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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6/12 17:47:49
Name rsh24
Subject [일반] 코인 선물 이야기1 (수정됨)
안녕하세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코인 선물에 뛰어들었다가
노예 계약 연장을 알아보고 있는 바보입니다.

종신 계약도 할 수 있는데,
나이도 들고 체력도 떨어지고 이미 시원치 않아져서,
대감님께서 받아주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요즘은 대감님 댁도 예전 같지 않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오늘 아침의 일입니다.

해외 거래소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청산 당할 것 같아요!

몇 분 후에 또 메일이 왔습니다.

청산 당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청산이었습니다.
오랜만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백 번 정도 당한 청산입니다.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거절은 싫은데.

첫 청산의 기억은 강렬했습니다.
소주를 처음 마셨을 때보다 더 어지럽고 썼습니다.

그래서 청산도 못 끊나 봅니다. 술을 좋아하거든요.

자신이 넘쳤습니다.
경제 지식(유튜브) + 프로그래밍 능력(gpt)으로 무장했습니다.
목표는 파이어 족이 되는 것이었습니다만,
회사에서 파이어 안 당한 것만해도 감사한 오늘입니다.
생각해보니 지갑이 파이어 당하긴 했습니다.

사실 저에게 청산 “당했다” 는 표현은 과분합니다.
능동적으로 청산될 자리만 찾아서 기가 막히게 골라 들어갔습니다.

손절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모 아니면 도
실패하면 반란 성공하면 혁명입니다. (아님)

거의 모든 청산 사유는 겪어본 것 같습니다.
레버리지를 높게 잡았다가 청산
레버리지를 낮게 잡았는데 급변 청산
레버리지를 안썼는데도 러그풀 상폐 청산

더 이상은 안되겠다 생각해서 성공한 투자자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역시 타인의 경험에서 배울 줄 알아야 합니다.
역시 타산지석, 시행착오를 줄이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철들었네 스스로를 대견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료 강의와 매매 프로그램, 지표들이 넘쳐났습니다.
새로운 마법, 아이템과 함께라면 레벨 업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저렴한 것들은 수 백만원, 비싼 것들은 수 천만원이 넘습니다.
이 가격들을 보니 확신이 생깁니다.
고수들이 비기를 내놓은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돈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벌어야 합니다.
다시 선물에 투자를 합니다.
뭔가 이상하지만 그건 신경 쓰지 않기로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습니다.
성공한 트레이더들이 말하듯 잔고가 의미가 없어진 순간이 왔습니다.
무수히 많은 숫자가 보입니다.
설명하기 힘든 마음입니다.
소수점 아래에 있어서 그럴까요.

과학 연구에는 실패가 없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연구비로 소고기 사먹는 게 아닌 이상 항상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회식비 제외)

그래서 과거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어서 놀랐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순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벗어나지 못한게 아니라 그냥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손절 못하는 손실회피성향,
내 판단이 맞다는 확증편향,
내가 산 코인 선물을 사랑하게된 소유효과,
담뱃값도 아끼는데 레버리지는 당겨야 제 맛인 신용카드 효과,
오늘 잘 올라가는 코인이 계속 잘 갈 거라는 핫핸드 착각,
요즘 많이 올라갔으니 이젠 떨어질 거란 도박사의 오류 등

이런 식이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선물은 결국 제로섬 게임,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편적인 선택을 하는 다수에 속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은 확률로 패자조에 속할 것이 뻔했습니다.

더 이상 바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문제를 인지했고 인정했습니다.
개선 방안도 계획했습니다.
실천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드라마틱하게도…

---------------------------

퇴근 시간이 됐습니다.

생각 없이 쓰다가 너무 길어졌네요...

