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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7/09 23:01:21
Name Jace Beleren
Subject [기타] 특별한 세이브 시스템을 가진 비디오 게임들.



★. 드래곤 나이트 4 - 당신의 모험을 기록하고 싶은데요.

  


- 고전 RPG에서 캐주얼과 하드코어를 가르는 다양한 기준 중 하나로, 동료가 죽었을때 그대로 게임에서 이탈하여 없는 존재가 되느냐, 아니면 단순 기절한것으로 처리하느냐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같은 SRPG여도 슈퍼로봇대전 같은 경우는 극부의 경우를 제외하면 로봇이 터져도 파일럿이 죽어 아예 이탈하는 경우는 없고, 수리비만 내면 다음 스테이지에 다시 사용 가능하죠. 반면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의 경우 스토리 진행상 필수 인물이 아니면 전장에서 죽으면 실제로도 죽어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고, 필수 인물이 죽으면 어찌할 방도 없이 순순히 게임 오버를 당해야만 합니다.

엘프의 드래곤 나이트 4는 애초에 성인 지향 게임 제작사의 게임이고, 따라서 순수하게 하드코어 RPG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지만, 어찌되었건 동료의 죽음에 있어서만큼은 후자의 방식을 채용한 게임입니다. 동료가 전투맵에서 죽으면 그냥 그 순간 사망 처리되어서 영구 파티 이탈이며, DND 시리즈처럼 500골드 내고 신전에서 부활 그런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 세이브 방식이 조금 특이합니다. 저 위에 로이든이라는척 글 쓰는거 좋아하게 생긴 친구는 주인공의 모험을 기록해서 출판하기 위해 같이 동행하고 마물과 맞서 싸우는 동료입니다. 그리고 설정상 저 로이든이 책에 기록하는 행위가 바로 보통 게임에서 말하는 '세이브 한다' 라는 행위가 되며, 그가 남긴 모험 기록이 곧 세이브 데이터가 됩니다.

이 시스템이 위의 동료가 불사가 아니라는 점과 만나면서 재밌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로이든이라는 친구, 딱봐도 싸움 못하게 생겼잖아요. 그런데 전투에서 죽으면 위의 이유 때문에 다시는 마을에 나타나지 않으며, 이후로는 세이브를 아예 못합니다. 모종의 이유 결코 볼륨이 적은편이 아니며, 의외로 소소한 갈림길 분기가 많이 존재하는 드래곤 나이트 4에선 이는 굉장히 치명적인 일이죠. 비행 유닛이 나와서 애지중지 하며 애껴주며 전투는데도 한계가 있는 드래곤 나이트4의 전투 특성상, 결국 로이든이 전투맵에 나오는 일은 어지간히 담대한 사람을 주인으로 맞지 않는한 극히 드문일이었습니다.

결국 개정판에서는 이 점이 수정되어 마을마다 세이브 포인트가 생겼고, 로이든은 준 실업자 신세가 됩니다. 문과 취업의 답은 공무원뿐이야 이 친구야! 너의 소설가의 길은 틀렸어! 


. Ori and Blind Forest - 세상에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힘은 없다.


- 보통 우리 플레이어들이 재밌게 게임을 하다말고 세이브 창을 여는 이유를 크게 분류해보면, 다음 세가지입니다.

(1). 당장 게임을 중단하고 나중에 이어서 하고 싶을때
(2). 특정 선택을 앞두고 분기점으로 돌아오기 위해
(3). 한정 자원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특정 구간을 돌파하기 위해

보통의 게임은 1, 2, 3을 모두 만족하는 세이브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업계 표준이죠. 갈림길 앞에서는 여러 선택도 해보고, 빡센거 같은 구간은 리트라이도 몇번 해보고, 힘들면 쉬었다 나중에 그 부분부터 다시 하고

허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호흡이 긴 타입의 로그 라이크의 경우, 유저들이 게임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세이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지만, 2, 3까지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게임성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합니다. 식별 안된 포션이 있어도 그걸 먹어보고 로드할 수 있다면 식별 시스템은 아무런 소용이 없어지겠죠.  그래서 '중단 세이브 방식'을 사용해서 2와 3을 막고 오직 1의 경우에만 게임을 저장할 수 있게 만들어 놓는등의 방법을 사용하며, 이것이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제한적 세이브 방식중 가장 흔히 보는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Ori and blind forest는 좀 다릅니다. 이 게임에선 특이하게도 안정적인 상태에서 에너지를 일정 부분 소모해서 세이브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에너지는 게임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이런 저런 특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데, 그 말인 즉 잦은 세이브를 하게 되면 과도한 자원 소모로 오히려 게임을 원활히 진행하는데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죠. 즉 위의 분류에서 1, 2는 만족시켜주지만, 3만은 자유롭지 못하게 제한하는 매우 독특한 세이브 시스템이 되겠습니다.

