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0/01/28 11:38:14
Name 칼라일21
Subject 엠겜 결승을 다시 돌아보며...
스타판에서 본좌니 뭐니 별별 수식어가 다 붙으며 영웅이나 제왕 혹은 신으로까지 불리는 게이머들은 뭐라고 무협지를 읊어대봤자 결국 어린아이들이다. 마재윤을 생각해보자. 2005년 엠겜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006년 본좌에 올랐다가 2007년 3.3 혁명 이후 침체기를 겪게 되고 2008년 이후 이제 아무도 이 선수의 부활을 꿈꾸지 않게 되었지만, 이 선수가 우승했던 때는 만 18세였고, 본좌로 불렸던게 19세였다. 그리고 만 20세가 되자 그는 침체기로 들어섰고 21세 이후 우리는 그에게서 희망을 바라지 않는다. 겨우 스무살에 인생 최대의 추락을 경험해야 하고 다음해부터는 아무도 기대해주지 않는 전설(과거 완료형이라는 의미에서)이 되어야 하는 것이 스타판이다.

여기에 두명의 어린 아이들이 있다. 90년생 이제동과 92년생 이영호다. 이제 만으로 겨우 20세 18세 밖에 안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현재 스타크래프트 플레이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이고 저그와 테란의 막강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출시된건 12년이나 됐다. 게임중계라는 것이 시작된지도 10년이 넘었고, 게임단이 만들어진 것도 그와 비슷하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가 오래된 게임이다보니 팬층도 상당히 고령화되어서 30대 팬이 흔하다. 그렇게 이 게임의 주변 사람들은 다들 나이가 많다. 그러는 와중 선수들은 늘 어린 것이 사실이다. 결국 케스파니 온겜이니 엠겜이니 하는 어른들 장사에 등장해서 그 판을 먹여살려야 하는 것은 어린아이들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이 스무살 전후의 아이들이 몇년씩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치뤄내는 경기들로 어른들이 장사해먹는 것이다.

얼마전 엠겜 결승에서도 이 두 어린아이들의 경기가 펼쳐졌다. 본좌의 등극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스타2가 등장하기 전 마지막 전쟁이 될지도 모르는 2010 스타판에서 최강자의 향배를 가늠하려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엠겜은 그 묘한 대진방식으로 결국 리쌍록이라는 1년짜리 대어를 낚았다고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 벌어진 것은 정전사태와 석연찮은 우세승 판정이라는 문제꺼리였다.

두 어린 아이 경기시켜놓고, 두 어린 아이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도록 부추겨놓고 그리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전사태. 이영호 선수쪽 난방기가 전기를 많이 먹어서 정전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마디 이어지는 무의미한 사과. 정전이 어디 천재지변이라도 되는가. 한전의 전기공급에 문제가 생겨 한블록이 몽땅 정전되었다면 또 엠겜으로서도 할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방기가 전기를 많이 먹어 누전차단기가 작동했다. 그게 예상 못할 일이었단 말인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사고가 터지도록 만들어 놓고서 엠겜은 그저 무의미한 사과 따위나 남발하면 그만인가?

케스파도 마찬가지다. 규정에 우세승이라는게 있고 이전에도 우세승 판정한적이 있으며 정전시 그랬던 적도 있다는 팬들의 말이 과연 케스파의 규정을 합리화시켜줄까? 솔직히 그런 얘기를 하는 팬들은 케스파 규정이 무슨 천부인권의 권리장전이라도 되는 것으로 여기는지 묻고 싶다.

