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1/06 12:23:15
Name 식별
Subject [일반]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Esplandian.jpg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인도 오른편 지상낙원 지척에 캘리포니아라는 한 섬이 있음을 알라. 그 곳의 사람들은 남자란 없고 오로지 검은 빛의 여성들로만 이루어져 있느니라. 그들은 아름답고도 건장한 체구를 가졌으며, 용맹하고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들의 섬은 천혜의 요새라. 험준한 절벽과 바위 해안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들의 무기는 모두 황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들이 타고 다니는 맹수들의 갑옷 또한 금으로 되어 있는 바, 그 섬에는 금 이외에 다른 금속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 

- 에스플란디안의 모험(1510)



# 서부의 가정생활



1024px-Johnson_1920_HighPlains.jpg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서부개척시대라 하면 우리는 으레 고독한 남성 몇몇이 뿔뿔이 흩어져 삶을 꾸려나가는 것을 상상하곤 하지만, 북미 대평원(Great Plains)에서 남자 혼자서 농장이나 목장을 운영하기란 불가능했다. 




Homesteader_NE_1866.png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모든 것이 가족 단위로 이루어져야만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들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개척민들 사이의 상식이었다. 




1280px-Waiting_Woman_in_pioneer_costume_posed_in_tranquil_country_scene_(HS85-10-11544).jpg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초기 개척지에서 농부의 아내들은 뙤약볕에 나가 일함으로서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특히 줄곧 동부의 따사로운 기후에서 살던 여성들 같은 경우엔, 나무 한 그루 안보이고, 거센 돌풍이 윙윙거리며, 끝없이 펼쳐져있는 태양에 그슬린듯한 대지를 보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서부의 여성들은 따사로운 동부의 추억을 서부로 이식하곤 했다. 정원을 가꿨고, 나무를 심었으며, 보기 흉한 풍경을 조금씩 아기자기하게 바꾸어놓았다. 개척이 진척되고, 점차 정착생활이 안정을 찾자, 서부 개척지 뿐 아니라 모든 농경사회에서 그러한 현상이 벌어졌듯, 아내들은 집안으로 들어가고, 남편들은 밭일에 나갔다. 



Barn_Raising_DeKalb_County_IN.jpg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서부 정착지의 생활은 공동체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헛간 세우기(barn raising)라고 하는 공동체 의식이 특히 핵심적인 집단 행동이었다. 헛간은 곡물이나 건초를 비축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건축물이었고, 가족 하나가 스스로 조립하는 데에는 매우 큰 힘이 들었다. 그리고 겨울이 오기전에 서둘러 건설하지 않으면, 기껏 얻은 한 해 소출이 전부 망실될 수도 있었다. 



1024px-Barn_raising_in_Lansing.jpg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전문 목수나 다른 용역들을 고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오지의 서부에서, 일가족의 개인 헛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돌아가며 일손을 돕는 공동체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남성들은 이웃에게 노동력을 비롯하여 각종 연장이나 들짐승들을 제공했고, 여성들은 노동자들이 먹을 새참을 준비했다. 헛간이 완성되면 새벽까지 이어지는 축하 잔치가 벌어졌다. 


 공동체가 충분히 거대하다면, 더 큰 건물도 힘을 모아 짓곤 했다. 당장 급한 일은 아니었지만, 목재뿐 아니라 석재도 필요했던 교회가 그 대표적인 예시다. 


 서부의 어린이들은 강하게 자랐다. 서부의 어떤 어린이들은 동부의 빡빡한 도시생활에 비해서 훨씬 더 자율적인 삶을 누렸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그 자유로운 생활의 이면에는 동부의 도시생활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과 고통이 도사리고 있었다. 많은 서부의 아이들이 낮은 인구밀도로 인한 고독, 굶주림, 강제 노동, 그리고 가정 폭력과 학대에 노출되었으리라 추정된다.




