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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20 17:34:08
Name 펠쨩~(염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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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Zergology 12-2. - 한순간이라고 해도 우리는 마에스트로의 기적을 목격했습니다.



포모스 꾸에에님의 글입니다.
http://sininus.egloos.com/4429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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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gology 12-2.12.3.

곰티비 MSL S1 4강, 신한은행 스타리그 S3 결승, 마재윤은 거기서 멈추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이미 보여준 것만으로도 역대최강의 저그라는 칭호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최연성에 버금가는 역대최강자로 기억될 기회도 있었다. 정치적 이유에서이기는 하나 마재윤의 대항마로 지목받았을 정도로 강한 김준영, 대 테란전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은 박명수, 프로리그의 강자였던 이제동까지 모두 사라져버렸고 살아남은 저그는 마재윤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마재윤은 여기서 그만두기에는 너무도 분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왔기에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만 했다. 그는 MSL 우승자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의 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엠비씨게임에서 배척받았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엠비씨게임의 적자라는 이유로 온게임넷에서도 홀대받았다. 프로리그에 집중한 협회는 그를 무시하고 고인규에게 MVP를 수여했으며, 임요환의 후계자로 이윤열을 지목했다. 그로서는 자신의 능력이 가져다줄 수 있는 평가가 겨우 이 정도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저그가 받았던 모든 탄압을 그 짧은 시간 동안 한몸에 받으면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그에게 동조하는 수많은 이들이 등장했으며, 그들은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것의 진정성 여부는 차치하고 테란암울론 시대에 등장했던 임요환에게 열광한 이들과 저그압살시대에 고분분투하는 마재윤에게 주목한 이들이 겹치며 다시 한 번 그 찬란했던 시간이 반복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12.4.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든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을 저그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으며 가능하지도 않다. 종족을 불문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순간에 남아있는 건 무너질 일 뿐이다. 그 끝에 가서는 포용할 수 없는 우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홍진호가 등장한 이후 저그의 궁극을 꿈꾸는 이들이 보는 지항점이었으나 이는 다른 종족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저그에게 있어 이것이 강조되었던 이유는 저그라는 종족 자체가 상대방에 맞춰가지 않고서는 이기기가 타 종족에 비해 조금 더 어렵기 때문이다. 저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건물과 일꾼숫자를 초반부터 드러내고 시작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격다짐으로 이기겠다는 발상은 상당히 위험한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먹혀들어가는 때도 분명히 있었으니, 상대방이 먼저 눈을 감고 귀를 막은 경우였다. 맹목적으로 한방병력 구성에 집착했던 테란들을 짓밟았던 목동체제나 진출 이후 압박에만 신경쓴 테란들에게 크로스카운터로 작렬했던 경락마사지를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할 수 있다.

이 저그들이 상대하던 테란은 어느 순간에 가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서 우격다짐으로 나왔고, 스스로 빈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목동체제나 경락마사지, 이들은 모두 그 빈틈을 노리고 들어가는 체제이고, 예를 들자면 무작정 4드론스포닝풀을 하는 저그를 상대로 9드론스포닝풀로 대응한 것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미 이전 장에서 여러 번 언급했던 것처럼 압도적인 파괴력, 닿을 수 없을 것처럼 멀게 느껴지는 강력함, 그에 매료된 수많은 이들, 그리고 상대방이 몸을 조금만 틀어주는 것만으로 자신이 빈틈투성이가 되는 양날의 칼.

역사는 반복된다.


12.5.

롱기누스와 리버스템플, 둘 중 하나만이라면 이전에 등장했던 수많은 저그압살맵 중 하나로 넘어갈 수 있었던 맵들이었으나 서로가 연계되고 여기에 데저트폭스나 네오알카노이드가 겹치며 이전에 없었던 처형대가 되어 수많은 저그를 숙청했다. 마재윤은 저그가 보여줄 수 있는 극단의 양극과 그 사이의 스펙트럼을 모두 보여주며 어떻게든 살아남았으나 그 미래는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처형대의 등장은 테란으로서도 비극이었다. 어느사이 테란은 이 처형대 위에 오른 처형인이 되어 자신의 의지나 고민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저그의 목을 치는 기계처럼 되어버렸다. 독방에 갇혀 처형날만을 기다리는 마재윤에게 이는 벽의 틈새로 비치는 한줄기 빛과 같은 것이었고 그 빛을 눈치챈 마재윤은 미친듯이 벽의 틈새를 파기 시작했다. 겨우 한줄기 빛만을 허락하던 좁은 틈은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했고 어느순간 마재윤은 자신의 몸을 에워싼 빛의 갈채와 마주한다. 그것은 그가 이후 온몸에 받았던 스포트라이트와 다름 아니었으리라.

