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3/05/22 23:54:51
Name 글곰
Subject [기타] [확밀아] 유부남은 게임한다
퇴근하면 양말 벗어던지고 발가락으로 전원 버튼을 눌러 컴퓨터를 켜던 시절을 기억해 보라.

옷을 벗어 대충 걸어놓고 세수를 마치면 컴퓨터 부팅이 끝나 있다. 속옷 바람, 혹은 후줄근한 추리닝 차림으로 자리에 앉아 아이콘을 더블클릭한다. 물론 언제나 즉시 클릭할 수 있도록 아이콘은 항상 바탕화면에 깔려 있다. 게임 로고와 제작사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냉장고에 처박혀 있는 음료수 캔을 꺼내든다. 그렇게 우리는 그날의 게임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문득 총각 시절을 추억하며 슬쩍 옆을 쳐다본다. 아내는 부엌에서 아이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물론 끝나고 나면 뒷정리와 설거지는 내 몫이다. 아이는 한 시간이 넘도록 고래고래 악을 써 대다 간신히 잠이 든 참이다. 잠든 얼굴은 천사 같건만 왜 항상 그렇게 울어대는 것일까. 문득 피로를 느끼며 게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본 지가 수십 년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남자에게 주어진 짐은 크고 무겁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낮 동안 내내 아이에게 시달렸던 아내가 반색하며 아이를 떠넘기듯 맡기고, 쉴 틈도 없이 아이를 보고 나면 매일매일의 일거리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그 와중에 간신히 짬을 내어 게임을 하다 보면 순간 뒷통수가 서늘해진다. 아내의 날카로운 눈빛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결혼과 동시에 게임하는 삶은 끝장이라던 인생 선배들의 충고는 슬프게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스마트폰을 꺼내 확밀아를 실행한다.

스마트폰 게임은 일상에 찌들고 지친 유부남 게이머에게 내려온 작은 구원이다. 출근길에 졸린 눈을 부비며,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며, 퇴근길의 피로와 함께,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항문에 힘쓸 때조차 스마트폰은 항상 유부남 게이머와 함께한다. 가령 NDS나 PSP를 들고 다니면 오덕폐인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뭐라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스마트폰 게임이 그토록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여
어떤 이는 직장에서 눈치를 보며 틈틈히 스마트폰을 켜고
어떤 이는 빵집에서 손님이 없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켜고
어떤 이는 붕어빵 가게에서 손님을 배웅한 후 스마트폰을 켜고
어떤 이는 외근을 나가며 손에 쥔 스마트폰을 켜고
어떤 이는 점심식사 단체 손님이 휩쓸고 지나간 식당에서 스마트폰을 켜고
어떤 이는 대학원 강의실에서 교수의 눈을 피해 스마트폰을 켜고
어떤 이는 출퇴근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켜고
어떤 이는 가족여행 중 잠시 담배를 핀다는 핑계로 밖에 나와 스마트폰을 켜고
어떤 이는 한손으로 설거지를 하며 다른 손으로 스마트폰을 켜고
어떤 이는 청소기를 돌리면서 스마트폰을 켜고
어떤 이는 침대에서 먼저 잠든 아내의 눈치를 보며 스마트폰을 켠 후 밝기를 줄인다.

이 글을 확밀아 불판에서 달리고 있는 모든 유부남 게이머들에게 바친다.

유부남 게이머 만세.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은하관제
13/05/23 00:18
수정 아이콘
지금은 솔로로 혼자 살고 있지만 뭔가 미래의 모습이 보이는거 같기도 하네요 흐흐
이렇게 즐기시는 확밀아가 하루하루 삶에 있어서 의무가 아닌 즐거운 놀이가 됐으면 싶어요.
유부남 화이팅입니다~
도시의미학
13/05/23 00:20
수정 아이콘
붕어빵 가게 주인입니다
유부남은 아닙니다 크크
글곰님 저희 가게 와보셨어요?
손님 배웅하고 알림 체크하는 거 어떻게 아시고...
예전엔 시즌 내내 알림 켜놔서 붕어빵 구우면서 숟가락 올리고 재료 만들면서 숟가락 올리고 생과일 쥬스 믹서기에 돌리면서 숟가락 올리고 했었는데,
요즘은 풀돌하면 바로 알람 끄고 간간이 숟가락 올리고 포인트 소모하고 있습니다
각성 레벨이 시즌 막바지엔 합40은 넘기니 평균은 되는 것 같고, 일요 방생하면 과금러 친구님들께도 도움이 될테니까요
(오늘 srwmania님과의 더블 플레이 잘 봤습니다 크크)
광분이도 계속 뽑고는 있는데 20렙이 넘어가니 괜히 친구님들께 부담주는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뒤로가기 버튼을 누릅니다
8마리를 그렇게 보내서 이번 시즌 제 광분이는 영원히 22살일 듯....
여튼 유부남은 아니지만 붕어빵 가게 이야기에 흠칫했네요 크크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사직동소뿡이님께서 전해달라 하시네요 흐흐
이제 시작한지 일주일이 됐는데 마음을 알것도 같고 아리송송합니다 저는.
13/05/23 00:29
수정 아이콘
유부'남' 이시면 좀 컬쳐쇼크가 될 것 같습니다.
암튼 저도 사직동은 아니고 서울 대학로에서 가끔씩 소뿡이를 사먹거든요. 흐흐.
덧붙여 srwmania의 괘씸한 인터셉트에 뿔이 나서 오냐 누가 더 빠른지 한번 해 보자...! 라고 했다가
그 때 애가 울어서 바로 잠적했습니다. ㅠㅠ
13/05/23 00:24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 있는 확밀아 게이머에게도 바칩니다.

