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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11 23:50:32
Name 스펙터
Subject [기타] '옛날부터 있었던' 게임에 대한 시선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안좋게 봅니다. 청소년들의 중독 물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바둑에 관해서는 좋게 봅니다. 청소년들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둑은 게임입니다. 사전에 나와 있는 게임의 정의는 '규칙을 정해 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입니다.

스타나 바둑이나 규칙을 정해놓고 하는 플레이지요. 바둑은 검은 돌, 흑 돌 스타는 테란, 프로토스, 저그...

인간은 예로부터 전쟁의 상황을 네모판 위에 담고 싶어 했기에 옛날엔 바둑판으로, 지금은 스타의 미니맵으로 표현했습니다.

애초에 게임이라는 같은 분류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게임이라고 하면 게임은 무조건 움직이는 그림이 있는 컴퓨터 게임을 말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안좋게 말하다보니

네이버 e스포츠 뉴스 댓글란에 들어가면 '엄마! 나 스포츠 하게 천원만요' 같은 류 같은 조롱조의 댓글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바둑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둑이 지금 시대에 나왔고 스타크래프트가 옛날 시대에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미생의 장그래가 바둑 연습생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연습생이었다면 어떠하였을까요.




저는 이걸 새로운 물건이 나왔으면 그걸 안좋게 보는 인간의 습성(?)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게임이라는 문화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인간이 있었을 때부터 있었던 문화입니다.

단지 인간은 20세기, 21세기에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그림'을 발명했고 그것을 게임에 이용했을 뿐인데

어쩌면 사람들이 진짜 싫어하는 것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그림'이 아닐까요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새로운 것이고 게임은 그 뒤에 업혀서 까이고 있는 중 아닐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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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잇밀크러버
16/02/12 00:25
수정 아이콘
바둑은 이미지가 꽤 좋은 게임이죠. 역사가 깊고 왕들도 즐긴 고급 취미였습니다.
한 턴 한 턴 생각해야하는 깊이도 상당하며 처음 바둑을 배울 때는 정갈한 자세로 바둑을 두게 하기 때문에
바둑은 사고력과 인내심을 기르고 예의를 익히게 된다라고 여겨져 한 때 바둑 학원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응씨배 대회 우승으로 국위선양했다며 국가 주도로 카퍼레이드까지 했었고
지금도 상금이 상당하기 때문에 어르신들께는 인식이 좋을 수 밖에 없죠.
아직도 컴퓨터가 인간 최강자를 못 이긴 종목이구요.(이건 곧 뒤집어 질 수도 있지만...)

게임은 시대가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서 천대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간만 죽인다고 TV가 바보상자라고 불리면서 까였던 것의 연장선같기도 합니다.
루키즈
16/02/12 00:35
수정 아이콘
헤드셋 쓰고 부스로 들어간 MB가.....
16/02/12 00:44
수정 아이콘
궁금한게 있는데 바둑도 스타처럼 지면 화가 나나요..? 바둑은 둬본적이 없어서 근데 한판이 길고 텀이 느리다 보니까 화가 안날것 같기도 하고..
원추리
16/02/12 00:49
수정 아이콘
겁나게 많이 납니다.
소독용 에탄올
16/02/12 00:56
수정 아이콘
한판이 길고 텀이 느리다는건 '더 많은 자원을 투하'한 상태에서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얼마든지 화가 날 수 있지요.

지극한 어르신들이 바둑판 마주보고 투닥대다 싸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AOS하는 사람들만 패드립(...)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도 다른 방향이지만 일종의 패드립을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자식 안부를 물어오시는 종류의 방향성 차이가 있습니다....)
Frezzato
16/02/12 04:33
수정 아이콘
읔크크 자식안부라니
yangjyess
16/02/12 14:08
수정 아이콘
자식 안부 크크킄
아마존장인
16/02/12 18:2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16/02/12 09:56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역시 지는건 분한일인가봐요 크크 다들 답변 감사합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6/02/12 15:43
수정 아이콘
탑골공원가면 나이 지긋한 할아버님이 바둑판을 뒤엎으며 자식 안부를 묻는 경우가 그리 많다고...
공실이
16/02/12 21:57
수정 아이콘
예로부터 '밥먹는 개랑 바둑 진 사람은 건들지 말라' 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열혈둥이
16/02/12 01:04
수정 아이콘
그래픽이 붙어있어서 어느정도 재미가 눈에 보이기 때문인게 큰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즉 재미의 직관성이라는 거죠
뭐 싫어하는 이유야 각양각색일텐데
내자식이 공부안하고 내남친이 나랑 안놀아주는
이유가 흑백돌을 가지고 노는 왠지 어려워보이는 바둑이면 뭔가 고상해보이는데 딱봐도 직관적으로 재미있어보이는 게임을 하면 딱 봐도 저 재미있는거 때문에 본분에 소홀하구나 라고 느낄테니까요.