틀에 찍은 붕어빵처럼 똑같다. 이윤열이나 진영수 정도 되는 테란들조차도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기성품처럼 만들어버린 롱기누스와 리버스템플은 테란에게도 치명적인 것이었다. 정해진 타이밍의 더블커맨드, 정해진 타이밍의 진출, 정해진 타이밍의 추가멀티, 모든 것이 정해진 타이밍에 이루어지면서도 승리할 수 있으니 롱기누스와 리버스템플의 마력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고, 마재윤은 이 타이밍을 모조리 공략하는 것으로 자신의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것은 물론 이전에 등장한 저그의 모든 유산까지 집대성하는 모양이었던 마재윤의 대 테란전은 이때 완성되었다.

이는 3해처리의 힘을 기초로 하여 아무 견제도 받지 않고 극소수의 저글링만을 유지하며 풍족하게 레어테크로 돌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차피 테란은 커맨드센터의 완성과 그때까지의 방어에만 신경쓰며 저그가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재윤은 초반에 6기의 저글링을 뽑아 피해를 주는 걸 아예 포기해버렸으며, 이는 드론으로 환원되었다. 이 효과는 바로 드러나지 않으나 하이브의 브릿지인 레어단계에서 급하게 움직이는 마재윤을 지지하는 힘이 되었다.

레어단계에서는 박성준에 의해 제시되고 서경종에 의해 보급된 무탈리스크 원샷원킬로 최대한 시간을 버는 동안 두 개의 에볼루션 챔버가 올라간다. 여기서 마재윤과 다른 저그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어떻게든 무탈리스크로 피해를 주려는 다른 저그에 비해 마재윤은 무탈리스크의 숫자조절에만 신경쓰며 최대한 개스를 보존했고 이 힘으로 에볼루션챔버를 돌렸다. 무탈리스크를 두 기 덜 뽑는다, 말하자면 겨우 개스 200의 차이, 그러나 이 차이는 생각보다 더 컸다. 방어력 업그레이드가 더 빨리 이루어지며 레어테크의 병력인 무탈리스크와 러커의 공백이 저글링으로 훌륭하게 채워졌으며, 무엇보다 이는 더욱 빠른 하이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결국 레어는 하이브의 중간단계, 하이브로 가는 것이 목표라면 레어에서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는 빠른 하이브의 효용을 알고 있는 김준영조차도 무시하지 못한 무탈리스크 게릴라를 포기하는 것이었는데, 마재윤을 과감하게 이를 버린다. 그는 첫째로 그 정도의 컨트롤을 스스로에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둘째는 자신보다 무탈리스크 컨트롤이 뛰어난 저그들의 실패를 통해 그것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투자한 라바와 자원에 비해 효용이 크지 않다는 것을 바로 눈치챘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필요없다는 것까지 깨달았다. 그래서 마재윤은 다른 저그들과 비교해 몇몇 사례를 찾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빠르게 하이브로 돌입했다. 그런데 이런 시도는 테란 덕분에 가능했다. 생각보다 약한 무탈리스크의 견제에도 테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질감과 괴리감을 느끼고 조금 더 빠르게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테란들은 롱기누스와 리버스템플의 치맛자락에 휩쓸려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진출한 테란병력은 중앙을 내주는 것조차 개의치 않고 호시탐탐 빈집털이만을 노리는 저그의 병력과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초기의 목적인 추가멀티기지 공략에는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급한 하이브와 챔버로 인해 병력의 공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의 저글링을 아예 배제해버린 마재윤의 병력은 생각보다 무시못할 자원으로 뒷받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방어력 업그레이드가 완성된 시점에 가서 대량으로 추가되는 저글링은 그 기동성 이상의 스트레스였다. 테란과 프로토스를 위한 풍부한 미네랄은 여기까지 와서야 겨우 저그에게 웃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저그의 하이브는 완성되고 추가멀티기지에서 개스가 채취되기 시작한다. 저그의 카운터를 신경쓰지 않을 정도의 방어병력이 테란의 본진에 다시 모이고, 당당하게 중앙을 차지하고서 공격을 개시하는 테란을 맞이하는 건 지겨울 정도의 성큰콜로니와 러커로 이루어진 방어전선. 그리고 뚫을 수 있다고 느낄 때 디파일러가 추가되며 다크스웜으로 방어가 시작되고 이전까지 중앙에서 테란병력과 술래잡기를 반복하던 저그의 주병력은 다른 곳의 해처리에서 추가된 디파일러와 함께 테란의 본진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방어력이 증가한 저그의 병력은 마린메딕과 시즈탱크의 화력을 한 번 더 견디며 어떻게든 다크스웜 안으로 안착했고 잠시 후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자신의 3해처리, 박성준의 무탈리스크 원샷원킬, 조형근과 김준영의 2챔버하이브, 그리고 판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박태민의 계산이 모두 모인 마재윤의 롱기누스/리버스템플의 테란 공략은 결국 협회와 방송국의 대연합이라고 불렸던 제노사이드 시나리오를 격파하며 최후의 승자에 저그의 이름을 올렸다, 아니 마재윤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임요환의 등장 이후 몇 년을 기다려도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콘, 임요환과 연계하지 않고도 부를 수 있는 최초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12.6.