RPG 게임을 하고 있는 당신은 던전의 최종층에 도달했습니다, 돌아갈 길과 회복 아이템이 없는데 보스전을 위해 적어도 250의 마나는 보유해야 승산이 보이는 상황입니다. 이럴때 자유 세이브 방식의 경우 잡몹과의 전투에서 최대한 적은 마나를 소모하기 위해 한번 전투하고 세이브하고 한번 전투하고 세이브하고 전투 망하면 로드하고... 이렇게 쉽게 마나를 보존해서 보스를 알테마-퀵, 알테마-알테마, 알테마-알테마로 순살해 던전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죠.

그러나 Ori and blind forest처럼 세이브가 마나를 소모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실시간 기반 게임 뺨치는 긴장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장에 30마나를 소모하는데 지금 내가 미래를 위해 저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자체가 고민이 될테니까요. Ori 자체는 RPG 요소가 있긴 하지만 액션 게임에 가까운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게임의 저장 방식은 RPG 게임에 적용해도 굉장히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한적 세이브 방식에 비해서는 느슨하지만, 마냥 풀어주지는 않고 적당한 승부욕을 자극하니까요.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에서 가장 강한 마법은 이오나즌이나 메테오, 알테마가 아니라 바로 '로드' 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게임 중 데이터 로드에 마나 소모값을 부여해야 한다면 그 적절값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 적어도 0은 아니지 않을까요. 


★. 황금의 태양 시리즈 - 잃어버린 시대를 되찾기 위한 부활의 주문.



- 데이터 세이브 방식이 생기기 이전의 고전 게임들은 게임의 진행 정도를 저장하기 위해 패스워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기억을 돌이켜보면, 고전적인 패스워드식의 저장 방식을 채용한 게임중에서도 패스워드가 길고 복잡한 게임이 있었고, 짧고 쉬운 게임이 있었는데, 그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걸까요? 그것은 바로 저장해야 하는 변수의 갯수가 얼마나 많은지, 그 상태값이 얼마나 복잡한지입니다.

클래식 록맨의 경우 시리즈별로 세세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저장하는 정보는 다음의 것들뿐입니다.

- 특정 스테이지의 클리어 여부 
- 특정 특수무기 / 아이템 입수 여부 (E캔, 러쉬 제트 등)
- 특정 이벤트 플래그 성립 여부 (블루스, 슈퍼 록맨 등)

즉 넉넉히 잡아 와일리 스테이지까지 16 보스 정도에 특수 아이템 4개라고 쳐도 경우의 수는 2^20을 벗어나지 못하죠. 따라서 록맨 시리즈는


1. 5X5 타입 2진법 방식 (2^25)

2. 6X6 타입 3진법 방식 (3^36)  

3. 4X3 타일 10진법 방식 (10^12) 

등의 저장량은 많지 않아도 기록하기는 결코 어렵지 않은, 예의 마방진 모양의 패스워드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실은 록맨에도 저장해야 할 수 있는 변수는 저것보다는 많이 존재합니다. 모든 시리즈에 적용되는 예를 들자면 '보유 잔여 라이프' 같은 수치가 있겠네요. 록맨의 잔여 라이프는 최소 0개에서 최대 9개로 만약 이를 패스워드로 저장할 경우 무려 전체 경우의 수를 10배로 늘리게 되는데, (10진법의 경우에도 1칸이 필요합니다) 목숨이 별로 중요한 정보가 아님을 고려하면 이는 굉장히 비효율적이죠.

그래서 캡콤은 보유 잔여 라이프의 수는 패스워드 출력시 아예 저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냥 모든 데이터를 기본 목숨 갯수 2~3개로 고정하는데, 록맨이 컨티뉴가 자유로워 (애초에 패스워드 방식이라는거 자체가 자유로운 컨티뉴를 의미하죠. 이게 없는 록맨 1은 그래서 지옥인거구요.) 잔여기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게임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똑똑하고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만일 저렇게 단순화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정말 자잘한 정보까지 다 저장하게 되면 암호는 어떻게 될까요? 그것도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크로노 트리거 같은 한편의 서사시 레벨의 깊고 방대한 이야기와 그 만큼이나 정말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데이터를 담고 있는 게임의 진행 정도를 패스워드로 저장한다면? 얼마나 길고 복잡한 암호가 필요할까요?

