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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7/20 15:53:08
Name 아기호랑이
Subject [일반] 안락사에 대하여(부제: 요양원 방문 진료를 다녀본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주제입니다만 현재 국내 정치에서 논의 중인 사안은 아닌 것 같아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이 언급될 일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여 일반 글로 씁니다. 관리자님께서 보시기에 정치 글이 맞다고 판단하시면 옮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요양원 촉탁의로 방문 진료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요양원에 대해서는 제가 잠깐 일하면서 본 것만도 심각한 문제가 여럿이라 언제 따로 글을 쓰려고 했었습니다만, 마침 유게에 안락사 이야기(https://pgr21.com/humor/502947)가 나왔고 자게에서 진지한 논의를 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관련된 내용만 조금 언급해 보려고 합니다.

촉탁의로서의 주된 업무는 2주마다 요양원을 방문하여 약물만으로 가능한 정도면 약 처방을 해드리고, 상태가 위중하면 병원에 가서 해당과 전문의 진료를 보시도록 안내해드리는 것입니다. 요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간단한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 정도라 낙상으로 골절이 의심되는 수준만 돼도 엑스선 촬영을 의해 병원에 가야 합니다. 또한, 요양원에 상주하며 환자 상태를 살필 의료 관련 인력이라고는 간호조무사 1인뿐인 경우가 많아서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상태가 나빠지면 당장의 치료뿐 아니라 상태 관찰을 위해서라도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이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때 병원에 가셔야 한다고 말씀드려도 실제 병원 방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고, 2주 뒤에 다시 가보면 병원에 다녀오시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당시 방문 진료를 다닌 요양원이 20곳이 넘었지만 그중에 병원을 제대로 모시고 가는 곳은 서너 군데뿐이었습니다. 주된 이유는 "보호자"가 병원 진료를 거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보호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요양원 직원에게 '이분은 여기서 치료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 당장 병원에 가셔야 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요양원 직원들의 대답은 거의 언제나 '이분은 보호자께서 병원에 가지 않고 그냥 여기 계시다 돌아가시기를 원하는 분이니까 최대한 약만 세게 처방해 주시면 좋겠다.'였습니다.

일단 본인이 아니라 보호자가 결정한다는 것부터도 문제지만, 여기에는 보호자가 거부하는 경우뿐 아니라 요양원이 거부하는 경우까지 혼재해 있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로 보였습니다. 여기에 대해 그들의 속내를 직접 들을 수는 없으니 제가 나름대로 짐작해본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일차적으로 보호자 측에 병원비가 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니 넘어가고 다른 이유만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병원 동행 문제입니다. 요양원에 입소할 정도면 혼자 병원 방문이 불가한 상태라 누군가 동행해야 하는데 이게 요양원 직원이 당연히 따라가 주는 게 아닙니다. 요양원에 따라서는 동행해 주기도 하지만 인력 문제로 보호자가 동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도 하루 일정을 비워 방문해야 하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요양원에 당신들이 제대로 봐주지 않아서 병원에 가게 된 것 아니냐는 식으로 항의를 하기도 하고, 강하게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요양원 직원이 한 번쯤 모시고 가주기도 합니다. 서울시 등의 지자체 중에는 병원 동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그런 서비스에도 제약이 있고 그런 걸 일일이 알아봐서 신청하는 것도 요양원이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이 됩니다. 결국 보호자에게 전달이 되더라도 병원에 동행할 사람이 없다며 거부하는 경우가 많이 나오고, 요양원 입장에서도 보호자에게 싫은 소리를 듣게 되거나 잘못하면 자기네가 모시고 가야 하게 되니 애초에 꺼내고 싶지 않은 얘기가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는 요양원 측의 금전적 손실 문제입니다. 요양원은 재원 일수에 따라 입소비와 식비 등을 정산해서 받는데 만약 병원에 갔다가 입원이라도 하면 그동안 요양원에서는 돈을 받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그 자리에 바로 다른 사람을 받을 수도 없겠지요. 게다가 만약 급성기를 넘겨 퇴원하더라도 후유증 때문에 이제 요양원에서 볼 만한 상태가 아니라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면 아예 퇴소하게 되니 요양원 입장에서는 큰 손해가 납니다. 이처럼 요양원에서는 병원 방문 진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일단 거부부터 하고 볼 유인이 있는데 사회 제도가 그걸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나니 안락사에서도 악용을 막는 규제가 도입됐을 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저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봤던 환자분 중에는 본인이 병원 진료를 원치 않으시는 분도 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해 본 요양원 환경에서는 병원 방문 진료 하나만 해도 늙어서 힘없고 경제력도 없는 환자 본인의 의사는 별로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요양원 직원들도 마치 환자 본인의 생각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보호자"가 거부하신다고 보호자 입장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안락사가 도입됐을 때 그 대상이 될 사람들과 현재 요양원 입소자 사이에는 겹치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게 도입한다는 건 아직 너무 이른 것만 같습니다.

