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2/07 20:53:27
Name 핑크연어
Subject [정치] "역적을 꾸짖는 편지" (최치원의 격황소서) (수정됨)
20241203 계엄을 맞아, 시대의 죄인들에게 부친다.

최치원의 "역적 황소를 꾸짖는 편지(檄黃巢書)" 발췌 번역.

원래 촌뜨기였던 네가 돌연 대적이 되어서는, 어쩌다 시세를 타고서 느닷없이 감히 질서를 어지럽히더니, 이제는 끝내 불온한 마음을 품고서 권좌를 훔쳐서 가지고 놀며, 성궐을 침범하여 욕보이고, 궁궐마저 어지럽히고 더럽혔도다. 네 죄가 극에 달해 이미 하늘에 닿았으니, 반드시 잔혹하게 죽임당해 (네 뇌와 간을) 바닥에 칠하게 될 것이다. ……
하! (태평성대였던) 요순 시대에도  묘씨나 호씨 같은 무리들이 따르지 않은 일을 있었으니, (너희처럼) 불량하고 무뢰한 무리와 불의하고 불충한 패거리는 계속 있었다. 너희가 하는 짓거리가 어느 시댄들 없었겠더냐. …… 그러나 간악한 짓을 자행할 수 있던 것은 잠시뿐이었고, 그런 것들은 끝내 말살되었다. 태양이 밝게 빛나는데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냥 두겠는가. 하늘의 그물이 높이 걸려있어, 흉악한 족속은 반드시 없애버리는 것이다. ……
  (더군다나 너는) 분탕질을 능사로 알고, 사람을 해치는 일에나 힘쓰고 있다. 네가 지은 큰 죄는 머리털보다도 많고, 죄를 봐줄 만한 좋은 일은 조금도 없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여서 시체를 전시하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땅속의 귀신들마저도 이미 남몰래 너를 죽이기로 논의를 마쳤을 것이다. 비록 네가 지금 잠깐은 겨우 살아 있지만, 금방 몸도 잃고 넋도 잃게 될 것이다. 무릇 사람의 일은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좋다. 내가 허튼소리를 하는 게 아니니, 너는 잘 새겨들어라.
근래에 우리나라는 덕이 깊어 (과거의) 허물을 포용하고, 은혜가 막중하여 (과거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기에, 너에게 임명장(節旄)을 수여하고 병권(方鎭)을 위임하였다. 그런데 너는 도리어 마음 속에 맹독(鴆毒)을 품고, (밤에 우는) 올빼미처럼 사악한 소리(梟聲)를 거두지 않고서는, 수시로 남들을 물어뜯고 주인에게도 짖어 대고만 있다. ……

  너는 이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나?
“회오리 바람은 하루 아침도 가지 않고, 소나기는 한나절도 가지 않는다.”(『도덕경』).
  또 이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더냐.
“하늘이 나쁜 사람을 돕는 것은 그에게 복을 내리려는 게 아니라, 그에게 마땅한 흉악하고 끔찍한 업을 더해서 천벌을 내리려는 것이다.”(『춘추좌전』)
너는 지금 간악하고 포악한 마음을 품어, 악행이 쌓여 재앙이 넘쳤다. (그런데도 너는) 위태로운 상황을 혼자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제정신을 잃고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른바 “제비가 (태풍 맞을) 초가지붕 위에 집을 지어놓고서는 우쭐거리며 높이 날고, 물고기가 솥에서 삶아지면서도 헤엄치며 놀다가 삶아져 문드러진다”라는 (말이 지금 네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
공공의 적을 토벌하는 자는 사적인 분노를 개입시켜서는 안 되며, 길잃은 자를 깨우쳐주는 자는 오직 바른말로 일깨워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한 장의 글을 날려, 너를 그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한 지경에서 구해 주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는 쓸데없이 고집부리지 말고 빨리 정신차리고 기미를 알아차려서, 네게 (진정) 좋은 방향으로 일을 도모하여 잘못을 고칠 수 있도록 해라. ……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 네가 반드시 이렇게 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필부의 생각을 붙잡아 여우처럼 의심하며 고집부리지 말라.

아무개가 고하였노라.

汝素是遐甿,驟爲勍敵,偶因乘勢,輒敢亂常。遂乃包藏禍心,竊弄神器,侵凌城闕,穢黷宮闈,旣當罪極滔天,必見敗深塗地。…… 噫!唐、虞已降,苗扈弗賓,無良無賴之徒,不義不忠之輩,爾曹所作,何代而無? …… 然猶暫逞奸圖,終殲醜類,日輪闊輾,豈縱妖氛?天網高懸,必除兇族。 …… [汝]以焚劫爲良謀,以殺傷爲急務,有大愆可以擢髮,無小善可以贖身。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抑亦地中之鬼已議陰誅,縱饒假氣遊魂,早合亡神奪魄。凡爲人事,莫若自知,吾不妄言,汝須審聽。比者我國家德深含垢,恩重棄瑕,授爾節旄,寄爾方鎭。爾猶自懷鴆毒,不斂梟聲,動則齧人,行唯吠主。 …… 汝不聽乎《道德經》云:「飄風不終朝,驟雨不終日。天地尚不能久,而況於人?」 又不聽乎《春秋傳》曰:「天之假助不善,非祚之也,厚其凶惡而降之罰。」 今汝藏奸匿暴,惡積禍盈,危以自安,迷而不復。所謂燕巢幕上,謾恣騫飛;魚戲鼎中,則看燋爛。 …… 討官賊者不懷私忿,諭迷途者固在直言。飛吾折簡之詞,解爾倒懸之急。…… 但所望者,必能致之。 …… 勉尋壯士之規,立期豹變;無執愚夫之慮,坐守狐疑。某告。


첫글이 정치 글이라 무언가 사이트에 죄송한 느낌입니다만,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 즐겨 보던 이곳에 글을 남겨봅니다.