이제는 예전처럼 잘 증발하지도 않는 안정적인 세이브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 발명되었기 때문에,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알 필요도 없구요. 

그러나 역시 세상은 요지경이고, 그 답은 아무도 예상 못한 이유로 인해 우리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 답을 비추는 거울은 바로 GBA 명작 RPG 시리즈인 황금의 태양입니다.

황금의 태양같은 경우 요즘은 안되는 게임이 없는 '후속적으로의 세이브 데이터 연계'를 애초에 개발 단계부터 상정해서 디자인된 게임입니다. 그러나 개발진들은 작품을 제작하며 한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애초에 GBA는 그런걸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콘솔이 아니었다는점이죠.

그렇다고 세이브 데이터 연계만을 위해 돌려라 와리오처럼 부가 장치를 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적외선 통신은 활성화도 많이 되어있지 않았고 게임기 자체가 두개가 필요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었죠.

그러나 황금의 태양의 제작진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데이터 연계를 해야겠다. 세이브 파일을 GBA에 저장해서 연동할 수 없다면? 유저들이 직접 패스워드를 써서 연동하게 만들자! 까짓거 하면 되지! 파워프로군 포켓 시리즈에서도 선수 정보 패스워드로 저장하는데!'

그리고 그러한 발칙하지만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발상의 결과물인 마법의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vejFQ &vuc#
EJ?hJ w&MGK
BzAHF AnTjr
H?9+R %8LTZ
c7ZPY 75YCq
iA7Rx XNAdc
WyG2A mw+r?
rs!YC rxMm+
WApeC h6ych
GA$3m %8J2Y
q$L!m 8vEEx
Teb&t bc6h%
T9t6Z yUX%V
6WSFT D3FDR
pn2uL YG=P4
=6hj+ 8mAu3
FkwzK qRLuB
B4AUz BEY&R
GK5AL P9Rf3
bKZvY iPZ4f
pU69t Yad&e
G$z9r jn+dU
qtDiu xHny9
?c6UP !x=C?
X#EH4 uSc74
DPScH REgC3

[64^260]의 경우의 수. 대소문자 특문자 포함해서 64개의 표현자를 사용하는 260 길이의 문자열.  이것이 로빈, 제럴드, 아이반, 메아리의 서사시가 잊혀지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마법의 주문의 길이입니다. 저 낭만적일만큼 거대한 숫자가 증명하듯, 우리의 모험은 역시나 위대하고 장엄한것이었습니다. 



. 젤다의 전설 - 무쥬라의 가면 / ★. 풍래의 시렌 시리즈 -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잃을것인가?

- 젤다의 전설과 풍래의 시렌은 둘다 히트한 탑뷰식 일본산 액션 RPG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만, 세부적인 게임 내용은 상당히 많이 다릅니다. 좀 그럴싸하게 표현하자면 전자는 캐주얼한 게임중에 가장 하드코어한 축에 들고, 후자는 하드코어한 게임중에서 가장 캐주얼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 일견 비슷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두 게임은 저장 방식마저 묘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위 언급한 황금의 태양이 가능한한 모든 정보를 남기기 위해 아득바득 했던것은 잊어주세요.  무쥬라의 가면과 풍래의 시렌에서 게임을 세이브할때, 여러분이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모든것을 다 기억 할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를 가지고 가기 위해서, 여러분은 매번 다른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야만 합니다. 



- ☆ 시간의 노래 -

무쥬라의 가면은 3일뒤면 멸망하는 세계를 구원하기 위한 젤다링크의 모험을 담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무쥬라의 가면에서 링크는 시간의 노래를 불러 오직 그 멸망 기한 3일 중 첫 날의 시점으로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 게임의 유일한 세이브 시점이며, 시간의 노래는 마찬가지로 이 게임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무언가 놓친 점이 있거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다시 이때로 돌아가는것만이 유일하게 잘못된것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링크가 오카리나로 부는 시간의 노래는 말 그대로 시간을 돌리는 주문. 이 과정에서 링크는 모든 소모품, 서브 이벤트, 던전 진행도, 소지금을 모두 잃어버립니다. 당연하죠. 시간을 되돌렸으니까요. 세계를 멸망 시키려 떨어지는 달은 그 긴 여정을 되돌아가 다시 3일 전 먼 곳으로 돌아갔는데, 폭탄과 돈은 그대로라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게임은 게임이고, 이 게임에서도 그 되돌리는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링크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몇가지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링크의 몸의 일부로 여겨지는 장비품들,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면, 그리고 마을 은행에 돈을 맡겼다는 증거품인 몸에 찍은 도장이 그것이죠. 

