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7/14 00:38:41
Name Schol
Subject [일반] ‘삼체’를 소설로 읽어야 하는 이유 (수정됨)
 
 저는 지난 4월 넷플릭스에서 ‘삼체’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 세계관에 빠져 삼체에 관련된 모든 영상과 글을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멈출 수 없는 갈증이 느껴져 소설을 읽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전 이미 노안이 와서 책을 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오디오북이 떠올랐습니다. 마침 윌라 오디오북이 3개월 무료더군요. 바로 가입해서 삼체를 읽고… 더 많은 공부, 이번엔 진짜 공부를 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과학, 수학 관련 영상들을 보았고, 관련 문서를 찾아 읽었습니다. 그리고 삼체를 또 읽고(듣고) 발췌독까지 마무리했습니다. 그렇게 석 달 정도 지낸 것 같네요.



이제, 저는 삼체를 소설로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자신이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중국 작가 ‘류츠신’에 의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SF 잡지에 연재된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대략 20여 년 전에 쓰인 글입니다.

그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우리에게 영향을 준 역사적 사건들 되짚어보면,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있었습니다. 전시 국가에서 인기 있는 여성 정치인을 국군 통수권자로 뽑아 놓고, 잘못된 상황이 펼쳐지자 내려 앉힌 사건입니다. 평화롭게 마무리되었지만, 돌이켜 보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평가했지만, 수백 년 후의 우리 후손들이 이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술할지 참 궁금합니다.

중국인의 관점에서는 2012년에 저 대단한 ‘시진핑’이 등장하기도 전에 완결이 된 소설입니다. 연재 시기에는 ‘후진타오’가 중국의 권력을 쥐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독재자였던 ‘장쩌민’ 뒤를 이어받은지라 유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인물인데도 저도 벌써 인물에 대해 ‘사건’보다는 ‘이미지’로 기억하네요.
반면 시진핑은 등장 후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내부를 단속한 후, 미국과 ‘거인들의 싸움’을 하는 중입니다. 따라서 소설에서도, 어떤 면에선 독재주의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와 동시에 독재에 대한 비판도 있고, 자유주의의 필요성도 설파하긴 합니다.

문화적으로는 PCism이 보편적화 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순간순간 싸한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특히 지금이라면 쓰이지 못할 정도의 고정된 남녀의 역할, 캐릭터들의 대사, 예쁘고 잘생긴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이미 이 소설이 넷플릭스에서 ‘원작대로’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시즌1에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고, 앞으로도 각색되어 나올 것입니다.
류츠신 작가도 한 인터뷰에서 ‘너무 미국 드라마화’되었다고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정서에 맞춘다 하더라도 캐릭터 설명에 꼭 필요한 부분들까지도 삭제된 점은 많이 아쉽습니다. 

저는 정서적으로 우리가 미국보다 중국과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면벽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는 대번에 '면벽수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만약 '면벽수행'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왜, 그 스님들이 하는 거’라고 하면 대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서양인들에겐 서너 번의 설명이 더 필요하겠죠.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부분들이 원작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훨씬 쉬웠습니다. 학창시절 몇 번 마주친, 여학우에 대한 '동경' 이런 감정 같은 것들 말이죠.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영상인데도 ‘영상미’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2001년 해리포터가 ‘3D 영상 경험의 특이점’이라 생각합니다. 전 해리포터 소설을 읽고 영화를 봤는데, 상상했던 것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의 영화들은 오히려 3D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아이언맨을 위시한 어벤져스 시리즈, 아바타 같은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는데 3D 그래픽은 엄청난 공헌을 했습니다.