너무 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질환 환자의 경우 지금도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마약류 진통제를 강하게 써서 증상을 조절해 드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호스피스 병동에도 짧게 파견나가 봤었는데 이 당시에 환자분들이 평화롭게 임종을 맞이하시는 것을 보면서 저 자신이나 제 가족이 임종기 환자가 되면 병원이나 집에서 호스피스 치료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바 있습니다. 호스피스에서는 통증 조절만이 목적이기 때문에 중독이나 부작용 위험 같은 것은 무시하고 고용량으로 진통제를 사용합니다. 그 와중에도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할 정도의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를 적어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심한 고통을 줄여주는 게 목적이라면 안락사 도입보다는 호스피스 이용을 늘리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루 종일 약에 취한 상태로 보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설사, 변비, 가려움증 같은 성가신 증상들에 시달리며 주변 사람들까지 고생만 시키며 사는 것은 존엄하지 않다고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일반적인 진료 상황에서도 환자 본인의 자율성보다 보호자의 입김이 강한 경우를 자주 접하는 마당이라 안락사를 도입하려면 좀 더 개인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이 선결 조건이 아닐까 싶은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대개 그렇듯 이 문제도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제가 겪어 본 사례도 전체에서는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여러분들과 서로의 시각을 비교하고 유의미한 토론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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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탄다 에루
24/07/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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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서 우러나온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기호랑이
24/07/20 17:1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4/07/20 16:47
수정 아이콘
지금 연명치료중단동의서도 공익광고로 나오고 있는데 스위스 수준의 존엄사를 시행한다면 어떤 광고가 나오면서 사회분위기를 만들려나...
아기호랑이
24/07/20 17:12
수정 아이콘
네 저도 다른 요인보다 인구 구조상 떠밀려서 본의 아니게 안락사가 일반화되는 분위기가 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소심한개미핥기
24/07/20 17: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3년에 걸쳐 지방의 2차 공공병원에 +/- 150명 입원 환자와 약 12베드 정도의 호스피스 병동을 당직으로 커버했습니다. 임종 선언을 비롯해 여러 업무를 담당하였기 때문에 그 동안 시행한 임종 선언은 수 백 케이스가 넘을 것 같습니다.

환자분들의 임종에는 다양한 질환이 있듯, 그 환경과 가족의 구성, 그리고 환자분의 성격과 습관 등 너무 다양한 케이스가 많았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호스피스 병상에 계신 분들은 다양한 마약성 진통제의 커버를 통해 중환자실이나 일반 병상에 계신 분들보다 평안하고 안정된 상태로 계신 분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에 비해 호스피스 치료를 시행하지 못하는 상태이거나 중장기적 치료로 길고 서서히 커져가는 고통에서 임종하시는 분들도 많았죠.


덧붙여서 저희 병원은 2차 병원으로 심한 급성기 환자는 전원을 갔습니다. 많은 수가 3차 병원에서 지내다가 금전적의미로 부담을 갖거나, 치료가 보존적이거나, 더 이상 유의미한 치료가 없다고 판단될 때 왔습니다. 물론 급성기도 커버가 가능한 정도는 환자나 보호자가 강력히 요구하지 않는 한 치료했고요.

어느 쪽이든 3년에 걸쳐 당직과 진료를 하다보니 임종 선언을 마치고 오면 으레 인간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하였고, 당연히 존엄사, 안락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 나름대로 많은 케이스를 보고 생각했을 때, 존엄사와 안락사는 우리 나라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비슷한 비유로는 99명의 죄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한 태도라고 할까요. 이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3년만 경험했는데도 정말 가족의 따듯한 품 속에 평온한 임종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에게 버림받은 채 "그거(진짜 그거라 함) 죽어도 연락하지 마세요" 라는 부모나 자식, 형제의 모습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환자의 치료를 최대한 거부하는 사람부터 빨리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 등 너무 다양했습니다. 이 곳에서 열거하기엔 너무 많고 다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경험을 토대로 생각하기에 우리 나라에서 최선은 호스피스 정도이며, 안락사/존엄사를 시행할 시 너무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기호랑이
24/07/20 17:20
수정 아이콘
저보다 훨씬 경험 많은 선생님이시군요. 확실히 임종기 환자를 접할 때에는 다양한 인간 조건을 목도하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존엄사 도입 전에 호스피스 확대부터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호스피스 환자를 전담하여 많이 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좀 주저스러웠는데 좋은 의견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17:03
수정 아이콘
현직 요양원 종사자라 몇마디 참고하시라고 요즘 요양원(장기요양시설)의 현실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우선 어르신과 보호자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드리는쪽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요양원에 입소해 계시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금치산자, 한정치산자에 해당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치매, 파킨슨 어르신들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어르신의 의사보다는 보호자의 의사가 더 우선시 됩니다.
돈도 보호자가 내고 계약서도 보호자가 씁니다.

어르신이 나가고 싶다고 소동을 일으키면?
보호자가 이렇게 이야기 하죠. 잘 달래라고 합니다.

점점 입소 어르신 수가 줄어들고 수입이 줄어드는데도 많은 요양원들이 남성 어르신들을 받기 꺼려합니다.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중년, 노년의 여성분들이고 남성 어르신들의 성추행이나 폭력이 생기면 대처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 보호자들에게 동영상 사진등을 보여주며 이야기 해도 내몰라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결국 퇴소 조치를 취하면 막말하면서 민원넣겠다느니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느니 하는 진상 보호자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요양원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도가 너무 적습니다.
요양원은 병원이 아니고 의사가 없어서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니까요.
점점 여러가지 규제가 심해지기도 해서 기본적인 케어 외에는 하기가 힘듭니다.
요양원에서 위급시에 조치를 취해도 보호자들에게 욕먹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냥 돌아가시게 놔두라는 보호자들도 엄청 많습니다.
여긴 호스피스 시설이 아닌데도 말이죠.

