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약
화약은 서부개척시대의 필수용품이었다. 화약은 단지 총기의 격발을 돕는 역할이나 불을 손쉽게 피울 때 뿐 아니라 매우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서부의 자연에는 여러 독초들이 있었고, 그러한 독초들을 잘못 건드리는 경우 피부가 따끔거리거나 부어오를 수 있었다. 이때 개척민들은 마땅한 치료약이 없는 경우 물에 화약을 섞어 오늘날 마데카솔 바르듯이 바르곤했다. 뿐만 아니라 화약은 각종 염증 및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기도 했다.
화약에 물을 섞지 않고 상처에 문지르면 피부가 까맣게 물들어 문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영국의 선원들은 18세기 초부터 이미 백년 넘게 상처에 화약을 발라 문신하는 풍습을 즐겼다고 한다.
이 화약물을 좀 더 묽게 하면 안약으로도 쓸 수 있었다. 따뜻한 물에 흑색화약 알갱이 몇개를 넣으면 훌륭한 안구세척제가 되었는데, 맛을 봤을 때 미미하게 짠맛이 감돌면 적당힌 비율인 것이었다. 만약 화약을 황금비율보다 좀 더 많이 넣는 경우, 눈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을 맛볼 수 있다.
서부개척시대의 여행서적에는 소금이나 후추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 고기에 흑색화약을 뿌려먹으라는 꿀팁이 적혀져 있기도 했다. 기실 응급상황시 환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분류체계(트리아지)를 처음 고안해낸 것으로도 유명한 군의관 도미니크 장 라레는 병사들을 위해 손수 말고기국을 끓였는데, 소금이 부족해 양념 대용으로 화약을 넣었다고 한다.
2. 담배
약간의 니코틴 중독 위험을 감수한다면, 서부개척민들에게 담배는 훌륭한 상처치료제였다. 곤충이나 전갈에게 물리면 축축한 담배를 깎아 상처에 바른 뒤 붕대로 감고는, 출혈과 통증이 나아지면 담배를 제거한 뒤 해당 부위에 소금이나 당밀을 바르면 된다.
담배를 피우는 것에는 또 다른 이점이 있는데, 곤충들이 담배연기를 싫어한다는 점이다. 많은 서부개척민들은 그들 스스로를 담배쩐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훈연해 살아있는 곤충기피물 그 자체가 되는 걸 선호했다.
3. 술
많은 서부개척민들은 휴대용 수통에 독주를 넣어가지고 다녔다. 마실 때 가장 좋았겠지만, 독한 술 역시 여러 용도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흔한 용도는 역시 상처를 소독할 때 붓는 것이었다.
또한, 타이레놀 대신 증류주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아픈 쪽의 머리를 약간 기울인 뒤, 반대쪽 귀 속으로(?) 독한 증류주를 몇 방울을 떨어뜨린다. 두통이 가실 때까지 몇분 동안 기다린 뒤 조금 나아졌다 싶으면(??) 다시 귀 속으로 들어간 술을 빼내면 된다.
독한 위스키는 총기 세척에도 활용되었다. 총기에 슬은 녹이나 각종 금속 도구의 오염된 부위를 위스키로 세척하면 효과적이었다.
4. 밀가루
서부개척민들은 설사병에 걸렸을 때 밀가루를 먹곤 했는데, 밀가루가 변비를 일으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화상을 입었을 때 상처 부위에 밀가루를 뿌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밀가루를 상처에 뿌리는 것은 된장바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염 위험을 높이기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 지는 미지수다. 곤충 물린 경우에도 밀가루를 썼는데, 물을 조금 뿌려 묽어진 반죽을 바르는 식이었다.
5. 달달한 거
폐당밀(Blackstrap Molasses)
설탕은 오랜 세월 상처 치료약으로 애용되어 왔다. 설탕은 실제로 세균 성장을 억제하고 상처를 건조시키기에 상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짐승에 물린 경우, 특히 폐당밀(Blackstrap Molasses)을 바르는 것이 권장되었는데, 폐당밀에는 각종 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여러 항균 화합물이 들어있기에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처방이었다.
비싸지만 가장 좋은 것은 꿀이었다. 순수한 천연꿀은 황색포도상구균과 녹농균, 대장균, 살모넬라균을 비롯하여 각종 균들에 매우 효과적이며 오늘날 항생제 내성이 있는 일부 강력한 박테리아들도 죽일 정도로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