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스타2 끝장전이 2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11연전 기권없음, 콜드없음 이라는 초 하드코어 룰이 적용된, 그야말로 콜로세움의 싸움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스2 컨텐츠에 목말라있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끝에 단비같은 컨텐츠입니다.
이번주에 있었던 2주차 경기에서는
프로들 사이에서 도무지 나올수 없다고 생각했던 11:0 이라는 셧아웃 스코어가 나오면서
이신형의 무시무시함이 부각되며 화제를 만들고 점점 더 확장, 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것은 1주차 2경기 이신형 대 김준호 의 11연 경기들입니다.
VIDEO (런타임 2:35:41 부터 시작됩니다.)
이신형 : 김준호
스코어 1:4 -> 1:5 -> 5:5 -> 6:5 라는 믿기 힘든 역전이 나왔는데요.
약한 멘탈과 단조로운 빌드가 약점으로 지적되던 이신형이 군단의 심장 마지막 시즌때 보여준 것 이상의
극강의 단단함을 보여주며, 불리한 상황에서 끝내 역전해내는 모습.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도 끝난줄 모르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는 김준호 선수의 모습.
세심하던 피지컬이 경기수가 진행될때마다 독해지고 집요해지는 모습.
프로리그는 없어지고, 팀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스2의 활로를 찾기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중계진들의 모습.
저에게 큰 감동을 준 선수들과 중계진들의 모습은 한 단어로 정의내리자면 [투혼] 입니다.
승.
제가 느끼는 E-SPORTS 최고의 매력포인트는 바로 [고작 게임] 을 [감동] 으로 만드는 선수들의 [투혼] 입니다.
임요환의 시그니쳐 무브인 드랍쉽과 마린 컨트롤은 그야말로 지기 싫어서 죽자고 물어뜯는
임요환의 승부근성과 투혼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것이기에 저는 오랫동안 임요환의 팬이었습니다.
천재, 토네이도 라는 별명으로 유명하지만, 끝끝내 버티면서 역전을 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다가 우주관광 자주갔던 이윤열,
토스가 가장 암울하던 시절이었기에 가장 밝게 빛났던 박정석의 팬이었습니다.
이제동의 눈빛, 집요하기 그지 없던 박용욱의 그것. 이제는 없지만 그래도 그들이 저에게 준 투지는 아직도 저에게는
큰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깟 게임을 위해서, 그것도 고작 단 한 게임, 길어야 네다섯 게임을 위해서,
날을 지새며 준비하던 모든 선수들의 그것.
그것은 종족과 응원하는 선수이건 아니건, 종목이 무엇이건 공통적으로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취향과 맞지 않아 롤을 플레이 하지 않아서 롤챔스등의 대회를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 처럼,
스타2와 취향이 맞지 않아 스타2의 경기를 봐도 별 재미와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스타1 시절때 느꼈던 감동과 재미와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하기에
충분히 다른 종목이라 하더라도 E-Sports에 열광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할수있습니다.
아무렴 롤이든 스파든 철권이든 스타든 뭔 상관이겠습니까.
게임 한 판에 열정과 정렬을 다 쏟아붓는 게이머들의 열정과 투혼은
표현하는 모습만 다를뿐 본질은 똑같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금 말씀드립니다.
E-Sports의 최고매력은 [고작 게임] 을 [감동] 으로 바꾸는 선수들의 [투혼] 에 있다고요.
전.
상대적으로 부유한 땅에서 시작했지만, 오리지널과는 다른 게임이기에 그 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는 못한 게임.
[드디어 올 것이 왔군] 했는데 그다지 뭐가 오지는 않은 게임..
롤이 글로벌 갓흥겜이 되버림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더욱 비교되는 스타2 판의 위축을 아쉽게만 바라봐야했던,
팬으로서 항상 아픈 손가락인 스타2 는 아직도 살아서,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하는 게임으로서의 스타2는 절대 훌륭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평균 APM 이 150~200 정도는 나와줘야 뭐라도 해볼수나 있는 피지컬 요구도와
정신줄 놓으면 순삭되어 있는 유닛들, 내가 지금 AOS를 하는건지 RTS를 하는건지 구분이 안가는 다양한 스킬들...
너무도 빠른 게임속도와 명백히 잘못된 디자인들... 아무리 팬심으로 해왔지만 공허의 유산부터는 래더 뛸 엄두도 안나더군요.
한살 한살 나이가 들면서 손까지 굳어버리니 더더욱 게임하기 힘들다고 느껴지던게 스타2 입니다.
그래도 그와 다르게 보는 게임으로서의 스타2는 많은 개선과 선수들의 노력과 함께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스타2에는 스타1의 OOO 급의 선수도 없지 않냐고, 그래서 스타2는 스타1 보다 오히려 수명이 짧을 거라고"
또 혹자는 말합니다.
"스타2는 이미 블리자드가 버린 자식이고, 스타2 개발진들은 지금 전부 히오스 만들기 바쁘다고"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동의할수 없습니다.
왜냐면 누차 말씀드리듯이,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열정과 투혼이 남아있는 한,
저는 얼마든지 재미있게 즐기고 또한 그 문화를 응원할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또 감동과 재미를 느낄만한 경기들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스타2는 롤보다, 스타1 보다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철저한 취향의 영역이니까요.
그러나 스타2가 롤이나 스타1 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 또한 철저한 취향의 영역이니까요.
다만, 제가 존중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존중해주길 원하는거고 그것조차 싫다면 적어도 욕만 안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
이러쿵 저러쿵 글이 두서가 없어지는게 스스로도 느껴집니다. 죄송합니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건 3가지 입니다.
1. E-Sports를 볼 때 선수들의 열정과 투혼이 있어서 감동을 받고, 좋아한다.
2. 최근 이러한 부분이 강조되는 끝장전이 시작되어 너무 기쁘고 재미있다.
3. 스타2는 다른 게임과 종목만 다를 뿐, 못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그냥 다른 게임 이다.
정도 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감사 입니다.
끝장전 컨텐츠를 만들어준 박상현, 황영재, 박진영 세 중계진 분들과
하루에 최소 11, 최대 22게임이라는 살인적인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으면서도
매 경기 마다 절정의 경기력과 정신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사실 저 보고 그냥 래더만 11연겜 뛰라고 해도 몇판 지면 멘탈나가서 못할거 같습니다.)
다시 저에게 감동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재미있게 잘 보고있습니다.
응원하고 있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