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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2/19 12:15:02
Name Finding Joe
Subject [스타1] 공군 ACE. 그들이 찬란하게 빛났던 5년 전 오늘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 강백호, [슬램덩크]



스포츠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 으레 있기 마련입니다.

강팀의 경우는 화려하게 빛났던 전성기가 있을 것이고, 약팀에게는 그들이 잠시나마 돌풍을 일으켰던 순간이 있겠죠.



공군 ACE, 세계 최초의 상무 프로게임단이자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스포츠팀.

항상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다른 팀의 감독들로부터 '공군 ACE는 절대 약팀이 아니다'란 말치레를 받곤 했지만, 현실은 만년 꼴찌였던 상무팀.

그런 공군 ACE의 가장 빛나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최인규 선수가 김택용 선수를 상대로 몇 년 만의 공식전 승리를 만들어냈을 때?

직후 이어서 임요환 선수가 김택용 선수를 상대로 팀의 역전승을 끌어냈을 때?

홍진호 선수가 김택용 선수를 상대로 몇 년 만의 공식전 승리를 만들어냈을 때? 저 김택용 선수 안티 아닙니다

MBC 게임을 4:0으로 스윕하며 완승을 거두었을 때?

공군 ACE가 18연패를 끊고 승리를 거두었을 때?



비록 공군 ACE의 최초의 팬은 아니었지만, 최후의 팬 중 1인으로서, 제게는 5년 전 오늘인 2010년 12월 19일이 공군 ACE가 가장 빛났던 순간이었습니다.




2010년 12월 19일. 공군 ACE와 SKT T1의 프로리그 경기가 있었습니다. 중계진은 김철민-이승원-임성춘 조합.

최강 SKT와 최약 공군 ACE의 경기라 그런지 유난히 SKT의 여성 팬분들이 많았습니다. 낙승을 예상하고 온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그분들의 예상대로 1경기는 SKT의 최호선 선수가 공군 ACE의 박영민 선수를 상대로, 2경기는 SKT의 김택용 선수가 공군 ACE의 변형태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둡니다.

많은 이들이 SKT의 이변 없는 승리를 예측하였지만, 공군 ACE의 가장 빛나던 순간은 이제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습니다.





3경기 "SK 테란으로 SK의 심장을 저격하다"

SKT T1은 어윤수 선수를 보내고, 공군 ACE는 이성은 선수를 출격시킵니다. 전장은 서킷 브레이커.

이성은 선수가 몇 번 상대 멀티 견제를 가보지만 번번이 막히고, 오히려 무난히 4가스를 먹은 저그의 한방 병력에 중앙교전에서 크게 패배합니다.

여기서 어윤수 선수가 밀어붙였다면 이성은 선수가 크게 불리했겠지만, 이상하게도 어윤수 선수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방심했던 걸까요?

그 사이 이성은 선수는 시즈탱크-마인 밭으로 진형을 갖추는 대신 마린-메딕-베슬의 SK테란 조합을 한층 더 강화합니다.

이어지는 몇 번의 교전에서 바이오닉 병력을 잃는 한이 있어도 베슬의 수를 최대한 지켰고, 결국 저그가 장기인 회전력에서 밀리기 시작합니다.

울트라와 디파일러는 구름베슬 앞에서 녹아내렸고, 남은 저그 병력은 마린-메딕의 화력에 산화했습니다.

결국, 이성은 선수가 저그 멀티를 하나하나 잠식하며 승리를 거둡니다.






4경기 "두 번의 크로스 카운터. 그리고 황금베슬의 격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공군 ACE는 최강의 에이스 '군제동' 김경모 선수를 출격시켰고, SKT는 신인 정영재 선수를 보냅니다. 전장은 아즈텍.

정영재 선수는 빠른 업그레이드를 통한 바이오닉 러시를 준비하고, 이를 뒤늦게 알아챈 김경모 선수는 뮤탈로 최대한 시간을 법니다.

저그와 테란의 한방병력이 엇갈리면서 서로의 앞마당이 날아갔지만, 김경모 선수가 무리하게 본진을 들어가다가 타이밍 맞게 나온 베슬에 병력이 모두 잡힙니다.