하지만 ‘삼체’는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해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차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3차원보다 높은 차원들을 ‘3차원 영상(3D)’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것은 향후 줄거리의 향방을 바꿀 수도 있는 넷플릭스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소설로 읽어야만 작가의 문학적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소설 ‘개미’를 읽어보셨나요? 우리나라에 1993년도에 출간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소설입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미친 듯이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물론 지금은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이 소설이 재미있던 이유는 기억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소설 ‘개미’는 인간과 개미의 사회가 계속해서 교차합니다. 인간의 시선, 그리고 개미의 시선. 그리고 그 두 세계가 결합한 사건을 그려냅니다.
‘삼체’를 읽는 동안 저는 ‘개미’와 비슷한 대칭적 구조로 되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삼체의 관점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직접적으로 삼체인 과 그들의 세계를 묘사하는 장면은 매우 적지만, 꼼꼼히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대칭 구조를 드라마에서는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려면 외계인(삼체인)을 등장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사 영상물에서 외계인의 등장은, 영상 작품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영화 ‘마션’의 이야기가 ‘화성에 낙오된 마크 와트니가 화성인과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지구로 복귀한다.’라는 줄거리였다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실패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소설 삼체의 대칭적 구조를 그려낼 수 없고, 오직 인간의 관점으로만 그려낼 수 있습니다. 삼체인 과 삼체 세계를 상상해보려 하지도 않으니 이해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전 이것이 작품의 반을 잘라놓을거라 생각합니다. 드라마 제작진의 묘수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작가가 기술한 짧은 한두 문장으로 몇 개의 짧은 단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포인트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소설이며, 저는 이것이 이과형 두뇌를 가진 작가가 가진 특징이라 생각되어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제시한 세 가지 이유로 소설 ‘삼체’를 읽어봐야겠다고 흥미를 느끼신 분들을 위해, 소설을 읽기 전에 이해하고 있으면 더 재미있을 과학 상식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저는 이 과학적 이론들을 자세하게 설명할 능력은 없지만, 이만큼은 알고 소설을 본다면 훨씬 재미있으실 겁니다. 왜냐하면 작가는, 자신이 우주 오타쿠이기 때문에 (과학자가 아니라 SW 개발자) 이 정도 상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 설명이 영상에 짧게 나오는 자막 형태의 설명, 딱 그 정도의 유익함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거리

1 천문거리는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를 뜻하며 1AU(Astronomical Unit) 라고 표기합니다. 태양에서 발생한 빛은 지구까지 500초(8분 20초) 정도가 걸립니다.
광속은 진공상태에서 빛이 1년 동안 이동한 속력이며, 1y는 대략 30만km/s 라 합니다. 불변하기에 거리로도 사용됩니다. 
이 거리 개념을 인지하고 있어야 충분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인류가 만든 인공물체 중 가장 먼 우주로 나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는 현재 160AU에 있으며, 이곳은 광속으로 22시간을 이동해 도달하는 위치입니다. 따라서 단방향 전파통신은 22시간, 양방향은 44시간이 걸립니다.

현재 인류의 화학 로켓 추진 방식으로 1톤 우주선이나 ICBM을 가속할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약 11km/s이라고 합니다.
빛의 속도는 300,000km/s 정도니까 현재 광속의 0.00366%이며, 광속의 0.1%, 0.01%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며, 0.001%에 도달하려 해도 지금보다 3배 더 빨라져야 합니다.



양자역학

양자역학은 전자공학의 기본이자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문명의 이기인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전자 제품' 이라 불리는 모든 제품, 그리고 양자컴퓨터가 아니라 폰 노이만 구조인 일반 컴퓨터들도 양자역학에 의한 구조입니다. 
양자역학을 따르기에 우주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우주 광선들이 붕괴하며 나온 전자에 의해 컴퓨터의 비트 오류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오류수정 코드나 ECC 메모리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 제가 그동안 아는데 하나도 없었구나 싶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어이 김 씨, 헛소리하지 말고 물건이나 날러’라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리처드 파인먼에 의하면 세상에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저 혼자 모르는게 아니어서.

양자란 원자핵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전자를 칭합니다. 저는 원자가 쪼개질 수 없는 물질의 최소 단위라고 배운 세대입니다만, 지금은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나뉘어 있고, 심지어 원자핵도 광속에 가깝게 가속해 입자가속기로 쪼개는 시대입니다. 참고로 입자가속기도 CERN 하나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 2만여 개가 있다고 합니다.

원자핵 주변에 존재하는 전자가 어느 위치에 어떻게 존재하느냐, 이것이 지금 양자역학이 ‘불확정성의 논리’로 ‘관측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라고 설명하고 있고, 궤도운동을 하는 전자를 오비탈이라(orbit) 합니다. 
전자와 원자핵의 거리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 사이를 마음대로 조절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력에서 나오는데 앤트맨입니다. 영화에서는 ‘원자간의 거리’라고 하긴 합니다만, 마블에는 이미 분자구조 변경 설정의 ‘몰큘맨'이라는 캐릭터가 있으니 '앤트맨'은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게 맞는 것 같습니다. 
‘삼체’ 소설에서 ‘양자 군대’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소설에 나오는 대로라면 ‘이미 죽어서 죽을 수 없는 양자화된 사람들, 거기에 ‘삼체를 죽인다’라는 신념이 각인된 군대로 영원히 삼체인지에 맞선다.’ 정도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근데 이거 완전 귀신 아닌가요?

