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gr21.com/humor/489253
저는 이 단지 입주민일수도 아닐수도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픽션이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흐흐..
===========================================
1기 신도시의 흔하디 흔한 이 아파트 단지는 1995년 입주를 시작했고,
수년에 걸친 주차구획 정리로 인해 약 2천대의 주차면이 확보되어 있는데 등록되어 있는 차량만 2300대가 넘었었습니다.
입주민 차량의 전면 유리에는 입주민 차량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여야 했지만,
정작 입출차 차단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스티커가 없는 미등록 차량이라도 비상 연락처를 치워버리고 그냥 아무 데나 차를 대놔도 사실상 관리 주체가 손을 쓸 수가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차량 단속은 전적으로 경비 업무를 보시는 분들의 소관이었기에 허구한 날 미등록 차량의 주차공간 점유로 트러블이 끊이질 않았었고,
경고 스티커를 앞유리에 완전히 붙인 것도 아니고 쉽게 제거할 수 있게 반만 붙여놔도 누가 내 차에 이딴짓을 해놨는지 잡아내서 족친다며 갈갈이 날뛰는 인성 파탄자들이 출몰하기 시작했으며,
더 웃긴 건 저 2만원을 내기 싫어서 입주민인데도 차량 등록을 안 하고 다니는 인간들도 있었기에
실상은 2천3백대가 아닌 2천5백~6백대의 차량이 제한된 주차 공간을 투고 전쟁 같은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었던 거였죠.
결국 단지를 가로지르는 중앙로에도 좌우로 차량이 쫙 깔리기 시작해 그 사이로 튀어나오는 보행자들과 내 진로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단지 내 주행 중 차량을 적시에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주차 환경이 개판이 났었습니다.
그 와중에 새로 선출된 입주자 대표회의 (이하 입대의) 회장이 단지 내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시설 혹은 공간을 주차장으로 전용하는 프로젝트를 장기 과제로 추진하기 시작했고,
물망에 오른 여러 구역 중 특정 동호회 회원들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던 단지 내 테니스장을 주차 공간으로 바꾸는 방안이 서서히 주민들의 지지를 받기 시작합니다.
위에서 95년에 입주가 시작된 단지라고 말씀 드렸죠?
1기 신도시 입주 초기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테니스 동호회 터줏대감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더라도 면식이 있는 형님 동생들과 뽈을 치기 위해 멀리서도 원정을 오기 시작했던 것 같고
이 바닥이 으레 그렇듯이 소위 "지인 영업" 이라는 게 성행하였는지 온갖 지역의 뽈쟁이들이 멀리서부터 차를 끌고 와선 얼마 있지도 않은 테니스장 옆 주차 공간을 점유하고 죙일 괴성을 질러대며 공을 쳐댔습니다.
깐부들이랑 공놀이도 양껏 했으니 근처 상가 호프집에서 시원하게 쏘맥도 한두 잔씩 빨아주는게 이 바닥의 아름다운 룰일 테고..
신나게 연기를 뿜으며 길빵을 갈기며 돌아와선 음주 테니스를 즐기려고 하니 배드민턴을 치려고 들어와 있는 아이들이 깔려있고.. 인성 바닥들 답게 걸리적거리니 애들은 가라 하고 시원하게 쫓아내 줍니다.
당연히 테니스장 주변에 허가받지 않은 불법 적치물을 치우라고 해도 상콤하게 씹어버리구요.
이걸 문제 삼으니 당시 동대표를 하고 있던 테니스 오야지가 입대의 회의에 본인의 따까리(?)를 끌고 와선 쌍으로 난동을 부려대며 의사 진행을 방해한 전적도 있었으며,
이대로 가다간 본인들의 놀이터가 밀리겠다는 위기를 제대로 느꼈는지 단지 전체에 흩어져 있던 뽈쟁이들을 규합하여 당시 공석이 많았던 동대표 선거에 멍멍이 떼처럼 출마를 시킵니다.
어찌저찌 기존의 동대표 오야지를 포함 입대의 구성원의 과반을 먹는 데 성공한 이 공놀이에 미친 자들은 부지 선정을 위한 조사 용역을 주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제기하였고,
테니스장이 아닌 다른 공간을 주차장으로 전용하는 게 더 넓은 주차용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 살포로 본인들의 놀이터 철거 계획을 백지화 시도함과 동시에
동대표 테니스 오야지의 주도 하에 어디서 처음 보는 아이들이 테니스장에서 무료로 테니스 강습을 받고 있는 훈훈한 사진으로 본인들의 테니스장 점유는 궁극적으로 단지 입주민들의 편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입대의 대표의 결정이 부당함을 알리는 무허가 대자보를 아파트 커뮤니티와 벽면 곳곳에 업로드 + 부착하고 다니는 기행을 저지릅니다.
위에서도 언급해 드렸지만 자물쇠는 소수의 동호회 회원들이 관리했기에 그냥 입주민들은 테니스장을 사용할 수 조차 없었고,
어린이 테니스 교실은 당연히 초기 입주로부터 약 30년 가까이 돼 가는 단지 역사에서 운용 및 홍보된 이력이 단 1회도 없었던 한없이 프로파간다적인 데마고기 그 자체였었죠.
심지어 아파트 커뮤니티에 테니스 동호회의 행태에 부당함을 느끼는 글이 올라오면 그 동호수를 직접 찾아가 행패를 부린다는 제보도 있었고, 대충 이 시점을 전후로 테니스 동호회 회원들을 향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외에도 정상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막장 행태가 정말 많았는데 더 적으려 하니 여백이 부족해서 일단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당시 신규 동대표에 취임했던 입주자들 중 몇몇은 추후 단지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대표 회의를 상대로 테니스장 철거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겁니다. 더 코메디인 사실은 소송을 건 주체 중 1인인 테니스 동호회 회원 A는 소장을 날린 시점에 입대의 구성원이었다는 것. 즉 원고와 피고가 동일한 상황이었죠 크크크. 나는 나를 고소한다.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 기억이 맞다면 단지 정상화의 첫 단추로 여겨졌던 주차 차단기 설치 사업이 빠그라지는 순간 입대의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직을 던지고 나왔으며, 흐지부지 되어버린 상황에 만족한 뽈쟁이들은 귀찮은 입대의 활동 따위에 질렸는지 일괄 사퇴와 함께 본래 목적인 공놀이에 몰두함으로서 다시금 지옥도가 펼쳐지는 듯 했으나 신규 선출된 입대의 회장은 (유게의 차 세 대 주차비 27만원의 주인공입니다) 이 막장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점진적이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단지 환경 정상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추후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