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지난 번까지는 게임을 두려움이란 키워드로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게임사가 유저들의 행동을 어떻게 유도하려고 노력하며, 이를 통해 두려움이란 무엇이고 유저는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영웅이 되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최근에 게임사들이 두려움을 회피해 모든 유저가 영웅이 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스타크래프트2, 점프킹, 역전재판, 다키스트 던전, 하데스 등의 구체적으로 사례들을 들어가며 어떤식으로 활용한 두려움이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때 주로 다루게 될 내용은 공격과 수비를 리스크와 리턴을 두려움 관점에서 해석하고, 동시에 어떤 형태의 죽음으로 게임사들이 유저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전편의 글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링크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게임은 어떻게 두려움을 통해 유저를 영웅으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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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aestro.github.io/%EA%B2%8C%EC%9E%84%EC%9D%B4%EC%95%BC%EA%B8%B0/2024/05/18/%EA%B2%8C%EC%9E%84%EC%97%90%EC%84%9C-%EB%B3%BC-%EC%88%98-%EC%9E%88%EB%8A%94-%EB%91%90%EB%A0%A4%EC%9B%80%EC%9D%98-%ED%99%9C%EC%9A%A9.html)
다크 소울과 마리오를 필두로 한 게임에서 두려움을 다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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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aestro.github.io/%EA%B2%8C%EC%9E%84%EC%9D%B4%EC%95%BC%EA%B8%B0/2024/05/19/%EA%B2%8C%EC%9E%84%EC%97%90%EC%84%9C-%EB%B3%BC-%EC%88%98-%EC%9E%88%EB%8A%94-%EB%91%90%EB%A0%A4%EC%9B%80%EC%9D%98-%ED%99%9C%EC%9A%A9.html)
[게임 속 유저가 해야하는 두 가지 행동: 공격과 수비]
유저는 게임 속에서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은 대부분 크게 공격과 수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때 게임사는 각각의 행동에 따라 발생하는 리스크와 리턴을 조절하여 유저가 두려움을 느끼며 동시에 이를 극복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설계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롤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전의 롤은 수비자가 공격자에 비해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위 탈수기 운영 혹은 댄디의 장막으로도 불리는 전 맵에 시야를 뿌려두고 이를 기반으로 상대의 플레이를 봉쇄하는 전략이 유행했던 2014년 시즌의 롤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격자는 수비자에 비해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리턴이 적은 반면, 수비자는 더 적은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더 큰 리턴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비대칭적이면서 부조리한 구조가 게임 내에서 발생할 경우에 유저는 두려움을 극복할 의지를 상실하고 가능한 안전한 플레이를 지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게임의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사는 이런 부조리한 구조를 해소하고 유저가 두려움을 극복할 유인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 만들어진 공격과 수비: 스타크래프트 2]
저는 스타크래프트 2를 굉장히 즐겁게 플레이한 유저입니다, ‘캠페인’을 말이죠. rts의 사실상 마지막 명작이라고 할 수 있을 스타크래프트 2는 그래픽이나 인게임 시스템, 스토리텔링 등 많은 부분에서 굉장히 훌륭한 게임입니다. pvp 게임이 pvp가 지나치게 피곤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게 문제지만요.
스타크래프트 2의 문제점은 공격과 수비의 비대칭성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발매 시작 때 사신이라는 지형을 무시하는 지상 유닛을 만든 것부터 시작해 추적자 등 스타크래프트 2의 공격자는 일반적으로 수비자가 가지는 이점을 없애고 공격자가 가지는 이점만을 가집니다. 그것은 수비자가 더 유리한 전장에서 싸울 선택권을 가지지 못하며, 공격자는 원하는 때에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런 무너진 공격과 수비의 균형 때문에 스타2는 기존에도 진입 장벽이 높았던 rts의 장벽을 한단계 더 높였을 뿐더러,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도 자신의 전략과 전술을 펼쳐서 성공했을 때의 즐거움을 안겨주기보다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짜증을 강하게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잘 만들어진 공격과 수비: 하데스]
이에 반해 하데스는 공격과 수비가 굉장히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유저는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수비보다는 공격을 중심으로 한 경험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이유는 회피 시스템과 강력한 넉백을 제공하는 등의 우월한 공격 시스템 때문입니다. 해당 게임에서 수비자는 사실상 컴퓨터 뿐이며, 컴퓨터가 펼쳐내는 탄막과 근접 타격 등의 다양한 수비 시스템을 얼마나 멋지게 뚫어내느냐가 게임의 핵심이 됩니다. 즉, 하데스는 주인공인 영웅으로써 유저는 연출자들을 어떻게 하면 화려하게 두들겨 패느냐만을 고민하면 되는 게임입니다.
