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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1/23 01:33:04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272273700
Subject [일반] <서울의 봄> - 그 날, 그 시간의 긴박감.
<서울의 봄>은 개인적으로 보면서 두 편의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조금 더 비유를 하자면, <1987>의 느낌을 담은 <남한산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나 드라마 등지에서 많이 봤던 익숙한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특별 출연으로는 세 배우만 올라갔지만) - 물론 특별 출연을 사용하는 방식은 많이 다르긴 합니다. 그리고 실화 바탕, 그것도 굉장히 어두운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두 영화가 떠올랐어요.

일단 처음 공개되었을 때,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황정민 배우의 싱크로에 있었을 텐데요. 일단 제가 실존 인물을 거의 모르고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고, '전두광'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복잡하게 그려져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영화 상에서 야욕을 드러내는 인물이고, 굉장히 능동적이고 능글맞은 캐릭터긴 합니다만, 어떤 지점들은 막가파식 들이대기로 뚫어낸 느낌으로 캐릭터를 그려낸 것 같아요. 반대편에서 대립각을 세우면서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태신' 캐릭터는 오히려 약간은 반대편에 잡아먹힌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실은, 영화의 비중과 행적이 반반이라고 하더라도, 반대쪽의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지긴 합니다. 연기력이 부족하다, 연기가 아쉽다보다는 영화 상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인물이기에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거리두기와 집중에 있다고 생각을 해요. 기본적으로, 영화 상에서 전두광과 하나회의 존재감이 굉장히 크고, 쿠데타가 계획대로 굴러간 것도 아니다보니, 정부와 국방부, 육군본부의 삽질과 리더십 부재가 묘사될 수 밖에 없는데, 일단 여기 부분에 있어서 거리두기와 풍자, 그리고 핵심인물들에게 집중하면서 소위 말하는 '발암' 요소를 좀 줄이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두 인물 간의 대결 구도로 그리고, 또 이 부분의 밀도를 굉장히 높게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것도 좋았습니다.

거리두기, 의 또 다른 장점은 반란군 측을 그리면서도 발휘됩니다. 이 영화가 '전두광 영화'가 되지 않는 데에도 이 거리두기가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12. 12. 군사 반란 사건을 다루고 있는 사건이면서 이 사건에 대해서 굉장히 건조하게 그려놓고 있어요. 약간의 '울어!' 라든지, 혹은 '여기서 분노하시면 됩니다.' 포인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 정도면, 그리고 소재의 특성을 고려하면 굉장히 건조하게 그려놓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그렇습니다. 어디부터가 실제와 유사한지, 또 어디는 각색이 들어갔는지는 이제부터 나무위키를 비롯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가 찾아봐야할 부분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꽤나 다큐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몇몇 장면, 혹은 몇몇 일화는 유명하기도 하고, 또 많은 매체를 통해서 재현되었기에 그런 느낌이 들었나 싶기도 하네요. 동시에, 여러 인물을 등장시키거나, 한 쪽의 방향성만을 따라가지 않고 두 인물을 통해서 치열하게 주고 받는, 일종의 정치와 군사가 결합된 실화 바탕의 극으로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보면서 약간... 이 아니라 좀 많이 화가 나는 영화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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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3 01:44
수정 아이콘
'실존 인물을 거의 모르고 있다'는 참 부럽네요 크크

전두환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도 남겼죠.
"젊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아직 감정이 안 좋은가봐. 나한테 당해 보지도 않고..." (2008년)
aDayInTheLife
23/11/23 02:07
수정 아이콘
흐흐흐흐흐… 그래도 악명은 너무 잘 알고 있죠.
테르툴리아누스
23/11/23 06:36
수정 아이콘
어휴.. 살아있는것만으로도 짜증나는 인간은 아베랑 전두환밖에 없었어요.
드라고나
23/11/23 02:18
수정 아이콘
영화는 안 봤지만, 12 12 당시 국방장관의 행적은 ' 이게 말이 되냐 싶겠지만 고증입니다' 의 사례 중 하나죠.

전 이미 고통받은 게 많아서 서울의 봄은 다음에 보려고 합니다.
aDayInTheLife
23/11/23 06:49
수정 아이콘
코믹하게 그려놓긴 했지만… 빡치긴 하죠.
이쥴레이
23/11/23 09:10
수정 아이콘
사람들 고구마와 분노와 짜증을 낼수 있는 행적인데... 유머스럽게 표현을 했지만..
진짜 속터지게 됩니다. 마지막까지...역사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짜증나는데 영화에서 너무 잘 표현했습니다. 크크..
그레이퍼플
23/11/23 05:57
수정 아이콘
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결국 국가의 시스템과 룰에 맞춰 사람들이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하고,
시스템에 오류가 있다면 그 오류를 수정해야지 그렇다고 "융통성"이라는 알수없는 이유로 룰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룰이 깨어지는 건 정말로 그 상태의 국가로는 더 이상 지속이 불가능할 때 뿐이라고 생각하고요.

