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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6/27 15:34:59
Name 스웨트
Subject 홍진호, 한번 더 너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그를 처음 본건 온게임넷 주장원전 이었다. 얼굴에 여드름이 파릇파릇 나있는 한 청년은 어느덧 테란의 황제라 불리던 남자와 한 공간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다 쓰러졌다. 그는 폭풍이라 불리었고, 황제와 함께 영원히 이 세계에서 경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라며 나에게 상상을 하게 해주었다. 그러던 그가 은퇴를 하였다. 휘날리는 바람이 불고, 쏟아지는 비를 동반한 폭풍이 불던 그날말이다.

은퇴식이 끝난뒤, 멍하니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만 보던 나는 문득 그러한 생각을 했다.

홍진호를 알 수 있는 최고의 경기는 무엇이었을까?

당대의 황제, 박서를 대적했을 때의 경기였을까?
시대의 천재, 나다를 대적했을 때의 경기였을까?
희대의 괴물, oov를 대적했을 때의 경기였을까?

무엇보다도 나에게 있어서 홍진호 그 자체를 떠올리게 만들어준 경기는 이 경기였다.







그날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별명을 지어 준 것인지 정말 대단한 작명이다 라고 느낄 정도로 그의 경기스타일은 폭풍과 같다. 처음부터 강하게 휘몰아치는 공격은 시간이 지난다 하여 주저함이 없고, 계속해서 뚫을 때 까지 몰아치다가 결국은 뚫어낸다. 약간의 틈이 있다면 그 틈을 강하게 벌려버리면서 들어가 버리는 것도 그였다.

검으로 말하자면 필살의 초식을 연마한 한 사내라 할까.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 검법으로 그는 최강이 되지 못한 그를 뒤로 하고 수많은 고수들이 세상에 나타났다.
그가 그렇게도 원했던 우승은 한쪽에선 7전4선승이라는 말도안되는 결승전에서 그것도 테란을 잡으며 우승을 한 저그가 나왔고, 다른 한쪽에선 프로토스의 영웅을 잡고, 무색이나 강력했던 테란을 잡아내는 저그가 나왔다. 저그도 시대의 최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준우승의 눈물보다 우승의 환희를 자연스레 느끼는 저그들도 나왔다. 이후 우후죽순 나오는 수많은 신흥 저그들, 그들은 말하였다.
"그의 검법은 늙고 녹슬었어. 이제 이시대에선 통하지 않아!!!"

그는 늙고 녹슬었다. 예전과 같은 강력한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경기로 보여냈다. 그의 인생, 그의 모든것이라 불릴수있는 이 필살의 초식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그것도 지상 최고의 대 저그전 스페셜리스트 김택용에게 가장 홍진호 스러운 스타일로 말이다.

언젠가 그의 주제가가 되버린 질풍가도라는 음악의 가사인 "한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은 그의 스타일의 모든것이라 생각한다.
모든것을 걸어야 하는 스타일은 그만큼 자신에 대한 피해가 크기에 큰 용기와 배짱이 있어야 한다. 한경기에 모든것을 담아내야 하는 그에게 있어 뒤가 없이 모든것을 걸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한번 막힌다 하여 그만 두지 않고 계속 몰아 붙힌 다는것. 그 부담감과 까마득한 두려움은 쉽게 할수 없는 일이다. 자신 스스로에게 가사와 같이 계속해서 다짐하고 또 불러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한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그렇게 모든 용기를 함께 뚫어내어 승리하는 그를 환호하고 응원하는 것은 우리또한 그 무서움을 알고, 그것을 이겨냈을때의 성취감을 그에게 동화하여 함께 느끼기 때문 일 것이다. 그에게 있어 "폭풍"이란 단어는 "계속된 용기" 였었다.

이제는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아닌, 일반인 홍진호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더이상 만날 수 없다는 우울함과 함께 그를 보내려 하지 않으려 한다. 그는 이제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하고, 그 길은 보이지 않는 막막한 두려움에 쌓여있다. 나이도 나이인 만큼 이제 그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그가 여지껏 해왔던 모습이 그것이 아니었던가? 승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은 이길 수 있다라는 마음과 함께 계속된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모든 것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 그렇기에 우울함이 아닌 응원으로 그를 보내려 한다.

이젠 나에게가 아닌 너에게 보낸다.
"한번 더 너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아듀.. 나의 최고의 저그.. 폭풍...

헌데 참으로.. 이상도 하다. 경기 동영상을 계속해서 보고 있는 내 입은 웃고 있는데 왜 내눈에선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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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27 15:44
수정 아이콘
3.3혁명으로 택신을 섬긴 이래 유일하게 상대선수를 응원했던 전설의 그 경기이군요! +_+
당시 황신의 포풍드랍이 성공하자 화면에 잡힌 SK텔레콤 팬들조차도 환호를 하던 기억이.. 흐흐
방과후티타임
11/06/27 15:56
수정 아이콘
봐도 봐도 전율이 오는 경기입니다.
본방볼때 앞마당쪽에서 올라오던 리버가 잡히는 그 순간부터 기억이 잘 안나요. 떨려서 볼수가 없더라고요....
슈퍼컴비네이션
11/06/27 16:21
수정 아이콘
분명 실패한 드랍이라 생각했는데...김택용 선수의 알수없는 움직임...김택용 선수도 저 때 뭔가 홀렸다 생각합니다. 이번에 전상욱 선수도 그런 느낌이였다고 하죠;;

하지만, 경기를 본 팬의 입장에선, 주먹을 불끈쥐고 세레모니를 하게 만들었죠...아직도 전율입니다. 정말...
11/06/27 16:25
수정 아이콘
라이브로 봐서 영광인 경기 10선에 꼽으며 그 중 최고로 짜릿한 경기중 하나였습니다(강민선수?해설?의 할루시에이션 리콜과 더불어)

이 영상을 보니 전율이 오면서도 씁쓸하네요

이제 '녹화된 영상'으로 밖에 그의 활약을 볼 수 없다는게 말이죠
Winter_Spring
11/06/27 21:21
수정 아이콘
10년된 스타팬으로서 경기를 보면서 울었던 적은 저 경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히드라리스크가 리버 잡고 캐논 파괴할 때,
뮤탈리스크가 공중에 뜰 때,
마지막 두 방향에서 포위 러쉬할 때,

지금봐도 감동입니다.

보내기 싫지만, 폭풍의 새출발을 응원합니다~
sgoodsq289
11/06/27 23:27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

항상 응원을 하면서도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결정적인 순간에 패배를 해서 미워했지만

저 경기에서 아 아직도 내가 이 선수를 강하게 응원함을
그 때 흐르는 눈물을 보고 확인했습니다.
(스타 보다 운건 진짜 유일무이 한 듯)

멋진 선수... 즐거웠습니다. 행복하시길!
ミルク
11/06/28 19:31
수정 아이콘
10년 스덕 인생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이 경기를 생방으로 못 본 겁니다.
5박짜리 전술훈련 뛰고 자고 있었거든요...
왜 홍진호인가, 왜 폭풍인가를 보여준 경기.
RedDragon
11/06/29 12:20
수정 아이콘
이경기... 진짜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제가 E스포츠를 제일 좋아하는 이유가, 정말 스탯 상으로는 절대 말이 안되는 성적인데 그걸 이겨내는 경기들이 종종 나오는게.. 참 신기합니다. 그저께의 김민철 vs 손석희도 그렇고.. 이경기는.. 말할 것도 없죠. 제마음속의 베스트 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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