그런의미에서 예전에 청소년보호법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졌던 만화학살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봐요.

당시에 무협지의 탈을 쓴 온갖 불온 야설들이 판을 쳤으나 어르신들이 알게 뭐에요.
우리애가 오렌지블루스를 보고 일진이됐어요 빼애액!! 하면 부모들은 믿거든요. 그림을 보면 애들이 쌈질하게 생겼으니까.
결국 만화가 표적이되서 탄압당한건 그만큼 재미나 내용이 직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이였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직관적인것은 참 좋지만 그로인해 까이기도 쉽다? 정도의 결론이겠네요 흐흐
천지인
16/02/12 02:14
수정 아이콘
바둑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모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고, 그를 위해 바둑협회와 동호인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둑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만 보더라도 바둑에 대한 시선은 애초부터 결코 호의적이진 않았습니다. 공자님의 말씀은 '백수보단 폐인이 그나마 낫다' 정도의 뉘앙스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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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 관심이 많은 팬은 공자께서 '할 일 없으면 바둑이나 두라'고 하신 말씀을 아마 기억하고 계실 줄도 모르겠다. 그렇다. 바로 그 말이 바둑을 직접 언급한 가장 오래된 문헌상의 기록이다.

원문 論語 양화(陽貨)편 "子曰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者乎? 爲之猶賢乎己"
해석 : "진종일 처먹기만 하고 아무것도 뜻이 없는 인간은 할 수가 없다. 바둑이나 장기같은 것도 있지 않느냐? 그런 것을 하는 것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단 말이다."
- 바둑의 발견(문용직 著) 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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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기록을 보더라도 바둑이나 장기 등의 놀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지체높은 인사들 중에도 바둑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여럿 있긴 하였으나, 바둑은 어디까지나 잡기의 일종이었으며, 양반이 가까이할 만한 품위있는 취미로 대접받진 못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공자님은 '멍하니 있을 바엔 차라리 게임이나 하라'고 하신데 비해, 정조께선 '게임할 바엔 차라리 잠이나 자라'고 하신 걸 보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취급이 박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관찬서적인 동국여지승람에 '양반 자제에겐 공부만 허락하고 게임은 못 하게 막는다'고 대놓고 적혀있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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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istory21.egloos.com/v/2899728

"바둑은 죄의 괴수가 된다. 모든 놀음이 어찌 이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랴. 놀음을 물리치려면 먼저 바둑부터 물리쳐야 한다. 사업을 폐지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바둑판의 길을 다투면서 시끄럽게 떠드니 맑은 풍치를 보기도 전에 먼저 바둑의 노예가 된다."
- 이덕무

"주서(注書)들이 요즘 대계(臺啓)가 없기 때문에 쌍륙(雙陸) 놀이를 한다고들 하는데, 그것이 비록 일이 없어서 한 것이겠지만 300년 고풍을 지닌 정원(政院)의 당후(堂后)에서는 감히 잡기를 설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난날 정원에 바둑판을 두고 승지들이 더러 바둑을 두기도 하였는데 식자들의 지탄을 받아 마침내 없앴다. 당후라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바둑을 두는 것도 오히려 불가한데, 하물며 쌍륙 놀이임에랴. 일이 없다면 책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며 잠을 자는 것도 무방할 것이니, 어떻게 고풍을 무너뜨릴 수 있겠는가."
- 정조

"조상 때부터 일찍이 문무(文武)의 벼슬을 겸한 사람을 양반이라 한다. 양반의 자제에게는 다만 글 읽기만 허락하고 기예(技藝)는 익히게 하지 않는다. 혹 소행이 착하지 못하면 나라 사람들은 모두 그를 비난한다. 심지어는 집안에 도박 기구의 소장(所藏)도 허락하지 않는다. 바둑판이나 쌍륙 따위는 민간 자제들에게도 모두 익히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 신증동국여지승람