이영호와 이제동의 경기만이 아니다. 불의의 사태(정전?)로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될 때 많은 게임들은 승자와 패자를 가리기 아주 어려운 것이 사실 아닌가. 한쪽이 불리해 보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불리해 보인다는 것에 불과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결코 단언할 수 없는게 스타판이고 각종 스포츠의 양상이다. 그래서 어떤 스포츠든 경기를 중단해야 할 경우에는 이후 경기를 속개하는 방식을 취하려 한다. 야구의 규정은 그렇지 않더라고 말하지 말자. 야구의 규정이니 옳다는 전제는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야구는 점수라는 명백한 지표라도 존재한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그 속성상 유닛 킬수가 많다던가 자원을 더 많이 캤다는 것이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는 것과 막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피지알의 많은 입스타들이 이영호가 이길 수도 있었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경기가 중단됐을 경우 승패를 결정짓기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승패를 무자르듯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재경기를 해야 하는게 정한 이치가 아닌가. 결국 케스파는 이 우세승 규정과 관련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스타판은 많은 스타팬들 혹은 스덕들이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스타판에서 스스로 그 판을 키우며 장사를 해먹는 어른들이 엠겜이고 온겜이고 케스파다. 그런 어른들이 스무살 될까말까하는 어린애들이 몇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경기하도록 해놓고 대체 뭐하는 짓인가. 이번 결과로 이영호도 적잖이 상처를 입었을 것이고, 이제동도 자신의 5회 우승이라는 엄청난 캐리어가 찜찜하게 되어버렸다. 이 두 어린 선수들이 받아야 하는 타격이나 정신적 상처들은 그들이 받는 연봉으로 처리될거라 생각하는 것일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0/01/28 11:42
수정 아이콘
결승관련글에 덧글을 달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은 달게 만드시네요~ 동감합니다.
거울소리
10/01/28 11:48
수정 아이콘
논점에 동감합니다.

확실히 kespa의 우세승규정은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절대마신
10/01/28 11:50
수정 아이콘
아직도 이 얘기인가요
올시즌 최초 올킬을 달성한 김승현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도 올라오지 않는군요
10/01/28 11:53
수정 아이콘
절대마신님// 그 올킬은 김명운 선수 뽀뽀로 이미 익스큐즈 된거 아닙니까? 으허허허허~

는 농담이구요.

이 규정보완 자체가 이후 이스포츠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 때문입니다. 불타버린 외양간이라도
어쨌거나 고쳐야지 소를 다시 키울것 아닙니까..
살찐개미
10/01/28 11:56
수정 아이콘
절대마신님//
힘들게 글쓴분 생각은하지도않고 댓글이 뭐 그럽니까
靑龍의 力
10/01/28 12:05
수정 아이콘
캐리어가 아니라 커리어.....
박진호
10/01/28 12:08
수정 아이콘
결국 논쟁의 본질은 이렇습니다.
한 선수가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가 끝난다면
과연 재경기시 그 선수가 만든 유리함을 어떻게 보존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우세승은 가장 극단적으로 유리함을 보존시켜준 것이고
재경기는 가장 극단적으로 유리함을 없애버린 것입니다.
과연 양극의 차이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의와 이상은 깔끔하지만 타협은 언제나 지저분한 면이 있습니다.

유즈맵 세팅을 통해 유리했던 선수에게 어드벤티지를 주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지저분하고 애매하며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이 역시 어드벤티지의 정도에 따라 많은 논란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재경기.
모든 것이 끝난 것 처럼 우세승. 보다는 나을 듯 싶습니다.

양극단의 사이에는 일꾼한기 더해서 시작하기, 미네랄100주고 시작하기, 일꾼한기 빼기등이 있을 수 있겠네요.
참 지저분해 보입니다. 야구의 승부치기처럼.
그림자군
10/01/28 12:12
수정 아이콘
요 며칠 겜게에서 읽은 글 중에도 좋은 글이 많았지만
이 글은 정말 고개를 끄덕거리게 해주네요.

결국 케스파니 온겜이니 엠겜이니 하는 어른들 장사에 등장해서 그 판을 먹여살려야 하는 것은 어린아이들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이 스무살 전후의 아이들이 몇년씩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치뤄내는 경기들로 어른들이 장사해먹는 것이다.

명문입니다.
10/01/28 12:19
수정 아이콘
물론 화나시는 취지와 엠겜 측의 무책임한 조치와 대처 등등에 대한 분노는 충분히 공감합니다만....
엄밀히 말해 우세승제도와 선수들의 어린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선수들의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우세승이니 재경기니 하는 규정의 당부가 달라지는 것인가요...?
박진호
10/01/28 12:20
수정 아이콘
더불어 18세의 어린나이임에도 정전사태로 인해 가장 아쉬워했을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결승전에 대한 언급을 자제시키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영호선수를 보며

