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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0/06 20:01:47
Name 라이징패스트볼
Subject [일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후기(약스포)
* 디테일한 내용은 가급적 빼고 이야기 흐름에 대한 약간의 언급만 하겠습니다.



전직 과격 무장 혁명집단의 일원이었지만 현재는 딸과 함께 은둔하고 있던 주인공이 어떠한 이유로 딸과 자신을 노리는 적들과 맞서는 이야기입니다.........그리고 이 문장을 보고 '아 대충 이런 내용이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흐름과는 확실히 좀 다르게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더 중요하고, 더 많이 조명되는건 일단은 표면상 주인공인 '밥 퍼거슨'이나 딸 '윌라'보다는 '이유', 그리고 '적들'입니다. 즉 이 영화의 진주인공은 사실 숀 펜이 연기한 '스티븐 J. 록조 대령'입니다. 어떤 식으로 록조 대령이 밥과 딸 윌라와 엮이게되는지, 그리고 왜 그들을 쫒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숀펜은 복잡하면서 희극적인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연기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디카프리오가 존재감이 약하다는 건 아닙니다. '아저씨'이자 '아버지'인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이번에 처음 봤던 것 같은데 전 되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베니치오 델 토로 역시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이었지만 인상적이였구요.

추석 연휴시즌에 개봉했지만 절대 가족영화는 아닙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확실한데 전개가 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심지어 영화는 2시간 40분짜리인데요. 그리고 상당히 노골적으로 정치적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난민 문제와 좀 떨어져있고, 성윤리가 좀 더 엄숙하고, '폭력을 통한 해방'이라는 테제에 냉소적인 한국에서 잘 먹힐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제 옆에서 보시던 아저씨는 영화가 한 3-40분 정도 남은 시점에서부터 '영화가 왜 이따구야'를 계속 중얼거리시더라구요.