병원가는 문제도 저희 시설은 큰 병이 아닌 경우엔 시설 직원이 모셔갑니다.
그러나 치과진료라던가 다른 중증질환의 경우에는 보호자의 동행을 요청합니다.
진단이 나왔을 때 결정하는건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든요.
요양원 직원은 결정권이 없습니다. 결정해서도 안됩니다.
아기호랑이
24/07/20 17:39
수정 아이콘
요양원 종사자분이시군요. 거동이 어려운 입소자분들을 매일 돌봐드리는 게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이던데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 와중에 진상 보호자들까지 상대해야 하니 고충이 더 심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한 요양원은 대한민국 전체의 요양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그나마 촉탁의라는 외부인 입장에서 관찰한 지극히 편중된 시각일 뿐입니다. 제 글을 읽고 혹여라도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죄드립니다. 어느 업계든 당연히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곳과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있을 것입니다. 제 글은 논지상 아무래도 그런 안 좋은 부분만을 다룰 수밖에 없었다고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른 분들도 그런 점은 감안하고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요양원에는 치매 등으로 인지 능력이 심하게 저하되어 본인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진료가 필요한 환자 중에는 치매가 없더라도 내과 질환으로 인해 갑자기 의식이 쳐져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지요. 그런 경우 본인 의사를 물을 수 없으니 보호자 의사가 우선이 되는 점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해두신 분이라거나, 과거에 본인이 연명 의료 중단 의사를 표명하셨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보호자가 거부한다고만 하는 경우를 많이 접했고, 이번 상태 악화에 대해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전에 보호자가 병원 가기 싫다고 한다는 이미 정해둔 것 같은 답변부터 하는 것을 주로 듣다 보니 외부인으로서는 이것이 정말로 본인의 의사인지 의심부터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병원 동행 시 보호자가 가야 하는 데에는 치료 결정 관련 문제가 또 관련될 수 있겠군요. 이런 건 나라에서 동행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닌 것 같은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좋은 의견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7/20 17:46
수정 아이콘
기분이 상할 일은 아니구요.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만한 그런 일들이니까 참고하시라고 적었습니다.
오해받고 이상한 소리 듣는건 하도 자주 있던 일이라서요.
적고 보니 조금 서글프네요.
아기호랑이
24/07/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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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항상 건승하시길 바랄게요.
24/07/20 17: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3분 보내드린 보호자로 이야기 드리자면.
일정 이상 나이가 들면 병원 진료가 아무 소용 없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1. 당뇨, 치매, 고혈압등등 기저질환은 어차피 치료가 안되고.
2. 받아주는 병원 예약부터 예약이 어마어마하게 힘듬니다. ( 치과... 거의 없어요, )
3. 일단 입원 들어가도 의사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안되겠다.] 라고 많이 합니다.

이걸 다 이겨낸다고 쳐도, 신뢰할 수 있는 요양원은 드문데다가 대기가 꽤 걸려있습니다. 나오면 그 다음부터 멀리 떨어져야되요.
그럼 자주 못가고 자주 못가면 홀대 받습니다.

관계자님들 앞으로도 마지막 가는길 힘들지 않게 진통제 처방 잘 부탁드립니다.
아기호랑이
24/07/20 17:43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현실적으로 병원 진료를 가고 싶어도 불가한 경우도 많이 있지요.
제 글은 그분들을 어떻게든 병원 진료를 받게 해야 한다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안락사가 도입되면 그때도 본인 의사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안락사를 당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하는 관점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이제 요양원 진료는 하지 않고 있지만 그러한 상황의 환자분을 진료하게 되면 더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24/07/20 17:37
수정 아이콘
결국 문제는 돈입니다.

돈 있는 집은 한달에 500만원씩 써가며 전담 간병인 써서 케어하는데
돈 없는 집은 호스피스 병동은 커녕 요양원 이용료도 비싸다고 힘들어하고...

결국 안락사 문제도 말년을 유지할 기본적인 돈도 없는 노년층이 너무 많으니 논의되는 문제겠죠.
아기호랑이
24/07/20 17:53
수정 아이콘
결국 돈이 없는 게 문제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해결할 수 없다고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인구 구조상 앞으로 말년을 비참하게 보낼 사람들을 모두 구제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없어서 제때 치료도 못 가고 요양원에 누워 죽을 날만 기다릴지언정 그렇게 사는 게 싫으면 안락사하면 된다고 공식적으로 선택지를 제공하는 사회는 왠지 더 나쁜 디스토피아처럼 느껴집니다.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의 절대성이 다른 가치를 위해서라면 희생될 수도 있다는 선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려나요?
김재규열사
24/07/20 17:59
수정 아이콘
[주된 이유는 "보호자"가 병원 진료를 거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과 비슷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환자를 병원에 보내드리고 싶은데 보호자가 아니라서(제가 조카)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제가 억지로 환자를 병원에 모시고 간다면 이로 인해 온갖 파장이 생길까 봐 걱정도 되고요. 물론 돌아가실 정도의 중병은 아니라 일단은 멀리서 바라만 보는 상황입니다.
아기호랑이
24/07/20 18:49
수정 아이콘
마음이 무거우시겠어요.
저도 촉탁의 시절 강제로 병원에 보내드릴 방법이 없어 안타까운 심정을 많이 겪어봤기에 공감이 됩니다.
억지로 하려고 한다면 노인 학대로 신고하는 방법 정도밖에 없는 것 같던데 정황상 누가 신고했나 드러나기 너무 쉬운 구조이고, 그렇게 들쑤셨다가 실제로 본인이 병원 진료를 거부한 경우였던 걸로 결론이 나면(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뒷감당을 할 수 없을 거 같아 저도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의료인은 노인/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인데 애매하면 아무래도 신고하기 꺼려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학대 의심 시 신고했다가 아닌 걸로 드러나도 전혀 불이익이 없도록 보장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모르지만 제도의 취지에는 참 공감이 갑니다.
24/07/20 18:19
수정 아이콘
첫번째 토픽은 그냥 돌고 돌아서 돈 문제에요. 보호자가 요청을 했던 요양원의 판단이던 입소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려면 사람이 최소 1명, 아니면 2명 이상 빠져야하는데, 병원 한번 다녀오는데 최소 2시간은 잡아야하는데 그럼 남은 시간동안 정말 빡빡하게 굴러가거든요. 많은 곳이 법으로 정한(?) 최소인원으로 굴러가는 상황에서 1~2명만 빠져도 정신없더라고요.