마재윤에 대한 평가는 너무도 많아서 무엇이 바른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제대로 된 평가 하나조차 부재하여 파악될 기회도 없었던 홍진호와 비교하면 정 반대이나 여전히 정체불명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은 같은 모양이다. 무수한 평가 속에 하나의 평가를 더해보자면, 그를 저그의 계승자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분명히 마재윤은 이전의 저그들이 보여준 것을 모두 보여줬으나 종국에 가서는 결코 저그답지 않은 모습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재윤은 여전히 흥미로운 저그이다. 마재윤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저그가 몇 년에 걸쳐 받았던 모든 억압을 한몸에 받았던 저그이고, 그래서 그의 궤적이 저그의 궤적 자체와도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마재윤을 굳이 두 장에 나눠서 썼던 것은 초기의 마재윤과 이후의 마재윤을 같은 저그라고 놓고 파악하기에는 차이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저그가 어떤 방식을 통해서 변해왔는지도 볼 수 있다.

초기의 마재윤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3해처리이다. 이로 인해 저그는 더 많은 자원과 더 많은 병력을 갖추고, 더 넓은 타이밍 아래서 싸울 수 있었으며, 2해처리에서 변은종식의 올인성 공격에 모든 것을 걸었던 다른 저그들을 모두 바꿔버렸다. 이보다 훨씬 이전에 나왔던 앞마당 멀티기지에 해처리를 편다는 발상 역시 저그에게 흡사한 것을 가져다줬다. 소위 앞마당 해처리의 발견 이후 4드론부터 시작하는 극단적 초반공격성이 사라지고, 저그는 더 많은 자원을 가져가며 이전에 비해 조금 더 중후반을 지향하며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자원의 측면에서 경기의 중심을 미네랄에서 개스로 돌린 앞마당해처리와 그 중심을 다시 한 번 미네랄로 돌린 3해처리의 차이가 발견되는 정도이다(labyrinth 인용에 더함).

