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맨날 뻘댓글이나 간간히 싸고 돌아다니던 놈인데,
겜게에 글 한번 써보고 싶어서 글 써봅니다.
그냥 의식의 흐름 가는 데로 막 쓰는 거라 글이 좀 보기 어지러우실 수 있고,
데차를 안 해보신 분은 무슨 소린가 싶은 넋두리 수준이지만 살짝 이해해주세요.;
1.
제 닉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제는 혼모노들이나 숨어서 하는 <데스티니 차일드> 유저입니다.
과금은 일본 서버만 초기에 좀 땡기다가다가 지금은 신캐 명함 못따면 차일드 팩 하나 사는 정도고,
한국 서버랑 글로벌 서버는 완전 무과금으로 하는 중입니다.
전 서버를 다 돌리니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날에는 폰이 거진 데차 머신이 되버리는 수준이니
어떻게 보면 프로개돼지라고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저는 이 유사게임이 처음 한국서버 런칭됐을 때, 어린 시절 추억을 만들어준 형태형네 회사가 개발했다고 하길래 정보를 체크했었습니다.
그때 폰이 워낙 똥폰이라 직접 할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유투브로 미리보기는 싫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얘기랑 일러스트만 살짝 보고 지나갔었습니다.
그렇습니다..그때 다시 뒤돌아보지말고 가던길 가야 했었습니다.
한국 서버 초창기에 한창 과금러 돈 빨아서 매출 달려야할 그 타이밍에 확률 주작이네 인류애네 이러면서 한창 논란 마일리지나 벌어모으고 있던 그 게임이..한국 서버 1주년 타이밍에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한다고 TOKYO MX채널에서 광고를 여러번 때리더군요.
물론 지역민방에 골든타임도 아니었지만, 전 우리 형태형 게임이 일본에서 광고도 나오네 우와..하고 무척 신기해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리니지나 검은사막 모바일이 저녁7-8시 전국 민방에서 광고 때리고 소전은 신주쿠 한복판에 대형 광고판 때리는거 보고, 아..우리 데차는 딱 이 수준이었구나,하고 깨달았습니다.)
광고는 별거 없고 그냥 라이브 투디 움직이는걸 보여주는데,
인터넷에서 일러 화상만 보다가 움직이는걸보니 세상에 캐릭터가 어떻게 저렇게 이쁘고 잘도 움직이나..싶었습니다.
결국 그거보고 확 돌아서 7년 넘게 쓴 아이폰4S을 버리고 아이폰8로 갈아타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데차부터 다운로드 했죠.
2.
문제는 일본서버는 재화를 정말정말정말 쥐똥만큼만 줍니다.
한국서버에서는 확률조작이니 뭐니 해서 문제가 생겨서 재화를 퍼주게 되는 바람에 3일에 한번은 연차 돌릴수 있게 주게 된걸로 아는데,
일본서버는 2주년이 다되는 지금도 1일 퀘스트로 얻는 크리스탈 재화가 250개입니다.
250개.....달랑 250개. 2500개 아닙니다.
일본서버 연차 한번 돌리는 비용이 크리스탈 1900개니 8일동안은 아무것도 안하고 꾹 참았다 겨우 1번 돌리는겁니다.
5성 확률이 3퍼센트라고 강조하는데, 연차 돌릴 재화 자체가 원체 없으니 무과금 유저는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습니다.
그와중에 2-3주 지나니까 라그나 브레이크 레이드라고 모두가 협력해서 소환하는 대형보스를 두드려패는 이벤트를 한다고 한다고 그러길래,
열심히 예쁘면서도 제 밥값 다하는 좋은 캐릭터를 뽑으려고 했으나 (한국 데차 처음부터 시작 하셨던 분은 5성 메브가 크람푸스 레이드때 얼마나 강했는지 기억하실겁니다.)
