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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6/10 22:37:42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log.naver.com/lwk1988/223475157078
Subject [일반] [서평] 《#i세대》 -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나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사흘은 4일? 심심한 사과? 근래에 수시로 일어나는 문해력 논쟁에는 '젊은 세대'가 끼어 있다. 과연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문해력이 떨어질까? 아니 그전에, '젊은 세대'란 대체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 세대 연구의 권위자가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지를 살펴볼 때다.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 심리학 교수로, 밀레니얼 세대를 정의한 《나 세대》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2023년에는 《제너레이션: 세대란 무엇인가》로 그간 자신이 연구한 세대 담론을 정리한 진 트웬지의 2017년 책이다. 1995년 - 2012년생을 'i세대'로 정의하고, i세대가 그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를 열 가지 점에서 분석했다. 굳이 2024년에 2017년 발간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결과론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6년 후 발간된 《제너레이션: 세대란 무엇인가》에도 많이 반영되어 있다. 제너레이션을 읽은 독자라면 i세대만을 심층 분석한 《#i세대》도 읽어볼 만하다.

그런데 왜 세대를 가르는 기준이 1995년인가? 2011년 - 2012년부터 무언가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흐름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이다. i세대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라난 최초의 세대다.

하지만 2012년 무렵부터 10대들의 행동과 감정 상태에 예상치 못한 거대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중략)…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런 흐름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었으며 전례 없는 추세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부분의 거대한 변화가 2011년이나 2012년경에 시작된 새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i세대》, 진 트웬지 저, 김현정 번역

《#i세대》 표지에서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i세대가 보이는 특징 10가지를 “#인터넷 #소셜미디어 #개인주의 #소득불평등 #정서적안전 #안전공간 #사전경고 #관용 #평등 #느리게자라는세대”로 제시했다. i세대의 삶에 큰 영향을 준 트위터 등 SNS의 해시태그를 이용한 표지 디자인이다. 그만큼 i세대를 이해함에 SNS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책의 목차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이 책은 목차만 읽어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알 수 있다. 목차 옆에 쓴 짧은 경구는 각 장의 첫 페이지에 있는 경구로, 역시 각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i세대의 목소리로 전달해 준다. 단 맺음말은 진 트웬지 자신의 말이다.

머리말 i세대란 누구인가

1장 느리게 성장하는 아이들 -  “어떻게 사람들은 열여덟 살이 되는 게 신날 수 있지???? 나는 어덜팅이 정말 무섭다.”

2장 스마트폰 네이티브 - “우리 아빠는 지금도 책 같은 데 빠져 사세요. 아빠는 인터넷이 책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3장 오직 가상세계에서만 함께해 - “우리는 아이폰과 함께 자랐어요. 평범한 사람들처럼 의사소통하거나 상대방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 법을 몰라요.”

4장 새로운 정신 건강 위기 -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내 인생은 이렇게 멋져'라는 식의 멋지고 근사한 게시물을 올려요. 하지만 그들의 삶은 엉망진창이에요. 그들이 10대죠.”

5장 사라진 종교와 신앙 - “적어도 내 또래에게 종교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일이에요. 종교는 현대적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요.”

6장 안전은 예스, 사회적 참여는 노 - “그 누구도 정서적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누가 신체적으로 나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항상 예방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누가 내게 말을 하면 그 말을 들을 수밖에 없죠.”

7장 쇼핑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일한다 - “우리는 흥미를 느낄 수 있거나 창의성을 북돋는 일에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런 걸로는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10만 달러씩 빚을 지고 있는 내 또래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이유다.”

8장 i세대의 성과 연애, 결혼 이야기 - “사랑을 잃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사랑하지 않는 게 낫다”

9장 불완전한 관용과 미완성 평등 혁명 - “저는 다른 사람들을 분류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는 거지 상대방 성별을 보고 데이트 상대를 정하는 게 아닙니다.”

10장 정치적 독립성을 추구하는 세대 -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마약과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가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누구의 사생활 영역을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맺음말 i세대를 이해하려면 - “끊임없이 마수를 뻗치는 휴대전화에서 자유로워지고 무겁게 짓누르는 두려움을 벗어던질 수 있다면 i세대는 훨훨 날아오를 것이다. i세대를 바라보는 우리들 역시 i세대를 응원하며 함께 나아갈 것이다.”

《#i세대》는 번역본 기준 540쪽에 달하는 결코 얇지 않은 분량을 써가며, i세대의 10가지 특징을 차근차근 분석해 나간다. 통계 수치는 결코 한 가지 메시지를 담지 않는다. 그래서 트웬지는 여러 통계 자료를 제시하면서 i세대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가설들을 하나씩 지워 나가며 i세대의 그림을 그려 나간다. 예를 들면, i세대는 성관계도 일탈도 전 세대보다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전 세대보다 더 품행이 올바른가? 그렇지만 운전면허 따는 사람도 줄었고, 숙제도 덜 하고, 봉사도 덜 한다. 이에서 나오는 결론은 i세대는 전 세대보다 더 천천히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i세대》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통계를 얽어서 이 모든 통계를 해석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해 준다.

《#i세대》가 보여주는 또 다른 통찰력은 10가지 특징을 그저 제시할 뿐만이 아니라 이 특징의 뒷면에 있는 사회 원리를 살펴보고, 여러 특징들이 서로 관계가 있다는 해석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i세대가 전 세대보다 더 천천히 어른이 되는 이유는 어른이 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개인주의 사회의 특성과, 전두엽이 온전히 성숙하려면 25세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과학적 발견의 보급에서 찾는다.