정말 빠른 외래진료를 보고 싶으면 보호자가 와서 모셔가던가 해야합니다... 비슷한 증상으로 모여서 가는거라 병원 한 곳에서 해결이 가능하다면 여러명을 모시고 나갈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쉽지 않아요.
아기호랑이
24/07/20 18:55
수정 아이콘
네. 제가 다녀볼 때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요양원 말고는 인원수가 빠듯하게 돌아가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나라에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보장이 필요한 분야는 점점 늘어나니 걱정입니다. 우리 사회가 그 해결책으로 존엄사 같은 극단적인 해결책을 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하생활자
24/07/20 20:02
수정 아이콘
그러면 다른 대안이있나요??
아기호랑이
24/07/21 00:13
수정 아이콘
제가 이 문제에 대해 모두를 만족시켜 줄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너무 큰 고통 때문에 존엄사가 필요하다는 분들께는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호스피스가 대안이 될 수 있겠으나, 고령 인구가 너무 늘어나 사회적으로 호스피스마저 제공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를 물으신다면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자리에서 이게 사람들 생각처럼 규정을 엄격히 만든다고 원하는 사람만 선택하는 그런 방식으로 집행되지만은 않을 수 있음을 현존하는 유사한 환경에서의 문제점을 통해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죽음을 택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회라는 대안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기다리기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모두 지혜를 모으다 보면 더 나은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존엄사를 통해 인구를 조절하고 새로운 균형을 찾은 사회에서는 나이가 들면 존엄사를 하는 게 정상으로 자리 잡고 새로운 대안을 탐색하는 시도는 사라져 버릴 테니까요.
24/07/20 19:05
수정 아이콘
작년에 아버지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하시기 며칠전에 저를 보고 하신 말씀을 잊지 못합니다. 나좀 빨리 가게 해줘....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할 정도의 끔찍한 고통을 겪지만 않으면 괜찮은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시기 전부터 입원실에서 간병을 하면서 아버지의 고통을 다 지켜봤습니다. 만약 존엄사가 있었다면 아버지는 당연히 존엄사를 선택을 하셨을 것이고 저도 같은 입장이었으면 고민도 없이 존엄사를 선택을 할 것입니다. 존엄사의 부작용이 걱정이 되면 부작용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서 도입을 하면 됩니다. 존엄사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존엄사 도입을 막기위해 부작용만 얘기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같은 것은 아예 얘기도 꺼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막을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아기호랑이
24/07/20 19:52
수정 아이콘
힘든 경험을 하셨군요.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존엄사가 차라리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 상황도 있음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제도를 도입하면 꼭 필요한 상황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파급 효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전체적인 파장을 고려해 봐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더라도 그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지는 않은지를 살펴봐야 할 것인데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아직 존엄사를 받아들이기에는 우리 사회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반대 측은 아예 도입을 막으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걸레는 빨아서 수건으로 못 쓰듯 존엄사 도입으로 일단 생명의 절대적인 가치가 훼손되고 나면 그 파장은 비가역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며,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상 존엄사가 어떤 식으로든 허용되고 나면 사회 경제적 압력 때문에 그 대상은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 같습니다.

제 글은 존엄사 관련 규정이 엄격히 정비되더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구부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위에 여러 분들이 댓글로 달아주셨듯이 현재 요양원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분들도 규정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돈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존엄사와 관련해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쉽게 안심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펠릭스
24/07/20 19:4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저는 존엄사를 택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 노인 복지센터를 운영하십니다.

이야기 들어보면 그냥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무너진 현 시점에서 노인복지는 거의 지옥도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사실 까놓고 말해서 노인이 70살 80살 사는게 예전에는 흔한 모습은 아니었잖아요.

저는 그냥 제가 1인분 못해도 그냥 똥발라 가면서 살긴 할건데

치매나 질환때문에 연명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그냥 자살을 선택할 생각입니다.


뜬금없이 제 부모님이 무척 고맙긴 합니다. 지금도 마라톤 뛰십니다. 사실 저보다 더 건강하신듯.
아기호랑이
24/07/2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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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건강하신 건 참 큰 축복이지요. 펠릭스 님과 부모님 모두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현재 노인 분들의 전반적 복지 상태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들이 겪는 비참한 상태와, 사회적 분위기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떠밀려 존엄사를 선택하게 될 사람들의 두려움을 비교해 보면 아직까지는 존엄사 반대쪽으로 마음이 더 기웁니다.
지하생활자
24/07/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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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병에 근무하고고령 고관절 환자 많이봅니다.
골절되어도 돈 나가는것을 보호자가 거부해서 수술 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돈 문제에요.
모리건 앤슬랜드
24/07/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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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비인간적이다 나치의 재림이다 소리를 들어가면서 안락사를 시행하는것도 결국 재원 문제때문입니다. 아무리 머리 굴려봐도 다른 방법이 없는거죠.
아기호랑이
24/07/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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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일입니다. 캐나다 정도의 국력으로도 그렇다면 현시점에서는 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말고는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해결책은 없을 것 같습니다.
24/07/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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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3년차 입장에서 콧줄전 침상위 공간이라도 내몸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 합니다.

