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0/05/29 20:42:36
Name 엑시움
Subject 하나대투증권 MSL 결승전 진행에 대한 몇 가지 후기
결승전 내용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담론을 펼치고 있으니, 경기 외적인 엠겜의 진행 부분에서 약간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결승전 경기 전)

3시 30분 즈음에 자전거를 타고 화정 체육관 앞에 도착했습니다. 천호대로에서 고려대까지 질주해왔는데, 멍청하게 안암역까지 갔다가 올라가면 바로 화정체육관이 나오는데도 뭣 모르고 정문까지 기어들어서 고려대 뒷산을 빙빙 돌아 갔습죠.;; 꽤 때를 잘 맞춰 와서 도착하자마자 입장하기 시작하더군요. 원래는 3시 15분 입장이었는데 내부 장식 때문에 더 늦춰졌답디다.

아쉬웠던 것은 통제 인원이 무척이나 모자랐다는 점. 결승전 이벤트에 신상 적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와~' 하고 올라가는데 그 위용이란;;. 제 앞에 서 있던 방송국 여성 스탭분은 '어머~' 하면서 좋아하셨지만, 문제는 입구 앞에서였죠. 줄이 나눠진 게 아니라 그냥 덩어리진 사람들이 막 들어가려고 하다보니, 좁은 입구에서 엄청난 병목 현상이 발생. 혼란과 혼선의 극치더군요. 어찌어찌 보안 요원과 엠겜 스탭들이 몸을 던져가며 줄을 나누기는 했는데, 한 줄을 먼저 들여보내면 바로 대열 전체가 무너져서 또 다시 덩어리화... 거의 30분쯤 지나서야 겨우 사람들이 원활히 들어갈 수 있게 되더군요. 다행히 부상자나 압사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통제 인원이 좀 더 많았다면 이렇게까지 혼란이 생기지는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그 다음부터는 딱히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격납고와 달리 원래 이런 행사 하라고 만들어진 시설이기 때문에, 화장실도 충분하고 매점도 충분하고 통로도 충분했죠. 다만 고려대 쪽이 음식물 반입을 금지해서 식품은 오로지 매점 안에서만 먹을 수 있더군요. 인원이 워낙 많아서 개인 지참품은 통제하지 못했습니다만, 대부분 사람들이 격납고 때와 달리 주변 여건이 좋은 고려대 결승이어서 그런지 음식물을 많이 가져오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는 적더군요.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약간 의문점인데, 경기 시작 후에 입구가 차단되어서 수백 명의 팬 분들이 입구 앞에서 LCD로 경기를 관람해야 했습니다. 좌우측 2층에 자리가 꽤 남아 있어서 입장시켜도 괜찮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지만 사람이 워낙 많은데다 스타리그도 어느 정도 입장을 통제했으니, 비슷한 상황인 엠겜 측에서도 별 수 없었을 듯.

전체적으로 행사 진행이 완벽했습니다. 시작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지만 엠겜의 예산과 인력에도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바로 전 시즌 NATE MSL의 엠겜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단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입장하고 나서 무대에 타임머신이 없기에 전  결승의 악몽이 떠올라 불안해졌는데, 그래도 불꽃과 함께 굴러들어오는 타임머신의 포스는 강력하더군요. 하지만 스타리그의 항공기 등장과 비교되는 건 불가피한 듯.

(결승전 경기 중)
경기 내용이야 이영호 선수와 이제동 선수가 풀어나가는 것이니 엠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네요. 문제점도 전혀 없었고, 적당한 광고 시간과 짧은 승리자 홍보 영상으로 경기 막간도 잘 채워놨고, 진행도 완벽했습니다.