사실 우리는 이미 양자화된 사람을 영화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앤트맨의 악당이었던 ‘고스트’입니다. ‘고스트’는 아시다시피 몸이 양자화 되어 신체라는 물질이 계속해서 분열 및 결합을 하는 것 같습니다. 불확정성의 논리로 인해 관측(=접촉)되는 순간 신체조직이 입자 형태로 결정되어 누구도 그녀를 건드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두 개의 다른 작품에서 ‘양자화된 인간’을 ‘귀신’으로 표현한 점이 재미있습니다.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고전역학과 결합해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 The Theory of Everything의 선두 주자는 ‘끈 이론’이라고 합니다. ‘끈 이론’ 자체는 검증할 수 없는 가설이지만, 실측까지 성공한 ‘블랙홀’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라 합니다.
소설에서 작가는 ‘끈 이론’을 미래에서 볼 때 ‘오류가 많았던 이론’ 정도로 폄하하기도 했습니다만, 이건 20년 전 작품임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끈 이론’은 많이 발전해왔으며, 특히 M 이론은 현재 11차원에서 풀이되었다 정도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차원이란?

소설에서 삼체인 과학집정관은 ‘3차원 거시세계와 11차원 미시세계가 있다'고 서술합니다. 여기에 시간(1차원)을 더하면 15차원론인 셈입니다. 
이 미시 11차원을 마치 러시아 '마트로시카 인형' 처럼 설명합니다. 계속 열어도 그 안에는 계속 작은 세계가 펼쳐지는. 

수학자 유클리드에 의하면 0차원은 점, 1차원은 선, 2차원은 면, 3차원은 입체도형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2차원의 존재가 3차원을 이해할 수 없는 비유를 할 때 ‘공 위에 올려둔 개미’가 많이 활용됩니다. 개미가 2차원의 직선만 이해하는 존재라고 가정하고, 개미를 가상의 떠 있는 공 위에 올려두었을 때, 개미는 직선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곡선을 따라 이동하게 됩니다.
공의 표면은 닫힌 곡선이기 때문에 직진만 가능하고 언젠가는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게 됩니다. 개미가 ‘나는 이 길의 끝까지 가보고 싶어’라고 해도 끝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며, 개미가 보는 배경들도 하늘과 땅을 반복할 뿐일 겁니다.
이 장면을 3차원 존재인 인간이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인간은 3차원 구의 표면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서 별다른 설명조차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차원이 펼쳐졌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차원은 ‘접혀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M이론에서 말하는 11차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접힌 차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차원을 설명할 때 많이 이용되는 것이 ‘빨대’입니다.
빨대를 멀리서 보면 직선으로 보입니다. 직선은 1차원입니다. 하지만 확대해서 보면 빨대는 위아래가 뚫려있는 ‘열린 원통’ 구조의 입체도형, 즉 3차원입니다. 


이렇게 각각 1차원이라 생각했던 3차원 세계의 X, Y, Z 축의 선들이, 각각의 3차원 도형이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9차원이 존재하고 시간 1차원을 더해 10차원까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빨대의 안쪽 면에 깨알과 같은 정보들이 적혀있다면 어떨까요? 빨대를 열어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세로로 단면을 잘라볼 수 있는 존재만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1차원은 이 10차원 공간이 1차원 '막(Membrain)' 위에 올려져있다는 'M 이론'의 설명입니다. 

저차원의 존재는 고차원 존재에게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못하며, 고차원의 존재는 저차원의 존재를 너무나 쉽게 망가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차원의 존재끼리는 서로를 한 단계 낮은 차원으로 바라봅니다.

아래 그림은 게임 슈퍼마리오의 화면 갈무리입니다. 2차원의 마리오는 나름의 입체감도 있어 보이지만 2차원 존재일 뿐입니다. 같은 2차원에 존재하는 쿠파군단의 공격을 점프와 전후 이동으로 피할 수 있습니다. 마리오와 쿠파군단은 서로를 1차원인 '선'으로만 인지할 수 있습니다. 
2차원에 3차원 마리오가 들어가 쿠파군단을 본다면 어떨까요? 강력한 대포도, 꽃들의 공격도 그저 미약한 두께가 있는 단면으로 보일 것입니다. 
dds


우리 인간은 대뇌로 사고하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인 눈과 망막(2차원)으로 보지만 손으로 3차원 물질을 만질 수 있고, 대뇌에서 이를 이용해 3차원 물질이라고 인지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온전한 3차원으로 대상을 바라볼 순 없습니다. 
4차원 이상의 존재만이 3차원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차원을 이해하려 하다 보니, ‘내가 인식하는 어떤 것이 실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원에 대해 '정말 뛰어난 인간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해왔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하루 이틀 금방 지나갑니다.