1차 종교계열 요양원에서 어깨 빠진거.간 농양으로 중환자실후 항성제 면역균 감염으로 한달 개인병실 격리도 했었지만
2번째 시설로 옮긴후 음식 섭취 곤란으로 콧줄한 지금에 비하면 그때는 사람 다웠지 싶습니다.

악용이 우려돠긴 하지만 암 말기나 치매 말기 정도에 가이드는 괜찮지 않을가 싶네요
쉐도우포스
24/07/2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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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회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봉사활동 하면서 콧줄, 소변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생명의 존엄에 대해서 어떨때는 밤새 고민도 합니다.

하지만 치매말기의 환자는 밥을 씹는것도 잊어버려서 콧줄을 끼웁니다.

존엄사의 가이드는 내가 오롯이 판단을 내릴 수 있을때 해야한다고 봅니다.
아기호랑이
24/07/2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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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요양원에 계신 분 의견이니 더 귀하게 느껴지네요.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콧줄 넣는 일을 많이 해봤지만 너무 괴로워 보이더군요. 어떤 병이신지는 몰라도 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4/07/2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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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라서 회복은 소천 뿐이지요.
콧줄은 주기적으로 교체 하는걸로 아는데 시술하는 분도 쉽지 않을거 같습니다 감사 드려요
아기호랑이
24/07/20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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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셨군요. 사시는 동안 큰 고통 없이 편안히 지내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리버스시어링
24/07/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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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급부로 보면..
Ecog 2 이상에서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할수 있는 몇안되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것이 이사람의 '일상' 을 더 연장시키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말이지요

다른면모를 보면..
80대이상 장천공으로 수술하는 경우들 보면
수술후 어떻게 되는지 충분히 설명드려도 수술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술 끝나고 나오자마자 치료 중단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기간 중환자실 치료에 대한 부담도 있고
살려낸다고 한들 평생 인공항문 달고 살아야 하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만큼 체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대책도 없어서이기도 하지요
(하트만 수술료가 급여 다뽑아도 100만원이 안되니까 일단 수술하는것도 있고..)

일본같은경우 그래서 노인들이 스스로 삶을 유지할수 있는 기간을 늘리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더라구요

'어떻게 보내드려야 하는지' 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쉐도우포스
24/07/2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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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같은경우 그래서 노인들이 스스로 삶을 유지할수 있는 기간을 늘리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더라구요

이부분은 우리도 많은 고민을 하고 방법도 연구하는거 같습니다.

아래 마지막 부분은 깊게 공감합니다.
당사자가 결정내릴 수 있는 시기에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아기호랑이
24/07/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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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것처럼 의학적 처치와 질병에 따른 상태 변화 등에 대해 비의료인은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정보 부족으로 인한 오판은 존엄사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주변에서 노인 간병을 하는 경우는 많이 보기 때문에 그 비극적인 면모가 많이 와닿지만 존엄사가 도입된 이후의 사회에 대해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존엄사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하는 것에는 찬성합니다. 그러면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보다 나은 제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요.

그와 별개로 스스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24/07/2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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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양원 쪽은 전혀 모릅니다만, 저를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늙어서 경로당에 가는게 싫다지만, 진짜는 집 밖을 못 나갈 때 같습니다. 현관문 밖을 못 나설 때는 그나마 낫겠죠. 마루에 앉아서 창밖을 보다가 유튜브든 넷플릭스든 보겠죠. 그런데 방문 밖을 못 나서게 되면 그 때부터는 진짜가 시작되겠죠. 저희 할머니께서 방 밖을 못 나서게 되시면서, 텔레비전도 못 보시더라구요. 그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디다.

아마 그 때쯤부터 대소변을 가지고 놀게 될겁니다.
언젠가 코미디언 이경실씨가 아버지 얘기를 할 때, 그 냄새를 견딜 수 없었다며 울더군요. 이해가 갑니다. 혹시 옛날 감옥 먹방냄새 아십니까? 똥오줌냄새, 먼지냄새, 곰팡이냄새, 밥과 음식냄새, 땀냄새가 뒤섞여 썩어들어가는...딱 그 냄새 비슷합디다. 아마 그 냄새가 제게서도 나겠죠. 그리고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될 겁니다.

어쩌면 국공립 요양원같은데 갈 지도 모르죠. 그러면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침 먹고 천장만 보다가 점심먹고 천장만 보다가 저녁 먹고 천장만 보고있겠죠. 어쩌면 거기서 누구 괴롭히다가 침대에 묶여서 수면제나 줄창 맞으며 죽어갈 수도 있고.

