹은 동물애호가들을 비난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지만 캣맘이나 애견들이 주변에 피해를 주는 이런 저런 이슈들이 볼  때마다 저의 편견은 더욱 굳어져 가는 게 사실입니다.

스무살의 군인이 말도 안되는 지시를 받고 물에 들어가 죽었습니다. 20대의 계약직 청년이 스크린 도어에 끼어서 죽었습니다. 의사 대학생이 한강에서 죽은 날 빗자루 들고 컨테이너 청소를 하던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컨테이너 문짝에 깔려 죽었습니다.
사업장에서 한명 죽는건 괜찮고 두 명 죽으면 안 되는 법이 대안이라고 나옵니다.
배달 대행 기사들이 계속되는 사고에 죽자 노조를 만들고 안전보장 시위를 합니다. 그러자 공부 안하고 인생 막살다 누가 딸배 시켰냐? 라는 조롱이 인터넷에 떠 돕니다.
저 출산 대책으로 몇 조를 쓰네 마네 가지고 싸움이 나고, 부동산 대책을 만든 금융위원장이 갭투자로 몇 십억을 벌었네 마네로 싸우고, 또 어디선가 누군가의 자식들이, 친구들이 보호되지 못하는 법령 속에서 죽어나가고 대통령 영부인은 개고기를 못 먹고 못 팔게 하는 법을 매우 강력하게 추진합니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이 같은 정권, 같은 시기에 일어난 일들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시대에서 일어나고 일 일 뿐이지요.

오른쪽 정권은 두 번 연속 부모로서의 경험이 없는 지도자를 배출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내 새끼 길러본 경험이 없으니 남의 새끼가 잠기는 배에 갇혀서 죽든 물에 빠져서 죽든 별 일 아닌거처럼 느껴지나? 그런데 또 왼쪽 정권에서 개 좋아하는 노동 인권변호사 출신이 지도자가 되어도 아름다운 대한민국에 인본주의가 돌아오는 일은 없더군요. 재판 받다 주변사람 죽어나가도 모르는 사람이라 아주 괜찮아 보이던 지금의 지도자에게는 딱히 기대도 안 하고요.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되어버린 시대에’ 라는 소설 도입부가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참 무섭게 다가옵니다.
남의 자식, 남의 가족, 남의 친구, 남의 동료의 죽음이 더 이상 우스운 세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돈 번다고 다른 나라로 사람 잡아가는 남의 생명 우습게 아는 나쁜놈들은 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인간의 생명의 무게감이 그 어떤 것 보다 제발 좀 무겁게 느껴지는, 아니 적어도 사람이 죽고사는 문제가 개고기 팔고 먹는 문제보다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게 너무 과한 욕심일까 하는 생각이 해병대 사단장 아저씨 잡혀가는 뉴스를 보며 떠 오릅니다
아무 두서 없는, 논리도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주 잘 마무리 되는 금요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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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25/10/24 11:09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십년 살아보니 대한민국은 점점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보수든 진보든 문화나 경제적으로, 심지어 문제 삼으시는 인권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위안이 좀 되지않을까요
25/10/24 11:35
수정 아이콘
일본에서 일하는데, 매년 갈때마다 한국은 때깔이 달라지는 느낌이더군요.
너무 상심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텔로네스
25/10/24 11:39
수정 아이콘
인권은 갈수록 더 보장되고 있죠. 보장이 잘 되다보니까 옆의 존재(동물이든 뭐든)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곳간에서 인심 나듯이요.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알겠습니다.
25/10/24 12:11
수정 아이콘
당연하지만 중요하고, 중요하지만 몇년째 발도 떼지 못하던 한 걸음이지요.
말씀하신대로 좋은 방향으로의 한 걸음입니다.
다만, 아직 한 걸음일 뿐입니다. 앞으로 정권이 좌든 우든 기본적인 방향은 맞게 앞으로도 주욱 걸어줬으면 합니다.
안군시대
25/10/24 12:23
수정 아이콘
그나마 삼풍백화점, 성수대교처럼 수십, 수백명의 목숨보다 돈이 더 중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한두 사람만 죽어도 전 국민이 다 관심을 가져주는 세상이 되긴 했으니 그나마 좀 나아졌다고 해야할까요.
25/10/24 12:52
수정 아이콘
이전보다 나은 역사가 될 수 있게 살려고 노력해야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25/10/24 15:43
수정 아이콘
동물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
흠... 보자마자 히틀러가 생각났는데 크크크크
방구차야
25/10/24 19:08
수정 아이콘
자식을 기르는건 높은 이타성을 경험하는거라 사회에 대한 이타성으로의 확대,기반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동시에 가족 이기주의의 정당화가 되는 면도 있습니다.
내 유전자와 자산,미래를 승계할 자식이란 존재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의 자식과의 경쟁과 희생,피식자화,NPC화를 바탕으로 우위에 서야한다는 심리가 작용되기도 하죠.

홀몸 챙겨야하는 수준, 단지 개인사 앞가림하는 수준을 넘어
자식을 자기이익추구, 영달, 체면의 구실로 여기는 이들 역시 적지 않으며
이 성정은 자식을 통해 연장되고 영속을 가늠하게 됩니다.
또는 범죄자가 자식을 무기,방패막이로 삼는 경우도 심심챦게 보게되고요

결국 아이던,동물이던 본인과 다른 존재에 대한 투사를 통해 한 인격을 판단할수도 있지만,
그 투사체보다는 자아의 성정이 원래 어떻게 이루어져있으냐가 핵심일겁니다.

어떤이들에겐 애를 안겨줘도, 개를 갖다줘도, 남의 처지를 앞에 놓아놔도
그저 하나의 도구로 여길뿐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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