눈빛은 정보 전달의 수단인가.

우리는 눈빛으로 많은 정보를 교환합니다. ‘빛의 속도로 차여본 적 있는가?’이라는 질문에 대해 저는 항상 ‘그동안 많은 이성에게 광속으로 많은 정보를 받아 왔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슬프군요.
저는 (공적으로) 말수가 적은 편입니다. 필요한 말만 하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지시하거나 싫은 소리 해야 할 때 쓸데없는 소리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부터 그렇게 되었습니다.
분위기, 표정, 몸짓 여러 요소가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겠습니다만, 어떤 상황에서 눈빛은 언어보다 빠르고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눈빛’이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은 애완견을 키우면서 좀 더 확고해졌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은 외국인과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는가? 저는 지금은 확실히 ‘그렇다’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에서 삼체 문명은 지구 문명의 모든 것들을 지적 입자, ‘지자’를 통해 보고 듣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들의 ‘속마음’을 읽어낼 수 없고, ‘눈빛 대화’ 역시 읽어낼 수 없습니다.


삼체 문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삼체 문제는 3개의 구체(항성)가 서로의 중력에 영향을 받았을 때, 어떻게 작용하고 궤도의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반해, 정답은 구할 수 없다고 하고 여러 특수한 조건을 넣었을 때의 '특수해' 는 여럿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세 물체의 질량이 동일하다거나, 초기에 속도가 0(초기 매개변수)에서 동시에 시작되었다던가 하는 조건들 입니다. 이런 특수해들 마저도 상당수는 근래에 나온 것들입니다. 
저는 솔직히 3개의 구체가 적당히 서로의 1/3 정도의 영역만 차지하는 일관적인 모습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래 영상을 보면, 이 삼체 문제로 3개의 물체가 얼마나 괴랄한 궤도를 그리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삼체가 아니라 사체 문제라는 이야기에 반론.

삼체 행성의 위치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외계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입니다. 아바타의 나비족이 사는 곳이고, 많은 소설, 게임, 영화에서 표현된 그곳입니다. 이것은 순전히 가장 가까이 있는 항성계이기 때문입니다. 4.3광년이라는 거리는, 우주의 거리개념에서는 이웃사촌 정도니까요.
대놓고 상대성이론을 무시할게 아니라면, 상상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곳이고, 실제로도근미래에는 가볼 수도 있는 곳 입니다.

2069년에 알파 센타우리로 탐측선을 발사할 예정이라 합니다.
광자에 의해 가속되는 '태양 돛'은 광속의 10% 정도로 이동해 2113년, 그러니까 출발로부터 44년 뒤에 도달할 예정이라 합니다. 물론 이것도 탐측기가 ‘도달’할 시기고, 여기서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전파통신 속도(=광속) 이므로 4.3년 또는 4.4년을 더해, 2117년에는 그곳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0년 정도 남았군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알파 센타우리를 알파 센타우리 A와 B, 그리고 프록시마 센터 우리 3개의 항성이 있는 삼중성계라고 부릅니다. 
‘별’이라 부르는 항성들에 비해 행성들은 극도로 미미한 질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행성과 항성이 서로 중력의 영향을 주는 힘은 같나, 질량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행성과 항성 간의 중력 비교에서 행성의 질량은 무시될 수 있습니다. 태양계에서 태양의 질량은 혼자서 99.8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그 모든 것들이 0.15% 정도에 불과하단 뜻입니다. 

아래의 영상은 3개의 항성과 1개의 행성으로 4체 문제를 구현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3개의 항성끼리 서로의 중력에 미친 듯이 영향을 받는 것과 대조해, 1개의 행성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이것이 삼체인 들이 자신들의 행성까지 포함해 사체 문제로 보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제 삼체 문제 자체가 미약한 행성의 질량 같은 아주 작은 변수에도 영향을 받아 결과적으로 큰 불안정을 이끌어낸다는 '카오스 이론'까지 발전한다는데는 동의하긴 합니다. 위 영상을 보고 카오스(개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삼체인의 과학 수준은 어떨까?