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적당한 때 고통없이 가고 싶어요. 그래서 안락사 찬성합니다.
재활용
24/07/2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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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쯤이면 산 사람들의 사회존속이라는 가치를 위해 유지하는 목숨이 되는 거죠..안락사의 효용에는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개인의 고통도 계산을 넣어야 해요. 그런데 안락사하라고 등떠미는 사회분위기가 무서워서 반대한다는 의견들은 그런 개인의 고통은 언급하지 않더군요.
아기호랑이
24/07/2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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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하신 것과 같은 상황에 있는 환자분들을 실제로 많이 본 적이 있는데 정말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존엄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것이 어떻게 보면 자유와 생존권 사이의 대립처럼 보이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건강하지 못하게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죽을 수 있는 자유의 가치가 커지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타의가 개입되는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기는 하나 그래도 인류는 재산 유무나 지위 고하에 무관하게 사람의 생명은 그 자체로 비교 불가하게 소중하다는 원칙을 세우는 데 힘겹게 성공했습니다. 이런 원칙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아무리 돈 많은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을 죽였다면 감옥에 가서 합당한 죗값을 치러야지 돈만으로 때운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존엄사 도입은 그러한 생명의 가치를 경제 논리나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 등과 저울질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가 개인적 선택을 존중하면서 누구의 생존권도 위협하지 않는 현명한 해결책을 도출해 내기를 희망합니다.
24/07/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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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요양보호사 하시는분들을 종종 뵙는데 그분들이 교육받는 것 중 하나가 보호중인 노인분한테 위급상황이 생겼을때 119에 바로 요청하는게 아니라 1차로 보호자한테 연락 후 허락받고 요청할것 입니다. 안 그럼 나중에 보호자가 난리친다고.. 보호자 연락이 안되면 요양보호 사무실에라도 연락해둬야 커버가 된다더군요.
아기호랑이
24/07/2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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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그렇게 교육을 받을 정도라니 충격적이군요. 그렇게 확인 절차를 거치다 골든아워를 놓치는 경우도 나올 것 같은데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고는 해도 고령자의 치료에 대한 보호자의 권한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24/07/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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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조차 가지 못한 채 냄새로 발견되는 노인들의 고독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것도 권리라는 생각, 아니 나아가 복지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출산율이 빠르게 줄어들고 가족이 해체되는 이 세대에, 나라마다 선후의 문제일 뿐 막을 수 없이 언젠가는 순차적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보호자 포함 어떤 타인도 아닌 당사자 본인의 명시적 의사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해야겠죠.
아기호랑이
24/07/2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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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존엄사가 복지에 해당할 수 있다는 말씀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우리나라가 언젠가 존엄사를 도입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부작용이 없기를, 말씀하신 대로 보호자의 의사까지 배제하고 순수하게 본인 의사로만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은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글을 써 보았습니다.
앗잇엣훙
24/07/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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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문제죠.

어르신 중에 심각한 질병이 생기고 그걸 어떻게든 고쳐보겠다 마음먹으면...어르신이 평생 번 돈+자식이 평생 번 돈+빚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건강하게 고쳐지지도 않죠. 그럴줄 알고 지르는 거지만...

분명 부작용도 있고 악용도 생기겠죠. 그럼에도 노인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미래를 생각하면...이건 안 할수 없을겁니다.
아기호랑이
24/07/20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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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것과 같은 초고령사회의 도래로 인한 존엄사 도입이 제가 우려하는 부분입니다만 우리나라는 결국 그런 미래로 갈 것 같아 슬픕니다. 그렇게 노인 부양으로 인한 부담이 압력이 되어 도입하는 존엄사는 이상적으로 시행되는 존엄사와는 분명 다른 모습일 겁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부양 부담이 없는 사회에서 개인의 고통만을 놓고 존엄사 논의를 한다면 저도 생각이 많이 달랐을 수 있지만 현재는 우려가 앞섭니다.
스카야
24/07/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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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늙을때는 안락사가 있었으면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게 사는겁니까 살아있는거지..
아기호랑이
24/07/2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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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각자 판단은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뇌사 상태에 있는 환자마저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수 있음을 보았습니다. 가족들이 가끔 병실에 찾아와 누워 있는 환자 손을 잡은 채 힘들었던 일 하소연도 하고 노래도 불러주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환자분이 의식은 없지마는 육신이나마 여기에 남아 있으니까 가족들에게는 힘이 되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저도 한때는 뇌사 상태로 생명만 연장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분들에게 갑자기 환자 상태가 악화하여 며칠 내로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렸을 때 거의 공황 상태에 빠졌다가도 극적으로 다시 좋아졌을 때에는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을 본 이후로 타인의 삶의 의미를 내가 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환자는 현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도 못하는 상태지마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존재인지 안다면 스스로도 그런 식의 존재 방식이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부정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위에 비슷한 댓글을 다신 분께서는 가족도 없다고 하셨기 때문에 굳이 이 사례를 말씀드리지는 않았습니다만, 가족마저 없는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그 존재 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카야
24/07/2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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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에 한정된 이야기였습니다.
다른 분들이야 당연히 가치가 다르죠
자연스러운
24/07/20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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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문제라고 하지만 오히려 전 거꾸로 봅니다

우리나라는 돈이 많아서
진작에 죽었을 수많은 노인들이 아직 살아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죽으란 소리가 아니라 몇십년전 몇백념전의 의료상황을 비교하면 말이죠
아기호랑이
24/07/2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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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군요. 위에서 다른 분도 우리나라니까 큰 의미가 없는 치료도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는데 통하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더 가난한 나라였다면 이런 고민 자체가 없었겠지요. 어쩌면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는 어중간하게 돈이 많다는 데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색다른 관점을 제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수낮바다
24/07/21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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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나마 “보호자“들이 있는데, 지금 혼인률 출산률 생각하면, 곧 “보호자“ 없는 노인들이 엄청 늘어날 겁니다.