"장기ㆍ바둑 등의 놀이는 성현(聖賢)이 경계한 것이요, 바른 선비들이 할 짓이 아니다. 천사(天使) 성헌(成憲)은 장기ㆍ바둑을 좋아하였고, 윗옷을 벗고 활을 쏘아 박잡(駁雜)하다는 비평을 면하지 못하였고, 황홍헌(黃洪憲)ㆍ왕경민(王敬民) 두 사신도 바둑ㆍ장기를 두지 않는 날이 거의 없으니 비록 집안에서라도 오히려 불가한 일인데, 하물며 외국임에랴? 공 천사(龔天使 이름은 공용경(龔用卿))는 천성이 호방(豪放)하였으나 오히려 이런 놀이를 하지 않았으니, 이는 사신의 체면을 잃지 않은 것이다."
- 권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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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해방 이후에까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바둑은) 조남철이 와도 안 돼'라는 표현이 회자될 정도로 한국 바둑사에서 절대적인 존재였던 조남철 씨가 한국기원을 설립하며 내세운 원칙이자 평생에 걸쳐 매진했던 사안은 '바둑 = 도박'이란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당대 바둑계의 최강자였던 그가 경험한 냉대는 임요환이 아침마당에서 겪은 수모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습니다. 조남철 씨 등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바둑의 위상은 현재의 게임의 위상보다 결코 높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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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국제 교류전인 대만과의 대결을 힘겹게 성사시키고 돌아온 남철은 아내로부터 충격적 한마디를 듣는다. 빨래터에서 만난 한 아낙네가 “송연이 아빠(조남철)가 도박꾼의 두목이라면서요?”하고 묻더란 것이다. 놀란 아내에게 그녀는 “다들 그러던데요 뭘, 얼마 전엔 중국까지 가서 도박을 하고 왔다던데….”하며 쐐기를 박았다. 조남철은 눈물 그렁그렁한 아내를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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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바둑이 예도(藝道)니 두뇌스포츠니 대접을 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전혀 아니올씨다”였다. 좋게 보면 한량들의 잡기요,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대표적인 도박 아이템이 바둑이었던 것이다. 한국 현대바둑의 대부인 조남철 9단이 일본에서 돌아와 바둑을 보급하던 해방 직후만 해도 조9단이 지나가면 주변에서 “저기 도박꾼 대장이 간다”고 수군거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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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바둑에 대한 과거의 인식을 살펴보면, 현재의 게임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과 매우 흡사했음을 알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롭습니다. 바둑의 이미지가 급격히 개선된 것은 수십여년에 지나지 않은 최근의 일이며, 거기에는 바둑보다 훨씬 직관적이며 자극적인 '강적' (부모님의 입장에서) 인 비디오 게임의 출현 또한 한 몫 거들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이란 이미지 역시 매우 근래에 들어서야 생겨난 것인데, 최초의 세계기전인 응씨배가 1988년 출범할 당시 대만 대표 3명, 미국 대표 1명, 호주 대표 1명이 초청받은 대회에서 한국 기사는 조훈현 한 사람만이 초청받았을 정도로 한국 바둑의 위상은 낮았습니다. 하지만 그 대회에서 조훈현이 우승을 차지하고, 이후 유창혁, 서봉수, 이창호 등이 90년대에 세계를 지배하면서 한국 내 바둑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 막대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바둑교실이 열린 것은 1983년이며,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이창호 붐과 함께 원생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하니,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게 바둑을 가르쳐도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바둑의 이미지가 좋아진 시점은 고작 30여년 전에 불과합니다. 공교롭게도 비디오 게임의 태동 및 오락실의 출현과도 일치하는 시점이죠. 끔찍한 파급력으로 자녀들을 타락시키는 마굴인 오락실을 처음 접하게 된 부모들로선 '아, 바둑 정도면 참으로 건전하고 지적인 두뇌 스포츠였구나!'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오랫동안 천박한 잡기나 노름수단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던 바둑이 고도의 지적 유희로 거듭나게 된 데에는, (관계자들의 노력은 물론) 그보다 한층 오락성이 강한 신종매체들의 등장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해, 지금의 게임보다도 더욱 자극적인 새로운 오락매체들이 등장하기 전까진 게임은 계속해서 집중포화를 맞을 수밖에 없는 위치이겠지요.
마스터충달
16/02/12 07:24
수정 아이콘
와... 이거 재밌네요. 댓글 추천 기능이 시급합니다!
세인트
16/02/12 09:05
수정 아이콘
와... 이거 재밌네요. 댓글 추천 기능이 시급합니다! (2)
좋은하루되세요
16/02/12 15:20
수정 아이콘
댓글이 글을 삼켜버렸네요.
댓글 추천 기능이 시급합니다! (3)
포포탄
16/02/12 22:46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왜 댓글로...
본문으로 내용 보충해서 조금만 더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포프의대모험
16/02/12 09:11
수정 아이콘
저희도 아재가 되고... 온갖 충격적인(?) 놀이문화를 접하면 앞으로 자식들한테 xx하지말고 겜이나 해라.. 하게되지 않을까요
16/02/12 10:26
수정 아이콘
맨 위에 화잇밀크러버님이 달아주신 댓글내용처럼 대부분들이 착각들 하고 계시지만 천지인님께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네요..