# 도박, 훌륭한 사람들의 일자리




 도박은 할 게 별로 없는 서부에서 가장 인기있는 오락이었다. 서부에서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기 전까지 한번쯤은 도박에 손을 대 본다. 카우보이, 광부, 벌목인, 사업가, 그리고 판사와 보안관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도박에 참여했다. 


 정착지가 세워지면 가장 먼저 세워지는 건물은 교회가 아니라 도박장이었다. 정착지가 성장함에 따라 도박장의 규모도 커졌고, 도박의 종류도 더 다양해졌다. 도박장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었고, 술집과 공연무대, 객실이 딸려있기도 했다. 


 말하자면 도박장은, 일종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 오늘날의 백화점이나 컨벤션센터 같은 공간이었다. 도박장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굴러갔고, 한 마을에 얼마나 많은 전문 타짜들이 있느냐에 따라 그 마을의 번영도가 판가름났다. 


 도박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전문 도박꾼들은 매우 존경받는 사람들이었다. 도박 사업은 당시에 가장 많은 돈을 끌어들이는 분야였고, 오늘날로 따지자면 전문 도박꾼들은 전략 컨설턴트나 애널리스트 같은 느낌이었다. 종종 도덕적인 비난이나 약간의 질시를 받는 것마저 비슷했다.


 매우 존경받는 프로 도박꾼들은 술도 마시지 않았고, 공사를 치지도 않았으며, 욕설도 하지 않는 아주 점잖은 사람들이었다. 



250px-California_Gold_Rush_handbill.jpg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1849년, 서부에서 금맥이 발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는 도박장이 우후죽순 들어섰으며, 캘리포니아 전역의 여러 광산마을에서도 소규모 도박장들이 생겨났다.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온 사람들의 원정길을 따라서 도박장이 바글거리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서부에 닿지도 못한 채 가는 길에 있던 어느 영세한 도박장에서 끝장나곤 했다. 



9851910f1cd24404b43dc6b3b7ac0783.jpg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유명한 여성 도박꾼들도 있었다. 키티 리로이(Kitty LeRoy)라고 불리는 젊은 여성 도박꾼은 아주 아름다웠고, 남성편력으로도 유명했다. 그녀는 여러 전설을 남겼는데, 뛰어난 칼던지기와 사격 솜씨를 지녔으며, 집시같은 옷을 입었다고도 한다. 무엇보다, 키티는 도박을 잘했다. 그녀는 남자를 두고도 일생토록 도박을 했고, 파트너가 질리면 곧장 떠나버리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키티 리로이는 28세의 나이로 전남편에게 가슴팍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Fan-Tan_in_New_York_City_1887.jpg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서부에는 여러 인종의 도박꾼들이 있었고, 중국인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인 도박꾼들이었다. 그들은 무려 남북조 시대에까지 그 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판탄(番攤)이라는 도박을 북미 서부땅에 들여오기도 했다.




Faro_card_game.jpg 서부개척시대의 사생활을 알아보자


 서부에서 가장 흔했던 도박은 모든 도박의 왕이라고도 불렸던, 프랑스에서 유래한 '파로'라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룰렛, 포커, 척 어 럭과 같은 게임도 매우 인기있었으며, 경마, 권투, 그리고 닭싸움과 개싸움, 심지어는 팬더와 곰이 서로 맞붙는 것에도 판돈이 걸렸다.