대다수의 배우자나 아들딸은 환자를 진심으로 아끼고
상당수의 형제자매도 환자를 아낍니다.

하지만 조카, 사위, 형수, 사촌이 제일 가까운 보호자 역할을 할 때엔 확실히 그 아끼는 마음이 약한걸 느끼게 됩니다. 당연하겠죠.

그런 가족관계조차 없이 교회지인, 옆집사람 등만 연락처에 남아 있으면 보통은 더더욱 보호자 역할을 기대할 수 없고요.

미혼률은 저소득층일수록 높고, 이들은 노후대비도 건강관리도 안 좋을 확률이 높을 테니 더더욱 병원신세를 짐에 있어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안락사건 존엄사건 결정을 하게 될 때 이런 분들 입장이 반영이 될까요?
이런 독거에 보호자 없는 분들이 치매 등으로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다면 이들의 권익은 누가 보호해 줄까요? “보호자가 진료를 원해요/거부해요“라고 말해줄 사람조차 없으면요.

곧 이런 분들이 수십%에 달하게 됩니다.
가뜩이나 미혼에 자식 없는 환자는 정말 짠하고 불쌍한데, 이런 문제까지 추가로 생각하면... 우리가 이런 환자들이 더 많아지기 전에 뭔가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스템은 보호자가 있는 것을 매우 당연시하는 시스템인데, 곧 안 그런 분들이 늘어날 거거든요. 그것도 매우 많이. 이대로라면 이 분들의 인권은 정말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모리건 앤슬랜드
24/07/2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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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이 70만을 케어해야 하는 미래는 현실이고, 여기에 현실적인 대안은 없습니다. 각자도생이죠.
내새끼 등골 있는대로 뽑아서 생판 모르는 엄한사람 의미없는 케어하는데 평생 써야한다.
여기에 뭐라 답할수가 있을까요. 단순 계산으로도 자식세대 25만에 부모세대 50만이고, 그렇지 못한 20만이니 표로도 안될겁니다.
여수낮바다
24/07/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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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가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락사같은 윤리적 문제도 적으면서, 환자 본인의 최대이익에도 부합합니다. 사회 전체적인 비용 소모도 현격히 줄일 수 있습니다(안락사보단 아주 조금 더 비용이 들겠지만요)

보호자들이 무의미한 경우에도 “뭐라도 더 해주세요“하는 경우가 없을, 보호자 없는 환자들은 환자 본인의 명시적인 반대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못하는 상태가 될 때엔 호스피스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하는 것 정도가 현실적이면서도 이런 분들의 인권과 사회 전체의 비용을 낭비 안하는 길이겠죠
아기호랑이
24/07/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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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해 주신 대로 그나마 보호자마저 없는 환자들은 정말 인권 사각지대에 처할 겁니다.
문득 이런 분들을 위한 AI 보호자 같은 게 도입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현재의 챗쥐피티 같은 모델에 평소에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화를 통해 본인 선호를 입력해 두면 유사시에 보호자처럼 결정을 내려줄 수 있는 법적 대리인 역할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로봇 기술이 발전해 사람 대신 간병을 하거나 강인공지능이 나와서 보호자 역할을 하는 상황 같은 것까지는 무리라도 이 정도 기술 수준은 조만간 도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관련 분야 종사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하생활자
24/07/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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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도 없고 돈도 없는 노인이 늘어나겠죠
쩌글링
24/07/21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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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감사합니다. 보다 많은 사망 선언을 하는 입장에서 저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안락사는 시기 상조라고 생각합니다만 거스를 수 없는 사회 변화의 방향이겠지요. 찬반은 별개로 죽음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더 성숙해진다면 어느쪽으로 가든 덜 서글플 것 같습니다. 실로 다양한 죽음의 모습이 있지만 당사자들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죽음에 대한 인식이 너무 피상적이어서 안타까운 이별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더군요.
아기호랑이
24/07/2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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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우리나라는 죽음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서인지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존엄사 도입 압력이 더 거세지기 전에 아무쪼록 다양한 논의의 장을 통해 사회적 숙고를 거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4/07/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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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윗분이랑 비슷한 각도에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획기적인 기술의 진보가 있으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습니다. 
한국 사회는 이 아직까진 엄연한 사실을 안일하게 부정하려는 성향이 너무 강합니다.
“아 몰라! 그런소리 하지마! 나 안죽을거야! 너도 죽지마!” (“그렇다고 내가 너한테 뭐 해줄 건 아니야!”)
묘지에 대한 님비 현상이 극명한 예시죠. 일본에는 대도시 주택가에 아무렇지도 않게 묘지가 있습니다. 
언급하신 유게 글에 댓글로 달린 히스테릭한 반응도 같은 맥락이라 보고요. 
아무래도 아기호랑이님은 의료계에 계시니 많이 다르시겠지만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의 연장선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각자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도 선택의 하나로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을 때 저는 쾌유의 희망 없이 병상에 누워 사는 건 삶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증 치매 환자로 사느냐, 그냥 죽느냐라는 선택이 주어진다면 저는 전자를 고르고 싶지 않네요. 

그 선택이 환자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 환자 보호자의 선택이 되면 어떡하냐, 라는 게 아기호랑이님의 고민이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환자 본인이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환자 보호자의 선택이 아니게 만들기 위해선 유권자와 납세자, 건보가입자들이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 한국사회는 모든 리소스를 무제한 투입해서 생로병사를 전적으로 부정하겠다!” 이런 느낌으로요. 
당연히 그게 될 수 없으니까 보호자들에게 윤리적 멍에를 씌워서 상황을 대충 덮고 있는 상황이고요. 