이에 더하여 스타리그 입성과 곰티비 MSL 4강 이전까지의 마재윤을 설명하는 또다른 키워드는 역시 홍진호에게서 극적으로 드러난 라바관리이다. 성큰 콜로니 4개를 망설임 없이 취소해버리는 유연함부터, 필요에 따라서 올인무탈 이후 가디언까지 구사하는 라바조절능력은 분명히 동시대의 저그들이 따라하기 힘든 것이었다. 애초에 마재윤 자신이 오랫동안 3해처리를 추구해왔기에 2해처리에 익숙한 다른 저그들에 비해 그 힘을 충분히 활용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마재윤의 라바관리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라바관리 능력은 테란전보다 대 저그전에서 더 잘 드러나는 것으로, 당시 마재윤의 저그 대 저그전 능력은 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조용호만이 마재윤을 격파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나 그 역시 결국 마재윤 자신에 의해 쓰러졌다. 당시 스나이핑 능력은 따라올 자가 없었던 '노리고 나온 서경종'을 두 번이나 무릎 꿇린 것은 맞춰가면 절대 지지 않는다는 마재윤 자신의 자존심과 실력의 증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테란이 저그를 따라잡고 저그압살맵이 등장하며 이 모두가 무의미해진 지경에 왔을 때 마재윤은 조용호의 길을 걸었다. 엄격하게 말하면 목동체제에 취해있었던 조용호처럼 경기했다. 분명히 그것이 이전에 등장한 모든 저그의 유산을 집대성한 모양이기는 했으나, 자유자재의 맞춰가기를 포기하고 상대방의 고정된 경기양상에 자신을 구속한 시점에 와서 마재윤은 더 이상 저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전까지 마재윤 앞에서 무기력했던 이윤열은 신한은행 스타리그 S3 결승에서 패배한 이후 이전에 상대했던 마재윤과 다른 저그를 봤고, 자신이 느낀 이질감이 무엇이었는지 신한은행 마스터즈에서 제대로 보여줬다.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든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을 저그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으며 가능하지도 않다. 종족을 불문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순간에 남아있는 건 무너질 일 뿐이다. 이윤열은 그 마음가짐으로 조용호를 상대했으며, 마재윤은 이윤열을 상대했다. 그리고 이윤열은 다시 한 번 마재윤을 상대했다.

마재윤이 롱기누스에서 진영수를 격파했을 때 많은 이들은 진영수의 경험부족과 그로 인한 미숙한 대처를 지적했고 마재윤이 무엇을 했는지는 보지 못했다. 이윤열은 마재윤과 직접, 여러 번 부딪힌 이후에야 마재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그 시점에 가서 이윤열에게 마재윤은 목동체제에 집착했던 조용호와 다를 것이 없는 저그였다. 단 한 번이었다면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눈치챈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카드 중 하나였다면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재윤은 이를 하나의 카드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남발했으며, 결국 마재윤은 자신의 손을 스스로 묶어버리고 말았다. 글쓴이의 판단에 마재윤이 자신의 성과에 취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그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을 정도로 마재윤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고 본다. 테란의 순회공연에 질려버린 조용호나 최연성이라는 벽에 절망한 변은종처럼 그 역시 힘든 시간 속에서 자신의 저그가 뒤틀리는 걸 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알포인트에서 시작하여 꾸준하게 전개된 엠비씨게임의 마재윤 제거기도, 리버스템플과 네오 알카노이드로 드러난 온게임넷의 제2의 테란 옹립계획, 모두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으나 마재윤을 훼손하는 데는 결국 성공했다.

수많은 해석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마재윤의 승리는 수많은 이들을 자극했다. 다른 저그들은 마재윤이 제시한 승리공식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그들이 한 노력은 마재윤보다 더욱 마재윤처럼 하기 위한 것이었다. 테란 역시 이에 맞춰 이것을 격파하기 위한 궁리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윤열처럼 경기마다 다른 것이 아니었으며 영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다. 저그 대 테란에 있어서 오로지 유닛컨트롤과 부대운용에 의해서만 승부가 나는 양산형 시대가 드디어 개막한 것이다. 로스트템플 이후 저그들이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처럼, 마재윤과 그를 따르는 저그 그리고 이들을 상대하는 테란 모두가 롱기누스와 리버스템플의 늪에 빠져 다시 한 번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렇게 역사는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다람쥐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시간 속에서 일어난 그때의 일을, 무의미하게 지나치는 일상 속의 조각 하나 정도로 부인할 수는 없으리라.

그의 옷자락이 젖어드는 걸 피할 수 없었으나 분명히 그는 물 위를 걸어갔습니다. Savior walks on water(Mans 인용).

한순간이라고 해도 우리는 기적을 목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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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빛내기 위한 조연들이 필요합니다. 저 전설의 시기에 테란이 상대편에 있는 악역이라면 한명씩 쓰러져 가는 저그 동료들은 주인공의 길이 얼마나 험한지를 알려주는 조연이라 할 것입니다. 그해 겨울의 마재윤은 신화였습니다. 힘든일을 해 냈다는 의미보다는 문자 그대로 수많은 신화의 서사구조를 그대로 따온 듯한 스토리의 진행이었다는 의미입니다. 네, 고전은 역시 강력한 법이지요.