소중한것은 최대한 가까운곳에 두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꼭 하고 붙잡아 몸에 지니고 있는것입니다. 무쥬라의 가면에서 얻은 이 믿음은 절대적인것일까요?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 ☆ 풍래의 시렌 시리즈 -

내 몸뚱아리에 붙은것만 빼고는 다 사라지는 무쥬라의 가면과 반대로, 풍래의 시렌에서는 내 몸뚱아리에 지니고 있는것이 전부다 사라집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장비, 돈 (돈은 두 게임에서 다 없어지는군요. 용사 30이 맞아요. 시간의 여신은 배금주의자에요.), 그리고 심지어 레벨까지! 내가 마지막에 있던 마을 위치까지!!! 싸그리 싹싹 없어집니다. 단지 빈털털이가 된 레벨 1 허섭스레기 모험가만이 스타팅 포인트에 처량하게 서있을뿐이죠.

이 게임에서 저장시 남는거라고는 단 하나, 주요 메인 이벤트의 저장 상황 (스토리상 죽은놈이 살아나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창고에 넣어둔 물건 뿐이죠. 내 몸에 지닌 장도칼은 어디로 간지 없어졌는지 몰라도, 창고에 넣어둔 두루마리, 항아리는 10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물론 시리즈에 따라서는 항아리 내용물은 썩는 게임도 있습니다만... 방부제는 참 위대한 발명품이에요.)

그래서 풍래의 시렌에서는 역설적으로 소중하고 중요한 장비는 반드시 창고에 넣어둬야 합니다. 최강 장비는 고이 창고에 벗어둔채 두번째로 좋은 장비만으로 던전을 애써 고생하가며 돌고 있다 보면 언제 올지 모르는 여자친구 면회날을 위해 A급 군복을 아끼고 아끼던 옛 추억이 떠올라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합니다. 한 게임에선 소중한걸 붙들고 있어야 하고, 한 게임에서는 창고에 쳐박아두어야 한다니, 이 얼마나 훌륭한 안티테제입니까.

결과적으로 이 두 작품의 제한적인 저장 시스템은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데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합니다. 무쥬라의 가면 리메이크판에서 간편 저장이 추가되었지만 별로 반응이 좋지 않았고, (물론 그 시스템을 떠나 리메이크 작 자체 반응이 안 좋기도 합니다만) 풍래의 시렌도 레벨 리셋을 폐기했다가 반발이 심해 한 시리즈만에 다시 바로 구 시스템으로 돌아온걸 보면, 이 두 게임의 시스템은 불편을 넘어선 가치를 담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죠.

이별이 있기에 만남이 아름답고, 언젠가 우리가 떠날것을 알기에 현재의 삶에 충실해지듯이...


. 원샷 - 유일하게 돌이킬 수 없는 한가지에 대하여



- 아마도 많은분들이 이 글의 마지막을 장식할 게임으로 언더테일을 예상하셨을테지만, 언더테일의 세이브 시스템의 경우 사실 핵심적인 스포를 피하고 언급할 방법이 없습니다. 반면에 원샷의 경우 위에 소개한 제작진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그리고 게임의 얼굴이나 다름 없는 제목에서 이미 이 게임의 정체성과 주제의식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죠. 그래서 '참신한 세이브 시스템을 달리는 게임의 최전방 공격수들'의 대표 얼굴 마담의 자리는 원샷이 차지합니다.

원샷은 어드벤쳐 게임임을 고려해도 굉장히 제한된 세이브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저장 방식은 게임중에서 이동하게 되는 세계당 단 하나만 존재하는 침대에서만 가능합니다. 언뜻보면 그냥 더럽게 불편한 세이브 방식 옛날 게임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다이카타나가 왜 욕을 먹었나요? 저장이 어려워서 그런거 아닙니까?