(여자친구) 있는 게이머 만세!
Physiallergy
13/05/23 00:52
수정 아이콘
없는 게이머도 만세...
13/05/23 01:41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와 커플로 확밀아하는 게이머도 만세!
Drunken..
13/05/23 09:15
수정 아이콘
침대에 등돌리고 누워 숟갈 올리기.
팔베게 하고 자고 있는 머리 위로 숟갈 올리기.
화장실 다녀올께 하면 숟갈올리기.

요즘 제가 제일 많이 하는 행동패턴이네요.

더불어 부장님 등지고 숟갈올리기도 시전중이죠.
단빵~♡
13/05/23 00:38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재밌는글 잘봤습니다. 유부남 회원님들 즐길겜도 많이 없는데 잘좀해라 액토즈 이시키들아 ㅠㅠ
네랴님
13/05/23 02:01
수정 아이콘
빵집인데 유부남은 아닙니다 으음...
13/05/23 09:14
수정 아이콘
어... 아니셨습니까?! ㅠㅠ
13/05/23 12:07
수정 아이콘
유부남이셨으면 빵구워 판돈을 가챠에........덜덜덜. 후환이 많이 두렵군요.
라됴머리
13/05/23 08:47
수정 아이콘
어떤 이는 와이프님 드라마 보시는 옆에서 스마트폰을 켜고,
드라마의 흐름은 놓치지 않습니다.

"요정이 좋아 내가 좋아?"
"가강적이요"
13/05/23 09:15
수정 아이콘
아. 내. 각. 성
아내가 각성하였습니다!
공격력이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체력이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옵티머스LTE2
13/05/23 09:03
수정 아이콘
스마트폰 만세! 확밀아 만세!
Drunken..
13/05/23 09:16
수정 아이콘
이건 뭐 유부남, 커플, 솔로를 막론하고 확밀아 유저들을 한 번에 소환하는 글이네요!!
확밀아로 대동단결??
13/05/23 09:20
수정 아이콘
글곰님 아직도 열심히 하시군요.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이 널리 퍼진 가장 강력한 동인이 바로 일코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전 NDS도 PSP도 사고 싶었지만 살수 없었었죠..
저희 집 pc는 보드가 나간것 같은데 5개월째 그냥 방치시키고 있습니다. 아니 영원히 안살릴 것 같습니다. 와이프에겐 태블릿이 있으니 그녀가 필요한 건 다 가능하고, 유부남에게 pc란 흔적기관과 같은 아득한 총각시절의 유물 같은것입니다. 거실에 있는 ps3는 호비와 뽀로로, 그리고 요즘은 디즈니 시리즈 dvd 머신으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혹시나 식구들이 외출하더라도 제가 슈로대 같은걸 돌리다 들키면 와이프는 마치 마약하는 남편을 보는 것 같은 혐오와, 자식을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제게 비춥니다. 그녀도 저도 이정도는 토의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애들 앞에서 지성이라는 존재는 모성애라는 본능앞에서 태양빛 밑의 어둠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고 마니, 역시 있으나 마나한 존재입니다.
13/05/23 09:31
수정 아이콘
거실에 있는 제 XBOX360은 먼지가 너무나도 두텁게 쌓여서 불을 붙이면 타버릴 것 같습니다.
그나마 아내도 출산 전에는 키넥트를 조금씩 즐겼는데, 지금이야 뭐 아이에게 안 좋다고 TV도 못켜게 하는 마당에 엑박이 언감생심이겠습니까.
슈로대는 아예 오픈도 안하고 있습니다. Z제세편 파계편은 공략본을 보며 내뇌망상만으로 클리어 완료했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돈 좀 모아서 와이프와 아이들을 자주 여행 보내야겠다고요. 아빠는 안 가도 괜찮겠지요? 흐흐.
13/05/23 09:58
수정 아이콘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가는동안 운전수 노릇도 해야하고 도착해서는 유모차 운전수로 변신해야 합니다. 외국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와이프는 애를 봐야하기 때문에 그 외에 생기는 모든 문제는 남편이 다 해결해야 하겠지요. 장인/장모를 붙여서 풀패키지로 보내드리면 가능합니다만, 비용에 속이 1g 안상한다고는 말못하겠네요.
이쥴레이
13/05/23 10:09
수정 아이콘
주말부부인데 집에 내려갈때마다 아내가 처음에는 새벽마다 울리는 확밀아 알람을 들으면서 누가 그렇게 카톡을 보내냐
아니면 문자를 보내냐 하면서 의심을 하더니.. 뭐 나 그만큼 인기 있는 남자야. 크크크 라면서 허세좀 부렸지만요.