크리 모을 시간도 없었던 무과금 천민한테 그런건 안나왔고, 레이드는 어느정도 가니까 저 같은 쪼렙이 뭘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육성된 5성도 없고 4성 캐릭터나 겨우겨우 키워서 투입하기에는 보스가 너무 쌔서 보스 체력 5퍼센트 깎는것도 힘들었었습니다.
보스 난이도도 난이돈데, 그 보스전 한번 하는것도 티켓을 두장 세장 쓰는건 덤입니다.
문제는 보상이 가장 좋은 40레벨 보스 입장은 티켓이 3장 필요한데,이 게임은 티켓 총량이 10장입니다.
자연적으로 주는 티켓으로 최대 3번들어가면 2-3시간 기다려서 티켓 충전될때까지 기다려야됩니다.
과금하라는거죠.
결국 레이드 후반부가면 최상층 보스를 소환하는 사람도 때리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어떻게보면 무과금 플레이로는 도저히 따라갈수 없는, 운영진의 아무 생각없는 일정에 많은 유저들이 1차로 꼬접한거죠.
저도 중반까지만 하고 레이드는 그만두고 이게임을 접어야되나 조금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그때 탈출했어야했습니다.
탈출은 지능순이라는데 지능이 모자랐나봅니다..
3.
아무튼 저는 첫 레이드 시즌을 보상으로 받는 전용 스킨도 못 뽑은 채로 끝냈고, 그리고 바로 2018년 새해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때 일본 서버를 완전히 재기 불능 수준으로 뒤집어놓은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2018년 복주머니 사태라고..읍읍위키에 저도 가필해놓은 그사건입니다.
발단은 첫 레이드 시즌에서 덱성장이 거의 안된 유저를 상대로 꼬접수치만 잔뜩 올려놓은 운영진이 유저들 돈 제대로 한탕해야겠다 싶었는지
2018년을 기념한답시고 크리2018개로 10연차를 한번 돌리면 반드시 5성이 1장은 뜨는 가챠를 내놓는걸로 시작합니다.
가챠는 3번까지만 돌릴수 있었는데, 재화 존버의 개념이 없었던 저는 레이드 참여할수 있게 5성뽑는답시고 크리를 잔뜩 소모한 시점이라
운영진이 내놓은 크리 스페셜 팩을 사게됩니다.그래도 5성 확장이라니 이때 과금하면 최소 3장이니 괜찮지 않나? 싶은 생각으로.
과금도 했겠다, 뭐가 뜰지 기대하면서 신나게 가챠 돌리던 와중에, 크리가 2018개 넘게 갖고 있음에도 가챠가 안돌아가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왜 안돌아가지 싶어서 운영진한테 메일도 썼죠. "크리 과금했는데 왜 가챠를 못돌리나요?" 했더니
답변이 "이번 2018년 가챠는 유상 크리스탈만으로 돌아가는데, 크리 8400개 팩이면 유상 크리는 반만 인정하는 패키지임요." 였습니다.
황당하죠. 1만엔돈 가까이 하는 크리팩을 질렀는데, 유상 크리스탈이 반밖에 안되서 가챠를 못돌린다니..그때 제가 가진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게임들에도 유상 재화랑 무상 재화가 나뉘어져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콘솔이랑 스1 스2나 하던 저로선 완전히 새로운 사고 방식이었습니다.)
운영진 답변 보고 다시보니까 약관 같은데다 쪼그맣게 써놓은 유상크리 관련 문구가 있었고, 저같이 이걸 못보고 지나쳤던 수많은 일본 유저들이 분노의 문의-트윗 테러를 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운영진은 고심끝에 유상재화 가챠를 해체한다고 발표합니다.
그와중에 이번 2018년 가차는 그대로 운영하고 다음부터는 안하겠다고 하면서 어이를 쏙 빼놨지요..
문제는 운영진이 발표한 보상정책이 가관인데,
2018년 1월1일 00:00부터 08:00 사이에 2018년 가챠를 돌린 사람은 돌린 만큼 5성 확정권을 지급하는거였습니다.