12/12나 5/16은 이런 정해진 룰을 철저하게 무시한 행동이었죠.
이건 보수인가 진보인가 이런 정치적 성격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믿고요.
결국, 정직하게 룰을 따르던 사람들은 바보가 되고, 근거를 알수없는 대의와 "융통성"을 내세운 이들은 자기 욕심을 채울 수 있던 시절이었죠.
그래도 뜻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나마 무너지지 않은 룰을 지키며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되지 않냐며, 저런 룰 브레이커들을 칭송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aDayInTheLife
23/11/23 06:50
수정 아이콘
저는 정치적인건 차지하고… 어떤 부분에서 가장 이 영화의 전두광 스러운 캐릭터는 영화 나이트크롤러의 주인공 같습니다. 수단 방법 안가리고, 적당히 자기를 포장하기도 하고…
흔솔략
23/11/23 16: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건 좀 궁금해서 물어보는겁니다만.
"결과만 좋으면 되지 않냐"라는 논리로 "융통성"을 발휘하여 룰을 무시할수는 없다...는 말씀이신데,
사실 한국같은경우는 초기 민주주의 부터가 미군정과 일부 엘리트들의 주도로 탑다운으로 이식된 것이지 않나요?
좀 역설적이긴 한데 한국은 초창기에 민주주의가 그다지 민주적 방법으로 이식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라는 올바른 길을 택한것이긴 합니다만 이것도 결국 "결과만 좋으면 되지 않냐"라는 논리와 비슷하다고 여겨져서요.
물론 전두환 이후의 민주주의야 우리국민이 민주적으로 쟁취한것입니다만...
23/11/23 08:06
수정 아이콘
사건이 주는 무게와 배우들의 이름값이 크기에 기대가 많았고 그 기대감을 채워춘다는 점에서 일단 추천할만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보고나서 몇시간은 체한듯 속이 꽉 막혀있었네요
aDayInTheLife
23/11/23 08:12
수정 아이콘
어우 묵직하면서도 치열하게 맞부딪치는 게 좋더라구요. 다만 소재가 너무.. 너무…
이쥴레이
23/11/23 09:18
수정 아이콘
요근래 본 영화중 두세력이 정말 묵직하면서도 치열하게 맞붙습니다.
다만 역사가 다아는 반란군은 버프상태, 진압군은 자체 디버프가 너무 많이 걸려서 안타깝고 짜증이 나는거죠.

영화가 가장 좋았던점이 조직화된 악의가 아닌 직업의식에 부재 형식으로 타겟 잡아 진중하게 밀어 부치는게 좋았습니다.
aDayInTheLife
23/11/23 09:56
수정 아이콘
역사를 알고, 이후를 아는 사람들은, 그리고 영화 상의 묘사도 악인에 가깝긴 합니다만, 말씀하신대로 리더십과 직업의식의 부재가 더 강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어찌보면 관상도 떠오르는 지점이 있네요.
알아야지
23/11/23 12:48
수정 아이콘
올해 본 영화중에서 제일 좋았고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결말을 아는데도 긴장감이 상당해서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네요
aDayInTheLife
23/11/23 13:05
수정 아이콘
몰입감이 좋더라구요. 두 인물 간의 치열한 대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3/11/23 13:20
수정 아이콘
10.26부터 12.12까지는 꽤 여러 드라마로, 위키, 다큐 프로등으로 어느정도 접했지만, 극화해서 보고 나니 느낌이 너무 다르긴 했습니다.

좀 더 그 상황속에 몰입이 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마지막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그 지점부터 내가 아는 그 스포가 아닌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될 때, 어 뭐지? 라는 생각과 함께 실제로 저랬었나 라는 착각이 들정도로 몰입을 확 주기는 했다고 봅니다. 그 덕에 이태신의 원 모티브 인물은 거의 구국의 영웅같은 느낌으로 비쳐질까 고민도 하긴 했습니다만..

마지막 씬과 엔딩컷을 보면서는 왠지 저거겠지 했는데 그거인걸 보면서 그래 이렇게 청구서 던져줘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정말 국방장관은 하.... 빼박캔트의 실화기반인게 너무 엌... ㅠㅠ
aDayInTheLife
23/11/23 13:22
수정 아이콘
결국 뭐 팩션의 허점이 아닐까요. 상상력을 가미해도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긴 좀 힘든…

때때로 우리나라에서도 바스터즈 같은 화끈한, 청구서 따위 개나 준 영화도 보고 싶긴 합니다.
23/11/23 13:23
수정 아이콘
근데 어떻게 보면 실화기반에서의 허무한 엔딩보단 마음속에서 좀 덜 빡치는(?) 그런게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없이 그냥 역사 그대로 클라이막스 없이 끝나버렸다면 영화관 나오면서 두배로 빡쳤을거 같아요 크크크크
몬테레이
23/11/23 14:10
수정 아이콘
극화로 접하게 되면 마치 그것이 당시 역사인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죠. 12.12도 제5공화국에서 다뤘던 드라마를 보았던 분들은 전두환 = 이덕화로 연상하시고, 극 내용이 역사와 같았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는 극적 재미를 위해, 허구가 들어가야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습니다. 또, 제작진의 시각이 들어가죠.
허구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뒤틀어 미래세대에게 잘못된 인식을 주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아직 영화보기 전입니다만.
aDayInTheLife
23/11/23 14:34
수정 아이콘
영화가 윗 분 말 처럼 극적인 재미를 위해 각색이 들어갔다곤 하지만 꽤 건조하다고 생각해요. 전두광이라는 캐릭터는 약간 나이트크롤러의 제이크 질렌할 느낌도 나구요. 물론 이게 진실은 아니지만 최대한 건조하게 다루려고 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23/11/23 14: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미 밝혀져 있거나 사료가 있는 내용들은 사실에서 크게 벗어난 부분이 없고, 빈 공간을 채우거나 극적 연출을 위해서 도입된 장치들도 그간의 '인식'에 영향을 줄 만한 요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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