엠겜 진행에 대한 글이지만 워낙 적을거리가 없으니 굳이 경기 내용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같은 빌드에 세 번 당한 게이머도 있나요?'가 그것입니다. 세 번 연속 노배럭 더블 상대로 세 번 연속 12앞마당을 쓰는 이제동 선수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상대의 부유함을 저지할 만한 묘수를 찾아내지도 못했고요. 한 번쯤(2세트 정도)나 2:0일 때 자포자기 심정으로 4드론 한 번쯤 갔으면 어땠을까 하더군요. 그러면 이후 세트에서도 이영호 선수의 판짜기를 꽤나 흔들어줄 수 있고요. 3세트의 땡히드라도 나름 날빌이긴 한데 노배럭 더블 상대로 영 나빴던 듯합니다. 테란이 무슨 신의 컨트롤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SCV 다수 빼내서 수리시킨 것만으로도 바로 막혀버렸으니 말이죠. 이제동 대신 다른 무명 저그의 이름을 붙여놔도 될 만큼 저그가 너무나 무력하게 진 경기였습니다.

아, 한 마디 더하자면 3세트는 '테란 10사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 저그의 자동재생과 프로토스 실드 충전에 비해 테란의 수리 기술은 너무 좋은 듯. 테란이 사기인 이유 중에 하나가 건물 띄우기와 수리와 같은 잔기술이 꽤 효과적인 점이죠.

(결승전 경기 후)
결승전 종료도 완벽했습니다. 다만 김철민 캐스터가 인터뷰 때 패배한 선수의 아픈 부분을 연달아 찌른 게 다소 걸리긴 하는데, 원래 엠겜 중계진이 온겜 중계진에 비해 경기 내용을 객관적·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선수의 심리를 좀 보듬지 못한 듯합니다. 그래도 팬들의 위로도 뜨거웠고, KCM도 앞으로 장점(특유의 질러대는 목소리가 흥 돋구는 데 김왕장)은 살리고 단점은 채워나갈 거라 봅니다.

다만 Bigfile MSL 발표 때 사람들이 전부 웃어버린 게 미스... 저도 웃긴 했는데, 대한항공급의 거물 스폰서가 잡힐 줄 알았는데(발표 직전까지는 중앙일보 MSL이라도 열 줄 알았습니다.; 협력주관사인 일간스포츠의 모 회사가 중앙일보니까요) 이게 웬걸... 빅파일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아무래도 웹하드 업체라면 영세하다는 게 보편적인 인식이니 괜히 뉴스 기사로 사람들 기대치만 높여놨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 MBC게임이 전체적으로 배운 게 많은 듯하다.―가 제 감상입니다. NATE MSL 결승 이후에도 반성을 많이 했을 테고, 대한항공 스타리그도 많이 참조했겠지요. 부족한 점이 하나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잘 대처해서 원활한 경기 진행으로 끝냈다고 봅니다. 경기 내용까지 너무 원활하게 끝나서 하나대투증권 상무님이 약간 아쉬워하긴 했지만요.;

다음 시즌 때는 양대리그를 통틀어 프로토스 우승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인크루트-클럽데이 이후로 벌써 1년 반이나 지났다는 데 그저 눈물이;;; NATE MSL 이후로 세 번 연속 테저전 결승만 봤더니 EVER 2009가 있음에도 '여태까지 토스가 결승전에 올라오기나 했던가?' 하고 의문이 들 지경.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Hypocrite.12414.
10/05/29 20:45
수정 아이콘
후기 잘 봤습니다. 중형차와 같은 떡 소리나는 격납고 스케일도 좋지만, 작지만 잔고장 없는 소형차도 좋습니다. 두 방송국 모두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네요. 엠겜은 지난시즌에 대박사건을 쳤기 때문에, 이번은 노력한듯이 보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도 다음시즌 토스가 우승했으면 하네요. 도대체 언제야..
WizardMo진종
10/05/29 20:47
수정 아이콘
1,3경기는 딴짓하면서 봐서 '정확한' 빌드는 모르겠고,,, 2경기는 좀 다릅니다. 12햇 아니였을겁니다. 아마 11햇 아니면 11.5햇 정도로 생각됩니다. 동영상을 다시봐야할꺼 같은데 12보다 좀 빨리 드론이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정찰인줄 알았죠. 이후 3햇.
세경기 다 이영호 선수는 빌드를 '보고' 노배럭 더블을 갔으니 같은빌드에 당했다고 보긴 좀 뭐하죠.
10/05/29 20:50
수정 아이콘
이번 엠에셀 결승전 운영이 전반적으로 깔끔했군요.
그나저나 다음 스폰서인 빅파일에 대해서는 접근 방법을 좀 달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좋은풍경
10/05/29 20:53
수정 아이콘
이번 리쌍전에 대해 MSL의 진행은 90점을 주고 싶습니다.
바로 이거죠. 기본만 해도 성공. 수고하셨습니다. 엠겜.