그러나 원샷의 경우 그러한 저장 방식은 표면적인것뿐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다른 많은 방식을 통해 당신의 선택이 게임에 영향을 주며, 그 정보가 당신도 모르게 차곡 차곡 기록되어 갑니다. 나도 모르게 데이터를 세이브하고 있는 셈이죠. 그것도 덮어씌워가면서! 자고로 덮어쓰기 버튼 누르기 전에는 10번의 고민도 아깝지 않다고 하였거늘,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에요. 

이러한 방식은 몰입감에서 그 어떤 자연스러우려고 애 쓴 세이브 시스템을 사용한 게임과 비교해도 비교를 불허할만큼의 메리트를 갖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해보시면 압니다.

더 디비전은 쫄딱 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디비전 스타일의 조금은 불편해도 현실과 거의 위화감이 없는 친환경적 UI는 업계 표준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세이브 시스템도 마찬가지에요. 어떻게든 최대한 게임적인 문법을 줄이고, 위화감 없는 방식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는 제작사들이 많고,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개중 가장 혁신적인 내용의 작품들이 이러한 버추얼 리얼리티? 얼터너티브?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Execution이 도화선이 되어, 원샷, 당신과 그녀와 그녀의 사랑 (매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성인용 게임입니다 잔인하고 무섭고 야한거 면역력 없으신분은 검색하지 마세요. 저도 해보진 않았지만 게임 플레이 블로그만 보고도 찝찝합니다.) 등을 거쳐 다듬어지더니, 마침내 언더테일을 통해 완성되었죠.
 
Consequences may be permanent.

원샷의 제작자가 유저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끝으로 글을 맺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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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t. Hammer
16/07/09 23:07
수정 아이콘
정성 가득한 글이네요.
추천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Sgt. Hammer
16/07/09 23:08
수정 아이콘
황금의 태양은 GBA 시대를 관통하는 희대의 명작 시리즈였음에도, NDS에서 후속작을 말아먹으면서 안타깝게 명맥이 끊겨버렸죠.
GBA 첫 오리지널 RPG가 이런 식으로 잊혀지다니 ㅠㅠ
Jace Beleren
16/07/10 00:38
수정 아이콘
전세계적으로 폰겜이 흥하고 휴대용 시장이 망하면서 JRPG가 슬슬 종언을 맞이하는 분위기라는걸 생각하면 좀 일찍 죽냐 나중에 죽냐의 차이뿐인것 같기도...
Sgt. Hammer
16/07/10 00:41
수정 아이콘
죽을 때 죽더라도 멋있게 죽어야죠.
NDS판 칠흑의 새벽은 그냥... 똥칠하다 죽은 꼴입니다.
Naked Star
16/07/09 23:20
수정 아이콘
황금의 태양 패스워드 진짜 현기증 나네요 덜덜
Jace Beleren
16/07/09 23:31
수정 아이콘
사실 직접 플레이해서 패스워드를 추출해보면 저것보다는 짧게 나올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물론 그렇게 짧은 버전도 다른 거의 모든 비디오 게임보다는 깁니다만) 저 패스워드는 게임에 나오는 거의 모든 요소를 다 해금하고 아이템 슬롯도 꽉꽉 채운 경우에 나오는 골-든 패스워드입니다. 스타1로 치면 이승훈 대 안기효 리플레이랄까요..
16/07/10 00:2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름답고큽니다
16/07/10 00:49
수정 아이콘
근래 어디선가 본 인디 게임 중에서는 죽으면 이어하기는 가능하지만 뒤에 I, V 등이 붙어서 기존 캐릭터의 후손이라는 느낌으로 설정해놓은 것을 보고 참신하다고 느꼈는데, 정말 세이브 방식이 다양하네요.
Jace Beleren
16/07/10 00:52
수정 아이콘
말씀해주인 게임은 로그 레거시인것 같아요. 그 게임은 말씀해주신대로 죽고 이어할때 후손이 선대를 대체하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냥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캐릭 특성도 바뀝니다. 그래서 후손중에 제일 특성 좋은 놈으로 진행해야 되는데 가끔 자식들이 죄다 모지리 호구인 경우가 있죠.
아름답고큽니다
16/07/10 00:58
수정 아이콘
아 그랬었군요. 제가 직접 플레이한게 아니라 어떤 PD가 하는걸 봐서 제대로 몰랐습니다.
톰슨가젤연탄구이
16/07/10 00:56
수정 아이콘
아마란스 3D에서 세이브 로드가 주문이고, 주인공 사망시 무의식적으로 로드 주문을 쓴다는 설정이었는데 그것때문에 세이브 찾는다고 삽 푼게 기억나네요..
Jace Beleren
16/07/10 01:02
수정 아이콘
아마란스 시리즈가 게임 내외적으로 참 골때리는 점이 많죠. 3D에선 역시 불쌍한 드라헨이 크크

