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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19 22:00:07
Name 저퀴
Subject [기타] 워게임 : 에어랜드 배틀 리뷰
오늘은 워게임 : 에어랜드 배틀(이하 WALB)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워게임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RUSE란 게임을 만든 유진 시스템의 최신작이죠. 냉전 시기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RTS로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와 PACT(바르샤바 조약기구) 간의 전쟁을 다룬 게임입니다.

원래는 출시 이후로 바로 이야기해볼까 했는데, 그냥 뒤로 미루다가 이번에 스팀에서 할인되는 것을 보고 생각나서 써보게 되네요. 물론 크게 할인했던 날 뒤에 쓰는거긴 하는데, 지금도 할인은 하고 있군요. 앞으로도 또 추가 할인을 할 수도 있고요.


- 간단한 소개 영상


1. 흥미로운 땅따먹기

WALB의 방식은 블리자드의 RTS보단 렐릭의 RTS에 가깝습니다. 특별히 자원 채취를 하지 않고, 게임 내의 구역이 점령된다면 구역은 나에게 추가 병력 배치에 필요한 점수를 계속해서 주는 식이죠. 간단히 말해서 점령전, 즉 땅따먹기입니다.

게임의 전장은 구역으로 나뉘고, 외곽의 주요 거점은 병력을 불러올 수 있는 나의 '본진'이 될 수 있고, 중요한 거점일수록 주는 배치 점수가 높습니다. 구역이 많을수록, 받을 수 있는 배치 점수가 늘어나고. 배치 점수가 많아야만 그만큼의 많은 병력을 불러올 수 있죠.

하지만 WALB가 단순한 땅따먹기 게임이냐 한다면, 절대로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RTS보다 전술적 판단과 운용이 중요한 게임이죠. '워게임'이란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배치 점수로 구역을 뒤덮을 병력을 가지고 있다 한들, 적의 매복에 당해서 몰살당할 수도 있고, 후방을 기습당해서 무턱대고 전진하다가, 연료와 탄약이 바닥나서 그대로 끝나버릴 수 있죠. 


2. 매력적인 덱

WALB에는 양 진영을 합쳐서 800종이 넘는 유닛이 존재합니다. 구역을 점령하거나, 연료와 탄약을 보급하는데 쓰이는 병참을 시작으로 보병과 정찰, 지원, 차량, 전차, 헬기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공군까지 수없이 다양한 유닛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유닛을 가지고 가장 효율적으로, 혹은 내 전술에 맞게 짤 수 있는 덱 시스템은 WALB의 핵심이자, 최고의 매력입니다.

단순히 그저 최고로 좋은 유닛을 골라서 짜면 되는 게임이 아닙니다. 내가 쓸 전술을 고르고, 내 전술에 최적화된 유닛들로 부대를 짜야만 승리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게임에서 제공하는 덱의 컨셉에 따라서, 더 많은 유닛을 덱에 넣을 수 있으나, 이것으로 유닛을 고르는데 제약이 걸립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70년대의 미 해병대 덱을 선택한다면, 제가 고를 수 있는 유닛은 실제로 70년대에 미 해병대가 운용한 유닛 밖에 없죠. 그래서 덱의 컨셉이나 진영에 속한 국가를 선택하는 것부터가 WALB에선 전술 싸움이 되곤 합니다. 제가 언급한 미 해병대에는 제대로 된 전차나 대공 차량이 없고, 그저 숙련도 높은 보병들만 가득하거든요. 반면에 80년대의 영국 기갑 부대를 고른다고 치면 전차만 가득하고, 제대로 된 정예 보병이나 지원 유닛이 없고요. 더군다나 덱에 넣을 수 있는 유닛의 숫자부터가 줄어듭니다. 이런 것을 모두 고려하면서 덱을 짜야 하다 보니까, TCG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오히려 게임보다도 이러한 덱 짜기가 더 재미있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3. 짜릿한 현대전

꼭 필요한 병참(보급이 없으면 못 이기겠죠? 또 구역을 점령해야 하니까요.)과 정찰(워게임에선 정찰 유닛의 시야가 구역 하나를 담당할 정도로 높고, 반대로 다른 유닛은 그 정도의 사거리를 가졌을지 몰라도, 시야는 반의 반도 안 되기 때문에 필수입니다.)을 빼면, 대부분의 유닛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무조건 최신식 전차만 가득 채워서 공격한다면 그게 강력할까요? 고작 적의 민병대 수준의 보병이 시가지와 숲에서 대전차 공격을 하는 것만으로도 제 전차 부대는 전멸할 수 있습니다. 미 해병대나 스페츠나츠 같이 강력한 정예병이 시가지에서 매복한다 한들, 저 멀리서 날아오는 수백 발의 포탄을 받으면 그대로 몰살당할 겁니다. 또 천문학적인 가격을 가진 전투기가 정찰도 없이 출격하면, 적 구역에 숨은 대공포를 만나서 아무 것도 못 해보고 격추 당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WALB는 현대전에서 볼 수 있는 전술을 이해해야 하고, 이해할수록 그것이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단순히 가위바위보 수준의 상성 싸움이 아니라, 적절한 병력 선택과 운용이 모두 필요한 게임이죠.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제가 직접 유저와 했던 게임 하나를 사례로 뽑아서 설명해보도록 하죠.