특히, 다른 결승전과 달리, 경기 시작전에 지지부진 시간을 너무 잡아먹던 부분을 최소화하고,
놀라울 정도로 1세트 경기 시작을 빨리 해준 부분에 대해 높은 점수를 드리고 싶군요.
정말 필요한 부분을, 팬들이 바라던 것을 완전 맞춤 빌드로 진행하시는 듯 했습니다.
김군이라네
10/05/29 20:55
수정 아이콘
진행이 진짜 좋았습니다.. 만족..
스카이하이
10/05/29 20:56
수정 아이콘
'같은 빌드에 세 번 당한 게이머도 있나요' → 이 부분에서 갑자기 눈물이...흑...
아비터가야죠
10/05/29 20:59
수정 아이콘
진행은 정말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경기결과까지 너무 깔끔해서 문제;;
bisushield
10/05/29 21:00
수정 아이콘
오늘 진짜 쩔었음 경기 시작 전에 선수 들어오는데 체육관 전체가 이제동 이제동 연호 하는데 전율이였고 아이유 공연도 호응도 좋았고 진행도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스피디해서 정말 좋았는데 아쉬운건 역시 3;0으로 끝난게 아쉬움
ArcanumToss
10/05/29 21:05
수정 아이콘
온풍기 사태를 겪은 후라서 그런지 전용 부스까지 설치하고 경기 진행도 속도감있게 해서 만족했습니다.
경기가 너무 빨리 끝났다는 말도 있지만 저는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3:0으로 끝나는 것은 MBC 게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요.
어쨌든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쳤으니 다행이었습니다.
MBC 게임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다다다닥
10/05/29 21:0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너무나 재밌게 봤습니다.

수고하셨고, 다음에도 이런 결승 진행 부탁드리겠습니다.

- MBC게임에서 전용 부스를 만들어줬다고 하던데
▲ MBC게임이 이렇게까지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 드린다. 이 상황에서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최고였다. 오늘 MBC게임의 부스는 최강이었다.

이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늘의 MBC game 진행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10/05/29 21:12
수정 아이콘
정말 절대 넘기지못할 사약을 받은 엠겜이 어떻게 사약을 보약으로 바꿔 버리는지를 이번 결승을 통해 보여준것 같습니다.
다크질럿
10/05/29 21:40
수정 아이콘
오늘 경기운영은 향후 결승전들이 모범적인 선례로 따라갔으면 좋겠습니다.
10/05/29 22:12
수정 아이콘
MBC게임에서 깔끔하게 진행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다행이네요.