이걸로 2차 빅뱅이 터집니다. 운영진이 지정한 시간 이후에 돌린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겁니다.
저는 운좋게도 그 시간대에 다 돌렸기 때문에 3만엔 쓰고 5성을 6장 얻어가게 되고,이걸로 조금씩 컨텐츠를 뚫어가게 됩니다.
개이득은 아닌데, 아침에 일어나서 과금하고 가챠돌린 사람들 생각하면 상대적 개이득이라고 생각하고 그걸또 좋다고 흐뭇해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런 개돼지가 따로 없었을겁니다.
4.
아무튼 2018년 가챠 사태는 일본 데차 유저를 체감상 반토막 가까이 줄여놨지 싶을정도로 아----주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걸 만회한다고 운영진은 신캐 75%픽업 가챠 (이때 나온 신캐는 일본 서버에만 먼저 풀었는데 한국서버는 한참 나중에 풀었습니다. 안그래도 기무라 횬타이니 뭐니 까이던 우리 형태형은 명예황국신민에서 그냥 황국신민 수준으로 개같이 까입니다.), 하츠네 미쿠-유키미쿠 콜라보와, 한국 서버와 순서를 바꿔서 화속성 모건 레이드를 진행하게 됩니다.
제 느낌상 이때가 일본 서버의 마지막 전성기였습니다. 이때는 콜라보 한정 캐릭터인 미쿠와 유키미쿠 둘다 공짜로 한장씩 주는 대출혈 서비스를 해줬고, 다른 차일드 배출 확률도 좋아서 재화가 있다면 일단 한번 연차를 질러볼 가치가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모건 레이드도 첫 레이드 시즌에서 반성했는지 난이도를 확 낮추고 티켓 소모도 1장만 쓰는걸로 고쳐놔서 모두가 행복한 시즌이었죠.
그말은 즉,
운영진 입장에서는 매출이 떨어지는 창렬 이벤트였던 셈이죠.
한계돌파를 꽉꽉 채워서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죠.
그러나 평범한 유저는 명함을 얻었으니 가챠는 무리해서 안돌리게 되고,크리 패키지가 안팔리게 됩니다.
그래도 2018년 가챠로 정떨어진 유저들 맘은 어떻게든 돌려놔야하니 아쉽게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매출은 올려야되니 어쩔수 없이 또다른 재화를 쓰게 하는 이벤트를 내며,
동시에 내는 신캐 가챠로 크리를 쓰게만들어서 돈쓰게 만들자는 전략으로 가게됩니다.
그 결과 한국 서버의 상설 거대보스전을 기간 이벤트로 고쳐만든 월드보스 트라이얼이 나오게 되는데,
여기서 신캐릭터를 부스트 캐릭터로 내고 부스트 캐릭터 패키지를 팔아먹는 일을 처음으로 벌이게 됩니다.
2018년 가챠 사태로 시작된 스노우볼이 이렇게 현재 일본 데차의 기괴한 밸런싱과 운영 방향을 정해버리게 됩니다.
5.
유키미쿠 이벤트 이후로 나온 신 차일드의 대부분이 이벤트에만 특화된 스킬을 들고나와서
그 캐릭터가 아니면 이벤트를 소화하기가 힘들거나 시간 많이 들게 만들어놓고
이벤트가 끝나면 거의 대부분이 관짝으로 들어가게 되는 참으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보여줍니다.
악순환의 시작이죠.
스킬을 대충 정리해보면
"레이드 한정으로" "언더그라운드 한정으로" "월드보스 한정으로" "레이스 챌린지 한정으로" "PVP한정으로" 등이 있습니다.
물론 그 이벤트에서는 확실하게 좋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월드보스 한정 캐릭터는 어떤 속성전에 들어가도 확실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이벤트가 있으면 꺼내 쓸수는 있습니다만,
이벤트가 없으면 그냥 예쁜 쓰레기가 됩니다. 일러는 참 예뻐서 터치하면 움직이는거 보고 흐뭇합니다만..
