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 협동전, 처음 해보았을때 정말 재밌었습니다.
저처럼 래더가 무서운 양민들로 하여금 적당한 난이도의 컴까기를 제공받은 기분이었지요
캠페인 식으로 여러 업그레이드된 유닛들을 사용할 수 있어 나름의 뽕맛도 좋았습니다.
게다가 2인 협동이라는 시스템으로 인해 반복적인 노가다 느낌이 들 지 않고 매판 동맹의 플레이를 관찰하며 나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온라인 게임이다..'라는 기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금방 고여버린다는 것이었지요.
맨 처음에 사령관을 하나 둘 씩 15렙을 찍을 때는 정말 재밌었고 그 이후 마스터 특성을 찍는 재미는 15렙 찍는 재미만큼은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강해지는 느낌은 주었습니다.
허나 마스터 레벨 마저 끝까지 올려버리고 우리에게 콘텐츠를 더 제공하라는 협동전 유저들의 성화에 블리자드는 승천이란 시스템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승천은 그저 명예훈장 같은 개념으로 플레이에 새로운 재미를 더해주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블리자드는 계속해서 협동전에 새로운 컨텐츠를 이것 저것 만들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유저들을 끌어당길 유인을 만들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특히 문제는 대부분의 협동전 유저들은 마스터 레벨마저 끝까지 올린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이러한 유저들에게는 최고 난이도인 아주어려움 조차 지나치게 쉬웠기 때문입니다.
새로 만든 맵인 아몬의 낫이나 죽음의 요람 등의 맵은 기존의 맵들보다 훨씬 까다로워 나름의 재미를 주었지만 어찌돼었건 보통 맵은 무작위로 돌리는 걸 생각하면 큰 영향은 없었습니다.
돌연변이 시스템을 적용하여 아주어려움+ 부터 아주어려움+6 까지 추가로 고난이도 시스템을 만든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아주어려움+ 정도로 게임을 하면 지나치게 어렵지도 않고 나름 게임을 하는 느낌이 나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스타2 10주년 기념으로 위신 시스템이 나왔습니다
간략히 설명하면 기존 사령관에게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적용하여 색다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시스템입니다.

예컨대 카락스에게 전투유닛 비용 감소라는 이익을 주는 대신 광자포 건설 금지라는 불이익을 주는 식입니다.
또는 레이너에게 생체유닛 체력 2배라는 이익을 주는 대신 지게로봇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주는 식이지요.

이러한 위신은 사령관 마다 3개씩 있으며 새로운 위신으로 플레이 하면 사령관의 레벨이 1로 초기화됩니다.
협동전 유저들에게는 사령관 15레벨 키우기를 몇십번이고 할 수 있는 컨텐츠가 생긴 것이지요.

이 때문에 기존 아주어려움 난이도에 저렙들이 속출하며 또 나름대로의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둘 다 너무 저렙이라 아주어려움에서도 패배할 수도 있지만 협동전의 본질은 결국 컴까기이기 때문에 뭐랄까.. 지더라도 그렇게 화가 나지 않더군요.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상대에게 패배하면 상당히 화가 나지만 싱글 게임을 하다가 컴퓨터한테 지면 화가 나기 보다는 도전정신이 더 불타오르는 것처럼요.
두 명 다 1레벨이어서 바싹 긴장하고 했더니 보너스 목표까지 넉넉히 깨는 판이 있는 반면 10렙이 넘길래 느긋하게 하다가 의외의 패배를 당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마스터레벨이었다면 정말 어지간하지 않고서는 질 수가 없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패배가 오히려 새롭고 재밌습니다.

각종 신기한 위신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따로 떨어져서 다니는 타이커스, 블레이즈, 샘 같은 친구들도 구경하고 2마리가된 데하카를 보는 일도 재밌습니다.
노바나 레이너는 로망과도 같은 스카이 테란을 제대로 굴릴 수 있고 그림자베기 쿨감소로 제라툴은 혼자 무쌍을 찍는 것이 가능합니다.
인간시절의 케리건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블리자드가 꽤나 오래갈만한 컨텐츠를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여러분도 즐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