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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31 10:18:12
Name 彌親男
Subject 왜 MSL은 빅파일을 선택하였을까?
차기 스폰서가 빅파일 MSL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사실 지난주부터 아실 분들은 다 아시고 계셨던 사실이라 그런지 즉각적인 반응이 올라오고 있지만, 약간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비난 열풍으로 가는 것 같아서 몇 가지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1) 이 판은 위기이다.

이 판은 큰 위기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신 것 보다 더 큰 위기입니다. 당장 조작 사건 이후로도 리그에 큰 변화가 없어서 그런게 확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리그들 중 하나가 존폐위기에 처할만큼 큰 위협에 처해져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조작사건 때문이냐, 그것은 아니고 애초에 2009년 이후로 양 방송사가 후원을 받는 데 대단히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대한항공 스타리그를 후원하신 팀장님이 아니었다면 스타리그의 스폰이 어땠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스폰서의 이름만 달아놓은 수준의 후원을 받은 리그도 있었으니까요. 거기다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악재는 악재 수준이 아니라 기둥뿌리 하나씩 뽑아가는 정도의 타격이었습니다.

2) 스폰서를 정하는 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MSL을 후원하겠다는 회사는 많습니다. 사실 MSL이 위기다 위기다 하지만, 실제로 MBC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가치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MSL은 최근 몇 리그를 제외하고는 스폰서 구하는 것이 힘든 적이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문제는 비용인데요. 예전 스타리그 초기 때 1억 안팎이었던 리그 후원 비용은 현재 약 3억 정도가 듭니다. 우승상금을 비롯한 상금이 1억 5천 ~ 2억 선이고, 이번 빅파일 MSL처럼 서바이버 토너먼트까지 후원하면 출연료도 줘야 합니다. 또한 이런저런 홍보비용 (스폰서는 상금을 제외하고 방송사에 제작비용 같은 것을 일정부분 후원해 줍니다.) 에 결승전 준비비용 등을 포함한 가격입니다. 이게 물론 큰 회사에서는 많은 돈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진짜로 홍보효과를 원하는 업체들에게는 이 정도 가격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스폰서 계약의 가장 큰 문제인 비용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비용을 다 부담해 주는 기업이 스폰서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번 MSL에서 정말 오랜만에 흔쾌히 그 금액을 부담해 줄 수 있는 업체가 나타난 것이고, 그 업체가 빅파일입니다.

3) 왜 웹하드 업체인가?

스포츠서울의 기사에도 언급이 되어 있는 부분이지만, 현재 빅파일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소위 말하는 법의 허점을 공격하는 방법입니다. 기본적으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제휴 컨텐츠라는 방법으로 유저들이 올리는 자료를 분류해 놓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3개 지상파 방송사와 저작권 협약을 맺은 몇 개 케이블 방송사의 방송 영상이나 음원, 영화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들 자료들은 받을 때 보통 500원 ~ 2000원의 현금을 지출하며 이들은 불법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같은 젊은 사람들이 아니라 높은 쪽의 어르신들에게 이들 웹하드는 그냥 웹에 있는 VTR이나 DVD 플레이어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하드의 대부분은 저작권의 보호 밖에 있는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자료는 해외 자료들이라 (성인 동영상 중에 국내 영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요즘에는 국내에서 제작된 성인 동영상은 제휴 컨텐츠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이 정도면 무섭죠.) 그쪽에서 이의제기가 있기 전까지 웹하드들은 소위 말하는 ‘배를 째고’ 있는 거죠.
어쨌건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럼 왜 웹하드 업체에서 양지로 나와서 MSL을 후원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이유부터 말씀드리자면, 빅파일 측에서 원하고 있는 사업확장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프리챌의 수익의 상당부분이 파일구리고, 나우콤이 아프리카로 정착하기 전 나우콤의 주력 컨텐츠가 피디박스와 클럽박스였듯이, 웹하드 업체들이 원하는 것은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빅파일 쪽에서도 게임이나 웹 스트리밍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해서 선택한 한 방법이 빅파일 MSL입니다.

4) 근데 왜 게임 리그 스폰인가?

이는 좀 다른 얘기입니다. 빅파일 측에서 과거 Chaos Clan Battle을 6개월간 후원해 오고, 온게임넷에서 방송하고 있는 성캐의 야생중계 역시 후원하면서 MSL까지 후원하려는 것은 약간 의아합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도 많을 텐데요. 이는 별 다른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그냥 빅파일 업체의 높은 사람이 e스포츠의 광팬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유난히 이쪽 관련에 빅파일이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성캐의 야생중계를 빼더라도 여러 프로그램에 빅파일이 후원을 하고 있고, 그 외에 나이스게임 TV측에도 상당량의 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MBC게임 측에서 이 판에 처음 참여하는 기업이라는 얘기를 했었죠? 하지만, 실제로 빅파일은 게임리그를 후원한 경력이 있는 기업인데요. 이는 그냥 몰라서 나온 얘기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저는 제 주관적인 판단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말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구요.) 그리고 제 글은 여러분들이 빅파일 MSL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바꿀 만한 성격의 글도 아닙니다. 단지,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셨을 ‘빅파일이 왜 MSL을 후원하는가?’ ‘왜 MBC게임은 웹하드 업체를 스폰서로 하는가?’ 에 대한 일부분 답이 되리라 생각해서 글을 올린 것이니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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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31 10:34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 궁금증이 해소됬습니다. 감사합니다.
abrasax_:JW
10/05/31 10:35
수정 아이콘
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알찬 글이예요.
아에리
10/05/31 10:44
수정 아이콘
彌親男님은 게임관련쪽 일을 하시는 것 같은데..제 생각이 맞나요 ^^?
전에 엠겜 스폰서 관련 글이 올라왔을때 달아주신 댓글이 생각나서요.
덕분에 여러가지 사정 알고갑니다. 감사합니다.
10/05/31 10:4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빅파일은 정말 처음 듣는 웹하드업체였는데, 저런 생각이 있었군요.
LucidDream
10/05/31 10:47
수정 아이콘
지난 번의 글에서 많은 사람들을 낚으신...은 농담이고, 3번 내용에 많은 동의를 하지만 4번 내용에 약간 덧 붙이자면