거기다가 이렇게 이벤트 용으로 나온 캐릭터들은, 이벤트 시기에나 가챠가 열리고 그 이후에는 픽업 가챠가 나오면 얻을 수 있고
일반 가챠나 5성 확정권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습니다. 핵과금러 계층에서 한정 가챠로만 하라고 압력넣었다는 소리를 5채널에서 봤는데,
저는 그런건 모르겠고, 매출 보고 하는거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들정도로 악랄해보일 뿐입니다.
여기에 2번에서 말했던 아주 적은 재화수급량이 발목을 걸어서 꼬접수치가 쑥쑥 올라갑니다.
월드맵 클리어-레벨업 보상 등, 재화 채광이 다 끝난 계정은 이벤트나 일퀘말고는 재화 수급이 불가능하며
그 적은 재화수급으로 신캐를 못뽑으면 이벤트 따라가기도 벅차게 되며,
이벤트를 다 끝내지 못해서 보상이 줄어들면 그 다음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힘들고,
그러다 다음 이벤트에서 신캐를 또 못 뽑으면 똥망의 반복입니다.
운좋게 신캐가 연차 한두번만에 나와줘도 그 다음 이벤트에 나올 신캐를 못 뽑으면 결과적으로는 무조건 과금해야됩니다. 마이너스의 연쇄작용이죠. 저도 이 연쇄작용에 휘말려서 한달에 4만엔 5만엔 과금한적이 몇번 있었습니다만,문득 이따위로 과금하는게 뭔 소용이냐 싶어서,
그냥 차일드팩 하나 사는걸로 만족하는 방향으로 가게되는데,1주년 이벤트때부터 운좋게 신캐가 아슬아슬하게 나와줘서 최근엔 과금 없이 가고 있습니다.
...만 언제 또 이 악순환의 늪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저 그 날이 내일이 아니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흘러간 일본 데차는 이제 플레이 인원이 소수정예로 굳어졌고, 앞으로 더 이상의 큰 유입은 없어보입니다.
6.
데스티니 차일드라는 게임 자체가 원체 큰 전략성 없이 일러모으는 수준의 유사게임이라 어쩔수는 없는것 같습니다.
위에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소리도 가챠겜들 대부분의 공통적인 문제기도 하구요.
그래도 저는 이 게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버리기가 힘든게...
우리 형태형이 만들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애정이 가며,
형태형과 꾸엠님, 혈라님, 지그님 등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말 예쁜 캐릭터들,
빠삐놈으로 일세를 풍미한 EsTi님의 음악,
(에스티님 게임 음악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요즘 스타일이면서도 90년대 게임 감성을 연상케하는 느낌이라 정말 좋아합니다.
요즘은 아이돌 프로듀싱으로 바쁘신거 같은데, 해외 활동도 많이 하셔서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조금 유치하기는 해도 그래도 파고 들자면 얼마든지 팔수 있는 스토리 등,
다른 게임과는 확실히 우위에 있는 요소들도 많이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어릴때 이런 게임을 해본적이 있네요.
창세기전 시리즈라고..
게임 자체보다는 음악과 캐릭터 일러스트, 스토리를 즐겼던 그 시간이 데자부처럼 다가오는 걸 보니 거참..기분이 싱숭생숭합니다.
창세기전도 오리지날 서풍이랑 형태형이 작업한 3시절을 제일 좋아했고 그 게임들의 장점과 문제점도 데차랑 참 비슷했었으니, 운명의 데스티니 (차일드)일려나요.
아무튼 제 처음이자 마지막 가챠 게임에 대한 감상은 저렇습니다.
이 게임 관짝에 들어가는건 끝까지 다볼거고, 그 후로는 가챠게임은 쳐다도 안볼생각입니다.
난삽한 글 봐주셔셔 감사하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