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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1/21 11:57:11
Name bongfka
Subject [일반] 나의 보드게임 제작 일지 ③
축구 전술 보드게임 <매직넘버일레븐>을 개발한 과정에 대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창작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결과물로 이어지게 되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좋은 읽을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읽으시는 분들은 1편부터 살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지난 글 링크



축구 보드게임 제작기 ⑤ 핵심 메커니즘 구상 - 연결

"선수 카드를 상하좌우로 연결해 최적의 팀 시너지를 만든다."
축구 보드게임의 핵심 메커니즘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위와 같다.

선수 카드는 사각형 모양이고, 상하좌우 변에 반쪽짜리 아이콘이 있다.
아이콘은 '공격/수비/연계'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반쪽 짜리기 때문에 
두 카드가 적절히 잘 연결됐을 때만 온전한 아이콘 모양을 이룰 수 있다.
아이콘 모양이 완성되면, 거기에 상응하는 효과가 발동된다.

U7OuvIz.jpg
간단히 종이를 잘라 구현해본 선수 카드의 프로토타입

하나의 선수 카드에 한변당 3개씩, 최대 12개까지 아이콘을 넣어보기로 했다.
아이콘을 12개나 넣기로 한 이유는, 각 선수  특성을 최대한 다양화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선수, 오른쪽은 연계가 약한데 왼쪽은 강한 선수 등)

먼저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로 나눈 뒤 포지션별 기본적인 특성에 기반해 대략적으로 아이콘 분배를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세부 포지션(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왼쪽 윙백 등)으로 재분류를 하고, 
각각의 특성이 살 수 있게 아이콘 분배를 세부 조정했다.
아이콘만으로 선수의 특성이 결정되면 심심하니까 '특수 능력'도 부여했다.  

dwLPoln.jpg
▲ 팬심으로 만들어본 손흥민 선수 카드

선수 카드를 배치하고, 상하좌우로 다른 선수 카드와 연결시켜나가려면 '보드판'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보드판의 크기는 얼마로 할 것인가?

​그건 선수 카드를 상하좌우로 최대 몇 장까지 연결되게 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일단 3X3 사이즈로 만들어보았다. (전방-중원-후방 x 좌측-중앙-우측)

Dusbshx.jpg

선수 간의 '연결'이 핵심 메커니즘이긴 하지만,
공격수가 최전방에 '혼자' 있다고 해서 공격이 아예 안되게 해서는 곤란하다.
마찬가지로, 수비수는 최후방에 있는 것만으로 수비에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드판 자체에도 아이콘을 그려넣어서 카드가 홀로 놓이는 것만으로도 일부 아이콘이 완성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분은 상당히 복잡한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어서, 많은 난관이 예상됐다.
실제로 이로인해 당시 보드판은 다소 복잡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JOCvgD5.jpg

각 플레이어는 체스를 두듯 번갈아가며 보드판 위에 선수 카드를 배치한다.
선수 카드가 하나 하나 배치될 때마다 아이콘이 완성되고, 그로 인해 할 수 있는 '액션'이나 '효과'가 생긴다.
그 과정에서 '슈팅'을 성공시키면 득점한다.

슈팅은 '공격'을 상징하는 축구공 아이콘이 만들어져야 시도할 수 있고, 당연히 그 아이콘 개수가 많을 수록 공격력도 강해진다.
수비력도 마찬가지로 방패모양의 '수비' 아이콘이 많을 수록 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를 먼저 강화할 것인지, 선제 공격을 할 것인지 선택하게 된다.

UnyBnQx.jpg

사실 사진 속 카드 형태는 아주 초창기 버전이다.
지금보니까 굉장히 번잡한 느낌이 드는데, 당시에는 꽤 괜찮게 느껴졌고 실제로 잘 작동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개발자 관점에서였고, 일반 유저들이 보기엔 지나치게 복잡했다.

이보다 훨씬 더 간소화될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 많은 부분들 덜어내게 됐고,
그 결과 현재의 6개 아이콘 슬롯(상하단 각각 2개, 좌우 각각 1개) 형태로 수정하게 됐다.

MFKstcg.jpg
▲ 보다 간소화된 형태의 선수 카드

아이콘 수를 과감하게 줄이면서 너무 단순해지는 건 아닐까?
경우의 수가 부족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번의 테스트 플레이를 거쳐보니
이 정도 수의 아이콘 조합으로도 카드와 카드를 연결한다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잘 살아있었다.
그러면서도 보기에 덜 복잡했고, 유저가 어떻게 하면 어떤 아이콘을 더 늘릴 수 있을지가 더 명확히 눈에 들어왔다.

그대신 보드판은 기존 3행에서 4행으로 한 줄을 더 늘렸다.
단순히 전방-중원-후방이었던 것을 최전방-2선-3선-최후방으로 확장했고, 좌우 폭 너비도 더 늘렸다.
즉, 카드 자체는 더 단순해졌지만 해당 카드를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은 더 다각화된 것이다.

VgmLVmB.jpg

이러한 '연결'의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어떤 선수'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어떤 선수'와 '어떤 선수'를 인접시킬 것인가?
'어느 타이밍'에 '어떤 선수'를 사용할 것인가?
등등의 의사결정이 모여서 게임 결과값의 변수를 만들어나가게 되고,
이것이 축구라는 '팀 스포츠'를 표현하는 데 있어 이 게임의 가장 핵심이 되는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연결성'만으로 축구의 요소를 담아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연결성'이라는 톱니바퀴와 함께 맞물려나가며 디테일과 몰입감을 높여줄 다른 톱니바퀴들이 필요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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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1 13:20
수정 아이콘
저번에 알려주신 유튜브로 게임 특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내 선수가 상대 진영까지 침투하는 방식은 아닌거 같고, 중앙선 지점에서 슈팅하는 방식인거 같더군요. 내 영역에서 선수를 조합해 공격과 수비 전술을 짜는거라면, 배구 보드 게임에 더 잘맞겠다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혹시 제 게임 이해가 부족했다면 미리 사과 드립니다
23/11/21 14:25
수정 아이콘
넵, 충분히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보드판'을 실제 '전체 축구장'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셨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이 게임에서 보드판 영역은 물리적인 축구장의 표현이 아닌 각 팀의 '전술 보드판'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즉, 우리 팀 공격수가 활약하고 있는 공간은 사실 중앙선이 아닌 최전방인 것이죠.(우리 팀 포메이션 상 가장 앞선에 있으니) 아무래도 보드판이 중간에 하프서클이 존재하는 등 실제 축구장 모양으로 아트웍이 표현되어 있다보니 그 부분에서 헷갈리시는 분들이 계실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선수 카드 배치'라는 행동은 우리 팀의 전술이 어떤 선수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인데요. 그러한 양 팀의 전술적 선택이 서로 맞부딪혀서 어떤 결과값을 내게 되는 지를 따지는 것이 이 게임의 진행 방식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와 별개로, 말씀하신 것처럼 배구라는 스포츠와 이 시스템이 꽤 잘 맞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흐흐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매직넘버'식스'를...
23/11/21 15:19
수정 아이콘
네 게임 자체는 엄청 흥미로웠는데, 공격 수비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직관적으로 와닿진 않길래요. 블로커, 리베로의 리시브, 디그 능력에 따른 확률 처리라든지, 세터와 공격수 간의 협업에 따른 여러 공격 방법들 등, 이 게임 시스템 기반으로 직관적인 전술 운영 적용에 딱 맞지싶더군요^^ 제가 축구보다는 배구를 선호해서 오는 편향성일 수도 있으니 걸러서 들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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