하지만 정영재 선수도 공식전 첫 경기라 긴장한 탓이었을까요. 상대 앞마당에 포진해놓은 병력이 어이없게 잡히면서 저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줍니다.

잠시 후 테란의 한방병력이 총출동했고, 저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상대 본진에 드랍을 성공합니다.

테란은 모든 진영이 날아갔고, 저그도 테란의 한방 병력에 본진이 파괴됩니다.

그러나 테란의 병력이 회군하느라 베슬이 잠시 앞으로 돌출된 순간을 김경모 선수는 놓치지 않았고, 바로 스커지 두 기로 베슬을 격추시켜버립니다.

이때 정영재 선수가 지은 울상이 잠시 화제가 되었었죠.

곧이어 남은 베슬까지 스커지에 잡혀버렸고, 언덕에 포진한 럴커를 뚫을 길이 없어진 테란의 병력은 상대 본진에 갇혀버립니다.

하지만 모든 진영이 날아간 테란과 달리 저그는 어쨌든 멀티 하나가 돌아가고 있었고, 결국 정영재 선수는 GG를 칩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에서는 올해의 경기를 투표하고 있었는데, 이 경기 직후 투표를 다시 하겠다는 글이 꽤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만큼 경기 자체가 워낙 재미있었고, 훗날 이 경기는 MBC Game이 선정한 2010년 최고의 예능경기에 선정됩니다.

일부 올드 팬들은 올림푸스 스타리그 결승전 경기가 생각난다면서 즐거워했죠.

하지만 그 날의 주인공이 같은 날 다시 한 번 감동을 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5경기 "테테전 짐승의 귀환. 스승의 천적은 제자에게도 천적!"

기세를 뺏긴 SKT T1은 당시 테란전 6승 무패의 에이스 정명훈을 꺼냈고, 이에 공군 ACE는 서지훈 선수를 출격시킵니다. 전장은 포트리스.

당시 서지훈 선수는 공군 ACE에서 출전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많은 팬이 서지훈 선수의 등장에 놀라워했습니다.

조금 전 올림푸스 결승전 경기를 떠올리게 하는 경기에 반가워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은퇴 경기냐며 조롱하는 팬들도 있었죠.



어쨌든 경기는 시작되었고, 서지훈 선수의 원스타에 대항하여 정명훈 선수는 투스타를 올렸고, 처음에 나름 재미를 봅니다.

서지훈 선수도 골리앗으로 빠른 대처를 하고 중부 전선에서 이득을 보지만, 다시 역으로 상대의 레이스에 탱크가 꽤 잡힙니다.

연이어 정명훈 선수는 뛰어난 레이스 컨트롤로 이득을 보고 11시 몰래 멀티에 성공하지만, 이미 중앙라인을 장악한 서지훈 선수에 의해 멀티가 고립되고 맙니다.

오히려 서지훈 선수는 상대의 7시 멀티를 효과적으로 견제했고, 모인 한방 병력으로 상대 본진에 드랍을 성공하며 정명훈 선수의 본진에 큰 피해를 줍니다.

이어지는 한방병력으로 상대 앞마당과 본진 생산시설까지 날려버린 서지훈 선수는, 올 멀티 마패 세레모니까지 하며 귀한 1승을 가져옵니다.


앞 경기에서 스갤의 반응이 꽤 대단했는데, 이번 경기의 반응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잠깐이나마 전성기 화력을 보여주며 인근 갤러리를 공격하기도 했죠.





6경기 "새끼 보라매, 희망을 쏘다"

막다른 절벽에 몰린 SKT T1은 정윤종 선수를 보냈고, 공군 ACE는 신병 김태훈 선수를 처음으로 출격시킵니다. 전장은 벤젠.

저그는 별 어려움 없이 서쪽 멀티를 전부 먹고, 프로토스는 질럿-셔틀/템플러 성동격서를 노렸지만 질럿은 다 잡히고 셔틀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며 실패합니다.

이후 앞 경기들처럼 크로스 카운터가 터지며 저그는 프로토스의 본진을 궤멸시켰고, 프로토스도 상대 멀티를 하나 날리지만 돌아온 저그병력에 포위당해 전멸합니다.