  마재윤이 상대한 최종보스는 이윤열이었습니다. 훗날 돌아보면 어쩌면 마재윤은 임요환이 열었던 한 시대를 종결짓는 마지막 전설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정석을 상대로 첫 우승을 하며 이름을 날렸고 최연성을 이기며 마에스트로의 이름을 얻었습니다. 박용욱과 홍진호를 격파하며 조용호와 호각을 이루었습니다.  임요환의 마지막 길을 장식했고 강민과 위대한 성전의 역사를 써 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스타리그의 살아있는 역사 이윤열과의 최후결전. 스타들이 사라진 지금의 이영호와 이제동을 볼때 마재윤은 얼마나 행운아였는지. 그리고 임요환의 전설로 시작했던 한 시대는 마재윤의 신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세대의 단절. 21세기의 첫 7년여를 장식했던 저 스타들 중 몇몇은 영원히 사라졌고 몇몇은 꿈의 잔영만이 남아 어쩌다 출전하는 한경기에 감격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리고 마재윤은 김택용, 진영수를 마재막으로 이런 시대의 단절을 잇는 다리의 역할을 방기한채 이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쇼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부디 과거의 스타들의 귀환을 바랍니다. 그리고 김택용, 송병구, 박성균, 이영호, 이제동과 같은 새로운 시대의 영웅들 역시 몰락해서는 안됩니다. 임요환-마재윤 시대의 스타들은 최소 5년은 버텨 줬습니다. 팬들이 안심하고 저 선수들을 계속 응원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스타리그의 新星들의 神聖한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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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쥴레이
08/06/20 17:43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의 낭만 시대
Withinae
08/06/20 17:49
수정 아이콘
어쨌든 그 해 겨울의 마재윤은 짧지만 강렬했고, 확실히
테란의 역사와는 다른 새 세계의 장을 열었죠. 그 동안 테란의 옆에만 서있던
저그의 역사에 기적을 열었지만, 이 후 저그의 수난기가 그로 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동이라는 걸출한 영웅이 또 다시 버티고 있지만 저그는 이미 소수종족으로 기울어버렸죠.
엘리수
08/06/20 17:5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저 가을,겨울동안 너무 너무 즐거웠던 기억을 갖게해준 마재윤선수한테.
저그유저로써 감사할뿐입니다..
손진만
08/06/20 18:02
수정 아이콘
아름답네요..추억이라는 것은...
08/06/20 18:09
수정 아이콘
마재윤 선수는 임요환 선수와 연계되지 않은 채 홀로서기에 성공한 선수라는 점이 가장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전의 스타급 선수들은 전부 임요환과의 스토리가 연계되어서 인기를 얻었죠. 그나마 조금 벗어나 있던 선수는 강민 선수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마재윤은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관심과 인기를 한몸에 모으는 데에 성공합니다. 그 시기.. 저그 팬으로써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마본좌의 부활을 염원하는 팬들이 많은 거겠죠.
WizardMo진종
08/06/20 18:52
수정 아이콘
외줄타기는 인간의 영역이지만
물위를 걷는건 이미 기적이죠.
08/06/2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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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있어 박정석 이후로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두번째 선수입니다. 게임 안과 밖 모두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게이머.
정말 흔치 않죠. 수많은 프로게이머 중에 저에게 그러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단 두명의 선수 중 하나, 마재윤.
08/06/20 19:32
수정 아이콘
신의 위치에 단 한 걸음만을 남기고 무너진 마재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그래서 더욱 드라마틱합니다.
08/06/20 19:42
수정 아이콘
최고였죠. 최고..
08/06/20 19:50
수정 아이콘
마재윤은.. 진정한 본좌입니다...
박카스500
08/06/20 20:16
수정 아이콘
마재윤 선수는 지난 이영호선수와의 스킨스매치 1,2,3 경기에서까지 희망고문 ㅠㅠ..
남자라면외길
08/06/20 21:11
수정 아이콘
furoleague에 퍼가겠습니다^^
질럿은깡패다
08/06/20 21:27
수정 아이콘
추후에 누가 나와도 "본좌"는 오로지 마재윤의 것입니다.
"괴물"이 최연성의 것이듯, "천재"가 이윤열의 것이듯, "황제"가 임요환의 것이듯-
그는 기적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는 저그의 구세주 뿐만 아니라, 시체가 되어가는 한 시대를 추억으로 살려낸 구세주였음을 기억하겠습니다.
마법사소년
08/06/20 21:31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좋네요.
08/06/20 22:54
수정 아이콘
마재윤은 새로운 낭만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무협지에나 나올듯한 최강자의 등장. 그를 누가 이길것인가에 대한 열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의 경기는 언제나 사람들을 기대하게 했고 그의 경기는 팬들에게 흥분의 극치를 안겨주었으며 그의 경기로 인해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스타리그의 '침체'론을 불식시킬 수 있었던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온갖 커뮤니티가 그로 인해 들썩였으며 게임으로 그 어떤 영화보다 더한 열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가끔 생각하지만 서지훈의 광팬인 저에게도 마재윤만큼 임팩트를 주었던 선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기는 모습이 너무나도 극적이었던, 압도할때도 난타전이었을때도 역전이었을때도 그 모든 경기가 드라마였던 선수, 저그이기에 더욱 빛났던 선수. 다시 이런 선수가 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열이는요
08/06/20 23:41
수정 아이콘
"임요환의 등장 이후 몇 년을 기다려도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콘, 임요환과 연계하지 않고도 부를 수 있는 최초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전율이네요
플러스
08/06/20 23:42
수정 아이콘
추후에 누가 나와도 "본좌"는 오로지 마재윤의 것입니다. (2)

