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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2/02 08:22:25
Name 식별
Subject [일반] 삼국지 요약

Cao_Cao_scth.jpg 삼국지 요약


  위진남북조시대 초기의 가장 중요한 군사 지도자는 조조였다. 조조는 그 자신이 환관의 양손자이면서도 가장 유력한 반환관 호족 세력의 젊은 대표자로 부상했고, 뛰어난 문학적 재능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의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리더십과 비전이었다. 



Cao_Cao's_conquest_of_northern_China_200–207.png 삼국지 요약


  조조는 제도를 개혁해야한다는 능력있는 부하들의 말을 귀담아 들었고, 동탁의 암살로 어수선해진 틈을 타 황제를 자신의 근거지로 데려간 뒤, 허수아비로 활용하는 것의 이점을 알았다. 마침내 조조는 가장 강력한 상대였던 원소와 그의 아들들을 꺾고 황하 유역의 하북 지역을 평정할 수 있었다. 더욱이 오환을 토벌하고 형주의 북부 중심지인 양양을 점령하자 조조의 기세는 천하통일을 향해 한 발자국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 발자국 앞에 거대한 양자강이 놓여 있었다.


  군사적인 관점에서, 물은 공격자와 방어자 양쪽에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우선 공격자는 수로를 통해 기동성을 살릴 수 있었다. 조조는 일전에 오환 토벌에서 수로를 활용한 보급작전을 시행했고, 그 결과 그 자신도 섣불리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던 원정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1024px-东坡赤壁建筑群.jpg 삼국지 요약


  방어자의 입장에서도 물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자체로 훌륭한 자연장벽이었으며, 폭이 매우 넓었던 양자강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남방의 따뜻한 양자강 유역에서는 각종 질병이 창궐할 수 있었다. 지역 고유의 토착병뿐 아니라, 거대한 군대가 움직임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인분(人糞)이 이 지역의 높은 지하수위로 인해 식수와 혼합되어 수인성 질병을 유발했다. 



Chibi.jpg 삼국지 요약

  적벽에서 벌어진 일은 많은 부분이 신화로 덧칠되어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방어자의 이점' 덕에, 공격자인 조조가 그의 군대를 물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Mount_Dingjun_caltrops.jpg 삼국지 요약
정군산에서 출토된 마름쇠


  조조의 가장 결정적인 패배는 한중 지역에서 벌어졌다. 장로가 다스리는 한중의 도교 국가가 조조에 의해 정복당하자, 익주 지역을 새로이 정복한 바 있던 군사지도자 유비가 그를 쳐서 빼앗은 것이었다. 



1024px-Battle_of_Yiling.png 삼국지 요약

  유비는 기세를 이어 관우를 시켜 양양을 쳤으나, 조조와 손을 잡은 손권에 의해 관우는 살해되었다. 분개한 유비는 황제를 칭하고 손권에 대한 복수의 전쟁을 감행했으나 결국 대패한 뒤 형주를 잃고는 사천 분지에 갇힌 신세가 되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조조가 죽은 뒤, 그의 뒤를 이은 조비는 위나라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 유력한 호족들과 일족들을 견제하며 여러 차례의 손권의 오나라 남정을 단행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위나라에서 점차 고립된 조씨 황족과 달리, 여러 호족들과 혼맥으로 얽혀있던 사마씨가 서서히 세를 불렸다. 이른 나이에 죽은 아버지 조비를 이은 조예는 이미 구중궁궐 속에 고립되어 있었다. 종국에는, 조씨 일족은 사마씨에게 황위를 넘겨주어야 했다.


  이러한 일들은 촉의 유씨 정권에서도, 오의 손씨 정권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이들 정권의 개창자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가신단과 군단을 이끌고 있던 독재적 정복자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이전 시대라면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자들이나, 단지 그들 자신이 가진 개인적 능력과 군사적 업적으로 인해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대에서라면 그 권위는 유지되지만, 후계자들의 경우는 달랐다.