결국 재원 얘기라고 하실 수 있지만 좀 장황하게 적은 것은 ‘돈이 없어요’라는 말로 일축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결국 저는 환자 본인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만 평생 막연하게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내다가 이제와서 그 노인들한테 선택하라고 해봐야 못하겠죠. 
좀더 미리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현실을 직시하면서 개인적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소위 ‘인문학적인’ 해결책이죠. (싫어하는 말입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렇다고 ‘현실을 직시한’ 다음에 온 국민이 스무 살 때부터 벌벌 떨면서 평생을 노후 준비에 바치는 것도 답답한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보험회사의 노예인 사회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수용이 필요하다고 봐요.
판타지 소설처럼 뭐든지 내 맘대로 살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죽음에 대해서도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존엄사든 안락사든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증 치매에 걸리면 가능한 빨리 자살할 생각인데요, 엄한 데서 썩다가 두달 후에 발견되는 것보다는 공인 시설에서 처리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기호랑이
24/07/2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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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꼼꼼히 읽고 정성껏 답글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적해 주신 대로 현재 노인 분 중에는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할 기회를 가져보신 분들이 적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던 시절 당장 눈앞의 엄혹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기만도 벅차셨기 때문이겠지요. 제가 그분들이 본의 아닌 선택으로 죽음에 내몰리는 현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그분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별로 없음을 무의식적으로나마 감지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존엄사가 엄연한 현실로 다가오게 될 세대부터라도 미리 죽음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갖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는 존엄사 도입 여부와 무관히 충실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 같습니다. 삶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느냐고 한 공자의 말마따나 삶과 죽음은 결국 이어져 있는 것이니까요.
24/07/21 11:36
수정 아이콘
사람들은 도적적이고 윤리적입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타심도 갖고 있습니다. 측은지심도 갖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는 '돈'이 모든걸 결정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저 기계가 선전대로 효과가 있다면 국민연금 고갈방지, 의료보험적자해소, 복지예산 대폭절감이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걱정해오던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는 최종병기가 되는겁니다.
최고의 '복지정책'으로 각광받는다고 해도 이상하지가
않습니다.
아기호랑이
24/07/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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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우려하는 지점도 같은 부분입니다. 사회 제도의 많은 부분이 그 사회의 물질적인 조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저출산, 고령화 모두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를 더 심각하게 위협할 임박한 문제입니다. 존엄사 도입 논의에서 우리나라는 이로 인한 부작용을 더 신중히 고민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부작
24/07/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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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댓글은 잘 읽어보면, 돈이 많이 드니 본인이 치료를 원해도 안락사를 시켜야한다는 주장이네요.
어려운 문제죠.
아기호랑이
24/07/21 14:00
수정 아이콘
원래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입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겪을 문제가 하나둘 각 개인의 피부에 와닿는 현실 문제가 될수록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고 현재로서는 존엄사가 그 유력한 후보로 보입니다.
안녕!곤
24/07/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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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희 친할아버지 외할머니 두분 다 치매로 한참을 고생하다 가셨는데, 가끔 요양원에 아버지와 같이 가실때도 말버릇처럼 이만 끝내고 싶다 하신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자녀 두세명이 매주 교대로 방문할만큼 애정이 있으셔서 동의하지도 않으셨을텐데 말입니다. 병도 없고 거동만 불가능한 상태로 몇년을 거기서 더 살다 가셨습니다.

외할머니도 치매지만 혼자 사는 자녀분과 몇년 같이 하셨습니다. 마지막주에 저도 어머니와 같이 방문해서 기억하는데 며칠간 곡기를 끊으셨습니다. 억지로라도 드시게 하려했는데 입에 들어간것도 뱉으시다 그주에 돌아가셨습니다.

한분은 요양원비 말고는 가족들에게 큰부담이 없으셨는데도 본인이 버티지 못하신거 같고, 다른 한분은 그렇게 좋아하던 손자조차 기억 못하셨는데 그렇게 단호하게 식사를 거부하셨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두분 다 자녀 손자조차 기억 못하실만큼 말년이 정신이 혼미하셨지만 존엄사 자체는 어느 순간에 원하시는거 같습니다.
아기호랑이
24/07/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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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해 주신 것도 맞습니다. 호스피스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스스로 곡기를 끊는 분이 계시고 이 글에 답글 달아주신 분들 중에도 스스로 원해서 존엄사를 선택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다수 계십니다. 존엄사 도입이 이분들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늘려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음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위에 다른 분 답글에도 살짝 언급 드렸습니다만 이는 낙태 문제와 유사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낙태를 허용해서 산모의 자유로운 선택을 늘려주느냐 금지해서 태아의 생존권을 보장하느냐 사이의 가치 판단처럼 어느 지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절충안을 내게 되겠지요.
그러나 제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인 환자의 자기 결정권은 침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 요양원 근무자분께서 말씀해주셨듯이 요양원 입소 계약서를 쓰는 것도 보호자, 돈을 내는 것도 보호자기 때문입니다. 존엄사를 도입해도 관련 규정을 세밀하게 정비하기만 하면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마음을 놓기에는 불안이 가시지 않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곧 노인들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위험이 큽니다. 그런 상황에서 존엄사를 도입하려면 우리는 더 신중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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