http://m.dcinside.com/view.php?id=game_classic&no=3167748&exception_mode=recommend
16/07/10 01:45
수정 아이콘
전 여탕잠입 성공했을때 기억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잠입하고나서 나중에 알았는데 그거 저 말고 아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
16/07/10 00:57
수정 아이콘
니트로플러스가 참 도전적인데다 다른 미연시회사와는 다른 궤도를 걷는 편이라고는 해도 설마 저런식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죠...
오카리나
16/07/10 00:5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충달
16/07/10 02:25
수정 아이콘
우아 진짜 잘 읽었습니다. 세이브 포인트라는게 이렇게 독창적일 수도 있군요. 요즘에는 아예 세이브 개념이 없이 그 자리에서 종료하거나 해당 챕터를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세이브 포인트 안 찾아도 되고, 세상 참 좋아졌다고만 생각했는데, 여기에도 나름의 로망이 있었네요.
16/07/10 02:39
수정 아이콘
초딩때 캡틴쯔바사 게임을 좋아했었는데 패스워드 적는게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일어를 거의 그리듯이 적어놓곤 했는데.. 잃어버리거나 한 두자 잘못적는 순간부터 헬게이트가...
귀연태연
16/07/10 04:21
수정 아이콘
추천드립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언더테일,원샷 안해봤는데 이 글을 보고나니 해보고 싶어지네요.
귀연태연
16/07/10 04:59
수정 아이콘
원샷 스팀에서 구매하려고 하니 아직 출시가 안되었다고 뜨네요? 언제쯤 출시되는지 알수 있나요?
Jace Beleren
16/07/10 08:09
수정 아이콘
In july 라고 하네요~!
푸른음속
16/07/10 05:41
수정 아이콘
이런글은 선추 후 감상이죠!
뮤주라의 가면 글에서 과거추억이 떠올라 감상에 젖었었네요. 요즘 게임은 저런 낭만이 없는 것 같아요. 진짜 세이브시스템 멋있었는데..
아리아
16/07/10 06:39
수정 아이콘
저는 이게 생각나네요
옛날 콘솔게임인데
세이브하고나서 일주일뒤에 들어가면 주인공이
굶어서 죽어있는 게임이었어요
총게임인데 난이도가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Jace Beleren
16/07/10 08:40
수정 아이콘
간만에 로딩하면 캐릭터가 죽어 있는건 서바이벌형 게임에서는 드문일은 아닌데 옛날 콘솔 게임이라니 짐작이 가능 게임이 잘 없네요. 어떤 콘솔인지는 기억 못하시죠? ㅜㅜ
다혜헤헿
16/07/10 09:32
수정 아이콘
제가 한 것 중에 세이브가 특이한 것이라 꼽으면
뮤주라의 가면과 페르시아의 왕자1이네요
드래곤 나이트는 캐릭터가 죽으면 세이브가 안 된다니 이 뭔 참신함인가요 크크크
애기찌와
16/07/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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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페르시아의왕자1이 세이브라는게 존재했나요?? 헉헉!!
다혜헤헿
16/07/1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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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 말고 시간의 모래 말한것이었습니다. 하핫
동전산거
16/07/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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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젤다를 예상하며 들어왔는데 역시나...
16/07/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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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게로 가버렷!
원샷은 처음 받아두고 세이브 한 번 하고 진행을 못 하고 있네요... 아 해야 하는데...
YORDLE ONE
16/07/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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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흐흐 좋은글 잘봤습니다
16/07/1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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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는 글이에요!
16/07/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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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게임을 해보신겁니까 덜덜
16/07/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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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테일 생각이 나네요 크크
세이브 로드를 인식하는 캐릭터들이 있죠
탈리스만
16/07/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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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6/07/1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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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갤러시니까 아바돈이 한번쯤 언급되지 않을까 했는데...
잘 읽었습니다.
첸 스톰스타우트
16/07/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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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본건 하나도 없는데 은혼에서 패러디로 나온것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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