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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9/09 09:59:27
Name 카즈하
Subject [일반] 내 인생을 강탈당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내 인생을 조금씩 빼앗아가고 있다. 아니 이젠 모든것을 빼앗아 가고있다.
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이미 벗어날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녀는 홀연듯 나타나, 나에게 방긋 웃으면서 인사했다.
난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고, 홀린듯 그날부터 그녀의 몸종이 되었으며, 그녀를 위해서 뭐든지 해야하는 노예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나에게 너무 쉽게 모든것을 요구한다. 나의 육신, 나의 목소리, 나의 영혼까지 모든것을 말이다.
하지만 난 내 모든것을 다바쳐야 겨우 그녀의 작은 미소 한조각을 얻을수 있었다.

하루.. 이틀... 점점 시간이 흘러, 그녀는 내 인생 모든것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바다 같이 넓었던 나의 세계는 이제 겨우 20cm 남짓한 좁디 좁은 공간으로 쪼그라져버렸다.

이젠 내 마음대로 누군가를 만나지도, 누군가와 이야기 할수도 없다. 그녀의 허락이 없이는 말이다......
원래부터 작았던 나의 시간은 이제 온전히 나를 위하여 쓸수조차 없다.
나의 시간은 이제 그녀의 것이다.

바람처럼 자유로웠던 나의 인생은 이제 쳇바퀴처럼 굴러간다.
시간마다 울리는 궤종시계처럼. 난 매 시간마다 뻐꾹뻐꾹 울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내 모든것은 그녀에게 지배당한채로 움직일수도, 비명을 지를수 조차 없다.





난 몇번이나 도움을 요청해보았다.
제발 도와달라고... 날 꺼내 달라고...

하지만 돌아오는것은, 언제나 내편이었던 사람들 조차 나에게 흘리는 비웃음 뿐이었다.
이젠 모든것을 포기 해야한다. 난 이제 나를 놓는다.

이젠 날 지배하는 그녀에게 길들여져 버렸다.
이젠 정말 아무래도 좋다....


그녀는....................





























내 딸내미는 내인생을 다 뺏아갔다. 난 이미 틀린것 같다.






재작년 칠월칠석에 태어나 [님이 내 아빠군요 낄낄] 하면서 인사했다.
난 이 신비로운 생명체에 반했고, 그날부터 몸종이자 노예가 되었다.

내딸은 너무 쉽게 모든것을 요구한다. 
[아빠 바나나우유사줘, 아빠 놀이터데려가줘, 아빠 비행기 태워줘, 아빠 베베핀틀어줘, 아빠 아기상어 노래 불러줘]

하지만 난 내가 할수있는 모든 개인기를 쏟아부어야, 겨우 피식 웃는 딸 얼굴을 볼수 있다.....

하아.... 근데 그것만으로도 좋다...




내 딸이 점점 커갈수록, 바다 같이 넓었던 특대 킹사이즈 침대의 모든것을 지배하지 시작했다.
성인 남자 넷이 누워도 끄떡없는 내 침대는 이미 내 딸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몸부림을 치다가 혹여나 아빠가 팔에 걸리면 벌떡 일어난다.

[아빠! 좁아요! 비켜주세요!] 

한마디에 나는 아기 발밑의 20cm 남짓한 좁은 공간에 끼어서 새우잠을 자야한다.
한번씩 자다가 얼굴에 하이킥을 맞으면 눈앞에 별세계가 펼처지는 경험도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와 인사할수도 없다. "아빠 아빠 아빠" 하면서 안아달라고 난리를 치기 때문이다.
이녀석은 아빠만의 관종임에 틀림없다......


퇴근하고 얼마 안되는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수도 없다.
내부전쟁 확장팩이 나온지 2주가 지났는데, 갓 만렙 하나 겨우 찍었다.


퇴근하면, 총알같이 후다다다닥 달려와서 아빠를 외치기 시작한다.

책읽어 줘야하고, 같이 숨은그림 찾기 해야 하고, 블록놀이도 해야하고, 티라노사우루스 집도 지어줘야한다....
궁전 같은 티라노사우루스 집을 짓고 난 다음, 남는 찌꺼기같은 재료로 아빠집! 하면서 허름한 헛간 하나 지어주면서 인심쓰는척 한다 -_-

그러면서 잠들지도 않는다...
세상에 어떤 26개월짜리가 맨날 밤 10시에 자냐.....



주말마다 밤새 춤을 추면서 즐기던 동호회의 신데렐라였고,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내 인생은 끝났다.
주말만 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고, 유모차를 끌고 놀이터를 데려가야한다. 그리고 키즈카페, 동물원, 수족관 등등등
내딸이 좋아할만한 곳이면 어디든 데려가야한다.  

허리가 부서져라 비행기를 태워줘도 비명을 지를수 조차 없다.
아빠가 으악 하면서 아픈척 하면,  더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_-




난 몇번이나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어무이, 아부지.. 좀 도와 주십......."

하지만 돌아오는것은 비웃음 뿐이었다.
"아 키우는게 그렇게 쉬울줄 알았디나?  닌 임마 그 나이때 더 했어"

그렇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하는 모양이다.




이젠 길들여져 버린것 같다. 이젠 정말 아무래도 좋다.

왜냐하면 그녀는 내가 이세상에서 내 모든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내 딸이기 때문이다.



[사랑해.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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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TakesTwo
24/09/09 10:03
수정 아이콘
제 인생의 전반부는 아빠가 아닐 때, 후반부는 아빠가 되고 시작된 것 같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 같아요. 글만으로도 글쓴 분의 행복이 느껴져서 저 역시 기분이 좋아지네요.
Timeless
24/09/09 10:05
수정 아이콘
행복해 보이십니다!