삼체인의 기술적 수준을 설명하는 부분은 소설에 두 가지로 정확하게 묘사됩니다. 삼체의 전력으로 만들어낸 ‘지자’ 프로젝트와 탐사선인 ‘물방울’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구침공 당시의 삼체의 과학 수준은 ‘원자 공학의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자, 전자, 양성자 등을 모두 자유자재로 다룰 순 있지만, (거시 3차원 + 미시 11차원) 차원을 접고 펼칠 수 있는 지자 프로젝트는 그들 역시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해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참고로 지자 프로젝트에서 삼체인 과학집정관이 과학 지식이 떨어지는 원수와 군사 집정권에서 이 프로젝트의 필요성과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은 우리네 인간 사회와 별다를 바 없어 정말로 웃깁니다. 

삼체의 탐사선인 ‘물방울’은 반물질 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소멸할 때 방출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한 가속입니다.
지금 우리는 입자가속기를 통해 반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은 입자 가속을 통해 만들어낸 물질, 반물질의 쌍소멸 에너지 효율이 그 반물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효율보다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는 '물방울'이 이런 반물질을 우주에서 수집해서 가속한다고 합니다. 양자얽힘 통신처럼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대표적으로 소설적 허구가 크게 들어간 설정이라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치며..

삼체로 접한 근 석 달 동안의 과학여행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 어떤 곳보다 멀리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이제 제 유튜브 추천 채널은 온갖 과학, 수학 채널들로 가득합니다. 우주는 원래 좋아하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과학이 중요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걸 알려준 그것만으로 소설 ‘삼체’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거시와 미시를 왔다 갔다 하며 생각하다 보면 어차피 다 사소한 시간선의 사건으로 보일 뿐이니 덩달아 성격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윌라 오디오북 덕분에 개안을 한 기분도 듭니다. PC 화면에 지친 눈을 쉬게 해주면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전 이미 삼체 이후 몇 권의 소설을 더 읽었고, 다음엔 '개미'를 다시 읽어볼 예정입니다. 

원래 작성했던 글에서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다 보니 하고 싶던 말이 절반 정도 남아 있습니다만, 이건 다음을 위해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7/14 00:46
수정 아이콘
삼체는 읽으면서, 이건 진짜 서양에서 나올 수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보통 생각하는 SF가 가지는 서양적 특성을 완전히 벗어나서, 동양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말씀하시는 면벽자 같은경우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하고요. 면벽자라는 단어의 뉘앙스도 그렇지만, 설정 자체가 서양에서 나오기 힘든 설정이란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3부는 이래저래 좀 아쉬웠습니다. 작가가 하고싶은 말과 설정에 이야기가 눌려버린 느낌이랄까...
24/07/14 10:28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 읽을 땐 3부가 너무 길다고 느꼈는데, 이건 '외전'이라 생각하고 읽으니 잘 읽히고 나름 재미도 있더라구요. 저도 딱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동안 하고 싶던 말 다 하는구나
아이폰12PRO
24/07/14 07:47
수정 아이콘
1부까지 읽은 상태인데, 너무 재밌습니다. 이 글도 아껴 읽어야겠군요
24/07/14 10:32
수정 아이콘
가벼이 읽으실 수 있는 쪽찌 정도라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크
지구 최후의 밤
24/07/14 08:27
수정 아이콘
중국드라마 버전 추천드립니다.
원작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구현한 느낌입니다.
24/07/14 10:37
수정 아이콘
넷플릭스 시리즈 1을 보고 시즌 2 제작 결정도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오디오북으로 읽은 터라 중국 버전도 고민했었습니다. 다만 이쪽도 완결이 안나있어서 소설로 선회했던 건데, 지금 다시 보니 배우들이 등장인물에 찰떡으로 맞춰져있네요.
20131103
24/07/14 09:13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실망요.
지자의 존재가 너무 사기라 환청 환영만 보여줘도 면벽자 정신이상자 만드는데 일주일도 안걸릴것 같은데 거기서부터 설정오류고 칼잡이 같은건 게임이론 나온지가 언제인데 주인공 띄워준다고 전인류와 삼체인을 바보로 만드는 것도 많구여
아예 3부는 이게 뭔가 싶더라구여
킬링타임용으로는 재밌긴했는데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봤나봅니다
24/07/14 10:53
수정 아이콘
저는 보통 소설의 이야기 흐름에 필요한 설정은 납득하고 보는 편입니다. 외계인이 지구의 존재를 인지하고 공격해 들어오는 4광년의 시간, 이 사이를 풀어가는데 '지자'라는 통신매체가 없다면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없으니까요. 소설 속의 지자는 눈속임, 마술 정도로 치부해 과학에 나름 충실하려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 넷플릭스쪽은 지자의 능력이 너무 강화되어 저도 그 몰입감이 살짝 깨지기도 했습니다만. 인터스텔라쪽이냐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냐 그런 경계랄까요.
사다드
24/07/14 09:59
수정 아이콘
3권 거의 다 읽어가고 있습니다. 2권까지와는 좀 다른듯한 분위기에 여러 부분에서 실망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경외감이 듭니다. 이 글도 넷플릭스 삼체 정주행 후 아껴 읽도록 하겠습니다.
24/07/14 10:57
수정 아이콘
저는 처음에 3부를 읽을 때 1,2부에 비해 폭발력을 주는 포인트가 너무 뒤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쪽이 사실은 초반이었습니다. 내용이 아니라 글의 스케일에서도 저를 압도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크크 . 스토리를 쫒아가던 처음보다 두번째 세번째 읽을 때 더 재미있긴했습니다.
미메시스
24/07/14 10:40
수정 아이콘
애정이 느껴지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 읽고 갑니다
24/07/14 10:58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벨로티
24/07/14 10:52
수정 아이콘
재밌기는 한데 3부 뒷부분이 많이 아쉽죠. 과학적 증명이 거의 되지 않은 영역이라 작가의 상상에만 의존해야 했던 터라 어쩔 수 없던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흥미진진하고, 시공간적 한계로 우리의 사고를 안내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24/07/14 11:02
수정 아이콘
제가 읽은 삼체 후기 짧고 긴 글, 영상에서 압도적으로 2부가 가장 재미있다고 하시고 3부는 호평하는 것을 단 한번도 못봤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3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공부를 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애정을 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둥그러미
24/07/14 10:52
수정 아이콘
양자 얽힘을 위한 원거리 통신은 솔깃하긴 했는데 현재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얽힘 자체로는 어떤 새로운 정보의 전달도, 원격 상태의 변화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24/07/14 11:50
수정 아이콘
저도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안되는 게 맞겠죠.