언젠가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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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김김
25/06/12 18:18
수정 아이콘
드라마틱하게도... [더보기]
유료도로당
25/06/12 18:21
수정 아이콘
선물얘기 나올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두낫트라이디스앳홈... 이라는 말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크크
코인 현물 우직하게 들고있다가 번 사람은 많이 봤어도, 선물 트레이딩으로 성공한 사람은 거의 못봤습니다. 결국 그 끝은 청산이더군요.
25/06/12 18:31
수정 아이콘
지인이 하루 5시간 이상씩 선물옵션 스터디를 3년하고 실전들어갈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해서 나중에 연락주겠다고 하고 얼마 전 4년만에 만났는데 이미 말아먹었다더군요
지금은 모하냐고 물었더니 s&p500, 나스닥100 etf만 한다고...
기다리다
25/06/12 18:41
수정 아이콘
선물투자에서 첫 반대매매가 생각나네요. 초기 시행착오 이후 선물 별거없네 하면서 거의 1년동안 불패수준으로 쭉쭉 가다가 "이번 베팅 성공하면 나도 강남 건물주" 의 확신 베팅이 정말 쭉 밀려서 반대매매 당했었죠 흐흐..시간도 많이 흐르고 많이 벌었지만 그때 기억은 여전히 꿈에 나옵니다
Ashen One
25/06/12 18:44
수정 아이콘
저 바닥을 보면 100명이 뛰어들면 1명 정도는 대박이 나는 듯 합니다.
문제는 그 대박나는 1명이 딱히 실력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닌듯 하고 그냥 운인듯 보이고요.
마일스데이비스
25/06/12 22:25
수정 아이콘
운있으면 버는 줄 알고 99명이 뛰어들다가 다 깡통차죠..
Ashen One
25/06/12 23:37
수정 아이콘
운이란게 모두에게 늘 있으면 우린 그걸 운이라고 부르진 않겠죠.
마일스데이비스
25/06/13 04:51
수정 아이콘
운있어도 못법니다 리스크관리는 운이 아니라 실력이에요
25/06/13 02:50
수정 아이콘
그런 운빨인지 아닌지는 그사람이 이 시장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냐를 굉장히 중요하게 만들죠 오래 살아남았다면 운도 좋았지만 리스크 관리를 잘했다는 말이고요
8figures
25/06/13 12:57
수정 아이콘
그냥 님이 실력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그런겁니다
25/06/12 19:04
수정 아이콘
제 고등학교 동창이 모 증권사에서 선물옵션 트레이더 하다가 이른 나이에 은퇴를 했습니다.
은퇴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이 바닥에 더 있으면 정상인으로는 못 살아. 뇌가 너무 큰 자극에 길들여져서 무얼 해도 재미가 없어. 도파민에 뇌가 녹아버린 거 같아.
100억 벌면 은퇴한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선배가 진짜 100억을 벌고 은퇴를 했는데, 2년 정도 해외여행 다니더니 투자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더라고.
왜 하냐 물어보니 사는 게 재미가 없어서 다시 시작했대. 해외여행가서 아무리 좋은 걸 보고 좋은 걸 먹고 입어도 감흥이 없더래.
그리곤 번 돈 대부분을 날렸지.
내 머리가 더 망가지기 전에 도망가는 거야.

이렇게 자조적으로 얘기해주던 친구도 결국엔 투자판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름 자제하면서 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선물옵션은 안 한다고 하더군요)
주식 선물옵션도 저정도인데 코인선물은 더 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평정심 유지하시고, 도파민 디톡스도 해가면서 스스로를 지키시길 권합니다.
나른한오후
25/06/12 19:20
수정 아이콘
며칠간 오르고 오늘도 오를것 같더니 갑자기 폭락이..
피해자셨군요
25/06/12 20:23
수정 아이콘
뭔가 픽션 같은데요.
보통 도박하는 사람들은 자기합리화를 하지 이렇게 자기반성하기 쉽지 않은데…
Ashen One
25/06/13 01:40
수정 아이콘
도박하는 사람들은 자기합리화와 반성의 연속입니다. 만약, 이미 중독상태라면 늘 반성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해 계속하죠.
퀀텀리프
25/06/12 20:41
수정 아이콘
비켜봐 ! 안 죽어.. 안 죽어.. 꼴까닥..
모두안녕
25/06/12 20:5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선물 거래를 오래하면서 수많은 성공자들과 교류해왔는데 성공한 이들은 결코 허투로 트레이딩 하지 않습니다. 모 아니면 도 할 수 있는건 광기의 상승장에서만 가능 합니다. 수많은 지표와 온체인 무빙이 있고 이전과 달라 매년 더 무빙은 더 극악스럽게 움직이며 난이도가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일단 자신아 무엇을 잘하는지 진정으로 자신을 파악 하고 시장에 들어오시길 추천합니다 . 장점을 찾아 그것을 활용해서 자산을 늘이시길 기원합니다.
25/06/12 20:58
수정 아이콘
글도 썼으니 이제 끊으십시오
슬래쉬
25/06/12 23:24
수정 아이콘
4년전에 청산으로 결국 모든 잔고 0원 되고...
이번에는 다른건 몰라도 선물은 절대 안하기로 스스로 약속하고 지금까지 안하고 있는데
확실히 현물은 사놓고 기다리기만 하니 좀 지루하긴 합니다 크크
고구마줄기무침
25/06/12 23:43
수정 아이콘
합리적인 이유로 돌아가는 시장이 아니라는걸 깨달아야합니다.
25/06/13 09:34
수정 아이콘
저도 4년전 쯤 1시간만에 1천만원 청산 당하고 다시는 얼씬도 거리지 않습니다.
내 한계치를 아는 것 만큼 중요한 능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The Greatest Hits
25/06/13 10:05
수정 아이콘
선물이라는 도박장에서 개미는 정말 죽을수밖에 없습니다.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홀짝인 확률싸움에서 한두번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10번만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1000명중의 한명이죠.

게다가 내가 홀짝에서 이겼다고 하더라도 보통 무빙이 반대로 한번 엄청 출렁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내가 탄 버스는 내려놓고 올라가버리거나 내려가버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게다가 그게 코인이라면..... 정말
로하스
25/06/13 11:17
수정 아이콘
이스라엘 이란 공습으로 코인시장 폭락하면서
오늘 선물 청산당한 사람들 꽤 나온듯해요.
어제 자기 전에 분위기 좋았는데 일어나니 다른 세상이 되버렸네요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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