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처음봤던 선배의 모습은
도저히 전문가로 보이지 않던 판단, 갓 수습으로 들어온 후배들 수준의 ms활용능력, 저녁 7시만 넘어가도 헤롱헤롱 거리던 저질체력,
시도때도 없는 요즘 mz스러운 땡깡까지 법인에서는 도저히 받아줄 수가 없는 "폐급" 그 잡채였다.
1-1.
아무 짝에 쓸모가 없어, 반강제로 나가게된 선배는 그야말로 초대박을 치게되었다.
짙은 새벽 몰래 짐을 싸려다 4시까지 일하던 우리를 만나 얼굴을 붉히던 선배를 뒤로 하고,
잊혀질 때 즈음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건 tv프로그램, 유튜브 등 나름 핫한 매체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전문가의 인사이트로 휘감는다. 택도 안되는 소리를 자신감 있게 내뱉는다. 심사숙고해서 내릴 결론을 즉문즉설한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있다"와 같은 고리타분한 전문가들과는 다른 "사이다"에 대중들은 열광한다.
1-2.
수십억 집한채, 수억에 달하는 외제차 몇대, 남자들이 선망하는 직업의 와이프까지 그 모든 걸 길지않은 시간에 다 거머쥔다.
시대가 노래하는 영앤리치가 되어버린 그는 마침내 가오만 있던 우리의 역린을 건드린다.
"노동자"의 틀을 부수어야 "자본가"가 될 수 있다고.
2.
우리 업계만 이상한가 싶어, 먼저 친한 대형로펌에 있는 친구를 만나보았다.
먼저 물어볼 새 없이 유리 천장이 아닌 대놓고 있는 콘크리트 천장을 얘기한다.
운을 띄우니, 가뜩이나 남아있지 않은 물마저 5급수로 만드는 혼탁한 개업시장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내 속마음을 숨기고, 돈 많이 버는 조빱 포트폴리오 주니어 개업러가 "외부인"이 보기에는 훨씬 "유능한 전문직" 아니겟냐고 하니 그저 격분한다.
2-1.
금융권에 있는 친구들을 보았다. 검은머리 짐승이 따로 없다.
요쪽은 그래야만 40살 이후에도 버틸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란다.
피가 안도는 것 같아 소주만 마신다.
3.
제일 친한 친구는 대기업 직장생활 못해먹겠다며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내가 하고 있는건 어떠냐고 물어본다.
얼마냐 알고있냐며 반문했더니,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니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보니까 멋있어보여서 해보려고 한단다.
유튜버 누구냐고 물어보니 선배가 나온다. 현기증이 난다.
4.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언제가나 싶어 유튜버들은 어떻게 말하나 검색해봤다.
엉망진창이다. 자칭 주식(가치평가) 전문가들이 판친다.
올해 4분기에 텐베거를 친댄다. 수십만 구독자들은 열광하고, 종목을 말하면 그 다음날 상을 말아버린다.
생각해보니, 요상한 재무관리 이론 몇 페이지 공부했다고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무의미하다. 그럴싸한 듣기좋은 말만 하면 그만인데.
국장은 테마와 유동성으로 먹는건데, 재무제표니 사업성이니 무슨 의미가 있나.
5.
바야흐로 무차별하게 대중들에게 효용과 도파민을 난사하여야 떼돈을 버는 세상이다. 셀프 마케팅으로 있어빌리티 포장해야 돈이 된다.
저질 렉카 유튜버, 벗방bj, 지하세계 있는 검은 친구들 욕할 필요 없다. 나보다 더 수 많은 사람들에게 효용을 주니깐.
전문가가 되는 고통스러운 수십 년의 시간보다, 전문가 호소인 코스프레가 시간 단축이 된다.
전문가 되는 것도 또 넓게는 폼나게 돈벌고 싶은거니까.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강남에 아파트 뽑고, 포람페 타야 간지나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더 잘해주니까. 듣기 싫은건 고딩 학주로 족하니까.
우리 옴마와 친구들은 내가 호소인이든 존문가든 뭐든 돈 많이벌면 지존 전문가로 생각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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