자녀에게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 시기가 있죠. 

아빠 최고! 아빠 너무 좋아! 

전 저희 딸 보면서 이번 생에 할일 다 한 것 같습니다. 
카페알파
24/09/09 10:06
수정 아이콘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네요. ^-^ ( → 연식이 보임.(...))

저도 아들 어렸을 때 생각이 납니다.

'젠장....... 왜 내가 네 건담을 이 새벽까지 조립하고 있어야 하냐고......'(사실은 즐기고 있음.(...))
성야무인
24/09/09 10:18
수정 아이콘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아니 중학생일 때도)이 되서

조금만 따님이 늦게 들어오면 압박감이 장난 아니실 겁니다. 크..
나른한오후
+ 24/09/09 10:19
수정 아이콘
6세 딸키우는 입장에서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크크
행복하게 사시는군요!
+ 24/09/09 10:25
수정 아이콘
20갤 짜리도 맨날 10시에 잡니다. ㅠ.ㅠ 꼬맹이 재우고 나야 나가서 운동하는데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 ㅠ.ㅠ
+ 24/09/09 10:35
수정 아이콘
닉네임이 완성하는 글...
及時雨
+ 24/09/09 10:40
수정 아이콘
자발적 착취
꿈꾸는사나이
+ 24/09/09 10:45
수정 아이콘
예전처럼 조기 축구회나 축구 동아리도 못나가고
게임도 많이 못하지만...

그래도 전 만족합니다.
아이들이 없었으면 인생의 목적을 찾아 방황했을 것 같아요.
아이는 매일 일퀘도 주고 큰 메인퀘도 주고 퀘스트가 끊임없어서 인생이 지루할 틈이 없네요.(사실 지루한 것 좋아하는데 나...)
+ 24/09/09 10:46
수정 아이콘
첫째가 초5인데 제 하루중에 가장 행복할때는 자기전에 첫째방에 들어가서 아이가 해주는 학교에서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 들을때입니다.  

그 교감에서 오는 감정의 진폭이 상당히 큽니다. 
+ 24/09/09 10:53
수정 아이콘
돌아오는건 비웃음 뿐이었다니 크크
행복하세요
리얼포스
+ 24/09/09 10:57
수정 아이콘
29개월 딸내미 어제 11시에 재웠는데 진짜 방법없나요 여러분 이러다 사람이 죽게 생겼습니다
봉그리
+ 24/09/09 11:12
수정 아이콘
저녁을 좀 일찍 먹고, 9시 이후는 조명을 조절해서 어둑하게 해줍니다.
낮에 많이 뛰어놀면 좀 일찍 자겠지요..
+ 24/09/09 11:14
수정 아이콘
아직 낮잠을 잔다면 낮잠끊으면 바로 일찍잡니다.
아니면 낮에 빡세게 굴리는수밖에..
바다로
+ 24/09/09 11:38
수정 아이콘
제 딸도 그 시기쯤 재우느라고 애먹었는데요.
다행히 카시트에 앉으면 잘 자는 편이어서 저녁 9시쯤 근처 마트 장난감 코너로 데리고 갔었죠.
11시까지 놀게끔 하다가 수유실에서 기저귀 갈고, 옷 갈아 입힌 후 잠들때까지 동네 주변을 계속 드라이브 하면서 재웠었네요.
+ 24/09/09 11:44
수정 아이콘
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같은 시간에 누우면 내가 애를 재우는건지 애가 나를 재우는건지 어쨌든 다음날이 옵니다??
+ 24/09/09 11:44
수정 아이콘
음 낮에 뛰어놀게 하되 절대로 낮잠을 재울 정도까지 피곤하게 해서는안됩니다
낮잠 자고나서 체력 리셋되어서 다시 열심히 놀고 늦잠을 자거든요
No.99 AaronJudge
+ 24/09/09 11:11
수정 아이콘
추천게시판으로!!
삼촌미소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글인데요?
사랑해 Ji
+ 24/09/09 11:11
수정 아이콘
7세 아들내미는 제 인생의 전부에요. 진심으로 얘 없으면 못삽니다 크크크크크 세상의 금은보화를 모두 제게 준다고해도 못바꿔요.

참 신기해요. 자식이라는 존재는요.
+ 24/09/09 11:11
수정 아이콘
세상에 어떤 26개월짜리가 맨날 밤 10시에 자냐.....

10시면 일찍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화이팅입니다. 11시에도 안자는 아이들은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이미 24개월즈음부터도 일찍 안자서.. 왠만한 방법 다 써봤습니다. 유치원가면 피곤하고 낮잠 안자서 일찍 잔다든데 그거도 아닙니다. 하하하하..
+ 24/09/09 11:11
수정 아이콘
저는 이제 9개월인데 선배님들 많으시네요

힘들고 돈도 많이 들고 하지만 행복해요

저 보고 웃어주기만 하면 힘든 게 다 녹아내립니다
보리차
+ 24/09/09 11:18
수정 아이콘
어제 분명 19개월 아이와 9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요 녀석이 10시 살짝 넘어서야 잠들더라구요.. 하하..
다들 화이팅입니다! 저도 정말 행복합니다~
+ 24/09/09 11:29
수정 아이콘
선추천 후감상
녹용젤리
+ 24/09/09 11:35
수정 아이콘
부러워요.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합니다
+ 24/09/09 11:37
수정 아이콘
크크크 22개월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모든 글귀에 공감합니다.
따님과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정채연
+ 24/09/09 11:50
수정 아이콘
피지알 모든 아빠들 화이팅입니다!
우리 딸내미 어린이집에서 잘 놀고 있으려나...
+ 24/09/09 12:10
수정 아이콘
무한 책임 쾌락을 만끽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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