이 판의 역사가 10년이 넘었습니다. 열정적으로 보다가 관심이 끊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10년 넘게 이 바닥과 함께 늙어가는
그런 사람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자기가 보면서 함께 자란 이 바닥에 대한 후원, 또는 창단, 아니면 스폰서십 체결...
한 번 쯤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예전에 많은 사람들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한 LG의 경우
팀 창단을 건의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케이스라고 합니다. 결국 성사되진 않았지만)
데보라
10/05/31 10:5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었군요!
10/05/31 11:10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년 범법자를 양성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웹하드 업체의 스폰이 달갑지는 않네요.
이런 업체의 스폰이 한두번만 더 이어진다면 양지의 업체가
다시 들어오는데 진입 장벽이 될꺼라고 확신합니다.
자승자박이 되는거죠.
10/05/31 11:31
수정 아이콘
스폰이 달갑지 않은 마음들은 알겠지만, 달가운 기업이 안뛰어들면 차선책은 안달가운 기업이라도 잡는거겠죠
안그래도 홍보효과 외엔 수익구조가 없는 바닥인데 찬밥더운밥 투정부릴만한 카드조차 급속히 사라지고 있고.
방송사인들 더 유명하고 노이즈 안생길 스폰 안잡고 싶을까요.
허나 그런 기업들이 지원 안한다면 방법없는거 아니겠습니까;;
양지의 업체가 다시 들어올 길을 '미리' 걱정하기 전에, '지금' 그 양지의 기업이 아무도 안뛰어들어서 다른 스폰을 잡는거죠
아직도 상황을 편하게 보는 분들이 계시는듯............
김지호
10/05/31 11:38
수정 아이콘
예전부터 많이 느끼지만 이판 말아먹는건 진짜 이스포츠팬들 자신이라고 느낍니다.

예전 아레나상무님 조롱하는 짤방 돌던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모 언론이 스폰하면 경기 안보겠다는 분들이나, 이번 빅파일에 대한 반응을 보면 진짜 기업들 하려던 스폰도 안하겠네요.
이스포츠의 뿌리가 안되셔도 좋으니까 제발 그냥 경기만 보시면서 응원하시는 선수나 응원하세요, 이스포츠의 대외위상이니 이런건 왜 그렇게 신경쓰시는겁니까?, 빅파일이 후원한다고 대외위상이 나빠진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전에 일단 사람들은 이스포츠 스폰을 누가하던 신경도 안씁니다.
최종병기
10/05/31 12:13
수정 아이콘
결승전 끝나고부터 스폰서 공개한 이유가 있었네요.
스폰서 지원금이 엠겜입장에서 볼때 상당히 만족스러웠나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보답으로 결승전부터 공개한거 같네요.
그 덕에 이미 빅파일은 스타보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죠.
네이트 msl이 스폰금액이 적어서 결승전도 mbc 본관에서 했다던데 그에 비하면 감사하죠.
임이최마율
10/05/31 12:45
수정 아이콘
예전부터 많이 느끼지만 이판 말아먹는건 진짜 이스포츠팬들 자신이라고 느낍니다. (2)
Alan_Baxter
10/05/31 13:17
수정 아이콘
대부분의 논지에 대해 저와 비슷한 의견입니다만, 제가 파악한 사실 관계와 다른 부분이 있네요. (자세하게는 말씀 못드립니다만)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온게임넷에서 예전에 '깜짝놀랄만한 스폰' 이라고 하다가 에버 잡은 것 보고 많은 분들이 실망한 것 처럼 보도자료를 통해 기대감을 과도하게 증폭시킨게 문제 같습니다.

참고로 pgr에서 어떤 분이 중앙일보가 MSL 후원한다고 해서,주위 사람들에게 "중앙일보가 게임리그 스폰하다고 하던데, 이스포츠 참 대단하지 않아?" 라고 떠들어 다녔는데 후원사가 빅파일이라고 하니까, 제가 거짓말쟁이가 된 기분이더라고요. 앞으로 낚시는 삼가주셨으면 ㅠㅠ
10/05/31 19:21
수정 아이콘
예전부터 많이 느끼지만 이판 말아먹는건 진짜 이스포츠팬들 자신이라고 느낍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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