4대본좌들 중 임본좌, 이본좌, 최본좌 역시 다 어색하죠
본좌라는 말이 제일 어울리는 것은... 마본좌!!
Sunday진보라
08/06/20 23:45
수정 아이콘
마재윤은 역대본좌들중 가장 위압감이 강했던 선수라고 생각해요

특히 마재윤이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엔 저그가 다전제에서 테란
그것도 상대가 최연성이라는건
지금 시대로치면 프로토스가 다전제에서 이제동 만난정도급에 암울한 대진인데

그런때에 승자4강, 패자결승에서 퍼펙트 운영, 퍼펙트 스코어로 최연성을 압살...
전상욱에 토스전처럼 뭘해도 안된다는 느낌을 토스전,테란전 모두에서 보여주는 저그유저는
당시 마재윤이 최초였죠

마재윤을 떠올리면 항상 5연속 결승진출을 외치던 mbc게임 해설진이 같이 연상되는...
08/06/21 01:54
수정 아이콘
이건 뭐.. 추천할수밖에
슈페리올
08/06/21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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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란 종족으로 본좌소리 들었던 마재윤 선수...
후..........눈시울이 촉촉해 지는 밤이네요..

p/s 본좌의 오랫만의 개인전 내일입니다......
08/06/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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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잊을 수 없는 데저트폭스에서 진영수 선수와의 경기....... 미칠듯한 감각과 운영 ㅜㅜ
진영수 변형태 선수와의 10연전은 진짜 길이 남을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돌돌이랑
08/06/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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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한, 마재윤의 미친듯한 폭주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황홀하고 아름답고 찬란한 빛에 저또한 같이 미쳐 날뛴것으로 기억합니다.
마 재 윤
그 이름만으로 모든게 통했던...정말 그때 스타계의 아이콘이자 상징이었죠.
Flyagain
08/06/2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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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본좌,,,마에스트로,,, 예전처럼 강력한 모습은 아니더라도, 8강까지만 가주시면 바랄게 없습니다 ㅜㅜ
암모니아연필
08/06/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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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3.을 달력에서 지우고 싶네요
DodOvtLhs
08/06/22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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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티비시즌1... 강민이 김택용을 잡고 결승에 갔었더라면, 마재윤선수의 전성기는 더 길었을거라고 봅니다...
전 제 친구들한테 항상 말합니다... 이제동과 마재윤을 비교하지 말라고... 마재윤이 훨씬 더 위대했다고...
08/06/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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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윤열선수팬으로써 너무나도 무적에 가까워서 싫어했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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