나중에는 게임인거 알고는 그러러니 하다가 맨날 울리는 알람으로 노이로제 걸리겠다고
게임 하는건 뭐라 안할테니 잘때는 알람 끄고 자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한달이 지나가더니 이제는 아내가 왜 아내들이 게임하는 남편이 싫은지 알겠다고
슬슬 압박이 들어오네요.


배속에 있는 아가를 인질로 니 아빠는 게임만 한단다. 태교에 안좋은데 ㅠ_ㅠ

이러면 이길장사 없죠..... 흑..
사악군
13/05/23 10:57
수정 아이콘
낳고 나면 '네가 틈만 나면 핸드폰 들여다보니까 얘도 그게 좋은 건 줄 알고 핸드폰 달라고 떼쓰잖아'.......

그래서 저도 주말엔 모든 알람이 꺼집니다..-_-
설탕가루인형형
13/05/23 12:29
수정 아이콘
게임을 하는 사람은 내일 모레 유부남이 됩니다.
13/05/23 12:53
수정 아이콘
하면 SKY!!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1256 [스타2] WCS Season 1 Finals의 진출자 11명이 결정되었습니다. [28] 저퀴8475 13/05/27 8475 0
51255 [LOL] 롤 올스타전. 25명 선수 경기 통합 간략 평가. [61] Leeka11853 13/05/26 11853 1
51254 [스타2] 사용자 지정 관전자 & 리플레이 인터페이스 (한국어 적용 ver) [1] kimbilly20747 13/05/21 20747 7
51253 [기타] [스타1] 과연 홍남봉은 누구였을까? [31] MDIR.EXE14673 13/05/26 14673 1
51252 [LOL] 롤 올스타전으로 인한 판도의 변화 및 후기 [110] Leeka14204 13/05/26 14204 6
51250 [LOL] 한국 우승 기념, LOL 월드 챔피언쉽(롤드컵) 서킷 현황 [49] G.G10208 13/05/26 10208 0
51249 [LOL] 올스타전 1:1 이벤트전에 대한 아쉬움과 개선방안 [47] 사랑은love10776 13/05/25 10776 1
51248 [LOL] 롤 올스타전 2일차 경기 간략 리뷰 및 남은 일정 [37] Leeka10765 13/05/25 10765 3
51247 [스타2] [실전영상] 군단의 심장 캠페인 Brutal 난이도 공략 (7, 노병) [24] 캐리어가모함한다10852 13/05/25 10852 8
51246 [기타] [스타1]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방어타워별 특징 [21] 키루신10208 13/05/25 10208 2
51245 [LOL] 트페, 르블랑, 짜오같은 초창기때 역대급 OP들과는 정반대로 초창기때 역대급 고인챔피언들은 누가있을까요? [36] bigname13670 13/05/25 13670 2
51244 [LOL] 대리랭 1차 적발현황이네요 [40] 정공법11878 13/05/25 11878 1
51243 [LOL] 올스타전 1일차 간략 정리 및 2일차 일정. - 제드 글로벌 밴 적용 [12] Leeka10450 13/05/25 10450 0
51242 [LOL] 대리랭 관련 라이엇 게임즈 공지 [112] 대경성13783 13/05/24 13783 0
51241 [스타2] 초보유저가 쓰기 좋은 테란전 핵광추 찌르기 [31] 신규회원210732 13/05/24 10732 9
51239 [LOL] 솔랭에서 고통을 주는 부류들 [126] 전인민의무장12663 13/05/24 12663 0
51237 [LOL] 대리랭 관련해서 문득 든 생각. [45] RedDragon9323 13/05/24 9323 1
51235 [기타] [철권] (약간 늦은) 테켄 스트라이크 2주차 리뷰.. [22] 세인10055 13/05/23 10055 2
51233 [LOL] 칼바람 나락(증명의 전장) OP 챔피언 정리 [167] 사랑은love29844 13/05/23 29844 0
51231 [LOL] LCB 6월 장원전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PGR Clan) [14] 노틸러스8143 13/05/23 8143 0
51230 [기타] [확밀아] 유부남은 게임한다 [22] 글곰6914 13/05/22 6914 1
51229 [기타] 온게임넷 스폐셜 '728호 아저씨의 게임이야기'를 보신적이 있으십니까?? [7] 광개토태왕9526 13/05/22 9526 0
51228 [LOL] 5월 21일(화) 패치 노트 [38] MelOng10930 13/05/22 1093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