저그는 이때부터 언덕 럴커로 끊임없이 프로토스의 생산을 방해했고, 병력으로 이리저리 치고 빠지며 쉴 새 없이 프로토스를 괴롭힙니다.

프로토스도 한방 병력은  저그의 치고 빠지기에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정윤종 선수는 남은 기지의 자원이 모두 떨어지자 GG를 선언합니다.






제가 공군 ACE의 경기 중 이날의 경기를 가장 빛나던 순간이라고 칭한 이유는,

경기 하나하나가 재미있었던 것도 크고, 최강 SKT T1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었다는 점도 크지만,

무엇보다 이날의 경기에서 나름의 이야기가 쓰였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뽑습니다.


- SK를 상대로 SK 테란으로 승리한 3세트 (물론 그 SK가 그 SK는 아닙니다만...)

- 두 번의 크로스 카운터 끝에 베슬 격추 쇼로 올림푸스 결승전을 떠올리게 해주며 우리를 웃긴 4세트

- 그 올림푸스 결승전의 주인공이 나와 테테전 최강자를 상대로 올멀티 마패 세레모니를 보여주며 우리를 울린 5세트

- 원소속팀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가 공군 ACE의 신병으로서 개인과 팀의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 6세트


정말 아름다운 기-승-전-결 구조 아닌가요?

공군 ACE는 한 번도 강팀이었던 적이 없었지만, 언제나 제 마음속 최고의 팀이었고, 그렇게 생각하게 해준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 5년 전 오늘이었습니다.




비록 공군 ACE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 날의 주인공들도 전역 후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얼마 전 김태훈 선수가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있었죠.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그 들이 이루었던 그 날의 아름다웠던 승리는 제게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때 선수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고,

또 지금은 없어진 팀의 팬으로서 '이런 날도 있었다!'라고 알리고 싶은 팬의 이기심을 더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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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t. Hammer
15/12/19 12:36
수정 아이콘
원조 테테전 짐승, SK 테란의 재앙 서지훈이 또...!
우직하게 탱크 조이기 라인 각 재면서 정명훈의 숨통을 조여버리는 경기 내용 자체가 너무 완벽했었어요 흐흐.
이성은, 김경모 선수가 공군에서 정말 좋은 활약 많이 보여준 편이었는데, 전역 이후 두 선수 모두 현역에서 물러나야만 했던게 참 아쉽습니다.
Finding Joe
15/12/19 14:32
수정 아이콘
김경모 선수가 특히 안타깝더라구요. 전성기가 군대에서 오는 바람에T.T 지금은 어디서 뭐 하는지.
미즈키 나나
15/12/19 16:51
수정 아이콘
팀을 못구했지만 스타2도 하겠다고 예선도 나가고 했는데.. 잘 살고 있겠죠?
헤글러
15/12/19 18:08
수정 아이콘
임이최보다 커리어가 밀리던 서지훈이 머씨형제들의 시대에서도 손꼽히는 테란으로 기억되는 건 그 발군의 테테전 실력 때문이라고 봅니다. 심지어 그 중 한명인 이윤열에겐 압도적으로 밀렸음에도 서지훈 하면 테테전 짐승은 공식과도 같았죠.