  후계자의 입장에서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친처럼 군단을 활용해 새로이 군사적 능력을 증명하거나, 제대로 된 국왕 직속의 문관 체제를 뿌리내리거나, 이미 굳게 뿌리를 내린지 오래인 지방의 유력한 호족들에게 결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후한이 그러했듯이, 그리고 위촉오 삼국이 그러했듯이, 군사지휘관이 성립시킨 무인 정권은 끊임없이 지방의 호족들에 의해 그 권위를 도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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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헌터
24/12/02 09:06
수정 아이콘
위나라 조조가 하북을 평정한 시점부터 유비나 손권이 둘중 하나의 밑으로 들어가 완전한 연합 형태가 됬어도 위를 상대해서 이기기가 힘들었을 거라는 말들이 많죠. 실제로 후대의 송 유씨가문이 그랬고..
카레맛똥
24/12/02 09:10
수정 아이콘
삼국지는 사실 소위 청류라는 카르텔의 지방호족들의 사가라고 봐도 무방한데 많은 매체에서 이를 너무 간과하더라구요. 오나라가 호족 연합체라고 하는건 많이 알려져있긴 한데 사실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죠. 삼국 군주들이 몇가지 씩 상식적으로 이해못하는 행동들이 나오는 기반에는 당시 중국 기득권 카르텔이 기본적으로 지방호족 위주인데 본인들이 나름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나옵니다.
유표가 혈혈단신으로 형주 부임하고 괜히 채씨집안, 괴씨집안과 결탁한게 아니죠. 조조나 유비같은 초월적 카리스마를 가진 보스들조차 완전히 지방호족을 통제하는건 불가능한 시대였습니다. 대중들이 삼국지를 볼 때 가장 간과하는게 마치 조선이나 후대 중국 왕조처럼 삼국 군벌들도 중앙집권 처럼 각자 영역을 다스렸을거라는 착각인거 같습니다.
데몬헌터
24/12/02 09: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근세 이전의 역사는 크킹하면서 이해해야하죠 흐흐
오히려 후대의 몽골이나 유럽처럼 퓨덜하게 분할된 경우는 원가 나 유표네 같은 정도 였다는 점도 특이사항 같습니다
전기쥐
24/12/02 09:43
수정 아이콘
유비는 기세를 이어 관우를 시켜 양양을 쳤으나, 조조와 손을 잡은 손권에 의해 관우는 살해되었다.
=> 관우가 독자 행동을 하다가 조조 손권 올스타 연합군에게 패배해 형주를 잃고 죽은 걸로 알고 있는데.. 관우의 독자 행동이 아니라 유비가 관우 보고 시킨 건가요?
로하스
+ 24/12/02 10:17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78303
피지알의 삼국지 전문가 글곰님은
유비가 명령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보시네요.
전기쥐
+ 24/12/02 10:18
수정 아이콘
흠 그러면 관우가 괜히 혼자 독자행동하다가 자멸한 케이스로 알고 있었는데 관우에 대한 평가를 좀 새롭게 해야겠네요.
SkyClouD
+ 24/12/02 10:19
수정 아이콘
한중에서 호응해서 올라갈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오의 뒤통수를 예측하지 못했을 뿐...
전기쥐
+ 24/12/02 10:20
수정 아이콘
형주가 있었으면 장안 공격하기가 더 쉬웠을텐데 촉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쉽게 되었어요.
+ 24/12/02 11:26
수정 아이콘
상식적으로는 관우가 형주 지역 독립 군벌도 아니고 유비의 지시나 묵인 없이 독자적으로 조조를 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전기쥐
+ 24/12/02 11:27
수정 아이콘
유비가 관우에게 형주를 맡길 때 재량권을 줬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유비가 한중을 먹었으니 관우는 그것을 형주쪽에서 올라오라는 신호로 생각했는데 사실 유비는 그렇게까지 직접 지시는 안한.. 그렇게 봤습니다.
럭키비키잖앙
+ 24/12/02 10:17
수정 아이콘
조예때까지는 황권이 막강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서서히 고립됐다는건 동의가 안되네요. 
+ 24/12/02 10:57
수정 아이콘
흠..
된장까스
+ 24/12/02 11:37
수정 아이콘
고평릉 직전까지 사마씨는 경쟁자인 조씨나 하후씨와 협력하면서 은인자중하던 시기였죠. 사마의가 오래살기도 했고 조비, 조예의 탁고대신인 덕분에 그 권위가 점점 막강해지긴 하고 있었기에 은연중에 견제가 들어가고 있긴 했습니다만...
+ 24/12/02 11:00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 24/12/02 11:16
수정 아이콘
윗댓에도 있지만 조예는 본인 수명 + 후계자가 카운터지 이때까지만해도 황권이 약하다고 보긴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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