흥미 있어 하시는 것 같아 제가 상상한 헛소리를 한번 들려드리자면,
정보는 광속을 초과할 수 없지만 그림자는 가능합니다. 만약 양자 얽힘 상태가 거리가 무한대로 멀어져도 유지가 가능하다면, 두 행성에 서로를 광자로 비추는 장치를 만들어 양자 얽힘 상태에 따라 광자를 가려 그림자 만드는 것으로 모스부호 같은 장-단 통신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장-단 은 결국 2진수로, 2진수는 언어로 변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공상을 좀 해봤습니다. 크크
제발존중좀
24/07/14 13:36
수정 아이콘
과학적 공상의 즐거움을 깨뜨려서 죄송하긴 하지만, 깨달음의 즐거움도 즐기실거라 믿고,
아마 이 영상 보시면 왜 안되는지 살짝 감이 오실수 있을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OLox3Ibe-c
24/07/14 16:03
수정 아이콘
영상에서 그림자는 '광자가 도달하지 못한 것' 이라고 짚어주네요. 재미있는 영상 잘 봤습니다.
플리트비체
24/07/14 11:39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이유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거는 무조건 소설로 읽어야 한다" 드라마는 소설의 장대함을 전혀 담아내지 못했더군요
아직 3부 읽고 있는데 분량이 많긴합니다
24/07/14 16:09
수정 아이콘
최고의 제작진이라는 넷플릭스 제작진이 이걸 어떻게 담아낼지가 궁금합니다. 어쩌면 2,3 시즌이 아니라 엄청난 길이의 시즌을 구상해 두었을 수도 있고, 고유의 스토리라인을 추가할 수도 있고요.
Logicracy
24/07/14 12:3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근데 SF 영상물에서 외계인이 주요 등장 인물로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나요? 본문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스토리 문제, 특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대한 문제인것 같습니다. 마션 작가의 다른 작품인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현재 영상화 중인데 본문에서 흥하지 못할거라고 지적하신 부분을 거의 따라가는 이야기라...
24/07/14 16:2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프로젝트 헤일머리'는 몰랐던 작품인데 한번 봐야겠습니다. '마션' 하고 '아르테미스'는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또 다른 작품이 있었군요!