최대한 현대 한국어로 읽기 좋도록 번역해보았습니다.
875년, 그러니까 약 1150년 전의 글입니다만, 참 명문이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닥터페인
24/12/07 21:05
수정 아이콘
올려주신 해석 덕분에 마음이 한결 후련해 졌습니다. 올리신 글처럼 당사자가 스스로 깨우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핑크연어
24/12/07 21:35
수정 아이콘
시대와 역사가 바른 길로 나아가리라 믿어봅니다. 부디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24/12/07 21:34
수정 아이콘
[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여서 시체를 전시하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땅속의 귀신들마저도 이미 남몰래 너를 죽이기로 논의를 마쳤을 것이다. 비록 네가 지금 잠깐은 겨우 살아 있지만, 금방 몸도 잃고 넋도 잃게 될 것이다. 무릇 사람의 일은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좋다. 내가 허튼소리를 하는 게 아니니, 너는 잘 새겨들어라.]

최치원 선생님은 경주 최씨의 시조이십니다. 

최보윤(비례)
최수진(비례)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군갑) 

조상님의 뜻을 받들길 바랍니다. 
핑크연어
24/12/07 21:42
수정 아이콘
그들에게 사람의 마음이 있기를 믿어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3000 [정치] [번역] 포브스: GDP Killer for South Korea [18] 0013056 24/12/08 3056 0
102999 [정치] 여당 소장파의 결말 [103] 카린7229 24/12/07 7229 0
102998 [정치] 탄핵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서 [5] ItTakesTwo3237 24/12/07 3237 0
102996 [정치] 윤 대통령, 관저에서 참모진과 회의 [feat 물러날 줄 알았냐?] [38] 빼사스5878 24/12/07 5878 0
102995 [정치] 감히 미래의 여러 시나리오를 예측해보겠습니다. [27] 발이시려워3473 24/12/07 3473 0
102994 [정치] [속보]국민의힘, 사퇴 선언 추경호 '재신임' 다수결로 추인 [70] Nerion6762 24/12/07 6762 0
102993 [정치] 총리+당대표 통치가 말도 안되는 이유 [56] Quarterback4559 24/12/07 4559 0
102992 [정치]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강의 생중계 예정 [6] 다크서클팬더1714 24/12/07 1714 0
102991 [정치] 책임총리제 이선후퇴가 헛소리인 이유 [17] Chandler3061 24/12/07 3061 0
102990 [정치] 지 밥그릇 뺏으려는데 내일 밥을 걱정하는게 맞나요,,,, [11] 기다림...그리2872 24/12/07 2872 0
102989 [정치] 국민의 힘은 선택을 했고, 이제는 국민들이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올겁니다. [54] 라이징패스트볼4752 24/12/07 4752 0
102988 [정치] 개돼지같은. 그러나 희망을 놓기는 이른. [17] 일월마가2619 24/12/07 2619 0
102987 [정치] 한동훈이 얻은 것과 잃은 것 [40] nada824536 24/12/07 4536 0
102985 [정치] 현시각 워싱턴 반응이라네요 * 탄핵 표결후가 아니랍니다 [72] TAEYEON8192 24/12/07 8192 0
102983 [정치]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기억하겠습니다. [51] 계층방정6275 24/12/07 6275 0
102982 [정치] "역적을 꾸짖는 편지" (최치원의 격황소서) [4] 핑크연어2356 24/12/07 2356 0
102981 [정치] [단독] 민주 "김용현이 평양 무인기 기획"…'계엄 명분 만들기' 의혹 [15] 밥도둑4487 24/12/07 4487 0
102979 [정치] 국힘 의원이 이탈표 행사하면 밥줄마저 위태로워 지겠죠 [75] 아스라이7924 24/12/07 7924 0
102978 [정치] 절망회로를 돌리다 절망에 빠질 것 같다. [23] 깃털달린뱀5017 24/12/07 5017 0
102977 [정치] 국민의 힘은 무슨, "내란의 힘"이 적절한 명칭 같습니다. [69] 烏鳳9201 24/12/07 9201 0
102974 [정치] 계엄 1주일 전, 김용현 국방장관이 합참에 북한 원점타격 지시.gisa [69] 世宗14146 24/12/07 14146 0
102973 [정치] 與, '尹대통령 탄핵안·김여사 특검법' 부결 당론 확정 [32] 이쥴레이7112 24/12/07 7112 0
102972 [정치] 무기력이 학습되기 전에 [14] ipa4027 24/12/07 402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