인종갈등과 이민자 및 난민 문제가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고, 영화는그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어느 한쪽 입장에 서 있습니다. 다만 저는 제작자가 어느 정도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혹은 의도는 보이려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막 진지한 느낌에서는 아니고 양쪽 다 어느 정도는 냉소와 풍자의 대상으로 묘사합니다. 초반에 나온 장면으로 한가지만 예를 들면 반파시즘, 반인종주의를 부르짖는 무장혁명가 혹은 테러리스트의 첫 살인대상은 흑인 경비원이었던 것처럼요. 다만 이건 제 개인적인 관점이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것 같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전 재밌게 봤습니다. 다른 것보다 숀 펜과 디카프리오가 중심이 된 코미디 연기가 전한테는 잘 먹혔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그렇게 장황하게 쌓아올인 빌드업에 비해 후반부 전개가 다소 엉성하다고 느꼈습니다. 클리셰적인 전개를 피하려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디카프리오를 전면에 내세운 것 치고 솔직히 디카프리오가 서사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굉장히 미미한 편입니다. 영화 전체에서의 비중이 적은건 절대 아닌데, 이야기의 전개와는 동떨어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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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06 20:30
수정 아이콘
디카프리오의 역할에 대한 미국평론이 있는데 한번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extmovie.com/bestboard/93340193?_filter=search&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B%B0%B1%EC%9D%B8
김홍기
25/10/06 20:35
수정 아이콘
저는 후반부로 갈수록 좋았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더 이상 암구어로 숨기지 않아도 되는 시위를 참가하러가는 딸과 핸폰으로 셀카를 찍는 레오나르도 그리고 이와 대조적인 결말을 당하는 숀펜
바보영구
25/10/07 05:15
수정 아이콘
저도 장황한 초반보다 후반이 더 좋았습니다.
베라히
25/10/06 20:46
수정 아이콘
제작비가 135M이었다고 하던데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흔히들 PTA감독 영화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화라고 평가하지만
일반대중들이 볼 때는 그래도 의미, 풍자, 상징성이 강하게 남아있는 영화라고 볼 것 같습니다.
베라히
25/10/06 20:52
수정 아이콘
양쪽 모두 냉소와 풍자를 보이기는 한데
폭력혁명을 외치는 부류는 과거의 기억이 강한 반면
주인공이 맞서는 상대에 대해서는 현재의 시점이 강한 것 같아요.
지구 최후의 밤
25/10/07 15:56
수정 아이콘
저는 말씀하신 시점이라는게 어느 정도 의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 역사적으로도 비슷하게 흘러오기도 했고요
25/10/06 20:55
수정 아이콘
저도 보고 왔습니다. 추석이라 그런지 손주와 함께 할머니들이 많이 보시던데 가족영화로도 어울리는 영화인가? 이 생각마져 들더군요.
베라히
25/10/06 20:58
수정 아이콘
가족영화는 절대절대 아니고
블록버스터라고 하기에도 ???이기는 하죠
변명의 가격
25/10/06 22:09
수정 아이콘
막판가면 개연성이 풀어지긴하는데 이상하게 외화는 그래도 좀 용서가 되더라고요.
솔직히 한국영화는 조금만 어긋나도 불호령을 내리고 싶은데 왜 외국작품에는 관대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연기는 빠짐없이 다 좋았습니다. 심문관은 배우가 아니라 국토부 요원과 심문관을 하다가 지금은 군사 자문위원을 하고 있다는데
겁나 리얼합니다.
25/10/06 23:20
수정 아이콘
특히, 차량 추격신이 좀 개연성이... 그랬죠
빼사스
25/10/07 07:51
수정 아이콘
저는 그 장면 딸을 추적한 게 아니라 그냥 과속하다가 딸이 자기 뒤쫓아오는 차량이라 착각하고 공격해 버린 거로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그 남자도 이게 뭔일이여? 하며 어리둥절해하다가 총격을 받고 뒤늦게 총을 꺼내려한 거로 보였습니다.
25/10/07 15:56
수정 아이콘
그 남자는 록조와 딸을 모두 청소하려고(죽이려고) 했는데, 딸이 안보이자 록조가 고용한 아반티를 찾아 갔고
거기서 아반티와 록조의 용병들은 죽어있는데 딸이 안보여서 아반티의 차량을 추적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클럽의 청부업자가 아반티의 차량을 쉽게(?) 찾은 것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는데,
밥이 그 둘을 너무 쉽게 찾아서 추격한 것도 그렇고, 딸의 입장에서 청부업자가 자신을 죽이려고 쫒아온다고 생각한 것이 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근데 또 생각해보면 그냥 과속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연출도 있었던 거 같아요 크크
보틀넥
25/10/07 16:23
수정 아이콘
저는 애초에 딸이 받을 충격이 예상이 되서.. 충분히 뒤쪽 차량을 경계하는 것이 납득이 갔습니다.
미국은 땅이 넓으니 저렇게 딱 붙어 오는 차량이 많지 않을 것이고, 안그래도 방금 총맞은 시체를 잔뜩 보고 온 상황에서..
그러니까 아빠도 바로 못알아본게 아닐까 해요
25/10/06 22:15
수정 아이콘
블록버스터라고 보면 갸웃뚱한데 블랙코미디라 생각하면 나름 재밌었습니다. 위치나 평가와는 다른 행동이 나오는 미스 매치가 재밌었고요.
개인적으로는 가족 영화라고는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을 밥과 윌라는 관계를 생각해보고 그 결말에서도 여전히 가족인 모습은 가족 영화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No.99 AaronJudge
25/10/06 22:21
수정 아이콘
PTA 영화 처음인데 흥미로웠습니다. 초반부랑 강강강강으로 몰아치는게 빡세긴 했지만…
보틀넥
25/10/07 14:25
수정 아이콘
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극우는 당연하지만 (극우 모임 이름이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 극좌 혁명가 집단도 우습게 표현되는 것이..
암호 물어보는 것에서 나오는 그 관료주의적 모습이라던가, 사실 별로 혁명 같은거 관심없어보이는 남주 아내라던가..
극우는 당연히 우습죠? 극중 많은 개소리들, 대령 확인사살 안한 거(대체 차에서 왜 내린건데?)
자기가 쫓는 어린애가 총 겨누고 있는데 태연하게 나와서 총맞는 건 또 뭐고... 킬러라면서...
뭐랄까, 양쪽 다 일정 이상 거리를 두고 보게 되더라고요. 그게 감독이 의도한 것 같기도 하고,
유일하게 이입하게 되는건 디카프리오의 아버지적인 묘사와, 중간에 딸을 인계한 킬러의 희생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타르튀프
25/10/07 14:37
수정 아이콘
정치적으로 이 영화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든다고 보는 해석들이 종종 보이던데 전혀 공감하기 어렵고 굳이 따지면 양쪽 극단에 있는 자들을 모두 통렬하게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백인 우월주의에 편승하고 싶어하는 록조 대령에 대한 풍자야 당연히 너무 대놓고 드러나니까 잘 보이겠지만, 특히 기존 사회체제를 전복하려던 집단인 프렌치 75가 고작 암호 하나 기억 못한다는 이유로 자기 전쟁영웅을 푸대접하는 장면은 감독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혁명 단체들의 관료주의적 행태를 풍자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굳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거나 심정적으로 더 공감하기보다는, 시지프스의 신화에 나오는 무한의 굴레에 빠진 것 같은 양극단에 서 있는 자들의 대립을 우스꽝스럽게 고발하는 영화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25/10/07 16:05
수정 아이콘
전 설명해주신 그런 점에서 별 네개반이나 다섯개를 주고 싶었습니다.
양 극단에 대한 통렬하고 우스꽝스러운 2시간 40분동안의 풍자를,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와 함께 강강강으로 달려가는 연출에 조금의 지루한 구간도 없이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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