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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07 10:00:41
Name 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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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한강 작가 소설 세 편을 읽어봤습니다. (수정됨)


한강 작가의 소설들을 읽었습니다. 예전에는 누가 노벨 문학상 받았다고 해도 어차피 모르는 해외작가이고 뉴스를 읽을 때나 잠깐 이 양반 책 읽어볼까 하다가 다음날이면 언제 그런 생각했냐는 듯 잊어버리고 지나가는 게 일상이었는데 작년 노벨 문학상은 수상자가 다름 아닌 우리말 우리글을 사용하는 작가였기 때문에 다가오는 게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를 연속해서 읽었는데 세 소설 전부 한강작가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터뷰 영상등에서 확인되는 작가의 나직하니 조용한 저음이지만 따박따박 분명하게 귀에 들어오는 목소리처럼 소설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단하고 굳은 심지 같은 문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어느 시에서 한 행, 한 행 떼어온 것 같은 문장들을 보니까 왜 한강 작가의 산문이 시적인 느낌이 든다고 하는 지 알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소설들이 관념적이고 어려울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세 소설 다 의외로 쉽게(?) 읽히는 부분들이 있고 줄거리를 따라가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정말 묵직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소설들이라면 가히 작가의 분신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제가 문학은 잘 모르지만 감히 평가해 보자면 충분히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한 수준의 작품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들을 다른 언어들로 옮길 때 번역가들의 노고도 엄청났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우리는 이런 작품들을 익숙한 모국어로 읽고 감상할 수 있으니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올해 한강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 출간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작품이 선보이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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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둣돌
25/01/07 10:28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 채식주의자 3편도 다 읽지 못하고 몽고반점 중간까지만 읽은 상태지만 문체에 대한 감상에는 동의합니다.
전 1편 채식주의자 내용중에 기울임체로 구성된 꿈에 대한 독백부분이 잘 안들어 오더군요.
나머지 부분은 스토리 전개도 느리지 않고 잘 읽힙니다.
유튜브 그만 보고 빨리 읽어야겠어요.

제가 독서량이 많지 않아 섣부른 판단일 수 있는데요.
대부분의 여성작가 글은 읽는데 어렵지 않습니다.
남성작가들 글 중에도 만연체로 구성되면서 미사여구가 많으면 읽기가 쉽지 않더군요.
대표적인 작품이 최인훈 작가의 '광장'인데, 어떤 분은 잘 읽힌다고 하시는 걸로 봐서 제 부족한 독서량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일각여삼추
25/01/07 10:43
수정 아이콘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시점과 화자가 너무 점프해서 따라가기 어렵더군요.
25/01/07 14:53
수정 아이콘
소년이 온다는 진짜 어려웠습니다
린버크
25/01/07 22:47
수정 아이콘
시를 읽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좋더라고요
25/01/07 11:0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작가를 처음 접할 때 첫 작품부터 읽는 편이라 유명작들 다 제쳐두고 첫 작품집인 여수의 사랑과 첫 장편인 검은 사슴을 먼저 읽어봤습니다.
재미를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상당히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장편 검은 사슴은 분량이 꽤 되는데도 몰입해서 하루 만에 다 읽었습니다.
단편 여섯 편과 장편 한 권을 읽고 든 생각은, 이 작가의 글은 참으로 어둡고 습하고 끈적거린다는 겁니다.
데뷔 때 어떤 평론가가 젊은 작가인데 너무 글이 음울하다고 평한 것을 봤는데 일견 동의가 됐습니다.
작가의 초기작들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적요'입니다.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자주 등장한 단어이기도 합니다.
적적하고 고요한 가운데 던져진 인간의 슬픈 우울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그려져 읽다 보면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읽기를 중단하지 못하게 하는 아름다운 문장의 매력이 있는 글들입니다.
진산월(陳山月)
25/01/07 11:27
수정 아이콘
제가 언젠가부터 감정이입이 너무 심해져서 (깊은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장르소설 외에는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한강작가의 일련의 소설들이 지레짐작 하기에 그 정점일 것 같아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딸아이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사왔더군요. 더불어 본문을 보니 용기를 생기네요.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일스데이비스
25/01/07 11:37
수정 아이콘
수상작을 읽어보려면 영어로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쥴레이
25/01/07 11:49
수정 아이콘
전 최근에 [흰]을 읽었는데...
이 책 자체는 문장이나 글체등 정말 압축한 시집보는듯한 느낌으로 좋다고 생각했지만 저랑은 맞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장미의 이름 같은 추리소설 형태를 좋아하나 봅니다.
휴머니어
25/01/07 12:37
수정 아이콘
희랍어시간 읽는데 뭔가 읽는 제가 깊은 어둠속 절망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습니다. 힘들었어요. 감정적으로. 
터치터치
25/01/07 13:36
수정 아이콘
문장문장은 너무 아름답죠
문장 외형이 주는 압도적 잘 쓴 글을 보고 쿵 했네요
VinHaDaddy
25/01/07 14:42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고 훌륭한 문체다 생각하면서도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점점 아파왔습니다. 예전에 영화 조커 볼 때 2시간 내내 고통받으면서 보는 기분이었는데 그 이상의 고통스러움을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이 분은 대체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시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카오루
25/01/07 16:45
수정 아이콘
어우..전 못보겠네요.

잔잔한 소설이나, 사변적인 글이나 다 잘읽는데
그 가난하고 힘들다던지 감정이입하는 대상이 끝도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글은 정말 못읽겠더라고요
25/01/07 15:16
수정 아이콘
저는 '흰'이 참 좋았습니다. 소년이 온다 읽어봐야 하는데 참 이번 기회에 읽어야겠습니다.
닉언급금지
25/01/07 15:23
수정 아이콘
내 여자의 열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읽고 이제 소년이 온다 읽으려고 깔짝대려다 너무 지쳐서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읽기로 했습니다!
엘든링
25/01/07 18:40
수정 아이콘
작별하지 않는다가 가장 좋았네요
사랑해조제
25/01/08 00:02
수정 아이콘
하드커버가 있었나 보네요. 흐흐 뒤늦게 소년이 온다 읽는데 전철에서 눈물이 앞을 가려서 난감했습니다. 신파는 아닌데 눈물이 주룩주룩
새강이
25/01/08 07:15
수정 아이콘
소년이 온다는 진짜 민중 한명 한명을 불러와서 슬펐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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