이 때문에 하데스는 양쪽이 전부 다 잘 만들어지면 잘 만들어질수록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수비가 강력해지면 ‘와 내가 이걸 뚫고 잡아냈네’라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공격이 강력해지면 ‘내가 이렇게 강해졌다니’라는 성장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균형이 무너질 경우에는 게임의 재미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하데스의 개발사 슈퍼 자이언트는 이 부분에 굉장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며, 이번에 하데스2는 얼리 억세스로 시작하여 이를 처음부터 잡고 가려는 모습을 인상깊게 보고 있습니다.
[게임 내 최대 두려움의 대상: 죽음]
우리 인생에서 최대의 두려움의 대상이 죽음인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 내에서도 죽음은 일반적으로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죽어야만 스토리가 진행되는 하데스와 같은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게임은 죽음을 최대한 피하려는 유저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어냅니다. 이 때 게임사는 죽음을 어떤 형태로 유저에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죽음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 보입니다. 첫 번째는 복구가 불가능한 죽음, 두 번째는 복구는 가능한 죽음, 세 번째는 죽음에 대한 리스크가 거의 없는 죽음입니다. 이 세 가지 형태의 죽음에 대해 다키스트 던전, 점프킹, 몬스터 헌터를 예시로 들어 게임이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복구 불가능한 죽음을 제공하는 게임: 다키스트 던전]
어 씽귤러 스트라이크! 우리가 터뜨리는 치명타는 신나지만, 다키스트 던전을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한번쯤 도굴꾼 같은 캐릭터가 크리 한방에 비명횡사해버린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여타 헤비한 턴제 rpg게임들도 영구적인 죽음은 난이도 선택 요소로 두는 데 반해 다키스트 던전은 게임의 일부 요소로 죽음이 설계가 되어있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이 게임은 모순적입니다.
전에 다키스트 던전을 악덕 중소기업 회장이 직원을 다루는 것과 같다는 식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캐릭터들은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영웅이 아니라 역마차를 타고 도착하는 용병들일 뿐이며, 이들 중 일부는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한 채 고용도 되지 못하거나 몇 번 쓰이고 짐짝처럼 해고당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키스트 던전의 죽음이 영구적이도록 설계돼있는 것과 맞닿아있습니다.
이 게임이 파이어엠블렘, 옥토퍼스 페스티벌과 같은 턴제 게임이었다면 그들 하나하나가 죽는 것은 게임이 오버가 되는 상황일 정도로 위기이며 우리는 애지중지 그들을 보살피도록 게임사에게 유도 받습니다. 하지만 다키스트 던전은 죽음이 영구적이기 때문에 하나하나에 서사를 부여하지 않고, 그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라기보다는 하나의 기호로써 소비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키스트 던전의 죽음은 불가역적이고 굉장히 리스크가 큰 두려운 일이지만, 동시에 어쩔수 없지 다음 용병을 구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복구’는’ 가능한 죽음을 제공하는 게임: 점프킹]
반면 점프킹은 죽음이 가역적이기’는 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서 실패를 통해 맵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는 죽음처럼 표현되지 않습니다만, 매커니즘상으로는 점프킹은 한번 찌그러질 때마다 죽음을 반복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점프킹은 마치 이카로스가 가장 높이 날았기에 가장 크게 추락한 것처럼, 유저가 높이 올라갈 수록 더 깊이 떨어질 수 있도록 리스크를 키웁니다.
점점 진행함에 따라 손에 닿을 듯한 여태까지 내 노력에 대한 아직 보이지 않는 보상은 이런 리스크를 통해 죽음을 반복해가면서 더욱 더 가치가 높아집니다. 즉 점프킹의 보상의 크기는 유저의 죽음 횟수에 비례합니다. 이 때문에 유저는 단장애의 깎아내리는 듯한 절벽 앞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점프하기를 계속합니다. 이카로스가 태양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던 것처럼, 곧 다시 떨어질 덧없는 것일지라도 하늘에 닿기 위해서 말입니다.
[죽음에 리스크가 거의 없는 게임: 역전재판]
역전 재판은 형식상으로는 게임오버가 존재하는 게임이지만, 게임오버가 발생한 순간 해당 지점으로 완벽한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게임오버가 존재하지 않는 게임입니다. 이런 게임은 유저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주며,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동시에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시도해보면서 불합리함을 덜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역전재판의 경우에는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들 중에서 유일하게 한 가지만 정답인 경우가 많은 사실상 선형 진행을 하는 퍼즐 게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리스크를 가지고 있었다면 해당 답을 확인했을 때 자신의 선택이 오답이라고 인정하기 힘든 경우에는 유저는 이를 불합리하다 느끼게 되어 게임을 떠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역전 재판의 죽음은 리스크가 거의 없는 죽음으로서, 유저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마치며]
애니메이션 보다가 떠오른 아이디어 가지고 생각보다 좀 많이 긴 글을 쓰다보니 억지스러운 이야기들이 많이 섞여있어 아쉽네요. 그냥 어디서 멍청한 녀석이 헛소리 한 번 하고 가나보다 하고 가볍게 읽어봐주시고 이상한 소리다 싶은 것에 갈! 한번 외쳐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