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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0/20 07:20:27
Name Anti-MAGE
File #1 Doubt_poster240910101101imbcdrama10.jpg (435.2 KB), Download : 3
Link #1 D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갤러리
Subject [일반] (펌글)(스포주의)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 대한 소고 (수정됨)


잘 만든 드라마다.



그걸 인정하고, 이해하면.



이 드라마의 작가가 의도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가 과연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잘 만들었기에 가능한 추측이다.

이 정도로 빼어나게 뽑은 추리물을 언제 봤나 싶을 정도로 빠져들었는데...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목부터 참 노골적이다.



배신자.

과연 누구를 누가 배신했는가?

라고 추리하게 만드는데.



배신이 뭔가, 에 대해 생각해보자.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는 것도 배신이고.

자신을 믿는.

혹은 자신이랑 끈끈한 누군가를 속이는 것 역시 배신이다.



고로.



이 드라마에서의 배신을 나는 '의심'이라 임의로 지정하겠다.



한석규가 맡은 장태수는 누구를 배신했는가?



딸 장하빈?

아니다.

그가 배신한 건, 그 자신.



그를 묘사하는데에 1화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는데.

극 중 장태수는 범죄자의 마음을 읽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프로파일러다.



그런 그가 배신한 건, 장태수 자신이다.



아들의 추락사 이후, 딸을 믿지 못하게 된 아빠.

프로파일러로서 이성도, 아버지로서의 감성도.

둘 모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냉정함을 잃은 경계의 남자.



장태수는 자신을 의심하며 드라마는 계속해서 진행된다.





장하빈은.

부모로부터 동생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으며 자랐다.



그럼 장하빈은 배신을 당한 사람인 건가?

아니다.



그 역시, 자기 자신을 배신했다.

부모의 사랑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를 시점을 달리 해서, 장하빈의 관점으로 보면.

장하빈은 자신이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건지에 대해 스스로를 의심했다.



억지일 수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걸 굉장히 사소한.

하지만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드라마에서 단서가 된 붉은 실과 같은.

작지만 큰 이유라고 본다면.



이 글을 읽는 갤러들을 설득하는 건 이쯤하고.

다시 글에 들어가면.



장하빈은 딸로서 부모에게 진심을 다해 자신의 결백을 어필하지 않았다.

자신이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의심해서.



한예리가 분한, 이어진은 이성을 대표한다.

그녀는 감성을 대표하는 구대홍을 의심한다.



왜 숨겼냐.

왜 장 팀장을 편들었냐.

왜 경찰이 되었냐.



극 중 구대홍은 굉장히 소심하고 감성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이어진에겐 당당히 맞선다.



그게 그렇게 잘못이냐? 라고.



강력팀장 오정환은 믿어주는 사람이다.

의심을 하는 게 직업인 경찰이고 강력팀의 형사지만.



그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를 대변하는 장면을 하나 언급하겠다.



3화에서 파트너인 김용수가 이렇게 묻는다.



"왜? 뭐 걸리는 거 있으세요?"



그런데 이 때, 오정환은 이렇게 답한다.



"걸리고 말고 할 게 어딨어? 알리바이 나올 때까지 용의자들 하나하나 확인하는 거지."(대사 자체가 딱 정확하진 않다. 기억에 의존해서 적으므로)





그리고 장태수의 딸 일임을 확인했으면서도.

의심해서 쫓거나 하진 않는다.

정황과 상황이.

알리바이가 확인이 되면, 그는 일단 넘어간다.(자신이나 주변을 배신(의심)하지 않는 캐릭터)



추리극을 많이 본 시청자라면 이 형사 캐릭터가 조금 이상해야 정상이다.

윗 사람들이 증거가 없으니 놔주라고 하는데.

주변 사람을 탓하지 않고.

증거 타령한다는 '상황 자체'만을 타박할 뿐.

두 번 묻지도 않고 놔준다.



추리극의 전형적 형사의 특징인 집요함은 갖췄는데.

이상한 포인트에서 집요하지 않다?



이건 내가 위에 언급한 특성에 대입하면 이해가 된다.

그는 그냥 자신을 배신(의심)하지 않고 증거를 쫓을 뿐이니까.





하빈의 엄마이자 장태수의 전처인.

자살한 오연수는 확신을 가졌다.



딸을 믿는단 확신.

하지만 착각이다.

그녀는 딸을 믿는 자신을 배신했고, 딸을 의심해서 협박을 당했고. 돈을 뜯겼다.

그 끝에 그녀는 자살했다.



아마 확신컨대 자살은 맞을 거다.



가출팸의 리더 최영민은 4화에서 캐릭터성이 선명히 드러난다.



폭력적인 성향.

하지만 도망간 엄마.

가출팸의 숙소 주인인 김성희를 폭력적으로 대하면서도 그녀가 자신을 떠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자기 확신이 없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내가 위에 언급한 표현으론, 가장 친밀한 자기를 가장 많이 배신한 캐릭터.



정확하진 않으나.

캐릭터적 성향으론 강력팀장 오정환의 대척점에 있다.



자기 자신을 믿고, 주변 사람도 알리바이가 확실하다면 믿는 오정환에 비해.

자기 자신조차 못 믿고, 주변 사람은 더더욱 못 믿어 가출팸 숙소의 자기 방에 도어락이 또 있는 남자.



장하빈의 학교 선생 박준태와 김성희의 캐릭터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기에 위와 같은 평은 하지 않겠으나.



아마, 이 두 사람 역시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거나, 의심하게 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자면.

학교 선생 박준태는.

김성희를 믿다가, 의심하게 되거나.

(이걸 내 글에 맞추자면, 김성희를 믿는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게 되는 것)



김성희 역시, 박준태를 믿던 자신을 의심하거나.