제가 알기로도 바둑자체가 고상하고 긍정적인 취미로 바뀐게 불과 수십년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전까진 고스톱 같은 도박꾼 이미지가 아주 강했었구요.
화잇밀크러버
16/02/12 13:06
수정 아이콘
흑흑 첫 줄을 과하게 틀렸네요.
메이메이
16/02/12 14:00
수정 아이콘
지금은 대상이 게임이지만 20년 전에는 tv랑 만화였고 훨씬 더 이전에는 무협지라던지가 있었죠
그냥 자기 말 안 듣는게 싫은데 서로 대화해서 풀기는 귀찮으니
가지고있는 쥐꼬리만한 권위(라고 말하기도 우스운)라는 걸로 엄한데 핑계돌리고 찍어누르는겁니다
16/02/12 20:23
수정 아이콘
해방 이후 한국 바둑의 기틀을 세운 고 조남철 九단이 도박 바둑을 꽤나 격하게 반대하고 내기 바둑을 프로 내지 연구원들 사이에서 백안시 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고 하죠.

그전 조선시대엔 방내기 바둑이라고 해서 10집 단위로 1~10집 차이는 1방, 11~20집 차이는 2방... 91집 이상의 차이는 만방이라고 해서 방마다 판돈을 걸고 방 차이 만큼 돈을 상대방에게 물어줘야 하는 도박이 성행했다고 합니다. 바둑판 뒤엎는 경우가 주로 상대방이 실력을 속여서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지금도 실력 차에 따라 접바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걸로 많이 싸우시죠.

물론 기원에서야 어르신들이 진리의 만원빵 내지는 짜장면 내기야 많이 하지만 그거야 그냥 소소한 재미이고 현재의 바둑은 내기나 도박과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죠.
공실이
16/02/12 22:02
수정 아이콘
지금도 기원가면 방내기 겁나 많습니다. 기원 내기바둑을 소재로한 단편소설도 몇 개 본 적이 있을 정도니...
Camomile
16/02/12 21:30
수정 아이콘
새로운 것이 사람들의 반발심을 불러온다고 하기에는 만화와 웹툰이라는 반례가 존재해요.
윗분들이 말씀했듯이 만화는 배척당한 대중문화였죠.
하지만 웹툰은 선정성이나 폭력성의 수준이 만화와 별로 차이나지도 않고 귀귀의 열혈초등학교 사건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는 웹툰에 대헤서 큰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죠. 언론들도 콘텐츠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취급하구요.
뭐... 네이버, 다음이라는 대기업 겸 거대 미디어와 함께 성장했다는 요소가 부정적인 보도를 막았을수도 있겠습니다만....
16/02/13 12:17
수정 아이콘
만화나 애니메이션 역시 초기에는 공격 대상이었습니다. 반례로 삼을 수 없는 사례이지요.
웹툰은 만화의 플랫폼이 책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옮겨왔을 뿐 새로운 것 이라 보기엔 이미 충분히 친숙했기 때문에 반감을 불러오진 않았죠.
fragment
16/02/13 00:39
수정 아이콘
저도 스타에 미쳤었지만 세월이 흘러 느낀게
스마트폰게임에 미쳐서 물고있는 사람을 보면 진짜 뭔가 영혼이나간 한심한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
물론 제 개인적이고 편협한 식견이지만 어른들의 게임에 대한 시선을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6/02/13 12:36
수정 아이콘
... 그러므로 게임의 재미를 엄격하게 테스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픽, 음악, 사운드, 스토리 및 그 밖의 모든 것이 배제된 상태에서 그 게임을 해 보는 것이다. 그것이 재미있다면 나머지 모든 요소들은 게임에 중심점을 부여하고, 세련되게 만들고, 더 멋지게 하고, 더 풍부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세상의 어떠한 양념도 양상추를 칠면조 바베큐로 바꿀수는 없다.