'같은 빌드에 세 번 당한 게이머도 있나요?
-> 결승전은 아니지만 임요환 vs 홍진호의 스타리그 4강전 3연속 벙커링이 생각나네요.
10/05/29 22:14
수정 아이콘
부스 만들어준것도 좋네요.
10/05/29 22:15
수정 아이콘
모범적 선례가 되었으면 합니다.(2)
대한항공과 이번 MSL을 현장 관람했는데, 이번 MSL 너무나도 원활한 진행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3:0 스코어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조금 아쉽기는 했습니다만, 앞으로 이영호 선수의 활약상이 너무 기대되는 결승전이었습니다.
Shearer1
10/05/29 22:18
수정 아이콘
아무리 3:0이라지만 본방송 시작한지 한시간 반만에 모든게 깔끔하게 끝난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내적이야 선수들의 몫이니까요. 이번 엠겜의 결승은 모범적 선례가 되었으면 합니다.(3)
우유맛사탕
10/05/30 01:52
수정 아이콘
오늘은 칭찬만 해주고 싶네요. 두 선수 모두 엄청나게 치고박는 경기력을 보여주었음 더 좋았겠지만..
결승전 무사히 잘 치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꽃가루(종이가루)는 끝날때도 뿌려주세요.
엔딩이 멋지면 더 환상적이였을텐데 살짝 아쉽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2521 분리형 5전제는 5전제의 참맛이 부족합니다. [18] 언데드네버다6736 10/08/12 6736 0
41854 하나대투증권 MSL 결승전 진행에 대한 몇 가지 후기 [25] 엑시움6759 10/05/29 6759 0
41734 이번 사태로 인해서 온게임넷의 위상 추락은 피할 수 없을 듯합니다. [75] 엑시움6370 10/05/24 6370 8
41651 정말 제대로 된 경기 좀 보면 안될까요?? [118] 영웅과몽상가8041 10/05/22 8041 2
41558 시대는 그들을 기다렸다 제 2의 절정 리쌍록 [53] 영웅과몽상가5309 10/05/20 5309 1
41344 MBC 정오뉴스에 뜬 조작리스트 캡쳐본과 그날 있었던 경기결과 모음입니다. [77] Hypocrite.12414.16250 10/05/16 16250 1
41326 이영호 선수의 현재. [44] Ascaron6563 10/05/15 6563 3
41268 현재 이영호의 스타판 전체 지배력을 엿볼 수 있는 한 판이었습니다. [44] Dizzy7061 10/05/13 7061 0
41227 이영호의 과거 그리고 현재.. (history) [15] Ascaron5188 10/05/10 5188 2
41022 이영호 선수의 2연속 양대결승 진출이 이루어지길.. [40] Ascaron5344 10/04/22 5344 2
40966 비교 그리고 폄하하는 행위는 하지 맙시다. [37] Ascaron5009 10/04/18 5009 0
40958 이영호와 이제동 [146] 케이윌11074 10/04/17 11074 0
40776 이제동선수는 이미 본좌로 인정받은게 아니었나요. [255] 케이윌9067 10/04/05 9067 6
40678 역대 MSL 4강진출자 명단 및 횟수 [12] Korea_Republic4884 10/03/23 4884 0
40671 우리 모두의 MSL을 위하여 [25] 영웅과몽상가5448 10/03/22 5448 1
40619 각 게임단별로 보는 역대 MSL 우승자 [15] Korea_Republic5371 10/03/15 5371 0
40469 대인배 김준영이 생각났던 경기 [24] 대한건아곤6231 10/03/02 6231 0
40422 NATE MSL 결승전 3경기 우세승 판정에 대한 비판을 불편해 하시는 분들께... [65] 풋내기나그네6447 10/02/24 6447 1
40352 99PKO부터 NATE MSL까지의 리그 방식 변천사 [17] 彌親男5436 10/02/17 5436 1
40325 100211 기록으로 보는 경기 -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 1,2조 [7] 별비4020 10/02/11 4020 0
40314 대한항공스타리그 시작에 앞서 개인적으로 꼽은 스타리그 오프닝 Top5+2 [84] 임이최마율~8022 10/02/09 8022 2
40187 저그가 이영호를 상대하는 방법. (NATE MSL 결승 분석글입니다) [36] 블랙독6508 10/01/28 6508 0
40101 양대리그 커리어랭킹 [33] 信主SUNNY4801 10/01/25 4801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