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프리매치 맵들에 대한 글을 썼었습니다. 그 글 중 입구가 역언덕-평지인 맵들에 대한 장단점을 논하는 부분이 있었죠.
그 부분을 따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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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진 역언덕 맵은 종족간 벨런스의 안정화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벌쳐, 마린의 현란한 컨트롤이 현 벨런스의 붕괴를 가져다 주었지만, 본진 역언덕맵 특유의 '유리한 타이밍의 강화'는 스타크래프트 본연의 종족간 상성 플롯의 강화를 가져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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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써놓고서도, 이것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어제 차재욱 선수가 진정한 의미를 말해주더군요.


스타크래프트는 '다름'으로 싸우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프로토스가 초반에 압박하면, 테란은 입구를 막아 방어하고, 테란이 초반 마린 러쉬를 하면, 프로토스는 언덕을 이용해 방어를 합니다. 즉 '상대가 공격을 하면, 나는 방어를 한다. 한타를 넘기면 내가 유리해진다'입니다.

하지만 역언덕-평지의 입구를 가진 맵에서 그런 선택을 하면 안됩니다. 방어를 해도 '주도권'을 잃으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언덕이라는 잇점이 없어 수비가 어려우며, 나중에 조여진 입구를 뚫으려 해도 역언덕-평지 지형은 오히려 뚫는 쪽을 불리하게 만드니까요.


어제 차재욱vs강민전의 양상도 그랬습니다. 2배럭의 테란을 보고 강민선수는 2게이트로 쫓아갑니다. 일반 로템형 맵이라면, 언덕을 믿고 드래군으로 넘어간 뒤 드래군 컨트롤로 마린메딕을 상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요틴은 절.대. 그런 짓을 못합니다. 왜냐하면 입구가 평지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병력으로 쫓아갔던 강민선수도, 어쩔수 없이 포톤캐논을 지어야 했고 입구는 조여집니다. 조이기를 무브로 지나치는, 말 그대로 '천재적인 선택'으로 게임을 이끌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조이기가 병력충원을 방해하였고, 강민선수는 지고 맙니다.

결과적으로 테크를 빠르게 올리지 않고, 포톤도 짓지 않으면서 '병력으로 부딪혀 조이지 않도록'하는게 옳은 선택인듯 합니다.


'마린 메딕은 한타 막히면 끝나는 전략'입니다. 템플러가 나오면 너무나도 약하기에, 그래서 쓰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언덕-평지 맵은 유리한 타이밍에 상대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도록, 그게 아니라도 입구를 조여 아주 유리하게 상황을 끌고가도록 해줍니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기요틴에서 벌어진 게임들을 재해석 할수 있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박정석 선수에게 시도하여 성공하였고(경기는 졌지만) 최연성 선수가 전태규 선수에게 시도하였지만 실패한, '개방형 맵에서의 노탱크 벌쳐 푸쉬'는 수세적인 탱크보다, 공세적인 벌쳐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발상입니다.

나도현 선수가 vs도진광,vs박용욱 선수에게 시도하여 승리를 얻은 대토스전 벙커링. 흑자는 '기요틴에서 테란이 프로토스를 이기려면 저런 수단까지 감행해야 한다'라고 했지만, 이 역시 프로토스의 초반 드래군 푸쉬에 주도권을 뺏기느니, 오히려 테란이 벙커링으로 주도권을 가져 가겠다는 발상입니다.

프로토스 유저들도 테란을 이길때, 오만가지 전략들을 선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드래군 푸쉬가 아니더라도, 선공을 하여 주도권을 가져야 하니까'입니다.


이런 마린 메딕 러쉬가 필살기성으로 한번 성공한것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MBC게임에서 역시 차재욱 선수가 김환중 선수에게 비슷한 전략으로 거의 성공할번 했었다는걸 볼때,(조이기가 뚫려 졌습니다.) 이런 종류의 맵에서 '테란이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강력한 정석'이 될수도 있다고 봅니다.


레퀴엠에서 이런 시도를 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입구가 넓고 평지인 기요틴이 아닌, '역 언덕맵'입니다. 조이기를 무시하고 달리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또 한번 당해본 만큼, 테란 유저들이 메딕들을 홀드시켜 길목을 막을 수도 있구요.

프로토스는 '역언덕맵 레퀴엠, 드래군으로 신나게 입구를 두드려야지'라는 생각대신, '저 마린메딕 러쉬와 어떻게 싸워야 할까'를 생각해야 할겁니다. 그렇게 해서 주도권을 가져와야 승리할 수 있으니까요.



역언덕맵 특유의 '유리한 타이밍의 강화'는 로템같은 '정언덕 맵'에서 볼수 없었던 게임양상까지 만들어 줄듯 싶습니다.

쓰이지 않는 전략, 쓰이지 않던 유닛도 이런 맵에서는 쓰이게 될수 있습니다.보통 전략-유닛들이 사장된 이유가, '유리한 타이밍에 막히면 끝이고 성공해도 이후 역전당할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본진 역언덕맵에서는 '유리한 타이밍을 강화'시켜주어, '성공율'을 높여주고, '성공했을때 얻는 잊점'도 강화시켜줍니다.
즉 사장된 전략, 유닛들을 등장시켜줄 확율이 더더욱 높아졌다는 것이죠.


차재욱vs강민전의 의미는, 강민선수의 연승 중단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진 역언덕맵이 어떤 것인지 말해준, 중요한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