바로 여기에서 윤리적 책임의 문제가 고개를 든다. 살인 시뮬레이터, 여성 비하, 전통적인 가치 기반을 흔드는 게임 등을 둘러싼 윤리성의 문제는 '게임 그 자체'를 겨냥하고 있지 않다. 겨냥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게임의 '허구적 장식'이다. 그러니 형식적 추상 시스템의 설계자에게는 이 같은 윤리적 비난이 항상 잘못된 것으로 보일 것이다. 힘의 방향도, 영토에 꽂는 깃발도 문화적인 의도를 갖지 않는다. 그러니 이러한 비난의 방향은 잘못된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을 좌지우지하는 사람, 즉 디렉터에게 향해야 한다.
이러한 비난을 디렉터에게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 영화를 만드는 사람, 무용을 감독하는 사람,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내용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화적인 논쟁은 타당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표현이 경험의 차이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무용이란 예술을 안무, 연출 의상 등이 합쳐진 총체로 이해한다면, 게임이란 예술도 형식적 요소, 연출, 아트 작업의 총체적인 집합으로 간주해야 한다.
시험삼아 우물 모양의 가스실이 있는 대학살 게임을 떠올려 보자. 플레이어는 무고환 희생자들을 가스실로 떨어뜨리게 되는데 여기는 늙은 사람, 젊은 사람, 뚱뚱한 사람, 키가 큰 사람 등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우물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들은 서로를 붙잡고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어 우물의 꼭대기에 도달해야만 한다. 이들이 우물 밖으로 나가게 되면, 플레이어는 지고 게임은 끝난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이들을 빈틈없이 잘 막는다면, 맨 아래쪽에 있는 희생자들은 가스에 질식되어 죽고 만다.
나는 이런 게임을 하고싶지 않다. 아마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테트리스>이다. (게임의 허구적 요소를 뒤튼사례) 훌륭한 게임으로 입증된 <테트리스>의 형식적 구조가 이처럼 상당히 불쾌한 전제에 적용될 수 있다. 나는 게임의 미학이 순전히 형식적 구조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영화도 전적으로 촬영술, 시나리오, 연출, 또는 연기의 예술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 (중략)
그러나 회화도 한 때 현실에서 본질을 앗아가는 불경스러운 행위로 취급 받던 적이 있었다. 무용도 차원 높은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없는 자유분방한 짓으로 보였고, 소설은 집안에 갇혀 있는 주부들이나 즐기는 무책임하고 괴기스러운 잡문에 불과했던 시절을 겪었다. 영화도 한때는 싸구려 오락장의 활동사진 영사기로써 점잖은 성인들이 관심 가질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재즈는 젊은이들을 타락의 길로 빠지게 하는 악마의 음악이었으며, 로큰롤도 국가의 사회조직을 파괴하는 존재로 여겨지던 시절을 경험했다.
셰익스피어조차 마을 구석의 극장에서 일하는 배우이자 글쟁이에 불과했다. 양갓집 여인들은 평판이 손상될 것이 두려워 극장에 출입할 수 없었으며, 그녀들이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 라프코스터의 재미 이론 中


이제는, 게임자체를 겨냥하여 악의적인 비난을 하는일은 거둘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인용한 이 책은 벌써 10년은 더 전에 쓰였지만 이런 주제에 관해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지요. 게임도 하나의 예술이고, 게임이 불러오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게임이란 행위 자체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만든 제작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과몰입'과 '중독'이라는 문제도 게임에 몰입하고, 시간을 착취하도록 게임 디자이너가 설계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것이라는 말이죠.
스펙터
16/02/14 00:46
수정 아이콘
영화나 소설, 만화같은 경우에도 그 내용이 부적합하다고 생각되면 그걸 만든 사람한테 비난을 하지 그 분야에 비난을 하지는 않죠.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떤 게임이 잘못되었다 생각되면 대중들은 오로지 그 게임 분야를 비난합니다.

영화가 청소년 이용 불가 영화면 그 영화의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청소년에게 부적합하다고 생각되어 청소년의 시청을 금지하고
청소년이 그걸 시청하는 행위에 비난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게임이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이면 청소년이 그걸 이용하는 걸 비난하기 보다는 '게임'에 대해 비난을 합니다.
다른 분야와 달리 게임은 '오로지 다 똑같은 것'이라고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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