1. 가장 중요한 거점 중 하나가 숲과 시가지로 가득한 곳이었고, 저는 거기에 보병을 잔뜩 매복시켜놨습니다.
2. 적의 헬기 편대가 정찰도 없이 오다가, 제 보병의 대공 미사일에 모두 격추 당합니다.
3. 곧장 적은 정찰 헬기로 이 곳을 정찰한 다음에, 화염 방사 전차로 시가지와 숲을 모조리 태워버립니다.
4. 저는 전차를 투입해서 적을 밀어내려 하나, 보병이 무력화되니 적의 공군이 나타나서 전차가 모두 당하고 맙니다.
5. 급하게 모든 병력을 거점으로 모으면서, 포병을 새로 불러와서 적이 점령한 구역을 공격합니다.
6. 적의 정예 보병이 후방으로 급습해서, 제 후방 구역의 병참 기지를 점령해버립니다.
7. 보급이 끊긴 저는 대항할 방법이 없어서, 그대로 항복합니다.


4. DLC, UNLOCK NO!

전작이었던 유로피안 에스컬레이션은 4종의 DLC를 모두 무료로 제공했고, WALB는 아직 DLC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전작에 비해서 좋아진 점은 오래도록 게임을 해야만 유닛을 얻어서 쓰는, 흔히들 말하는 '언락'이란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유저에겐 800종이 넘는 유닛이 모두 주어집니다. 오로지 덱을 짜는데 있어서는 전술적 깊이를 요구하는 제한 밖에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유닛을 넣기 위해서, 추가적인 지출이나 수없이 긴 플레이 시간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간단하고 쉽게 내 덱을 가지고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5. 점략

흔히들, 엄청난 규모의 RTS에서 실제로 게임을 하다 보면 점 수준으로 보이는 유닛들을 보면서 '실시간 점략'이라고 말할 때가 있죠. 사실 WALB도 이 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RTS에서 늘 최대한 넓은 시야를 보고 게임을 해야 하는데, 고작 보병 하나, 차량 하나에 화면을 집중해서 볼 시간 따위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엄청난 수의 유닛으로 고민하면서 짜놓은 덱을 가지고 교전을 해도 실제로 게임을 하면서 보이는건, 그냥 숫자와 점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게임을 싫어하시는 분들에게 WALB는 엄청난 단점을 가진 게임입니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의 다른 게임들과 달리, WALB는 생각보다 게임의 진행 속도가 꽤 빠른 편에 속합니다. 설정을 짜맞추고, 10 대 10으로 붙는다고 치면야, 꽤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비해서, 보통의 1대1 정도면 일반적인 RTS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6. 알아야 할 요소들이 주는 부담감

생각보다 진행도 빠르고 가벼운 게임입니다만, 알아야 할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전차라 하더라도, 운용 국가에 따라서 장비가 다르기 때문에, 성능이 다르죠.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모르면 완벽히 게임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정말 군사 분야에 정통해야만 하는 게임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가벼운 축에 속합니다만, 분명히 WALB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7. 총평

군사(밀리터리)와 RTS 중에서 하나를 정말 좋아하신다면, WALB는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는 좋은 게임이고, 만일 둘 다 좋아하신다면 올해 출시작 중에서 고민할 없이 구매해야 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또 요즘 나온 RTS 중에서는 비교적 사양이 낮고, 최적화도 좋은 편이라서 특히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2나 스타크래프트2에 비하면 많은 인원과 함께 즐겨도, 큰 부담이 없는 편입니다.(오히려 1편보다 나아보일 때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다만 많은 유저가 만족할 수 있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매우 먼 작품이고, 아직 영어만 지원하는(조만간 한국어를 지원해줄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게임이라서,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없는 유저면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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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19 23:45
수정 아이콘
저도 재밌게 하고 있어요. 전 주로 안 좋은 전차와 안 좋은 장갑차 안 좋은 보병을 쓰고 포병만 좋아요. 리뷰 잘 봤어요~
13/07/20 00:11
수정 아이콘
저는 포병 자체가 수동적일 수밖에 없어서,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빠른 수송 헬기나 차량을 가진 보병 중심으로 빠르게 점령&진격하는 쪽을 더 좋아합니다.
후란시느
13/07/20 10:54
수정 아이콘
사양이 낮다는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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