아직도 앞으로의 규정 정비를 위한 토론이 아닌
맹목적인 팬심만으로 그 결승3경기는 재경기가 맞다, 우세승이 맞다를 가지고 아귀다툼하는 철없는 우리 어른들이 부끄러워집니다.
10/01/28 12:31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굳이 우세승을 판단하려면 누구나 납득할수있는 우세 판단 근거와 기준을 제시하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규정 수정 및 보완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팬이야
10/01/28 12:37
수정 아이콘
그렇죠 모든 문제는 케스파......
부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겪이라도 좋으니
앞으로라도 외양간 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10/01/28 12:51
수정 아이콘
하다못해 그 유닛 킬수가 많다던가 자원을 더 많이 캤다는 등의 설명조차 하지않았으니 논란이 될수밖에 없었죠.
일반적인 대다수 라이트팬들이 원하는건 확실하게 승부가 갈리는것이죠.
매니아가 아닌 일반라이트팬층에선 이제동팬들조차 이렇게 찜찜하게 우승할바에는 차라리 재경기해서 확실하게 승부보는게 더 나았겠다.라고 말하곤 합니다.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합니다.
동료동료열매
10/01/28 14:08
수정 아이콘
재경기를 하면 우세했던 선수에게 맵을 고를수있는 권한을 주는건 어떨까요? 물론 그 맵에서 바로 하지는 않고 최종전까지 갈경우에요.
롯데09우승
10/01/28 15:13
수정 아이콘
동료동료열매님// 우세했던??? 어떤 규정도 없이 우세를 논하시면 새로운 논란거리만 될 뿐입니다.
스칼렛
10/01/28 17:55
수정 아이콘
동료동료열매님// 사실 맵 선택권은 의미없을수가 있어요.
극단적인 경우지만 만약 어떤 대회 공식맵이 롱기-리템-오드아이-티아매트-라그나로크라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3439 GSL 시즌중 밸런스 패치하는것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61] 개념은?6046 10/10/27 6046 0
43026 이윤열, 그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31] The xian7107 10/09/17 7107 3
42432 내 인생을 바친 스타...뭔가 교훈이라도 얻어보자~ [25] likeade5416 10/08/06 5416 4
41064 스타리그 8강 울산야외경기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 [22] noknow6093 10/04/25 6093 0
40493 질레트때부터 스타 보셨습니까? [46] 彌親男7338 10/03/03 7338 6
40202 우세승 딜레마 해법 - 공식 재경기 맵, 판정 공시 게시판 [10] ArcanumToss4069 10/01/29 4069 0
40188 엠겜 결승을 다시 돌아보며... [16] 칼라일214447 10/01/28 4447 0
40066 3경기의 판정에 대해서는 팬들 모두 말을 아끼는 게 어떨까 싶네요. [44] 네야4765 10/01/24 4765 0
39199 차세대 배틀넷 간담회 후기 [8] Judas Pain6598 09/11/10 6598 1
38776 스타크래프트2 에 대한. [18] sisipipi4697 09/08/27 4697 0
37693 2002 SKY배, 가을의 전설, 너무나도 기묘한 그 날 [26] 김연우7112 09/05/11 7112 5
37639 맵과 벨런스와 전략 [36] 김연우6312 09/05/02 6312 6
37505 이제동을 위한 변호. - 본좌론의 상대성에 대하여. [37] 골이앗뜨거!6307 09/04/05 6307 0
37276 그래프와 함께하는 커리어 랭킹 ver 2.0 [43] ClassicMild6539 09/03/12 6539 13
37251 본좌론에 대처하는 택빠들의 행동강령 [87] 피스9128 09/03/09 9128 45
37138 야구 스탯으로 보는 스타 프로게이머들 [69] ClassicMild11573 09/02/25 11573 80
36640 이미지를 걷어버리자 [14] 王非好信主5046 09/01/13 5046 9
36312 저징징에 대한 고찰 [44] 라울리스타5394 08/12/16 5394 0
34892 역대 최강 홍진호. [45] 펠쨩~(염통)8944 08/06/07 8944 5
34845 종족밸런스를 맞추자. [35] 信主NISSI4671 08/05/31 4671 1
34398 김택용과 송병구, 그리고 케스파랭킹 [92] 매콤한맛6324 08/03/21 6324 3
33946 about "이영호 vs 이제동" [22] sylent7051 08/02/13 7051 11
33385 그래도 김택용이다. [45] sylent10691 07/12/31 10691 6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