그건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이 드라마의 진짜 중요한 포인트는 결말로 가는 줄기니까.



범인 찾기가.

아니다.





그건 결과일뿐.



이 드라마가 추적하는 건 결과가 도출되기까지.



어떻게.

어째서?



그렇게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가.



이거지.





아빠와 프로파일러, 둘 중 어떤 자신도 믿지 못하고 그저 외면을 선택한 장태수.



딸을 믿겠다는 자신을 의심하고 딸이 죽였다(딸이 아들을 죽인 건지 그녀 역시 일말의 의심을 하고 있던 거지), 착각한 딸의 친구를 땅에 묻은 장태수의 아내.



자신이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건지에 대해 스스로를 의심한 장하빈은 부모에게 진실을 한 번도 제대로 털어놓지 않았다.

(동생이 어떤 연유로 떨어졌고, 자신은 결백하다(이유와 과정 설명을 안 했단 얘기) 말하지 않았고, 엄마의 자살이 누군가의 협박으로 인한 것을 확인하고도

그걸 아빠와 공유하지 않은 것)



최영민은 모든 걸 믿지 못한다.



이렇게 자기 스스로를 배신한 사람들이 모여, 현상을 만들어냈다.





(어떤 이의) 살인 - 수현의 사망.

->4화까지의 흐름으로는 최영민, 김성희, 박준태 셋 중 하나거나. 셋 중 둘이거나. 셋 중 셋이거나, 겠지. 흐름 상으론 김성희, 박준태 둘이 유력하다.



사체 매장.(누가 죽였는지 모르면서 자신의 딸이 범인이라 착각한, 장태수의 아내가)

협박.(최영민이 장태수의 아내를)

자살.(최영민에게 협박당해 돈을 뜯기다가)

추적.(엄마의 자살이 협박임을 알고 범인 추적

살인.(장하빈이 송민아 살해(살해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아직까진. 피가 있고 사체가 없는 사건은 추리극에서 아주 자주 나오는 소재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라고.

시청자들이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의심하는 건 자기 확신이다.

자기 확신이 없으니, 믿음이 없고.

자기 믿음이 없으니, 타인에게 진실을 공유하지 못한다.



그렇게 꼬여가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갔을 때.



아마.

이 흐름이라면.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자기를 배신한 사람들의 파국이 아닐까?



프로파일러 장태수는, 딸을 믿지 못했던 것에 대한 처절한 후회가.

<딸이 범인인 것도 후회일 수 있고(자신이 믿지 못해 혼자 해결하려 했음을 깨닫는다면), 딸이 범인이 아닌데 의심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송민아는 살아있겠지>



장하빈은 부모의 사랑을 받는 스스로를 의심한 잘못으로, 엄마를 잃었다(이건 확정)

아빠와의 관계 개선 여지는 있다. 피카레스크 장르가 아닌 다음에야 아빠와 딸의 화해 또는 이해는 흐름상 필요한 과정일 수 있으므로(대부분의 글은 요즘 최소한의 해피엔드 구조를 갖추는 식이다)



최영민의 파국은 교도소 행이 아니다.

교도소 행은 일단 확정인 흐름이다.



하지만, 그의 파국은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는 것.

그는 외로이 혼자 남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가 떠나지 않길 바라던, 자신의 떠나간 엄마와 매칭되는 가출팸 숙소 여주인이 그를 떠나게 될 것.



그러면.



결말.





송민아는 살아있었고.

(장하빈은 똑똑한 아이다. 송민아를 단순 살해하는 것보다, 그녀에게서 진짜 범인을 실토하게 하려 했을 것, 그리고 송민아는 도피했겠지. 똑똑한 장하빈의 도움 아래.)



장하빈을 의심했던 장태수는 아빠로서 딸을 믿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 크게 후회할 테고.

장하빈 역시, 처음부터 부모에게 모든 걸(어린 시절부터) 털어놓지 않았던 걸 후회할 테고.



가출팸은 뿔뿔이 흩어지고, 최영민, 김성희, 박준태 세 사람 중 범인이 나오겠지.



누가 범인이다, 라고 확정짓지 않은 건.

작가가 절반도 다 안 보여줬는데. 이걸 달리 말하면 글을 열어 놓은 상황인데, 내가 추리해봐야 찍는 것 밖에 안 돼서 그 이상은 무의미해서다.



혹, 내가 누가 범인이다 라고 했고, 후에 내가 맞췄다 하더라도 찍은 거일 뿐인 상황이라 의미 없음.





10화 짜리인 것 같은데.



남은 6화를 우리는 범인이 아니라 과정을 추적하게 되지 않을까.

(추리극의 요소를 아주 잘 녹여놔서. 범인이 장하빈인지, 최영민, 김성희, 박준태 중 하나인지. 송민아가 진짜 죽었는지, 수현이는 누가 왜 죽였는지, 등등은 우리의 흥미를 적절히 리드해가며 하나씩 풀어가겠지 당연히)



어째서 이렇게 꼬여버렸고, 왜 이런 결말(위에 언급한 살인, 협박, 살인(아직까진 추정인 송민아 살해) 등등의 일들이 나온 것인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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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향
+ 24/10/20 07:47
수정 아이콘
저도 캐릭터들이 답답하더라구요. 보다보면 가장 이성적이라는 한예리 캐릭까지 어딘가 조금씩 눈 한쪽을 감고 사건을 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아니 저기서 저런 걸 안 물어본다고? 아니 저기서 이런게 의심스러운데 그걸 안 조사해 본다고? 실화가 아니라서 상상으로 쓰는 작가의 한계일까? 아니면 연출의 한계인가?' 등등

그런데 글쓴님 글을 읽고보니 그런 점이 의도된 설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깊게 생각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나와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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