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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07/12/31 02:59:25 |
| Name |
AnDes |
| Subject |
스포츠와 e-스포츠는 다르다? W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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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감정과 의견에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어서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보시는 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스포테인먼트(Spotainment)란 신조어가 있다.
Sports와 Entertainment(연예, 오락)의 합성어로서, '운동 효과와 오락성을 동시에 갖춘 것'이란 의미이다.
스포츠의 경쟁 속에서 나오는 그 자체의 재미를 뛰어넘어, 또 다른 오락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겠다.
'스포테인먼트'란 단어는 2001년에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수록된 역사가 짧은 단어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팬서비스'란 이름으로 원시적인 스포테인먼트는 존재해 왔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로는 '세레모니'가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자신의 성과에 대한 기쁨을 담은 축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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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프로리그에서의 이성은과 마재윤의 대결.
경기에서 승리한 이성은은 일전 MSL 8강에서 마재윤에게 승리했을 때와 같은 세레모니를 선보였고,
패배한 마재윤은 헤드셋을 벗어던지다시피 하고 분노에 가득 찬듯한 모습으로 경기석을 떠났다.
그리고 일부 팬들은 그 둘 모두에게 비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럼 이제 농구, 축구, 야구 경기를 생각해 보자.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은 선수는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는 동시에 성원하는 팬들에 대한 답례로 골 세레모니를 선보이고,
자신의 팀이 우승하면 그 기쁨의 표시로 헹가래를 치거나, 경기장 위를 슬라이딩하거나, 그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쁨을 표출한다.
반대로 패배한 선수와 팀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거나, 경기장에 쓰러지거나, 가끔씩은 분노하여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일부 팬(속칭 '그들')은 프로게이머들의 돌출행동을 비판하는 근거로,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다'라는 논리를 꺼내는 것 같다.
그들은 내가 위에 써 놓은 비교도 같은 논리로 비판할 것이다.
그리고 난 묻고 싶다. 스포츠와 e-스포츠가 어떻게 다르길래 프로게이머들의 행동은 제약하고 다른 스포츠 선수들의 행동은 수용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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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정적이어서?
물론 그렇다.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신체의 움직임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움직이는 신체부위를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프로게이머들의 손가락을 움직이는 스피드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갈수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e-스포츠 상무팀이 많은 반대에 부딛쳤고, 대한체육회에서 e-스포츠는 물론이요 바둑 등의 다른 정적인 스포츠를 정식종목화하지 않기도 하다.
(대신 '두뇌 스포츠'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아래에서 말하겠지만 동적인 스포츠보다 하등하게 본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신체의 움직임이 적다고 해서 스포츠의 기본 요소인 '경쟁'과 '긴장'까지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e-스포츠에서 승리했을 때 얻는 기쁨과 희열이 타 스포츠종목의 그것보다 훨씬 부족할까? 절대 아니다.
리그 현장에서 열광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라.
경기 시작 전 자신의 응원하는 선수, 또는 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소리높여 파이팅을 외치고,
경기가 끝나면 승리를 축하하는 박수와 함성을, 패배를 위로하는 격려와 눈물을 아끼지 않는다.
e-스포츠가 정적이고 조용하게 진행된다는 면에서 다른 스포츠처럼 경기 중간중간 응원구호를 외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는 해도,
팬들의 열정과 성원은 여느 스포츠와 다르지 않다.
또한 어떤 체육 종목이건 신체의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심리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이다.
뒷담화에서 엄재경 해설이 했던 말처럼, 신체의 힘보다 선수의 정신집중에 훨씬 큰 비중을 둔 양궁, 사격과 같은 스포츠는 두뇌 스포츠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은 체육 종목으로 인정되고, e-스포츠는 체육 종목으로 인정되지 못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e-스포츠를 체육 종목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팬들의 지지가 쏟아질 것이다.
그런데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후 다양한 행동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2. e-스포츠는 게임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스포츠'는 '게임'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보고 열광하거나 직접 즐기는 스포츠들은 모두 처음부터 치열한 경쟁과 프로 스포츠화를 노리고 등장하진 않았다.
단지 즐기기 위한 '게임'을 고안해 낸 것이 많은 플레이어들을 확보하게 되어 '스포츠'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실제 예를 들어 보자.
농구는 1891년 미국에서 겨울철 실내운동으로 고안되었으나, NBA는 1946년에 시작되었다.
축구는 1863년에 영국에서 통일 규칙이 세워진 이래로 1904년이 되어서야 FIFA가 탄생했다.
야구는 1839년에 현대적으로 발전했으나 프로야구 리그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1875년이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e-스포츠 종목인 스타크래프트는 1997년 발매할때는 단순한 게임이었으나
1999년 첫 스타리그가 시작되어 2000년 이후 지금의 기틀을 갖추게 되었다.
전부 같은 진행을 보이고 있다.
체조와 같은 단순한 체육 활동에서 일정한 '형식'을 갖추게 되면 게임이 되며,
게임에서 '경쟁'을 목적으로 하는 요소가 추가되면 스포츠로 발전하고
스포츠 활동을 '직업'으로 삼는 선수들이 등장하면 리그와 같은 기틀이 잡히게 된다.
많은 스포츠에 '공'이 승부를 가르는 도구로 사용되듯이,
e-스포츠에서는 공 대신 '컴퓨터'라는 것이 경기를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차이점은 '도구'에 있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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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다양한 플레이가 존재해야 그 재미가 상승한다.
이는 '양산형' 전략 및 이를 즐겨 사용하는 프로게이머들이 e-스포츠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스포츠에는 언제나 다양한 성격의 선수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e-스포츠에서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 '그들'이 이를 용납치 않는다.
그들은 프로게이머들 모두가 '양산형' 인격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저 경기에서 나오는 재미만으로 만족하겠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어떤 경기가 끝나건, 승패가 정해진 두 선수는 무표정하게 서로 악수를 청하고, 인터뷰에서는 겸손한 발언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너무 재미없다.
근거 없거나 잘못된 비판은 비난이나 궤변과 같다.
나는 프로게이머들이 '그들'에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좀더 충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로게이머들의 감정표현에 대한 비판은 나에겐 비난이나 궤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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