어쩌면 이 부분은 저의 억측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 관계자도 아니고 만들어본 적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스페이스 오딧세이, 컨택트(과거작) 인터스텔라 같이 '공상 과학'에서 과학쪽이 더 중점이 둔 영화들은 외계인이 등장하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완벽하게 의인화된 모습으로 등장함에 반해, 아바타 스타워즈, 스타트랙,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이 '공상'쪽이 강한 영화들은 외계인이 등장하더라도 받아들이기가 괜찮았다는 말이죠. 콘택트(최근작, 언어 이야기) 에서 등장하긴 합니다만 이 역시 제한적 등장이었다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건 미래세계를 다루는 이야기의 미래 인류를 '펑크족'으로 묘사하는걸 좋아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지금 인류의 후손이라기 보다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 인식해 저 스스로가 현실적 상상력을 차단해버리는 것 같아요.
Logicracy
24/07/15 00:20
수정 아이콘
모르셨군요. 저도 혹시 모를까 최대한 스포는 자제했어요 크크크. 하긴 SF 장르의 구분이 다양하기는 하네요.
24/07/15 00:57
수정 아이콘
나무위키에서 조금 읽다가 재미있을 것 같아 나중에 읽어보려고 닫아버렸습니다. 크크
마션을 예로 든 것은 제가 그 작품을 워낙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는데, 그런대로 받아들일만해서 영화도 몇 번 더 보고 그랬거든요. 근데 삼체는 그 역방향이 안되어서 이런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당연히 시즌 2를 기대하고 있지만요
블레싱
24/07/14 13:46
수정 아이콘
완벽히 이해했어!(이해못함) 저도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관심이 생겨 찾아보다가 도저히 책을 읽을 엄두는 나지 않아 몇시간짜리 유튜브 요약본들을 보긴 했는데 그나마 1부는 영상화할 수 있겠는데 2부부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예상이 안 가더라구요. 제 인식 범위를 벗어난 내용들이라 저는 그냥 이해를 포기해버렸습니다.
24/07/14 16:32
수정 아이콘
윌라 꼭 시도해 보세요! 제가 최근 몇 년간 책을 읽을 수가 없었는데, 이게 가능합니다. 무료 프로모션 기간이고, 해지 가능하니 크게 손해보실건 없습니다. 요약본들을 들으실 정도라면 충분한 흥미와 능력을 갖고 계신게 틀리없습니다.
밤에달리다
24/07/14 15:20
수정 아이콘
전 과학적 설명은 그냥 대충 흘러 들었는제 이렇게 즐기는 방법도 있군요 크크
삼체를 온전히 즐기려면 스포 감안 하더라도 1부 정도는 읽고 드라마 보는게 여러모로 나아보여요.
윌라 오디오 북도 좋고 줄거리 요약은 주호민 영상(인물에 대한 불호가 없다면)도 괜찮고요
24/07/14 16:45
수정 아이콘
작품이 나름 과학 쪽에 충실했다고 하는데 당최 하나도 못 알아듣겠으니 공부를 한 쪽입니다. 크크. 유튜브도 좋은 과학 채널들이 많고, chatgpt와 문답도 하며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취미나 세계관을 잘 받아들이고 열심히 익히는 편인데, 인생에서 처음으로 쓸만한 '현실에 있는'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24/07/14 16:49
수정 아이콘
모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이어서 글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흐흐
근데 삼체 게임 속 삼체행성에 대한 묘사가 너무 처절해서 저렇게 수백번씩 문명이 리셋되는데 과연 고도의 문명이 발달할수 있을까 의문이 들더군요
24/07/14 21:1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좋은 평 감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번식' 에 대한 내용을 기술한 것 같습니다. 삼체인에게 자식이란, 이성 두 명이 만나 결합하면서 부모들은 사라지고 둘~다섯 사이의 새로운 개체를 생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새로 태어난 개체들은 부모에게 각각 40% 정도의 정보(지식)을 이어받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본진이 싹 밀려도 테크트리를 빠르게 밟을 수 있다는 설정인거죠.
VR로 인간들에게 각각의 삼체의 멸망 과정을 보여주고, '이 세계는 xx시대까지 진화하였다' 같은 문구가 마지막에 붙는데, 이게 점점 진화하는 걸 보면서 저는 스타크래프트 테크 타는 모습이 상상되더라구요. 애초에 번식 자체가 아칸 합체 해서 저글링이 태어나는 느낌도 들었구요. 크크

완전 이세계 전생물인거죠. 그 세계의 인류 전체가 각자의 특기 지식은 그대로 이어진... 지금 우리 세대에서 리셋이 일어난다면 뭐부터 할까요. 과학자 친구들은 아마 '바퀴랑 철을 만들어야 하니 거푸집부터 만들어'라고 하고, 저와 같이 컴퓨터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은 그 전까지 열심히 노동하지 않을까요.
짐바르도
24/07/14 20:33
수정 아이콘
서양식 sf 랑은 좀 다르게 읽긴 했습니다. 듄 같은 치밀한 작품 기대하고 보시면 이게 뭐야 싶기도 해요. 문장은 아쉬운 데가 참 많은데 그냥 전개로 끌고 가는.
24/07/14 21:20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문장력을 지적하시는 글들이 좀 있더라구요. 저는 최근에 책을 안읽어서 그랬는지 문장력의 부족은 잘 못느꼈는데(제가 부족하다 보니 눈치를 못챔), 뭔가 기존의 소설이라면 맺고 끊어주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런 기본 틀은 좀 벗어난 느낌은 들었습니다.