여담이지만 SK 테란의 재앙이라 하셔서 베슬관리 얘기인줄..ㅠㅠ
아리아
15/12/19 13:25
수정 아이콘
4경기부터 봤는데 진짜 대박이었습니다
Finding Joe
15/12/19 14:33
수정 아이콘
사실 재미로는 4경기가 최고 꿀잼이었죠 흐흐.
도서관에서 보고 있었는데 베슬 잡히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기억이 나네요.
15/12/19 17:24
수정 아이콘
4,5세트는 기억나는데 두 경기가 같은 날이었군요
Finding Joe
15/12/21 01:05
수정 아이콘
올림푸스 결승전이 생각나게 한 경기 바로 다음 타자가 그 주인공이었죠.
Rorschach
15/12/19 19:27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 경기는 라이브로 봤던 기억이 확실히 나네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최인규 선수가 김택용 선수를 이기면서 보여줬던 그 웃음이 공군 경기중에서 가장 기억에 크게 남아있습니다.
Finding Joe
15/12/21 01:05
수정 아이콘
역시 그 날도 공군 ACE 역사에서 뺄 수 없죠. 그리고 하루 2패 당한 김택용 선수는T.T
소년A*
15/12/19 22:34
수정 아이콘
공군 에이스 팬이었습니다... 약팀이었지만 1승 1승이 정말 멋진 팀이었어요.. 그래서인지 팀이 없어지고 나서는 그 어떤 스포츠의 그 어떤 팀도 응원할 맛이 나질 않았습니다. 없어져서 아쉬워요. 지금까지 어떤 모습으로든 남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Finding Joe
15/12/21 01:07
수정 아이콘
저도 그게 참 아쉽습니다. 그 이후로 다른 종목의 다른 팀도 몇 번 응원하긴 했지만 공군 ACE 때만큼 응원하지는 못하겠더라구요.
마지막 경기날 "언제까지나 공군 ACE"라는 치어풀을 들고 가서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었고,
돌아가던 길에서 당시 감독이던 송 중위님을 봤었는데, 그 때 애쓰셨다는 말을 못 해드린게 아직도 아쉽습니다.
열역학제2법칙
15/12/19 22:38
수정 아이콘
서지훈vs정명훈 경기는 기적의 수학 중에 하나에 포함됬던거 같은데 진짜 재밌었죠 크크

제가 기억나는건 민찬기 선수가 4경기 패배하고 에결에 다시 나와서 신들린 경기력으로 이영호선수를 잡았던 경기요. 그때가 아마 이영호선수 프로리그 커리어에선 최악의 에결연패시기였는데, 그 경기들이 하나같이 다 재밌었죠. 이영호선수가 못해서 진게 아니라 상대방들이 뜬금없이 각성한 플레이를 보여줬기 때문에요.
Finding Joe
15/12/21 01:07
수정 아이콘
그 경기 말씀하시니까 갑자기 기억에 남네요. 당시엔 민찬기 선수가 에이스였는데 계속 이영호 선수에게 지다가 그 때 이겼었죠.
그 날도 참 좋았었는데.
Winterspring
15/12/20 21:00
수정 아이콘
저도 이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군ACE를 한창 응원하던 대학생 때였는데, 기말고사가 모두 끝나고 기숙사에서 노트북으로 이 날 경기 보면서 혼자 기립 박수쳤었네요.

저는 공군ACE 경기는 놓치지 않고 다 챙겨봤고, 생방으로 못 봤을 때는 재방송으로 찾아볼 정도로 공군빠였습니다.
글 쓴 분이 말씀하신대로 원소속팀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 김경모, 김태훈, 손석희, 임진묵 등 그리고
폼이 많이 떨어졌었던 선수들, 홍진호, 박정석, 박태민, 서지훈, 박영민, 이성은, 변형태 등이 좋은 경기력을 보일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비록, 가끔씩의 승리였지만 말이죠.

공군ACE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응원하는 팀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지금에 와서는 LOL이 대세 게임이 되었고, 그 안에서 제가 응원하는 팀도 생겼지만,
공군ACE만큼 가슴 벅차게 응원하는 팀은 앞으로의 제 인생에서 또 다시 있을지 의문입니다.

홍진호 선수의 우승만큼이나 공군ACE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염원했었는데, 그 모습을 볼 가능성 조차 없어져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Finding Joe
15/12/21 01:09
수정 아이콘
허접한 글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잊혀졌던, 혹은 기억조차 되지 못했던 선수들이 힘내며 귀중한 승리를 만들어내던 모습에 반했었습니다.
저도 공군 ACE만큼 가슴 벅차게 응원할 팀을 아직까지는 만나지 못했네요.
언젠가 다시 이스포츠 상무팀이 생기면 그때는 다시 응원할 수 있을까요.
김지연
15/12/21 18:38
수정 아이콘
박대경 전 감독님 건강이 많이 안좋으신듯 하던데.. 쾌차하셨으면 좋겠네요. 오랫만에 공군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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