(계속)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24/11/06 12:51
수정 아이콘
리로이~~젠킨스!!
태양의맛썬칩
24/11/06 13:22
수정 아이콘
팬더 vs 곰이라니 뭘 좀 아는 분들이었네요
如是我聞
24/11/06 13:36
수정 아이콘
그래서 누가 이겼답니까!
데몬헌터
24/11/06 13:57
수정 아이콘
사나이에게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24/11/06 13:30
수정 아이콘
도박꾼 관점이 재밌네요
개인적으로 월스트리트쪽 사람들을 가치 없는 곳에
가치를 만들어서 파는 사기꾼이라고 보는 입장에서
역사적으로는 도박꾼도 존경받고 평가 받던 시절이 있었군요
월스트리트 쪽 사람들 처럼
돌고래호텔
24/11/06 13:49
수정 아이콘
팬더는 어떻게 공수해 왔대? 크크
데몬헌터
24/11/06 14:00
수정 아이콘
레데리2에서 전설의 도박사 같은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점이였죠. 거기는 골패도 나오던
서린언니
24/11/06 14: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헛간 짓는 뼈대 보니까 팀버프레임 이네요 여기서 경량목구조로 발전하고...
레데리의 존마스턴이 저렇게 집을 지었겠죠?
24/11/06 14:14
수정 아이콘
중국인... 대단하군요
24/11/06 18:48
수정 아이콘
이런거 너무 재밌습니다 ㅠㅠ
24/11/06 19:00
수정 아이콘
판탄 얘기를 보자니... 중국인들은 외국으로 굉장히 많이 나갔는데 그에 비하면 장기나 바둑 같은 게 동북아 외에는 그다지 인기가 없어보이는 건 왜일까요...
안군시대
24/11/06 19:55
수정 아이콘
서부개척 시대에 지대한 공을 세운건 철도건설에 동원된 중국인들이라 보는데, 서부개척시대를 얘기할 때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건 왜일까요?
24/11/07 07:33
수정 아이콘
초원의 집 드라마 및 소설 강추합니다
자급률
24/11/07 13:45
수정 아이콘
도박 술 공연 객실까지 다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라니 뭔가 뉴베가스 카지노가 떠오르기도 하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83345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5581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7171 31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44215 3
103313 [일반] [2024년 결산]뭘 해도 올해보단 나아지겠지 [1] SAS Tony Parker 245 24/12/26 245 0
103312 [정치] "뭐?? 박정희 동상 불침번"‥'열통 터진' 대구 공무원들 [16] will1453 24/12/26 1453 0
103311 [일반] [책후기] 작은땅의 야수들, [2] v.Serum458 24/12/26 458 2
103310 [일반] 잊지 말아야 할 얼굴들…2024년 신상공개 범죄자 9인 [27] 덴드로븀3760 24/12/26 3760 2
103309 [정치] 한덕수 권한대행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거부 [268] 매번같은17951 24/12/26 17951 0
103308 [정치] 부정선거에 대한 생각입니다 [96] 육돌이6248 24/12/26 6248 0
103307 [정치] “김용현, 윤석열에 계엄건의전 한덕수에게 사전보고했다” [48] 빼사스8349 24/12/26 8349 0
103306 [일반] 삼성 S24로 아주 유용했던 출장(진행중) [41] 겨울삼각형7284 24/12/25 7284 9
103305 [일반] 한국의 국산 LLM과 전략 [28] 깃털달린뱀7088 24/12/25 7088 10
103304 [정치] 대통령 지지율도 오르고 있는데 왜 사과라는 바보짓으로 다시 떨어뜨리려 하냐 [174] 키르히아이스17018 24/12/25 17018 0
103303 [일반] <하얼빈> - 묵직하게 내려앉은.(약스포) [41] aDayInTheLife4350 24/12/25 4350 4
103302 [정치] 외국인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의 비상계엄 [43] Dango7692 24/12/25 7692 0
103301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61. 41-59편 정리 [1] 계층방정961 24/12/25 961 1
103300 [정치] 국힘 김대식 "헌재의 최종 심판 전까지 '내란' 표현 함부로 쓰지 말아야" [71] 카린9898 24/12/25 9898 0
103299 [정치] 무당도 찾아가는 점집 [53] 어강됴리9887 24/12/25 9887 0
103298 [일반] 요즘 가볍게 보는 웹소설 3개(시리즈) [26] VictoryFood4133 24/12/25 4133 1
103297 [일반] 2024년 12월 24일. 사랑하는 우리 첫째 반려견 사랑이가 소풍을 떠났습니다. [15] Fairy.marie2957 24/12/25 2957 24
103296 [정치] 우리는 김어준이 정론직필을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94] 베놈11547 24/12/24 11547 0
103293 [일반] aespa 'Whiplash'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12] 메존일각2578 24/12/24 2578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