또 i세대가 대학에서 안전 공간을 찾고 강연 취소 시위 등을 일으키며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를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스크린 앞에서 지내는 스크린 타임이 증가하면서 악화된 i세대의 정신 건강만이라고 보지 않는다. i세대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순식간에 시대에 뒤처진 것이 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의 임금 격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들에게 대학은 학문을 배우기 위한 곳이 아니라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곳일 뿐이다. 그렇다면 굳이 대학에서 왜 의견이 다른 사람과 교류해야 하는가?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한 졸업장을 따는 데에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i세대가 깨달았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i세대의 물질주의 중시와 젊은 세대의 경제적 상황 악화를 한데 묶어서 얼핏 보면 안전주의 문화 때문인 것처럼만 보이는 안전 공간과 강연 취소 문화의 이면을 살펴보고 있다.

《#i세대》는 10가지 키워드로 i세대를 설명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 키워드들을 엮어서 평균적인 i세대의 이미지가 어떤지를 조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있다.

내게는 10가지 키워드와 그 키워드를 설명하는 짧은 글귀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을 꼽는다면, “사랑을 잃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사랑하지 않는 게 낫다”이다. 《행복의 기원》에 따르면, 사람은 사람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존재이자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다. 그리고 그런 속성이 가장 극대화된 인간관계가 바로 연애고 부부다. 그런데 i세대의 독립을 숭상하는 개인주의와 정서적 위험 가능성을 최대한 회피하고자 하는 안전주의 세계관에서는 이런 존재를 용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i세대의 다른 특성은 인간의 본성의 일부거나 본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사랑을 회피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거스르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여러 통계 수치의 상관관계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상관관계를 섣부르게 인과관계로 해석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스마트폰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책 내에서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인과관계 설명이 빠져 있다 보니 스마트폰 등 뉴 미디어를 꼰대들이 시대 적응 못 하고 반동적인 평가를 한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받는다. 그 외에도 주장을 미리 정해놓고 통계를 체리피킹으로 제시했다고도 하는데, 이는 이 책의 가설을 반박하는 통계 자료를 직접 찾아보기가 어려워서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그러나 트웬지가 성급하게 제시한 주장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울증, 불안장애를 유발하며, 인터넷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의 장이 아니라 같은 주장들을 하는 사람들만이 똘똘 뭉치게 하는 분열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그 분열의 장을 유발하는 선도주자 중 하나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도 올라와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가 이를 잘 소개하고 있다. 《#i세대》에서는 i세대가 그전 세대보다 더 물질주의적이며, 내재적 동기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외재적 동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아마도 텔레비전과 인터넷은 광고와 물질적 부를 더 많이 노출시키고 지적 자극은 미약하게 주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소셜 딜레마에서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인데, 이것조차도 관련 연구가 속속 출판되고 있다.

세대론 비판 책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에서도 스마트폰 등 화면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 것이 요즘 세대들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책을 쓴 해나 주얼이 신랄하게 비판하는 조너선 하이트와 그레그 루키아노프의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그 밖에도 《#i세대》를 읽은 후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를 읽으면, 주얼이 하이트와 루키아노프는 적극적으로 비판하면서도 트웬지의 세대 분석은 오히려 자신의 '눈송이' 분석의 기반으로 삼는 듯하다. 트웬지가 부정적으로 본 점들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있을지언정. 주얼이 트웬지를 직접 비판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i세대》 출판 당시에 받은 비판들과 지금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2017년과 2024년, 7년을 지나면서 진 트웬지의 성급하고 거친 주장은 결과적으로 혜안이 되고 있다. 이것이 7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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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11:19
수정 아이콘
관심이 가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계층방정
24/06/11 12:32
수정 아이콘
제 글을 보고 관심 가져주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안군시대
24/06/11 13:05
수정 아이콘
글 읽으면서, 뭐야? 저정도는 나도 얘기하겠다 싶었는데, 7년전에 나온 글이라고요? 엄청난 통찰력이네요..
계층방정
24/06/11 22:09
수정 아이콘
지금은 저 책에 나온 의견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도 얘기하겠다' 수준으로 수용되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인 것 같습니다.
돈가스의 탄생
24/06/11 13:09
수정 아이콘
관심이 가서 찾아봤는데 i세대는 절판이고 z세대가 있던데 이것도 읽을만 할까요?
계층방정
24/06/11 22:11
수정 아이콘
저도 Z세대(혹은 i세대)를 다룬 책은 이 책과 본문에도 나온 제너레이션:세대란 무엇인가만 읽어보긴 했습니다. 말씀하신 z세대 책이 어떤 것인가요? 찾아보니 제목에 Z세대가 들어가는 책이 많네요.
스폰지뚱
24/06/14 18:02
수정 아이콘
으음. 그러고보니 코로나 이전이라면, 아니 무려 7년전이라면 부머라든가 MZ라든가 아직 나오기 전이네요. 그런면에서 대단쓰합니다. 
계층방정
24/06/15 06:20
수정 아이콘
원서의 아마존 리뷰 보면 그때에는 오히려 어그로도 좀 많이 끌었던 모양인데 지금 와서 보면 세월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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