1부에 쓰여있는 '작가의 말'에서 중국 SF 작품들의 역사를 짚어주면서 과학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 원없이 설명하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스케일을 이렇게 거대하게 잡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어요.
다리기
24/07/15 13: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드라마 삼체 본 이후로 소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한참 지났네요.
이 글을 보니 조금 더 구미가 당깁니다 크크
24/07/15 16:15
수정 아이콘
꼭 읽으세요! 이번 글은 드라마를 보신 분들을 위한 글이지만, 다음 번에는 소설을 다 읽으신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가 가득한, 작품의 이면을 짚어줄 글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904 [정치] 윤석열 각하 휘하에서 완전히 공직기강이 무너지고 말았네요 [42] 아수날13527 24/07/17 13527 0
101903 [정치] 액트지오 근황 [102] 어강됴리20044 24/07/17 20044 0
101902 [일반] 인류 역사의 99%를 알아보자: 혈흔이 낭자했던 수렵채집사회 [11] 식별9998 24/07/17 9998 28
101901 [정치] 너무 노골적이고 편파적인.. [40] 틀림과 다름17111 24/07/16 17111 0
101900 [일반] 트럼프의 러닝 메이트와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 - 트럼프의 젊은 마스코트? [70] 스폰지뚱10940 24/07/16 10940 10
101899 [일반] 협회와 홍명보, 모든 것이 철저히 무너지길 바라며 [61] 민머리요정14110 24/07/16 14110 81
101898 [일반] 아침 조(朝)에서 파생된 한자들 - 비웃음, 사당, 밀물 등 [15] 계층방정6239 24/07/16 6239 7
101897 [일반] 인류 역사의 99%를 알아보자: 서울에 200명도 안살던 시절 [8] 식별9420 24/07/16 9420 19
101896 [정치] 이재명 서울서 3개 수원에서 1개 재판 동시에 받는다 ... 대법원의 기각 [56] 아수날13462 24/07/15 13462 0
101895 [정치] 윤석열 지지율이 ars에서는 올랐습니다 이럴수가 ! [22] 아수날13404 24/07/15 13404 0
101894 [정치] 이번 트럼프 저격 사건이 경호 대참사인 이유.jpg [58] 캬라15476 24/07/15 15476 0
101893 [일반] SI개발의 해묵은 문제 [45] 퀀텀리프9493 24/07/15 9493 7
101892 [일반] "감독의무 있다" 法, 학폭 가해학생 부모 손해배상 책임 인정 [20] 로즈마리8927 24/07/15 8927 4
101891 [정치] 日, 네이버의 라인 매각 요구 사실상 철회 [59] EnergyFlow12507 24/07/15 12507 0
101890 [일반] [서평]《벌거벗은 정신력》 - 현대 사회에서 폭증하는 우울과 불안은 질병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애도다 [4] 계층방정6142 24/07/14 6142 9
101889 [일반] [서평]《매혹의 땅, 코카서스》 - 직접 가보는 듯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조지아 여행기 [8] 계층방정5369 24/07/14 5369 6
101888 [일반] ASUS, RTX 4060 Dual V3 그래픽카드 출시(절대 비추천) [10] SAS Tony Parker 5981 24/07/14 5981 2
101887 [일반] 내맘대로 엄선한 일본 여자 그룹 보컬 노래 (장르/시기 불문) [13] Pika485734 24/07/14 5734 1
101886 [일반] 인생이 한 번 뿐이라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 [40] 사람되고싶다10799 24/07/14 10799 10
101885 [정치] [속보]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중 총격 테러 [226] 뜨거운눈물22939 24/07/14 22939 0
101884 [일반] PC방 숫자가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56] 버들소리13758 24/07/14 13758 2
101883 [일반] [팝송] 알렉 벤자민 새 앨범 "12 Notes" 김치찌개5035 24/07/14 5035 0
101882 [일반] ‘삼체’를 소설로 읽어야 하는 이유 [34] Schol10496 24/07/14 10496 2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