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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0/19 01:53:16
Name evil
Subject [일반] 저작(인접)권 보상금 분배에 대한 글
안녕하세요.

최근 작가 한강님의 노벨상 수상이 교과서 보상금 미분배 이슈로 번지는 것이 무척 흥미롭더군요.
많은 관심과 성토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업계의 현황을 조금 알고 있는 자로서 정보를 공유하자는 생각으로 아래와 같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저작권 분야에서 대표적인 보상금 단체는 총 3곳이 있으며, 보상금과 관련된 주된 업무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 방송, 디지털음성송신, 공연에서 음악을 이용하는 자로부터 보상금을 징수하여 저작인접권자(실연자(가창자, 연주자))에게 지급
  2. 한국연예제작자협회 : 방송, 디지털음성송신, 공연에서 음악을 이용하는 자로부터 보상금을 징수하여 저작인접권자(음반제작자)에게 지급
    ※ 한국음반산업협회에서 담당하였으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을 취소하였고 소송 끝에 2021년 1월 한국연예제작자로 이관됨
  3.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 : 학교(교육 목적) 및 도서관(조사 및 연구 목적) 등에서 도서를 복제·전송하는 경우 보상금을 징수하여 저작(권)자에게 지급

위 3곳은 최선을 다하여 분배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들 단체의 수입은 보상금 징수 시 관리수수료의 절반만 가져갈 수 있고, 나머지 관리수수료의 반은 분배를 할 경우에만 받아 가게 되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체의 관리수수료 수입에 대한 설정 기준은 각 단체, 시점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음).
현재 미분배보상금으로 되어있는 부분에는 관리수수료의 상당 부분이 포함 되어있는데, 공익목적으로 미분배보상금을 사용하게 되면 해당 관리수수료는 날아갑니다.
참고로 미분배보상금을 공익목적으로 사용할 때 슈킹에 대한 우려를 표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미분배보상금을 공익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사전과 사후 모두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가능성도 낮고 어려운 일입니다.

어찌되었든 이들 입장에서 분배금에 대한 관리수수료를 얻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분배를 함에도 분배율이 낮은 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저작(인접)권자가 저작물을 보상금수령단체에 잘 등록하지 않음
    ※ 개인의 경우 서류 작성 및 등록 등 해야 하는 일은 많은데 백 원, 천 원 수준으로 보상금을 나오는 경우가 많아 등록을 잘 안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업의 경우는 모았다가 한 번에 등록하는데, 담당자가 바뀌면 계속 미루어지면서 미분배가 쌓임
    ※ 저작(인접)권자가 외국인인 경우도 있는데, 국가별 단체간 상호관리 계약을 통해 해소할 수 있으나 쉽지 않음
  2. 보상금수령단체가 저작물의 권리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
    ※ 각 단체의 시스템에 등록된 저작물과 사용된 저작물의 일치 여부를 체크(권리 매핑 작업)하는데 오류 등으로 인하여 권리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미분배금으로 쌓임
    ※ 이용자가 제출하는 저작물 사용내역 자료가 없거나 오염이 있는 경우 등(이용자의 저작물 사용내역 제출에 대한 페널티 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들 단체는 사용내역 확보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음)으로 인하여 미분배금으로 쌓임
  3. 기타

참고로 보상금수령단체(신탁단체 포함)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감독을 받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들에 대해 매년 정기적인 업무감사를 실시하는데 주로 단체의 업무규정이 미비하거나 예산 집행을 확인하고 문제점에 대해 지적사항(필수 보완), 권고사항(선택 보완)으로 개선을 명령합니다.
물론 분배율에 대해서도 감사를 합니다만 지적사항이나 강력한 행정적 조치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보거나 들은 적은 없네요.
이는 관리·감독을 하는 입장에서 보상금 제도의 특성상 복수단체를 두기 어렵기 때문에 단체간 비교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요. 음반제작자에 대한 보상금의 경우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최초 분배 후 3년 내 분배율이 80%(9년 내 분배율은 90% 가까움)가 넘는 반면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3년 내 분배율이 49% 수준(2021년 8,328,703,000원 징수, 4,050,339,000원 분배)으로 꽤나 차이가 남에도 별다른 개선이 없는 것을 보면 해당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에서 공개한 자료로는 정확한 분배율을 파악하기 어려운데(이것도 좀 문제긴 하죠) 보통 이런 경우는 분배율이 낮습니다.

참고로 위 3곳은 업무감사 외에도 수 년마다 한 번씩 보상금수령단체에 대한 적격 여부를 심사 받습니다. 우연스럽게도 올해 심사가 진행됩니다(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적격 여부에 대한 의견을 10월 31일까지 수렴하고 있음).
과거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자격을 잃었던 것처럼 해당 심사에서 다른 단체도 자격을 잃게될지, 적격 여부 심사에서 보상금 분배율이 영향을 끼칠지 등에 대해서는 조금만 기다려 보면 알 수 있을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단체가 바뀌게 되면 해당 단체의 직원들이 직업을 잃게 될 수 있고 저작물 이용자는 새로운 단체와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하고 저작권자는 새로운 단체에 등록을 다시해야 하는 등 소모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단체가 바꾸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미분배보상금을 줄이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상 글을 마치며, 빠르지는 않겠지만 질문하시는 사항에 대해 최대한 답변을 달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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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是我聞
24/10/19 09:36
수정 아이콘
전혀 모르는 걸 잘 배웠습니다.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24/10/19 12:54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포스2
24/10/19 11:59
수정 아이콘
문저협은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받아 공익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문저협이 사용한 보상금은 약 138억원이었다. 구체적으로 보상금 분배 시스템 개선, 저작권 사용 실태 조사, 저작권자 홍보 캠페인 등에 쓰였다.

실제로는 사용을 꽤나 한것같습니다.
24/10/19 13:20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문저협의 공익목적사업은 문제가 없는게 아닙니다.
10년간 공익목적사업으로 138억을 사용했다면 타단체의 공익목적사업 규모 대비 정말 많이 쓴 겁니다.
그리고 '보상금 분배 시스템 개선' 같은 경우는 사실 공익목적사업이라 보기도 힘들죠. 해당 사업의 예산은 일반회계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모 단체는 유사한 사업을 공익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다가 정부한테 까였는데, 저 단체는 성공을 했네요. 굉장히 협상을 잘한거 같습니다.
여튼 공익목적사업으로 일반회계 예산을 아끼게 되는 건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추가로 문저협의 분배율이 낮은 것에는 문저협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문저협 관계자로부터 꽤나 옛날에 어떤식으로 분배를 하는지 들어본 적이 있는데, 교과서 만드는 곳한테 사용내역을 받는 것이 힘들어서 문저협 담당자가 교과서를 직접 펴가면서 수기로 체크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러면 분배에 너무 많은 부담이 됩니다.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이 출처를 표기하고 최소한 추정할 수 있는 정보라도 주어야 하는데, 법률상 이용자가 사용내역을 주지 않아도 강제하거나 페널티를 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보상금수령단체가 어려움을 많이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뭐 수기로 체크하는 것이 좀 에러긴 합니다만 당시에는 AI, OCR, 그림파일 유사도 체크 등의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 봅니다.
요즘은 발달된 기술이 많으니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문저협이 현실적으로 분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자의 저작물 정보 등록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거나 출판사에게 어느 정도의 역할을 위임하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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